숲노래 어제책 2022.7.13.

숨은책 723


《백설공주의 계모는 어떻게 되었나》

 라이너 쿤체 글

 차경아 옮김

 두레

 1978.9.1.



  요즈음 책집에는 책이 참 많습니다. 새로 나오는 책도 예전에 나온 책도 많아요. 이 가운데 어린이책이 남달리 많아요. 갈수록 어린이책은 더 늘어날 테고, 푸른책도 꽤 나올 테지요. 그런데 웬만한 어린이책·푸른책은 ‘삶을 새롭게 읽어 스스로 생각을 북돋우는 살림길로 이끄는 징검다리’이기보다는 ‘배움틀(학습과정)에 맞춘 곁배움책(참고서·학습보조도구)’ 같습니다. 어린이 스스로 앞날을 새롭게 가꾸는 슬기로울 이야기를 담는 어린이책보다는 ‘어른들이 짜맞춘 수렁에 갇혀 고단하거나 서로 싸우는 줄거리’에 그치는 책이 지나치게 많아요. 《백설공주의 계모는 어떻게 되었나》는 1978년에 우리말로 처음 나옵니다만 일찍 사라졌습니다. 아직 어린이책이 제대로 읽히기 어려운 무렵에 나오기도 했고, 요새는 책이 넘치는 바람에 다시 읽히기 힘들 수 있습니다. 저는 어릴 적에 책은 거의 못 읽거나 안 읽으며 뛰놀고 짐(숙제)에 짓눌려 살았는데, 이즈막 어린이는 뛰놀 틈도 빈터도 없이 쳇바퀴에 갇히고 부릉이(자동차)에 얽매입니다. 어른도 아이도 발을 땅에 디디지 않는 오늘날은 책이 무슨 구실을 할까요? 하얀눈이(백설공주) 뒷이야기를 넌지시 그리면서 ‘바보스런 어른 굴레(사회)’를 나무란 책을 가만히 쓰다듬습니다.


ㅅㄴㄹ


#ReinerKunze

#DerLoeweLeopold #FastMaerchen #fastGeschichte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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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8.

숨은책 69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이오덕 글

 청년사

 1977.5.10.



  1995년 2월 4일, 서울 연대 앞에 있던 헌책집 책시렁에서 찾아내어 읽은 《이 아이들을 어찌할 것인가》는 제가 걸어갈 길은 스스로 열어야 한다는 대목을 일깨웠습니다. 곧이어 《삶과 믿음의 교실》을 헌책집에서 찾아내어 읽었습니다. 속으로 뜨거운 불길이 솟습니다. 지난 열두 해 동안 못 만난 길잡이를 묵은 책에서 만났어요. 열린배움터(대학교)에 들어간 지 이태째인 1995년 봄, 길잡이가 아닌 ‘고약한 샌님’이 장난치듯 읊는 자리(강의)는 돈도 하루(시간)도 너무 아까웠습니다. ‘고약한 샌님’은 ‘복사한 네덜란드말 교재’를 베껴쓰도록 시키며 하루를 때우고, 우리더러 머리카락이 길면 안 된다느니 민소매나 반바지를 입으면 안 된다느니 집회에 나가면 안 된다느니, 낡은 굴레에 가두려 했습니다. 그런데 다들 ‘고약한 샌님’한테 값(학점)이 깎일세라 눈치만 보더군요. “교수님, 아니 교수라는 이름도 부끄러운 너, 나는 너한테서 도무지 못 듣겠어. 혼자 녹음테이프 들으면서 배워도 더 빨리 잘 배우겠다. 어떻게 입시교실보다 뒤떨어지면서 머리 길이가 어떻고 옷차림이 어떻고 따지니? 너는 교육이 뭔지 알고, 삶이 뭔지 아니? 머저리 강의는 집어치워!” ‘고약한 샌님’한테 이 말을 들려주고서 열린배움터를 그만두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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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7.

숨은책 70


《나무 위의 여자》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 글

 강미경 옮김

 가야넷

 2003.3.10.



