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군내버스 001. 버스 기다리기

 


  마을 할매와 할배가 나란히 마을 어귀 버스터에 앉으신다. 시골에서는 남녀가 아직도 따로 떨어져야 하기에, 할매와 할배는 버스터 걸상에서도 살짝 떨어져 앉는다. 정작 버스에 올라타면 두 분이 나란히 앉아야 할 테지만, 언제나 이렇게 떨어져 앉는다. 그런데, 이녁 아이들이 사는 광주나 서울로 먼 마실을 갈 적에 시외버스에서는 함께 앉아도,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로 갈 적에는 서로 딴 자리에 앉는다. 군내버스에서 할매와 할배가 나란히 앉는 모습을 아직 못 보았다. 겨울이 저물고 봄이 천천히 퍼지는 삼월 첫무렵, 이웃 할매와 할배를 마을 어귀 버스터에서 만난다. 2014.3.13.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고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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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며

자가용 없는 삶을 이으니

늘 자전거를 타거나 군내버스를 탑니다.

 

군내버스를 타고 오가는 동안 만나는 이야기를

사진 한 장씩 따로 나누어 갈무리하려고 합니다.

 

고흥에 뿌리를 내린 2011년부터

군내버스 사진을 신나게 찍었어요.

2014년으로 접어든 이즈음

비로소 이 사진들을 차곡차곡 그러모으자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찍은 사진은 틈틈이 띄우고,

새로 찍은 요즈막 사진부터 하나씩 올립니다.

 

도시에서 살았더라면 '시내버스'를 찍었을까 궁금하지만,

아무래도 시내버스는 저한테는 그리 재미있지 않고,

시골길과 들길과 바닷길을 달리는 군내버스가

재미있어서 곧잘 사진으로 담습니다.

 

사진으로 즐겁게 누려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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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14. 하늘빛 자전거 (2014.2.11.)

 


  사름벼리야, 아버지가 왜 너희 둘을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다니는 줄 아니? 집에서 올려다보는 하늘빛이 참 곱지만, 여러 마을을 자전거로 돌면서 올려다보는 하늘빛도 무척 곱기 때문이야. 마을마다 다른 삶빛을 읽고, 다른 삶빛 따라 다른 바람빛을 마시면서 다른 하늘빛을 누리자는 뜻이야. 너른 들에서 저 하늘을 보렴. 온통 파란 하늘에 아리땁게 흩뿌리는 하얀 빛깔이 모여 구름이 된다. 구름을 담고, 하늘을 담으면서, 언제나 고운 숨결로 씩씩하게 자라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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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순이 13. 자전거 사이로 놀이 (2014.2.24.)

 


  작은아이는 자전거 사이로 빠져나가는 놀이를 좋아한다. 작은아이가 이렇게 자전거 사이로 빠져나가면 큰아이도 동생 꽁무니를 좇곤 한다. 이러다가 자전거를 쿵 넘어뜨리기도 한다. 얘들아, 자전거가 넘어질 수도 있지만, 뒷거울이 그만 깨질 수 있어. 부디 자전거 사이로 빠져나가기 놀이는 참아 주라. 자전거가 아야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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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51. 고무신 작은아이 (2014.3.3.)

 


  겨울 지나 따순 봄이 되니, 작은아이는 저한테 가장 좋은 고무신을 꿴다. 고무신은 신기에도 좋고 벗기에도 좋다. 발을 슥 디밀면 잘 맞고 발을 살살 털면 톡 빠진다. 다만, 고무신을 꿰고 돌아다니면 잔돌이나 모래가 쉬 들어간다. 그러면 또 고무신은 쉬 벗어서 살살 털면 된다. 네 누나도 너처럼 오래도록 고무신을 꿰었단다. 그런데 네 누나는 고무신도 잘 꿰었지만 예쁜 꽃신에 꽂혀서 꽃신을 신고 바다에까지 들어가서 놀았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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