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9.13.

숨은책 742


《학교는 왜 가난한가》

 한국교육연구소 엮음

 우리교육

 1991.6.20.



  예전 배움터는 왜 그리 가난했을까요? 배움터에 가면 뭔가 배우는 하루가 아닌, 툭하면 무슨 돈을 내라 어떤 성금을 바치라 무슨 폐품을 모아라 어떤 꽃그릇을 마련해서 내라 …… 끝이 없더군요. 어느 날 어머니는 “얘, 무슨 학교가 이렇게 돈하고 살림을 맨날 가져오라고 하니? 너무 힘들어서 학교 못 보내겠다.” 하며 한숨을 쉽니다. “어머니, 그러면 전 학교를 안 다녀도 좋아요. 저도 너무 힘들어요.” 하고 대꾸했어요. 이제 이 나라 배움터는 돈이 넘칩니다. 돈은 넘치되 아이들이 줄고 머잖아 아이들은 다 사라지고 어른(교사)만 남을 판입니다. 오늘날 시골 배움터는 아이는 몇 없으나 어른(교사)이 외려 아이보다 많기 일쑤입니다. 《학교는 왜 가난한가》는 1991년에 마땅히 나올 만했습니다. 2020해무렵(년대)을 넘어서는 한복판에는 “학교는 왜 돈이 많은가”로 이름을 바꾸어야지 싶습니다. 배움길이라기보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인 얼거리를 본다면, 배움터에 목돈을 쏟아붓기보다는 어린이·푸름이가 스스로 삶·살림·사랑·숲을 배우고 다스리도록 배움돈(교육예산)을 쓸 노릇이라고 여깁니다. 배움터를 세우거나 배움칸(교실)을 으리으리 꾸미지 말고, 오롯이 어린이·푸름이한테 이바지할 길을 찾아야 어른이 어른답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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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9.13.

숨은책 750


《자연 1―1》

 문교부 엮음

 국정교과서주식회사

 1963.8.15./1970.3.1.



  어린배움터(국민학교)에 들어간 1982년 3월 2일부터 무엇을 배웠나 돌아보면, 첫째로는 ‘길잡이(교사)가 뭘 말할 적에 옆을 보지 말고 그 어른 얼굴만 봐야 한다. 안 그러면 두들겨맞는다’입니다. 둘째로는 ‘그 어른이 뭔가 실컷 떠든 이야기를 못 알아들었어도 물어보지 마라’입니다. 셋째로는 ‘아무 말 않고 얌전히 있으면 얻어맞을 일이 없다’입니다. 넷째로는 ‘배움터(학교)는 불구덩이(지옥)로구나’예요. 지난날 저나 또래는 ‘한글’이 뭔지조차 모르는 채 어린배움터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깃든 배움칸(학급)에는 쉰다섯 아이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미리 한글을 익힌 또래는 둘이었습니다. 쉰세 아이 가운데 적잖은 아이는 한글을 못 뗀 채 두걸음(2학년)으로 올랐는데, 저는 글씨가 재미있다고 여겨 이레 만에 떼었어요. 그냥 새롭게 보는 모두 기쁘게 받아들이고 싶었을 뿐이고, 몽둥이나 손찌검을 휘두르는 어른들이 아리송했습니다. 1963년에 나온 《자연 1―1》하고 1982년 《자연》은 똑같지 않습니다만, 글이 거의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편 대목은 비슷합니다. 그때(1982년) 혼잣말처럼 “뭐야? 집하고 마을에서 늘 보는 모습이잖아?” 하고 읊다가 꿀밤을 먹었어요. 그런데 오늘날 이 나라에 ‘숲(자연)’은 어디 있나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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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9.11.