  1975년에 태어나서 자라는데, 푸른배움터(중학교)에 들어설 무렵 배움책(교과서)이 통째로 바뀌어요. 배움책 말씨도 몽땅 바뀌어 예전 책은 다 버려야 했어요. 배움수렁(대학입시)을 치를 적에는 옛틀(연합고사)이 사라지고 새틀(수학능력시험·본고사)이 서요. 제 또래 사내가 싸움판(군대)에 갈 적에 방위병이 사라지면서 공익근무가 생기고, 싸움판에서 살아남아 삶터로 돌아온 1997년 늦겨울인 12월에 국제통화기금이라는 일이 불거져요. 재미난 고갯마루를 탔구나 싶은데, 《나무 위의 여자》라는 책을 읽다가, 글쓴이가 저보다 한 살 위인 벗인 줄 깨닫습니다. 숲을 숲다이 지키는 길을 가고 싶어 큰나무 한 그루에 올라앉아 이태 남짓 살았대요. 땅에 안 내려오고 오롯이 큰나무랑 한몸이 되었다지요. 틀림없이 둘레에서는 사나운 손길·발길이 춤추지만, 둘레(사회)가 아닌 나(참된 나)를 가만히 바라보도록 나무를 품으면, 숲하고 하나로 살면, 하늘빛을 머금고 빗물에 춤춘다면, 시끄러운 둘레를 밝게 어루만지는 길을 얼마든지 싱그럽게 찾아나설 만합니다. 가싯길이나 꽃길은 따로 없겠지요. 다 다른 또래(세대)는 다 다른 삶을 맞아들이며 스스로 자라요. 저 길을 가야 낫지 않으니, 이제 핑계는 그만 대고 제 별빛을 찾아야겠습니다.


ㅅㄴㄹ

#JuliaButterflyHill

#SavingtheAncientRedwood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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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7.7.

숨은책 721


《독립정신》

 이승만 글

 태평양출판사

 1954.7.15.



  요즘도 ‘국부’란 한자말을 곳곳에서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쪽을 가리키고 싶다면 ‘한쪽’이라 하면 되는데 굳이 ‘국부(局部)’를 쓰는 사람이 있고, 나라에 있는 돈을 가리키려면 ‘나랏돈’이라 하면 되는데 애써 ‘국부(國富)’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나라지기·나라일꾼’이나 ‘우두머리·임금’이라 하면 될 텐데 구태여 ‘국부(國父)’를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한자말 ‘국부’를 이승만한테 붙이곤 합니다. 이녁이 1904년에 매듭짓고 1910년에 미국에서 처음 나온 《독립정신》은 일본이 총칼로 억누르던 무렵 몰래 읽힌 책이었다는데, 정작 일본이 물러간 뒤로는 더없이 빛바랜 이야기로 물들었습니다. 조선사람 누구나 삶빛을 깨우치기를 바라며 쉬운 우리말로만 쓴 대목은 돋보입니다만, 홀로서기를 외친 목소리는 왜 “한나라 한겨레”가 아닌 “두나라”로 쪼개는 길에 손을 들었을까요? “두나라”로 갈라지는 길을 밀어붙이면서 왜 혼자 살그머니 달아났으며, 일본 못지않게 사람들을 짓누르는 굴레를 왜 씌웠을까요? 왜 맑고 밝은 나라가 아닌, 뒷짓과 검은돈이 춤추는 나라로 더럽히다가 또 달아났을까요? 들꽃을 이끌려면 스스로 들꽃일 노릇입니다. 들빛을 잊거나 잃은 마음은 겉발린 부스러기일 뿐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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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7.4.

