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4.14. 사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말 ‘살’을 풀이하려고 살피니, 아직 ‘사람’을 풀이해 놓지 않았다고 깨달아, 열흘에 걸쳐 곰곰이 생각을 가누고, 그동안 갈무리한 이야기를 펼쳐 놓고서 비로소 애벌풀이를 마칩니다. ‘사람’을 모두 열 가지로 풀이해 놓았는데, 첫 풀이는 “사랑으로 살림을 하고 살아가며 숲처럼 푸르고 너르게 생각을 밝혀 서로 돌보면서, 새·풀벌레·개구리·바람·바다한테서 배운 노래를 나누고 말로 담아내어 이야기를 엮어, 슬기롭게 하루를 그리고 오늘 이곳을 새롭게 지어서 누리는 숨결.”처럼 적었습니다.


  우리말 ‘사람’이 왜 ‘사람’인가 하는 말밑풀이를 살며시 얹은 뜻풀이입니다. ‘사람’이라는 낱말에는 ‘사랑·살림·삶·새·생각·사이’를 비롯해 ‘숲·스스로·슬기’ 같은 밑넋이 흐릅니다. 국립국어원 낱말책은 “사람 : 1.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 ≒ 인간”처럼 풀이합니다만, 사람만 생각하거나 말을 쓰지 않아요. 풀꽃나무도 생각하고 말합니다. 사람만 연장을 짓거나 마을을 이루지 않아요. 개미도 벌도 뚝딱뚝딱 마을을 이룹니다. 사람이 사람이라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 찬찬히 생각을 기울이면서 이야기와 빛줄기를 차곡차곡 담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왜 여태 ‘사람’ 뜻풀이를 안 했을까 하고 생각해 보았어요. 가만히 짚으니 여태 ‘뜻풀이를 하려고 밑일을 했’더군요. 사람이란 무엇인지 늘 생각해 보면서 한 줄 두 줄 꾸준히 꾸러미(수첩)에 적었고, 얼추 서른 해 즈음 몇 마디씩 적고 고치고 보태고 추스른 생각을 비로소 한달음에 갈무리한 셈이라고 느낍니다.


  모든 일은 때를 맞이하면 하거나 이뤄요. 일찍 할 까닭이 없고 늦출 일이 없어요. 언제나 모든 때는 스스로 찾아오니, 이때를 맞이하기까지 차근차근 하루를 누리면서 아이들하고 노래하며 아침을 맞고 저녁에 함께 꿈나라로 갈 뿐입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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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4.10. 그림잎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2022년 5월에 포항 〈달팽이책방〉에서 ‘노래꽃잔치(동시 전시회)’를 엽니다. 이 자리에 선보일 노래꽃을 틈틈이 새로 써서 모으다가, 조금 큰 판을 마련해서 아이들한테 그림을 넣어 달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글만 넣은 노래꽃판(동시판)을 생각했는데, 두 아이가 서로 다른 눈빛을 담은 그림을 넣어 주어서, 이 큰 노래꽃판으로 척척 걸려고 합니다.


  큰 노래꽃판은 노래꽃잔치를 마치면 거두어야지요. 작은 노래꽃판은 포항 〈달팽이책방〉으로 마실하는 분한테 하나씩 드릴 생각이에요. 슬슬 다가오는 5월 1일에 맞추어 무엇을 챙기면 즐거울까 하고 살피다가 ‘그림잎’을 새로 꾸리려고 합니다. 그냥 ‘그림엽서’란 말을 쓸까 싶다가도 “아니야, 말을 새롭게 짓자”고 생각했어요. ‘그림쪽글’이나 ‘그림잎글’까지 헤아리다가 문득 ‘그림잎’이라고만 해도 어울리겠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쓰는 한자말 ‘엽서’는 ‘잎 + 글’입니다. 어느 모로 보면 ‘잎글’로 풀어서 써도 어울리고 싱그럽습니다. 잎글에는 글에 그림을 나란히 넣을 만하기에 ‘그림잎글’보다는 ‘그림잎’이 한결 나으리라 느껴요. 2020년에 《책숲마실》을 선보이면서 사름벼리 님 그림을 넣은 그림잎을 처음 꾸몄는데, 2022년에도 사름벼리 님 그림을 넣어 그림잎을 새로 꾸밉니다. 산들보라 님이 새나 풀꽃나무를 그려 주시면 산들보라 님 그림으로도 그림잎을 꾸미려고 손꼽아 기다립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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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4.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4 우리나라 그림책



