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배움빛

숲집놀이터 250. 나이



아이를 어떻게 돌보거나 가르쳐야 좋을는지 모르겠다는 이웃님한테 “잘 모르겠으면 아이한테 물어보셔요.” 하고 이야기한다. “아니,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를 아이한테 묻는다고요?” 하고 되물으면 “아이가 바라는 길이며 삶이며 사랑이 무엇인가 하고 아이가 스스럼없이 생각해서 이야기하도록 마음을 열어 보셔요. 그러면 길은 저절로 나와요.” 하고 덧붙인다. ‘전문가·교사·작가’한테 물어보기에 자꾸 길을 헤맨다. 아이하고 사랑으로 살림을 짓고 싶은 어버이라면 바로 아이한테 먼저 물어볼 노릇이다. 그리고 눈을 감고서 나무랑 바람이랑 하늘이랑 별이랑 들꽃이랑 새한테 물어보자. 마음으로 물어보자. ‘돌봄길·배움길’은 책보다 삶에 있다. 책에는 아주 조금만 밝히거나 적을 뿐이다. 나이가 적다고 삶을 못 읽지 않는다. 나이가 많다고 삶을 잘 읽지 않는다. 그저 ‘나이에 따라 다르게 삶을 보고 읽고 알’ 뿐이다. 무엇을 배우고 싶으며, 무엇을 누리고 싶은가를 아이한테 물어봐야 아이도 어버이도 함께 즐겁기 마련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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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배움빛

숲집놀이터 249. 교원자격증



“홈스쿨링을 한다니 잘 가르치시나 봐요?” 하고 묻는 분이 많다. “잘 가르쳐서 집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놀며 스스로 하루를 그리도록 이끌지 않아요.” 하고 먼저 말머리를 연다. 난 ‘가르칠’ 마음이 없고,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찾고 짓고 생각해서 놀도록 판을 깔’ 마음이 있을 뿐이다. “잘 하는 사람은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잘 합니다. 잘 못하는 사람은 교원자격증이 있어도 잘 못합니다. 거꾸로도 똑같습니다. 학교와 교사라는 울타리만 바라본다면 아이를 아이 그대로 마주하면서 사랑을 물려주고, 이 사랑에 아이들 나름대로 새롭게 사랑을 그리는 길을 스스로 가도록 북돋우지는 못할 테지요.” 하고 보탠다. ‘교원자격증’이란 ‘교사라는 이름인 공무원으로 지내면서 교과서를 아이한테 잘 알려주는 사람’을 뜻할 뿐이다. 아이를 잘 가르치려면 아이한테서 잘 배우면 된다.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면 아이는 스스로 배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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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2.25.

숨은책 491


《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

 김상욱 글

 친구

 1990.10.31.



  애써 들어간 열린배움터(대학교)를 어떻게 그만두어야 우리 어버이가 배움삯(등록금) 때문에 진 빚을 천천히 갚아도 될까 하고 헤매면서 책을 더 팠습니다. 어느 책이든 손에 쥐었습니다. 둘레에서 “그런 쓸개빠진 놈들 책은 왜 읽어?” 하고 말리면 “그 쓸개빠진 놈이 일군 열매를 쓸개 안 빠진 사람이 못 일구니 그놈 책을 읽으며 배워야 하지 않나요?” 하고 대꾸했어요. “이 책 훌륭한데 읽어 보겠나?” 하고 둘레에서 건네는 책 가운데 “겉옷은 훌륭한 척 입지만 알맹이는 영 썩었는걸요?” 하고 대꾸할 책이 많았어요. 쓸개는 빠지더라도 글 잘 쓰고 그림 잘 그리면, 저이는 어떤 넋인지 아리송해요. 쓸개는 있더라도 어쩐지 엉성하거나 서툴면, 이이는 어떤 얼인지 알쏭합니다. “최종규 씨라고 다 잘 하나? 아니지? 글도 책도 똑같아.” 하고 귀띔하는 분이 있어 비로소 무릎을 쳤어요. 배울 적에는 누구한테든 고개숙여 배우고서, 기꺼이 기쁘게 익혔으면 어깨를 펴고서 아름답게 펼 노릇이라고 느꼈어요. 《시의 길을 여는 새벽별 하나》를 쓴 분은 응큼질을 저질러 빛이 바랬습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언제부터 노래길을 잊고 새벽별을 잃은 채 응큼질에 마음을 빼앗겼을까요? 글은 좀 못 쓰더라도 쓸개를 찾아야 사람일 텐데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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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2.24.

