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25. 2013.12.18.

 


  자전거를 타고 우체국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된바람이 드세다. 아이들 옷깃을 여미려고 자전거를 세운다. 큰아이는 깡총깡총 뛰더니 억새 한 포기 꺾어 달란다. 억새 한 포기 꺾어 건넨다. 아주 좋아라 하며 다시 콩콩 뛴다. 앞으로 달리고 뒤로 걷는다. 즐겁구나. 억새 한 포기가 너한테 웃음을 듬뿍 베푸는구나. 네 웃음을 먹고 아버지도 기운을 내어 이 된바람을 신나게 누리며 자전거 발판을 굴러야겠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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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9. 찬바람도 다 좋아 (2013.12.10.)

 


  자전거를 달리면 찬바람도 다 좋아. 겨울에는 찬바람 먹는 맛으로 자전거를 달리지. 여름에는 더운볕에 시원스레 부는 들바람과 바닷바람을 먹으면서 자전거를 달리고. 입을 더 크게 벌리고 겨울바람 실컷 먹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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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12-14 07:56   좋아요 0 | URL
요즘의 도시 아이들과는 달리 넉넉한 마음과 풍요로운 자연, 거기에 일상에서 접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과 고려까지. 정말 잘 자라나는 아이들이 되는 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3-12-14 09:02   좋아요 0 | URL
아이들 스스로 고운 빛 되어 잘 자라리라 생각해요~

2013-12-14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12-14 09:02   좋아요 0 | URL
네, 그렇군요.
여러모로 고마워요.
즐거이 기쁘게 예쁜 빛으로 날아올 네지요~ ^^
 

자전거순이 8. 아버지 얼른 와 (2013.12.10.)

 


  수레와 샛자전거를 붙인 자전거를 대문 앞으로 내놓는다. 이제 대문을 닫을 차례. 큰아이가 앞에서 자전거를 붙드니 작은아이도 뒤에서 수레를 붙잡는다. 밑으로 굴러가지 말라며 잡아 주는구나. 고맙네. 오늘은 바람 안 부니 안 잡아도 되는데. 아이들은 자전거를 붙잡고는 “아버지 얼른 와!” 하고 부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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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36. 빈논에 서며 (2013.12.10.)

 


  아이들더러 빈논에 들어가서 달려 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이는 내 마음을 읽었을까. 아이들이 이 시골에서 흙과 풀과 나무와 꽃과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별과 해와 숲과 바다와 무지개와 미리내를 실컷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읽었을까. 굳이 아이들더러 이것 해라 저것 해라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 수 있는 조용하며 예쁜 보금자리 되도록 가꾸면 된다. 아이들은 스스로 시골빛 뽐내는 시골아이로 지낸다. 아이들은 저마다 시골숨 마시는 시골살이 즐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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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0. 빗방울 달린 빨래집게 2013.12.9.

 


  다른 고장에는 눈이 내려도 고흥에서는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는다. 다른 고장에서 눈이 내린다 할 적에 고흥에서는 으레 비가 내린다. 겨울에 차가운 비가 마당을 적시고 평상을 적신다. 마당 한켠 까마중과 후박나무를 적신다. 겨울로 접어든 찬비가 내린 이튿날, 마당 한쪽 어린 살구나무는 마지막 잎사귀를 모두 떨군다. 어린 살구나무 둘레에 후박잎을 잔뜩 덮었기에, 마지막 살구잎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찾을 길이 없다. 틀림없이 살구잎은 후박잎하고 다른데 못 찾겠다. 고개를 돌려 빨랫줄을 바라본다. 빨래줄에 몇 그대로 둔 빨래집게에 겨울빗방울 달린다. 잎 모두 떨군 살구나무도 예쁘고, 찬비를 대롱대롱 매단 빨래집게도 예쁘다. 찬비가 내리니 까치와 까마귀와 직박구리와 딱새와 참새와 박새와 멧비둘기마저 조용하다. 모두들 이 찬비를 그으려고 후박나무나 동백나무 가지에 조용히 깃들었을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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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2-10 20:57   좋아요 0 | URL
간만에 빨래집게를 보는 것 같습니다.^^
빨래집게 사진이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2-10 23:51   좋아요 0 | URL
연출할 수 없는 모습들이
예쁜 사진이 되는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