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37. 마당이 있는 집 2014.2.11.

 


  우리 집에는 마당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마당’이 있기를 꿈꾸었고, 도시에서 살 적에는 옥탑집에서 옥상마당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 도시 한복판 옥탑집 옥상마당에서는 하늘만 바라볼 수 있었다. 하늘을 뺀 모든 곳은 시멘트로 올려세운 크고작은 집만 그득했다. 나무도 들도 숲도 없었다. 시골마을에 보금자리를 얻어 살아가는 요즈음은 언제나 마당뿐 아니라 나무와 들과 숲을 함께 누린다. 고개를 들어 내다보면 하늘과 맞닿는 멧자락이다. 마당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후박나무가 있고, 후박나무 그늘에 놓은 평상을 둘러싸고 아이들이 신나게 논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놀이도 즐길 수 있다. 예부터 어느 집에나 마당이 있었는데, 이제는 마당 있는 집이 매우 드물다. 마당 있는 집을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적다. 사람들은 마당을 잃거나 잊으면서 따순 마음씨를 함께 잃지 않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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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8. 시골스럽게 그림잔치 (2014.2.26.)

 


  시골에서는 시골내음을 맡으면서 논다. 시골에서는 시골빛을 그림으로 담는다. 시골에서는 시골살이를 글로 쓴다. 시골에서 살아가니 저절로 시골사람이 된다. 시골아이는 시골집에서 시골놀이를 누린다. 멀리 나가야 하지 않는다. 자가용을 달려야 하지 않는다. 두 다리를 믿고 씩씩하게 걷는다. 두 다리에 기대어 튼튼하게 달린다. 볕이 한결 잘 드는 곳에서는 벌써 동백나무가 꽃잔치를 이루지만, 우리 집은 꼭 두 송이만 터진다. 천천히 봉오리를 벌리는 동백나무 곁에서 그림놀이를 한다. 그림 하나를 그릴 뿐일 수 있지만, 즐거운 그림잔치이다. 작은 새들이 후박나무 가지에 앉아서 재재거리면서 두 아이를 지켜본다. 까마귀와 까치가 하늘을 휘휘 날면서 두 아이를 바라본다. 나도 아이들 곁에 서서 그림잔치를 함께 누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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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6. 겨울 지나 봄 언저리 2014.2.26.

 


  들이 짙푸를 적에는 온갖 소리로 복닥복닥하다. 들에서 푸른 빛이 사라지고 싯누럴 적에는 바람소리를 빼고는 고요하다. 겨울이 길었을까. 겨울은 짧게 스치듯이 지나갈까. 빈들에 푸릇푸릇 새싹이 돋고, 싯누렇게 시든 풀잎 사이로 파릇파릇 새잎이 자란다. 싯누런 풀잎에 불을 놓아 태울 수 있지만, 따로 태우지 않아도 싯누런 풀잎은 스스로 사라진다. 따스한 볕살이 차츰 길어진다.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로 마을이 옴팡 젖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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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47. 봄아이가 쓰는 글 (2014.2.24.)

 


  볕이 좋고 바람이 좋으니 마당에서 하루 내내 놀 수 있는 아이들은 즐겁다. 이런 좋은 볕과 바람을 누리며 마당에서든, 들에서든, 바닷가에서든, 숲에서든, 아이들은 스스로 놀이를 찾고 공부거리를 느낀다. 시멘트로 차곡차곡 지은 교실에서 하는 공부와 멧새 노랫소리를 듣고 바람이 후박잎 살랑이는 소리를 들으며 하는 공부는 얼마나 다를까. 할매들 호미질 소리를 듣고 봄풀 돋는 소리를 들으며 평상에서 글씨를 익히는 아이한테는 어떤 숨결이 깃들까.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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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모노로그 2014-02-26 13:37   좋아요 0 | URL
어머 날씨가 정말 좋네요 !!
나무 아래서 공부하는 아이의 모습도 너무 이뻐요 ~!!

숲노래 2014-02-26 13:50   좋아요 0 | URL
오늘은 비가 오는 바람에 평상에서 놀거나 글놀이를 못 하지만,
이제부터 그야말로 신나는 시골놀이가 펼쳐집니다~ ^^

후애(厚愛) 2014-02-26 20:35   좋아요 0 | URL
고흥은 봄이 아니라 여름인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는 사름벼리양 너무 예쁩니다!!^^

숲노래 2014-02-26 21:11   좋아요 0 | URL
아직 여름은 아니에요.
벼리가 바지를 안 벗었으니까요 ^^

글쓰기 놀이는 하루에 10분 겨우 하고
하루 내내 마냥 놀기만 해요 ^^;
 

꽃아이 32. 2014.2.20. 봄까지꽃하고 놀자

 


  다시 봄이다. 조그마한 꽃이 곳곳에서 고개를 내민다. 숲에서는 숲꽃이 피고 들에서는 들꽃이 필 테지. 논둑과 밭둑에도 봄꽃이 피고, 빈터라든지 시멘트가 쪼개진 틈으로도 봄꽃이 피리라. 우리 집 마당도 봄꽃이 흐드러지기에 좋은 자리이다. 농약도 안 치고 불도 안 지르니 봄꽃은 신나게 고개를 내민다. 아이들 있는 집이라면 어디에서라도 함부로 농약을 칠 수 없으리라. 봄꽃은 봄나물이요, 아이들과 좋은 삶벗이자 놀이동무이다. 언제나 곁에서 아이들을 지켜볼 뿐 아니라, 아이들이 가만히 꺾어 머리에 꽂거나 가락지로 삼으면서 하루를 함께 지내는 사이가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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