  1987년에 우리말로 나온 《꼬마 곡예사》를 처음 만나던 1998년 무렵에는 글쓴이나 그린이 이름에 눈이 안 갔어요. 그저 아름다운 그림책이로구나 하고 여겼어요. 2008년에 큰아이를 낳고서 《엠마》를 만나 아이를 무릎에 앉혀 읽힐 무렵 뒤늦게 그린이 이름에 눈이 갔고, 이윽고 ‘바바라 쿠니’ 님 그림책을 샅샅이 챙겨서 읽고 읽혔습니다. 모든 아름다운 그림책은 ‘교훈’을 안 내세우고 ‘교육’하고도 동떨어집니다. 모든 사랑스러운 그림책은 굳이 ‘평등·성평등·평화·전쟁반대’를 안 외칩니다. 그림책으로 담아내는 이야기에 언제나 사랑을 담아내기에, 이 사랑이 모든 아름다운 삶길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는 줄 보여줘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그림책이 많이 나오지만, 아이들한테 읽히고 싶은 그림책은 그다지 못 찾겠어요. 너무 ‘교훈·교육·주제의식·학교생활·사회생활·주의주장·재미’에 갇히고, 서울에서 맴돌아요. 이따금 숲(자연)을 다룰 적에도 ‘서울에서 부릉부릉 타고서 놀러가는 숲’에서 그칩니다. 그저 아이답게 그리고, 늘 아이랑 소꿉놀이하는 마음으로 그리면 시나브로 아름답게 피어날 그림책인데, 아직 멀긴 하지만 사람이 사람으로서 걷는 길을 사랑으로 들려줄 우리나라 그림책이 깨어날 그날을 꿈꿉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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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4.8.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3 깔개



  종이쓰레기터(폐지처리장)로 가는 책은 이미 책이 아닌 ‘종이쓰레기’인 터라 삽차가 퍽퍽 찍고 물을 잔뜩 뿌려 부풀려 놓습니다. 헌책집지기는 이 종이쓰레기터에서 ‘되살릴 책’을 하나하나 쥐고 헤아리면서 먼지를 뒤집어썼습니다. 걸레로 닦고 해바람에 말려 묵은 냄새를 빼내고서야 비로소 책시렁에 꽂아요. 새책을 새책집으로 보내는 ‘물류창고’에서는 책을 책으로 안 여기는 분이 많았습니다. 밟거나 던져요. 이런 모습을 보며 “밟지도 깔고앉지도 던지지도 마십시오. 다쳐서 폐기해야 하면 책임 집니까?” 하고 따졌더니 제가 일하던 펴냄터(출판사) 사장·부장한테 전화해서 “뭐 저런 새끼가 다 있냐? 잘라라!” 하더군요. ‘표절작가·역사인식이 천박한 작가’가 내놓은 책을 두어 판쯤 냄비 깔개로 쓴 적 있으나 영 찝찝해서 어떤 책도 깔개로 안 삼습니다. 철없는 펴냄터나 글바치가 내놓은 책이어도 “모든 책은 책”이니, “깔개로 삼아서 잘못했습니다” 하고 책한테 빌었어요. 2002년 무렵이었는지, 어느 헌책집 아재가 바닥에 털썩 앉으며 얘기했습니다. “난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책에 못 앉아요. 헌책이어도 책이잖아요. 살짝이라도 책에 앉으면 책이 다치고 아파요. 나중에 안 팔려서 다시 버려야 해도 아끼고 싶어요.”


ㅅㄴㄹ


다리가 아프면 흙바닥에 앉으면 된다.

흙바닥에 앉으면서

이 별을 이룬 흙을 헤아리면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날 만하다.


문화재이든 아니든

아무 데나 함부로 앉으면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면

이런 마음이라면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책을 뒷전으로 밀치고

도서정가제도 개악으로 뒤틀려고 하는

모든 못난 짓이

어디부터 비롯했는지

더없이 손쉽게 읽어낼 만하다.


잘못했으면

고개숙이고 빌면 된다.

잘못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개숙이거나 빌 줄 모르면

바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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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01 그림책



  그림으로 엮어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어린이부터 쉽게 알아보거나 느끼도록 엮어요. ‘어른만 누리려고 엮는다’면 어쩐지 그림책하고 동떨어지는구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어린이를 오롯이 헤아리고 바라보고 사랑하면서 짓는 그림책인 터라, “아이어른을 가리지 않고서 삶빛(살아가는 빛)을 그려서 마음에 생각을 심는 길을 이야기로 들려주는 책”이라고 여길 만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그림책을 아예 못 읽었습니다. 싸움판(군대)에 끌려가기 앞서인 스무 살에 열린배움터 책집(대학교 구내서점)에서 곁일(알바)을 하던 어느 날 처음으로 그림책을 만났어요. 곁일삯으로 첫 그림책을 장만했고, 다른 곁일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를 했는데, 새뜸나름터(신문사지국) 조그마한 잠자리에서 눈물로 볼을 적시면서 읽었습니다. 큰아이를 서른 몇 살에 낳았는데, 아이 없이 사는 동안에도 그림책을 가까이했고, 큰아이가 열다섯 살을 넘어섰어도(2022년) 함께 그림책을 누려요. 아이들하고 그림책을 즐기며 살아오면서, “모든 아이는 모든 어른(어버이)한테 사랑을 가르치려고 별빛을 타고서 찾아왔네” 하고도 배웁니다. 넌지시 속삭이는 그림책입니다. 사랑으로 노래하는 그림책입니다. 오늘을 기쁘게 놀자는 그림책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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