숨은책 489


《젊은 날》

 백기완 글

 화다출판사

 1982.3.15.



  마흔이나 쉰이란 나이를 지나더라도 스스로 마음이 포근하여 새롭게 삶을 사랑하는 씨앗을 푸르게 우거진 숲처럼 품을 줄 안다면 ‘젊은이’라고 느낍니다. 스물 언저리인 나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마음에 찬바람을 일으켜 꽁꽁 얼릴 뿐 아니라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는 쳇바퀴질로 틀에 갇히는 몸짓이라면 ‘늙은이’라고 느낍니다. 《젊은 날》을 처음 만난 스무 살 언저리에 이 노래책을 참 투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꾸미거나 저렇게 치레하지 않은 “젊은 날”이란 이름을 수수하게 붙인, 더구나 책꼴에 더도 덜도 손대지 않고서 앞쪽은 새하얗게 뒤쪽은 새카맣게 여민 매무새가 퍽 눈여겨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날이란 눈부시게 새햐안 빛줄기이면서, 고요하게 새까만 밤빛일 테지요. 젊은 날이란 흰눈처럼 겨울을 소복히 덮고서 꿈으로 나아가는 길이면서, 여름철 나무그늘처럼 까무잡잡 시원한 터전일 테고요. 1933년에 태어난 꿈둥이는 2021년에 흰머리 할아버지가 되어 숨을 내려놓았습니다. 얼추 아흔 해를 걸어온 길은 늘 “젊은 날”이었을까요. 나이·돈·힘·이름·얼굴 어느 하나로도 금을 긋지 않으면서 어우러지는 손길을 바란 “젊은 꿈”이었을까요. 젊기에 노래하고, 웃고, 손잡고, 얼싸안으면서 꽃씨를 심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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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2021.2.22.

숨은책 487


《혜린이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

 한예찬 글

 민홍소이 그림

 가문비

 2011.2.7.



  2021년 2월에 ‘한예찬 동화책’을 책집이며 책숲(도서관)에서 모조리 걷어낸다는 얘기를 얼핏 듣고서 《혜린이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을 장만해서 읽었습니다. 2011년에 처음 나오고 ‘2018년 동해시 올해책 후보’로 올랐다더군요. ‘영어·수학 학원 탓에 힘든’ 아이가 ‘무용 학원에서 연예인 꿈을 키우며 즐겁다’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이이가 쓴 다른 동화책을 주섬주섬 살피니 모든 줄거리가 ‘얼굴·몸매를 예쁘게 가꾸어 사랑받기’로 흐르네 싶습니다. 어린이한테 응큼짓을 한 일이 걸려서 붙잡힌 이이는 ‘어린이가 스스로 즐겁게 뛰놀며 삶을 노래하는 꿈’이 아닌 ‘겉몸을 이쁘장하게 꾸며서 돈·이름을 얻고 잘생긴 짝꿍을 사귀는 길’을 어린이책이란 이름을 붙여서 선보였는데, 이이 한 사람만 이렇게 어린이책을 쓰지는 않습니다. 응큼짓이 걸린 이이 책은 책집이며 책숲에서 빼내더라도 ‘어린이한테 삶을 즐겁고 슬기로우며 아름답게 꿈꾸도록 북돋우는 길하고 동떨어진’ 책은 책집이며 책숲에 아직 수두룩합니다. 그런데 어른이 보는 연속극·영화부터 순 이런 줄거리 아닌지요? 어른 스스로 참꿈·참사랑·참삶이 없이 돈·이름·겉모습에 눈이 멀다면 이런 책은 앞으로 자꾸 나오고, 응큼짓은 안 사라질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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