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5. 봄꽃 함께 살아가는 집 2014.2.20.

 


  우리 집 마당은 시멘트로 덮였다. 예전에 살던 분이 덮은 마당이다. 시멘트를 다 벗기고도 싶지만, 벗긴 시멘트를 버리기도 쉽지 않다. 있는 동안에는 있는 대로 두자 하고 생각하면서, 시멘트를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벗긴다. 벗긴다기보다 빗물이 벗겨 주고, 아이들이 흙장난을 하면서 호미나 꽃삽으로 콕콕 쪼곤 한다. 이래저래 우리 집 시멘트마당에는 빈틈이 많다. 많은 빈틈을 따라 온갖 풀씨가 날려서 돋는다. 새봄을 맞아 봄까지꽃도 무리를 이루어 깨어난다. 작은아이를 부른다. 얘야, 너처럼 작은 꽃이란다. 너는 아직 퍽 자그마한 몸이지만 너보다 훠얼씬 자그마한 꽃이지. 꽃하고 인사하렴. 꽃이 여기에 있으니 밟지 않도록 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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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4. 아이를 기다리는 길 2014.2.9.

 


  마을 한 바퀴를 돌든, 우리 서재도서관을 다녀오든, 아이들은 시골길을 걷는다. 아이들이 걷는 이 길에 걸리적거릴 것은 없다. 때때로 마을 할배 경운기가 지나가지만, 경운기는 아이를 윽박지르지 않는다. 아이들 걸음처럼 느린 경운기가 지나가면 아이들은 물끄러미 바라본다. 오토바이나 자가용이나 짐차는 아이들을 윽박지른다. 이런 자동차는 모두 빵빵거리면서 아이들이 비키도록 내몬다. 차츰 따스한 빛이 감도는 겨울바람을 쐬면서 마을 한 바퀴를 돌면서 작은아이가 잘 따라오기를 기다린다. 네 발걸음에 맞출 수도 있지만, 네가 다리힘을 키우도록 누나랑 아버지는 살짝 앞장서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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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6. 함께 노래하는 자리 (2014.2.13.)

 


  두 아이가 고샅에서 논다. 지난날 고샅은 시골아이 누구한테나 놀이터였다. 이제 시골 고샅은 흙길이 아닌 시멘트길로 바뀌었고, 시멘트로 바뀐 시골 고샅에서 뛰노는 시골아이는 없다. 시골 아재 아지매는 모두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나랏님 말씀을 꼬박꼬박 지켰으니까. 시골에서 태어났대서 꼭 시골사람이 되어야 하지는 않으나, 도시에서 태어났대서 반드시 도시에서만 살아야 할까? 시골에서 태어났어도 도시로 갈 수 있으면, 도시에서 태어났어도 시골로 와서 흙을 만지며 살아가도록 가르쳐야 올바르지 않겠는가. 도시로 떠나고 싶은 아이들한테는 장학금이니 융자금이니 지원금이니 철철 넘친다. 시골에서 뿌리내리며 살고 싶은 아이들한테는 ‘못난이’라느니 ‘바보’라느니 하는 손가락질이 찰찰 넘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에서 시골아이답게 뛰놀고 노래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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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순이 6. 나도 양말 널겠어 (2014.2.2.)

 


  아버지 곁에서 누나가 빨래널기를 거든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네 살 산들보라가 얼른 마루에서 마당으로 뛰쳐나온다. 그러나 네 살 아이는 빨랫대까지 손이 잘 안 닿는다. 까치발을 해야 겨우 손끝이 닿을락 말락. 다른 옷가지는 널지 못하고 양말 몇 켤레를 한 짝씩 들고 나르면서 영차영차 얹는다. 한 켤레를 얹고는 다른 양말을 그 위에 더 얹는다. 얘야, 그렇게 포개어 놓으면 안 마른단다. 그러나, 뭐 네가 처음으로 손이 살짝 닿으며 빨래널기를 거들어 주었구나. 살림돌이가 되고 싶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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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5. 치마저고리 멧길 타기 (2014.1.31.)

 


  숲으로 우거진 뒷멧자락을 사름벼리가 치마저고리를 걸치고 오르려 한다. 치마꼬리가 길기에 자꾸 발에 걸린다. 치맛자락이 짧거나 바지차림이라면 이쯤 되는 비알이란 하나도 안 어렵지만, 한손으로는 치맛자락을 추스르고 한손으로는 나무뿌리를 잡거나 땅바닥을 짚느라 살짝 벅차다. 그렇지만 끝까지 용을 쓰며 오른다. 씩씩한 시골아이이니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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