숨은책 736


《韓國의 歲時風俗》

 최상수 글

 한국 민속학 연구소

 1960.11.1.첫/1969.11.5.2벌



  어릴 적에 무엇을 하며 놀았나 하고 생각하니 놀잇거리가 끝없이 떠오릅니다. 1987년까지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녔는데, 열세 살에 이르도록 누린 놀이는 책으로 두툼하게 쓸 만하더군요. 사냥은 안 했으나 새바라기는 즐겼습니다. 어버이 옛시골인 당진에 나들이를 가면, 그곳 언니·누나 들이 손을 잡고서 메추리알을 줍는다든지 개암나무를 찾아 숲을 헤친다든지 나무를 타고 열매를 딴다든지 개구리랑 메뚜기를 굽는다든지, 이리로 저리로 이끌었고, 밤마다 별잔치를 누렸어요. 여느때에는 마을·골목·배움터에서 갖은 놀이를 합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틈을 타고 짬을 내어 놀아요. 《韓國의 歲時風俗》은 어린이일 적부터 읽었습니다. ‘나를 낳은 어버이’는 예전에 뭘 하고 놀았을는지 궁금하거든요. 어릴 적엔 빌려서 읽은 책을 2005년에 헌책집에서 다시 만나는데, 그때 1000원짜리 종이돈 둘을 끼워놓고 몇 마디 글을 남겼더군요. 아스라한 일은 아스라할 뿐 사라지지 않습니다.


“지난날 일하던 출판사에서 자료로 쓰고자 사 두었던 책 하나. 너 참 오랜만이다. 반갑구나. 고맙구나. 이렇게 널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이야. 곱게 잘 빚어낸 책 한 권은, 어느 헌책방에서건 틀림없이 알아볼 것이고, 갖출 것이다. 그러면 나는 두 손에 시커멓게 책먼지 묻혀가며 너 하나 찾아내고자 무던히 애를 쓸 테지. 이제 너는 내게 왔구나. 네가 내 곁에 머무는 동안은 너와 함께 오붓하고 즐겁게 네 속살을 마음껏 느끼며 지내고 싶구나. 2005.3.17.나무. 서울 노고산동 〈숨어있는 책〉 ㅎㄲㅅㄱ.”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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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2.9.11.

숨은책 683


《아빠는 왜 자주 감옥에 가야 하나요》

 말틴 루터 킹 글

 이성학·김민준 옮김

 함석헌·박대선 어리말

 삼한출판사

 1966.12.30.



  로자 파크스 님 이야기를 듣고서 ‘버스 안 타기’를 함께 이끈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님은 몇 가지 책을 내놓습니다. 이 가운데 하나는 1966년에 《아빠는 왜 자주 감옥에 가야 하나요》로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살빛을 놓고서 들볶거나 괴롭히는 바보짓이 춤춘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총칼로 억누르거나 후려잡는 바보짓이 넘실댔습니다. 아름길하고 먼 나라는 참다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붙잡아 사슬터에 보내요. 아이들이 앞으로 물려받을 삶터가 아름터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어른이라면 모진 가시밭길을 걷더라도 기쁘게 땀흘립니다. 적잖은 사람들이 바보나라에서 고분고분 우두머리를 따르더라도 이를 아랑곳하지 않지요. 어느 날 문득 아이가 “아빠(또는 엄마)는 왜 자주 붙잡혀야 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그들은 몸뚱이에 사슬을 친친 감으면 우리가 종(노예)이 된다고 여기거든. 그런데 마음은 사슬로 못 감는단다. 사랑을 품으면서 심은 씨앗은 늘 온누리를 푸르게 가꾼단다.” 하고 들려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착하게 살기를 바라면, 어버이로서 즐겁고 착하게 살면 됩니다. 아이가 웃고 노래하며 기쁘게 삶을 짓기를 바라면, 어버이부터 웃고 노래하며 기쁘게 하루를 지으면 되어요. 씨앗 한 톨이 숲입니다.


ㅅㄴㄹ

#MartinLutherKing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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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삶읽기 2022.9.8.

