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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선거 책읽기

 


  도시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사람은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며 푸나무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밝히지 않는다. 도시에서 더 돈을 잘 벌 수 있는 길을 열고, 도시에서 더 문화와 문명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밝힌다.


  시골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사람도 ‘흙을 살리고 사람을 사랑하며 푸나무를 아끼겠다’는 생각을 밝히지 않는다. 시골에서는 기껏 ‘직불금 올리기’ 한 마디만 나올 뿐, 마땅히 시골사람 삶과 살림과 삶터를 헤아리는 생각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느 국회의원 후보이든 돈을 들여 시설을 짓고 복지를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힌다. 어느 국회의원이든 누구한테서 돈이 어떻게 나오는가를 헤아리지 않는다. 곰곰이 돌아보면, 국회의원 후보로 나온 사람 가운데 흙을 일구며 제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건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회의원이 된 다음 스스로 논밭을 마련해 제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돌보려 하는 사람도 없다.


  집으로 날아온 홍보자료를 읽는다.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공약다운 공약을 적은 곳은 보이지 않는다. 삶다운 삶과 사랑다운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찾을 수 없다. 누구한테 한 표를 주어야 할까. 옆지기가 문득 말한다. ‘찍을 사람 없으면 안 찍으면 되겠네.’


  박근혜라는 사람을 좋아한다면 박근혜라는 사람이 몸담은 정당에 한 표를 주면 되겠지. 집권여당이 날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야당 한 군데를 골라 한 표를 주면 되겠지. 집권여당이나 야당 모두 볼꼴사납다 여기면 진보나 민주노동을 말하는 곳에 한 표를 줄 수 있겠지. 아직 푸른 꿈을 이야기하는 자리까지 나아가지 못하기에 ‘녹색’이라는 일본말에 얽매이기는 하지만, 환경운동을 밝히는 곳에 한 표를 줄 수 있겠지.


  흙을 살리고 사람을 사랑하며 푸나무와 어깨동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즐겁게 한 표를 주고 싶다. 그래, 시골에서 흙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한 표를 줄 만한 사람이나 정당이 보이지 않는다면 ‘투표소에는 가되 누구한테도 아무 표를 안 주는 일’도 내 즐거운 삶을 누리는 내 좋은 민주정치가 되리라 생각한다. (4345.4.1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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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11 00:30   좋아요 0 | URL
마음가는대로 하는게 올바르다고 생각해요... ^^

숲노래 2012-04-11 05:47   좋아요 0 | URL
사람들 스스로 좋은 넋으로 일구는 삶이라면
엉터리가 국회의원으로 뽑히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카스피 2012-04-11 11:57   좋아요 0 | URL
이꼴 저꼴 보기 싫다고 투표안하면 나라가 망합니다요.꼭 투표 해야 겠지요^^
 


 시외버스 시집

 


  두 아이와 함께 순천 나들이. 마실거리·먹을거리·아이들 옷가지 담긴 커다란 가방에 얇고 작으며 가벼운 시집 하나 챙긴다. 둘째 아이는 읍내로 가는 군내버스를 타러 사십 분 남짓 면소재지로 걸어가는 동안 내 품에서 잠든다. 첫째 아이는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에 닿아 순천으로 넘어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나서 내 무릎에서 잠든다. 첫째를 눕혀 재우고 한참 있다가 시집을 꺼내어 들춘다. 싯말 몇 가락 읊는다. 골이 띵해 더 읽지 못하고 가방에 넣는다. 몇 줄이라도 읽었으니 기쁘다 여기자 생각한다. 돌아보면, 어버이 품과 무릎에서 잠드는 아이들이 온통 싯말이요 이야기책이며 사랑덩어리라 할 만하다. 나는 두 아이 어버이가 되어 이 아이들 작고 따스한 품을 날마다 느낀다. 작고 아리따운 얼굴로 짓는 웃음을 언제나 받아먹는다. 작고 튼튼한 몸뚱이로 짓는 꿈을 한결같이 살피며 내 삶을 이룬다.