아무튼, 내멋대로 18 누리책집 알라딘



  나는 누리책집에서 느즈막이 책을 샀다. 늘 마을책집에서만 책을 샀는데, 2003년 9월부터 충북 충주 멧골에 깃든 이오덕 어른 옛집에 머물면서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갈무리’하는 일을 하다 보니, 책집마실을 할 틈이 없었다. 그래도 이레마다 서울마실을 하면서 책집을 돌았고, 이틀이나 사흘쯤 책집에서 장만한 책을 바리바리 싸서 충주 멧골로 땀빼며 실어날랐다. 이러다가 너무 벅차 2005년에 드디어 ‘누리책집 알라딘’에 들어가서 책을 샀다. 시골에는 책집이 없기에 누리책집을 쓸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되도록 발길이 닿는 여러 고장 마을책집에서 책을 사려 했다. ‘누리책집 알라딘’은 거의 만화책을 사는 데로 삼았다. 그동안 만화책을 사던 곳은 서울 홍대앞 〈한양문고〉였다. 이곳은 어느 날 불쑥 가게를 접고 말아 그야말로 만화책은 ‘누리책집 알라딘’에서 살 수밖에 없더라. 이러구러 2022년 6월에 이르도록 ‘누리책집 알라딘’에서 산 책은 그리 안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상위 0.062%”에 든다고 한다. 다만 “상위 0.062%”는 ‘누리책집 알라딘’에 쓴 책값으로 어림한 자리매김이고, 책은 ‘6021자락’을 샀다고 한다. 나보다 책을 훨씬 많이 사서 읽는 벗님이 있다. 2022년 7월 1일에 서울 마을책집 〈책이는 당나귀〉에서 책벗님을 만나 이 얘기를 했는데, “100살까지 알라딘에서 64260자락을 더 사겠네” 하는 말이 뜨더라고 말했더니 “그것밖에 안 돼? 100살까지 살 책인데 그대한테는 너무 적잖아?” 하더라. “책을 알라딘에서만 사지 않으니까 적게 나오겠지요.” 했다. 누리책집에 이름을 걸고서 책이야기를 올린 지 제법 된다. 처음에는 아무 누리책집에도 책이야기를 안 띄웠으나, 아무래도 책을 살펴서 읽을 이웃님한테 길동무 노릇을 하자면, 내 누리글집(블로그)에만 올리지 말아야겠다고, 누리책집에 바로 걸쳐 놓아야 이바지하리라 여겼다. ‘누리책집 알라딘’에 모든 책이야기를 걸치지는 않았으나, 2005∼2022년 사이에 걸친 책이야기(서평·리뷰)는 7022꼭지라고 나온다. 그동안 쓴 책이야기는 2만 꼭지를 가볍게 넘기니 좀 적게 걸친 셈일 텐데, 숲노래가 서울마실을 하던 2022년 7월 1일, ‘알라딘서재 담당자’가 숲노래한테 누리글월을 하나 띄웠다. 숲노래가 쓴 느낌글에서 ‘철바보’라는 우리말을 쓴 대목이 “비방성 명예훼손”이라서, 숲노래 느낌글을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고 알려주더라. “비방성 명예훼손”으로 쓴 ‘철바보’라는 우리말을 고치면 “블라인드 처리 해제”를 하겠다더구나. 한자말 ‘철부지’를 썼다면 “비방성 명예훼손”이라고 안 여겼을는지 모른다. 한자말로 “부족한 부모”쯤으로 쓸 적에도 “비방성 명예훼손”이라고 안 볼 만하리라 느낀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우리말을 얕본다. 쉽게 우리말을 쓰면 낮춤말로 여긴다. 한자말이나 영어를 써야 높임말로 여긴다. “그림책 다독이(토닥이·달래기)”라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죄다 “그림책 테라피”라고 영어를 쓴다. 아무튼 이제 슬슬 ‘누리책집 알라딘’을 끊을 때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교보문고·영풍문고·예스24·반디앤루니스’가 벌인 몇 가지 씁쓸짓을 본 뒤로 이런저런 책집에서는 아예 책을 안 산다. 그래도 책이야기는 걸쳐놓는다. 생각해 보면, 구태여 알라딘을 떠나기보다 알라딘에서는 책을 이제 안 사면 될 만하다. 그들한테는 책장사가 첫째요, 책이야기를 찬찬히 읽고 스스로 살림빛을 배워서 저마다 사랑으로 숲빛을 짓는 오늘을 누리는 길은 막째에나 있을는지 모른다. 알라딘·예스24·교보문고가 책장사가 첫째가 아니라면, 돈·이름·힘이 아닌, 오직 삶·사랑·숲으로 모든 책을 아우르는 길을 갈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문득 찾아보니

'철바보'라는 낱말을

어느 책 하나뿐 아니라

다른 책이야기에도

더 썼는데

'철바보'란 우리말을 쓴

다른 글은 "블라인드 처리"를

안 하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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