수다꽃, 내멋대로 24 응큼한 마흔돌이



  오늘날 ‘마흔돌이(40대 남성)’는 어릴 적에 또래(다른 성별)하고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사랑길을 배운 적이 없다고 느낀다. 내 또래도, 언니동생도, 지난날 어린배움터(국민학교)하고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에서 ‘성교육’이란 이름조차 없었고, 더 예전에는 더더욱 없었다. 쉰돌이(50대 남성)나 예순돌이(60대 남성)나 일흔돌이(70대 남성)라면, ‘순이(여성)는 집에서 집일만 하고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굴레에 갇힌 채 어린날과 젊은날을 보냈으리라. 둘레(사회)를 보면, 일흔돌이라 하더라도 일찌감치 이 굴레를 깨고서 ‘열린돌이(평등·평화로 가는 남성)’로 나아간 분이 제법 있다. 예순돌이에서도 꽤 볼 수 있다. 그러나 쉰돌이나 마흔돌이에서는 뜻밖에 적다. 집에서 설거지쯤은 하더라도, 집일이 뭔지 모르는 마흔돌이·쉰돌이가 넘치고, 아이를 돌보는 살림이라면 더더욱 바보에 멍청이인 마흔돌이·쉰돌이가 그득하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오나오냐로 자랐을 뿐 아니라, 스스로 나이가 든 뒤에 새길을 배우면서 어깨동무(평등·평화)로 나아가려는 몸짓보다는, 돈·힘·이름을 붙잡으려 했다. 이제 내 또래도 여느 배움터에서 으뜸어른(교장)이나 버금어른(교감)이 되고, 웬만한 일터에서는 우두머리(사장·대표)를 하는데, 슬기롭거나 참한 또래가 더러 있으나 아직 한참 멀다고 느낀다. 그러면 마흔돌이·쉰돌이는 왜 허물벗기하고 멀까? 마흔돌이·쉰돌이는 아이를 낳을 무렵 거의 모두 일터에 틀어박혔다. 아이를 돌볼 줄 아는 마흔돌이·쉰돌이는 드물다. 예순돌이·일흔돌이는 어떻게 허물벗기를 했을까? 예순돌이·일흔돌이도 아이를 돌볼 줄 모르기는 매한가지이되, 이들은 할아버지란 자리에 서면서 ‘처음으로 아기·아이·어린이’를 마주하였고, ‘아기·아이·어린이’ 곁에서 ‘동시·동화·그림책’을 읽어 주었다. 스스로 낳은 아기가 아닌, 딸이나 며느리가 낳은 아기를 비로소 무릎에 앉혀 달래는 동안 ‘할머니랑 며느리한테서 아기를 돌보는 길’을 꾸지람을 들으면서 차근차근 배웠고, 이러면서 부엌일이나 집안일을 천천히 거들었고, 아이랑 집안일하고 사귀면서 스스로 허물벗기라는 길을 시나브로 나아간다. 이와 달리 마흔돌이·쉰돌이는 거의 모두 돈·힘·이름을 붙잡는 데에 온마음을 바친다. 한 살이라도 젊을 적에 더 벌거나 거머쥐려 한다. 그리고 마흔돌이·쉰돌이는 아직도 ‘동시·동화·그림책’을 거의 안 읽는다. ‘동시·동화·그림책’을 안 읽는 스물돌이·서른돌이도 갇히거나 막히거나 갑갑하거나 답답한 틀에 스스로 옭아매면서 바보나 멍청이로 보내는 이들이 많더라. 아기를 낳았거나 어린길잡이(초등교사)란 일을 하기에 ‘동시·동화·그림책’을 읽어야 하지 않는다. 스스로 사람다운 사람으로 서는 ‘참돌이(진정한 남성)’로 서면서 ‘참사랑(진정한 사랑)’을 짓고 나누려는 마음이 있다면, 아기를 안 낳은 사내라 하더라도 ‘동시·동화·그림책’을 읽을 뿐 아니라, 손수 써 볼 노릇이다. “그림책 읽는 어머니”는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를 크게 뒤흔들면서 푸르게 바꾸어 놓는 밑힘이었다. “그림책 읽는 아버지”가 이제라도 태어나거나 깨어나야, 우리나라를 확 까뒤집으면서 ‘전쟁무기·군대·우두머리’ 없이 어깨동무하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열아홉 살인 1994년에도 ‘대학생이지만 인문책 곁에 꼭 어린이책을 놓았’고, 큰아이를 2008년에 낳았지만 이무렵에는 ‘동시·동화·그림책’을 읽은 지 열 몇 해가 되었기에, 집안일을 기쁘게 맡고, 하루 내내 아이랑 어우러지면서 살림을 돌보았다. 언제나 아이들이 어버이를 일깨우고 가르친다. 어린이책을 안 읽고 인문책에만 빠진 마흔돌이·쉰돌이는 대가리가 터진다. 이러니 ‘응큼질(성추행)’을 한다. 이들한테 ‘늦깎이 성교육’을 시키기보다는 어린이책을 읽히면 된다. “그림책 읽는 아버지”로 거듭나면, 바보짓을 훨훨 털어내어 참돌이로 나아가리라 본다.


ㅅㄴㄹ


멍청한 마흔돌이 이야기를

기사로 아무리 내보낸들

이 나라는 안 바뀐다.

그림책 읽는 아저씨 이야기를

기사로 담아낼 적에

비로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신문·방송과 정부는 이 나라를

아름답게 바꿀 마음이 아직도

없다는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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