  나들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는 둘째가 내 무릎에 누워 달게 잔다.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너무 거칠어 책을 꺼낼 엄두를 못 낸다. 1시간 달릴 길을 자그마치 45분 만에 달린다. 멀미도 나지만, 새근새근 자는 아이가 깰까 싶어 이리 흔들 저리 덜컹 하는 시외버스에서 아이를 다독이느라 진땀을 뺀다.


  좋은 하루가 지나간다. 좋은 하루가 새로 열린다. 좋은 하루를 새삼스레 누린다. 고단한 아이들은 아침 느즈막히 더 눕혀 재운다. 새 하루는 좀 늦게 열고 좀 천천히 맞아들이자. (4345.4.8.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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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햇살 책시렁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4.4.

 


  봄햇살이 책시렁으로 스며든다. 겨울에는 골마루 쪽으로는 햇살이 들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아마 봄부터 가을까지는 골마루 쪽으로도 햇살이 드는구나 싶다. 옛 초등학교 건물이기 때문일까. 햇살이 아주 포근하게 스며든다. 옆지기가 보던 책을 골마루에 새로 세운 커다란 책꽂이에 꽂자고 생각하며 하나하나 꽂는데, 곱게 스며드는 저녁햇살을 느낀다. 하루에 한두 시간 바지런히 꽂는다. 한두 시간쯤 책을 꽂노라면,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생각이 들지만, 날마다 조금씩 하노라면 어느새 일을 마무리짓겠지.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천천히 오래도록 할 뿐이다. 100쪽짜리 책이든 300쪽짜리 책이든 날마다 조금씩 읽으며 한 권을 마무리짓는다. 한꺼번에 읽는 책이 아니라 차근차근 읽는 책이요, 차근차근 되새기면서 차근차근 삶을 일구는 밑거름으로 삼는 책이다.


  좋은 봄햇살을 받는 책들마다 좋은 기운이 찬찬히 아로새겨질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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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4-06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우라 아야꼬는 지금의 60~70대 여성들이 젊은 시절 좋아한 작가죠.빙점!
김남주, 프란츠 파농 책도 눈에 들어오네요.

숲노래 2012-04-08 06:25   좋아요 0 | URL
아직 책을 제대로 끌르지도 못했어요.
차근차근 잘 갈무리해야지요~

진주 2012-04-09 00:06   좋아요 0 | URL
괜시리 노이에자이트님 꼬리잡기를 합니다^^

미우라 아야꼬-제가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
('길은 여기에'자서전을 보면서 비로소 일본나라 사람을
일본놈이 아닌 일본인으로 인정하게 된 책이죠ㅋㅋ
애국심 충만하던 여고시절에 그 책을 만났거든요)

노이에자이트 말씀대로라면
저는 너무나 조숙했어요. 60~70대 여성들이라닠ㅋㅋ
조숙해도 너무 조숙했었군요, 제가 ㅎㅎㅎ

카스피 2012-04-1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넘 많으시네요.책장은 직접 다 만드셨는지....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저 책들을 보니 인천에 있었던 된장님 책방은 이제 완전히 문을 닫으셨겠지요?
 


 실뜨기 책읽기

 


