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29. 2013.12.1. 조롱박 안고

 


  큰아이가 거의 머리통만 한 조롱박을 하나 품에 안는다. 박씨가 조용히 퍼져서 꽃을 피우고 이렇게 열매까지 맺었겠지. 손을 타지 않고 덩그러니 매달린 조롱박을 하나 딴다. 박 안에는 씨앗이 있을 테지. 어떤 씨앗이 어떻게 있을까. 이듬해에도 같은 자리에서 새롭게 박덩굴 오르면서 조롱박이 다시 맺을까. 제법 무거운 박덩이를 두 손으로 감싸고 품에 안는다. 흙이 베푸는 선물을, 햇볕과 바람과 빗물이 일군 고운 선물을, 아이는 기쁘게 맞아들여 활짝 웃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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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28. 2013.12.1. 억새씨앗 날리기

 


  함께 들마실을 하다가 억새를 보고는 한 포기 뽑으려 하는데, 한손에 겉옷을 쥔 터라 잘 안 뽑힌다. 이러다가 억새씨앗만 한 움큼 뜯는다. “오잉?” 하던 큰아이는 한 움큼 쥔 억새씨앗을 손바닥에 펼치고는 후후 불어 본다. 하나씩 날아가지 않고 뭉텅이로 툭 떨어지듯 날아간다. 이내 다시 억새를 훑고 또 날리고 다시 날리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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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27. 2013.12.1. 대잎 물고 유채밭

 


  서재도서관을 둘러싼 대밭을 한 바퀴 빙 도는 동안 작은아이와 큰아이 모두 대잎을 하나씩 따서 입에 물고 걷는다. 대잎이 맛있니? 대잎내음이 향긋하니? 겨울볕과 겨울바람 머금으면서 푸른 기운 싱그러운 유채밭에 들어가 본다. 얘들아, 대잎내음과 함께 유채잎내음도 맡으렴. 손으로 만지고 살갗으로 느끼렴. 이 내음과 빛깔이 우리를 살찌우는 숨결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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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1. 두 아이 자전거놀이 (2014.1.1.)

 


  도시에서는 너른 마당을 누리기 몹시 힘들다. 도시에서는 너른 빈터를 즐기기 매우 어렵다. 도시에서는 작은 아이들이 세발자전거를 느긋하게 몰면서 놀 만한 터가 없다. 도시에서는 작은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웃고 뛰놀 만한 골목이 거의 다 사라진다. 어디에나 자동차가 넘치기 때문이다. 빈터마다 자동차가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아이들이 못 놀도록 가로막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자동차를 타면 아이들은 아무것도 못 한다. 어른들이 자동차를 멀리해야 비로소 아이들이 활짝 웃으면서 홀가분하게 뛰놀며 튼튼하고 씩씩하게 자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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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26. 2013.12.31.

 


  한 해가 저무는 12월 31일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까마중을 훑는다. 두고두고 먹으려는 마음으로 까맣게 익은 열매를 다 훑지 않고 찬찬히 먹었는데, 찬바람과 찬비와 찬눈을 맞은 까마중풀이 시들고부터 까마중알이 흐물흐물하다. 이제는 참말 마지막 까마중 되겠다고 느낀다. 아침밥상에 올리려고 까마중을 훑으니, 마당에서 놀던 두 아이가 달라붙으면서 저희도 함께 따겠다고 한다. 그래, 그러면 너희가 거들어 주렴. 아버지는 부엌으로 가서 밥이랑 국을 마저 살피고 밥상을 차릴게. 두 손에 까마중물 검붉게 들여 보아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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