  만화책 《도라에몽》을 보면, 먼 앞날에서 살아가는 로봇인 도라에몽이 ‘오늘날’로 찾아와 진구라는 아이를 돕는데, 진구라는 아이는 매우 착하지만 멍청하고 재주가 없다. 도라에몽은 진구도 잘 하는 재주 한 가지는 있으리라 북돋우지만 진구는 늘 주눅이 드는데, 어느 날 문득 실뜨기만큼 누구보다 잘 한다고 깨달아 “나는 실뜨기 장인이다!” 하고 외치며 집에 문패까지 붙이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뜨기 장인’이라니 우습게 여길 사람이 있을는지 모른다. 곰곰이 돌이키면, 나 또한 어릴 적에 ‘이런 일이나 놀이는 나보다 잘 하는 사람 없어!’ 하고 외친 적 있다. 이를테면 ‘빨리 걷기’라든지 ‘빨리 마시기’라든지 ‘글씨 작게 쓰기’ 같은 여러 가지를 낑낑거리면서 한다. 동무 가운데에는 고무줄놀이를 누구보다 잘 하는 아이가 있고, 흙땅에 잔돌을 손가락으로 튕겨 금을 긋는 놀이를 누구보다 잘 하는 아이가 있다. 몇 미터 떨어진 데에서도 조그마한 동그라미에 척 들어가도록 돌을 튕기는 재주는 참 남달랐다고 느낀다. 멀찍이 떨어진 데에서도 작은 구슬을 던져 맞히는 재주도 참 대단하다고 느낀다. 딱지를 재빨리 접고, 또 이 딱지로 동무 딱지를 척척 뒤집는 재주도 참 훌륭하다고 느낀다. 끝도 없이 제기를 찬다든지, 축구공을 멀리 뻥뻥 찬다든지, 테니스공을 높이높이 던져 올린다든지, 종이비행기를 곧게 멀리 날린다든지, 연을 훨훨 날도록 띄운다든지, 윷이나 주사위를 잘 던진다든지, 참 손꼽히는 재주를 선보이는 동무가 많았다. 그러나, 나로서는 이런저런 재주가 좀처럼 가 닿지 못했다. 아, 하나 있던가. 오재미놀이를 할 때에 이쪽저쪽에서도 안 잡히고 끝까지 살아남는 재주 아닌 재주 하나 있었다. 오재미놀이를 하며 “난 오재미 하느님이야!” 하고 외친 일이 생각난다.


  이모저모 생각하고 머리를 짜낸다. 나는 참 어떤 뾰족한 재주가 없는 어린 나날과 푸른 나날을 보냈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하지 못했고, 글을 빼어나게 잘 쓰지 못했으며, 그림을 놀랍게 잘 그리지 못했다. 이럭저럭 하기는 하더라도 그저 그런 높이에서 맴돌았다. 문득 한 가지 떠오른다. 집에서 학교를 걸어서 오가는 아이가 거의 없기에, 이렇게 아침저녁으로 걸을 때마다 발걸음 재게 놀려 빨리 걷도록 용을 쓴다든지, 이 길에 기차길을 밟으면서 얕은 철길에서 비틀거리지 않고 오래도록 안 떨어지며 걷도록 애를 쓴다든지 해 보았다. 철길 동네에서 살던 동무라 해서 부러 철길밟기를 날마다 하지는 않으니, 이런 걷기 하나는 누구보다 잘 해내곤 했다. “난 철길에서 이백 걸음을 걷는다!”라든지 “나는 철길에서 천 걸음을 걷는다!”라든지 “난 철길을 빠르게 달린다!” 하고 외쳤다.


  또 한 가지 떠오른다. 50원 넣고 하던 오락실 오락 가운데 두어 가지는 언제라도 끝판까지 가서 오락실 사장님 비위를 거슬리곤 했다. ‘오락기계 가운데 두어 가지’만큼은 끝판임금 같은 이름을 얻었다. 나는 〈1942〉와 〈마계촌〉 끝판임금이었는데, 단돈 50원으로 두 시간 가까이 오락기계 하나를 붙잡고 뒤에 동무들을 구름같이 모이게 해 구경하도록 하다 보면, 사장님이 200∼300원을 쥐어 주면서 가게 밖으로 내쫓곤 했다. 그래서 내가 잘 하는 오락은 20분쯤 하다가 다른 동무한테 슬쩍 넘겨주며 오락실에서 안 쫓겨나려고 눈치를 보았다.


  아이 어머니가 뜨개하는 실을 조금 잘라 ‘뜨기실’을 마련한다. 첫째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는 먼저 실뜨기를 보여준다. 나도 어린 날 실뜨기 놀이를 했다고 가만히 떠올린다. 그러나 나는 실뜨기 놀이를 몹시 못 했다. 금세 요 모양 조 모양 만드는 동무들이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으며 궁금하기도 했다. 어쩜 저렇게 손가락을 잘 놀릴까. 어쩜 저렇게 여러 모양을 쉬 만들 수 있을까.


  동무 가운데에는 실 아닌 고무줄로 실뜨기, 이른바 고무줄뜨기를 하는 녀석이 있었다. 속옷에 넣는 노란 고무줄 끝을 묶은 다음 손가락에 꿰어 끝없다 싶도록 늘리며 고무줄뜨기를 하는데, 저러다 고무줄이 틱 끊어질까 무섭다고 느껴, 동무녀석이 고무줄뜨기를 하면 슬슬 뒤로 물러나 멀리 떨어져서 구경했다.


  내가 실뜨기를 참 못 했다고 떠올리고 보니, 가위질도 그렇게까지 잘 하지는 못 했다고 떠오른다. 집에서 신문종이로 가위질을 끝없이 해 보고, 이모저모 종이접기나 ‘종이 오려 붙여 무언가 만들기’를 수없이 하는 동안 가위질 솜씨가 이럭저럭 모양새 나쁘지 않을 만큼 되었지만 썩 잘 한다고 할 수 없다. 어느 날 국민학교 미술 시간인데, 동무 가운데 어느 하나 가위질을 놀랍도록 잘 했다. 따로 콤파스로 동그라미를 그리지 않고도 콤파스로 동그라미를 그려 가위질을 하는 아이들보다 훨씬 매끄럽고 반듯하게 동그라미를 오려 내곤 했다.


  능금을 잘 깎는다든지 참외를 잘 깎는 칼솜씨도 늘 부러웠다. 누군가는 ‘많이 깎으’면 으레 는다고 하는데, 나는 많이 해도 안 늘었다. 많이 안 해도 익숙하게 잘 하던 한 가지라면, ‘땅콩 껍질 빨리 까며 속껍질 안 벗겨지게 하기’쯤? 굴러오는 공을 뻥 차는 일도 잘 못하고, 멈춘 공을 높이 차는 일도 잘 못한다. 제기를 스무 차례 넘게 찬 적이 없다. 손발 쓰는 몸놀림이 참 굼뜨거나 힘들었다. 체육을 하며 춤추기를 배울 때에 내 몸짓이 참 웃겼다고들 한다. 내가 보여주는 국민체조 몸놀림은 그야말로 우스개였다고 하는데, 나는 내 모습을 본 적 없으니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다). 나는 체육을 하며 달리기가 가장 좋았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앞을 바라보며 숨을 찬찬히 고르며 오래오래 달리기가 나한테 가장 맞다고 느꼈다. 오래달리기 하나만큼은 학교에서 첫손이나 두손에 들 만큼 야무지게 달렸다. 이 결은 군대로 이어져, 군대에서 1500명 남짓 몇 킬로미터를 한꺼번에 오래달리기를 시킬 때에 내가 2등하고 몇 분 사이를 벌리면서까지 1등으로 들어온 적 있다.


  첫째 아이가 실뜨기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바라본다. 아버지보고도 실뜨기를 해 보라 말한다. 어린 날부터 참 젬병이던 실뜨기인데 나더러 해 보라니, 참 착하고 예쁜 말이다만, 선뜻 내 두 손에 실을 꿰지 않는다. 잘 하건 잘 못 하건 어찌 되든 손가락 사이에 꿰고 함께 놀아 주면 좋을까. 아이가 실뜨기를 배운 지 사흘째인데, 아직 망설인다. 나도 실뜨기를 같이 할까. 골이 살짝 아프지만, 아이랑 함께 놀며 살아갈 아버지인걸.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함께 놀면 될 노릇 아닌가. 기운을 내자. (4345.4.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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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4-06 00:32   좋아요 0 | URL
ㅎㅎ 된장님도 도라에몽을 즐겨 읽으셨나 봐요.저도 이책이 넘 재미있더군요^^

숲노래 2012-04-06 01:48   좋아요 0 | URL
도라에몽은
참 아름다운 만화랍니다..
 


 열여섯 살 푸름이 책읽기

 


  노래꾼이 되고 싶다는 뜻을 당차게 밝히는 열여섯 살 푸름이는 노래솜씨 겨루는 잔치마당에서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를 목청껏 뽐냅니다. 열여섯 살 푸름이는 열다섯이나 열네 살 적에도 어른노래를 마음껏 뽐냈을 테지요. 열세 살이나 열두 살 적에도 어린이노래보다 어른노래를 한껏 즐겼을는지 모릅니다.


  열네 살 푸름이가 즐길 만한 푸른노래는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합니다. 아마 없을 테지요. 열다섯 살 푸름이가 누릴 만한 푸른노래로 무엇이 있나 알쏭달쏭합니다. 아마 어른노래를 불러야 하겠지요. 내가 푸름이였던 스무 해 남짓 앞서, 내가 다니던 중·고등학교에서는 동무들이 ‘어른노래 테이프’를 갖고 다니며 들으면 ‘소지품 검사’를 해서 빼앗았습니다. ‘푸름이가 이런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 했습니다. 이를테면, 이문세라든지 이선희라든지 동물원이라든지 들국화라든지 김수철이라든지 이지연이라든지 김완선이라든지 민해경이라든지 전영록이라든지 서태지라든지 …… 이런저런 대중노래, 곧 어른노래를 중·고등학교 푸름이가 듣거나 부르는 일은 ‘교칙 위반’이면서 푸름이답지 않다고 했습니다.


  내 푸르던 지난날, 푸름이인 우리들이 마음껏 즐길 노래를 가르치거나 들려준 교사나 어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갓 전교조가 생길 무렵, 전교조에서는 중·고등학교 푸름이가 즐길 노래를 지어야 한다며 여러모로 애쓰곤 했는데, 이제 전교조가 합법 노조가 되었으나, 막상 지난날처럼 푸른노래를 지으려 애쓰는 몸짓이나 움직임은 하나도 안 보입니다. 예부터 합법 노조였던 곳 교사나 어른이라고 푸른노래를 지은 적이 없습니다. 돌이키면, 예나 이제나 푸른노래는 이 땅에 없을 뿐 아니라, 어린이노래조차 싱그럽고 아름다이 짓는 삶가락이 없구나 싶어요. 오늘날 어른들은 오늘날 아이들한테 어떤 어린이노래를 들려주는가요. 아이들이 어떤 말로 어떤 넋을 빛내면서 어떤 삶을 일구도록 이끄는 노래를 지어서 들려주는가요.

 

 ......


  잠자리에서 두 아이를 갈마들며 재우느라 목이 살짝 쉴 만큼 어린이노래를 부릅니다. 몇 가락 부른대서 아이들이 잠들지 않습니다. 삼십 분이나 한 시간 즈음 끊이지 않고 고이 부릅니다. 이원수 님이 쓴 동시에 가락을 붙인 어린이노래만 두 아이를 팔베개로 갈마들어 눕히며 조용조용 부릅니다. 어린이노래는 어린이한테 아름답습니다. 어린이한테 아름다운 어린이노래는 푸름이한테도 아름답고, 어른한테도 아름답습니다. 어른한테 아름다운 어른노래 가운데 푸름이한테도 아름다우면서, 어린이한테도 아름다운 노래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4345.4.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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