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5.27. 차치 양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꽤 예전부터 나왔으나 그림꽃님(만화가)이 좀처럼 뒷이야기를 그리지 못한다는 《배가본드》를 이제서야 조금씩 읽습니다. 워낙 둘레에서 많이 읽었다고들 했으나, 칼부림 줄거리만 잔뜩 나오는 책은 도무지 안 보고 싶어 스무 해 넘게 미루었어요.


  이제는 좀 다르게 바라보려 하기에 쥘 수 있습니다. ‘감(소재)’만 ‘칼부림’이되, ‘속(내용)’은 ‘사람이 살림을 하는 삶’일 테니, 이 대목을 들여다보기로 했어요. 더구나 이 그림꽃은 스무 해 넘게 그린 터라 1∼37에 이르는 줄거리를 놓고서 숱한 사람들이 이야기했고, 왜 아직도 매듭을 안 짓는지까지도 아예 책으로까지 나온 판입니다.


  줄거리는 안 궁금하기도 하고 뻔히 알기도 하기에, “왜 무엇을 그렸는가?”를 살피는데, 37걸음에 ‘미야모토 무사시’가 ‘시골 흙지기 할배’를 이녁 삶에서 처음으로 ‘스승’으로 삼는 대목이 나와요. 여태 아무도 스승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미야모토 무사시라 한다지만, 오직 하나 ‘숲’만 스승으로 여기며 살았다는데, 막판에 이르러 “씨앗을 심어 가꾸는 흙할배”가 비로소 스승이 된 얼거리이더군요.


  그림꽃 《배가본드》를 시골과 숲과 삶과 사람과 사랑이라는 뼈대로 바라보는 분도 틀림없이 있을 테지요? 가만가만 보니, 이 그림꽃은 그림결마다 온통 ‘시골과 옛날 숲’이 잔뜩 나옵니다. 번뜩이는 칼부림이 아닌, 사람들이 모두 손으로 지어서 가꾸고 살아가던 지난날 수수한 사람들 차림새에 살림결에 숲빛을 헤아리려고 이 그림꽃을 쥐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 이 대목을 놓고는 아무도 없겠다고 느낍니다.


  숲노래 씨가 짓는 낱말책(사전)은 말이 말답게 태어나 사람이 사람답게 사랑을 하면서 살림을 살림답게 숲빛으로 그리는 결을 누구나 스스로 알아차리고 익혀서 즐겁게 쓰는 길을 밝히는 꾸러미로 삼으려고 합니다. 이런 낱말책이 오히려 어렵다고 여기면 어렵겠지요. 그러나 스스로 배워 스스로 펴는 누구한테나 곁책으로 삼을 적에 비로소 낱말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인천·부천·서울을 넘나든 나흘길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웃님하고 고흥 숲하고 바다를 다녀오자니 온몸이 찌뿌둥하고 무릎이 쑤십니다. 한잠 푹 자고서 《손질말 꾸러미》를 추스르는데, ‘차치’를 손질하자니 ‘양도’가 걸리고, ‘단위’도 새삼스레 손질할 노릇입니다. ‘양도’는 이튿날로 넘겨서 할 생각이고 ‘후발·후발주자’는 마무리하고서 기지개를 켜려고 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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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5.25. 일곱 시간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달날(월요일)에 〈서울책보고〉로 ‘이야기하는 일’을 나왔고, 이튿날인 불날(화요일)에 인천으로 건너가서 〈나비날다〉에서 ‘이야기하는 일’을 이었습니다. 이러고서 물날(수요일)에 부천 〈용서점〉에 깃들어 원미동을 책마을로 돌보려는 손길을 기리려는 마음을 ‘가볍게 이야기하’려 했어요.


  그런데 〈용서점〉 책집지기님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두 시간이 흐르고 세 시간이 흐르며 “우리 이야기를 끊고서 일어설 만한 대목이 안 보이는걸” 하고 느껴, 나무날(목요일)에 고흥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합니다. 이러면서 이야기꽃은 네 시간에 다섯 시간을 넘고, 마침내 일곱 시간을 훌쩍 넘깁니다.


  어릴 적에 말더듬이로 살았습니다. 제 생각을 말로 그리고 싶은데 혀가 꼬이고 소리가 샜어요. 둘레에서는 입을 크게 벌리라는 둥, 혀를 어떻게 이에 대라는 둥, 천천히 말을 하라는 둥 짚어 줍니다만, 뜀틀을 못 넘는 아이한테 “여기를 이렇게 짚고 이렇게 발을 구르면 쉽게 넘는데 넌 왜 못 넘니?” 하고 나무라기만 한다면, 아이는 끝내 뜀틀을 못 넘을 테지요. 곰곰이 생각하자니, 지난날 우리 터전(사회·학교)은 아이들을 느긋이 기다리면서 조용히 지켜보는 어른이 참으로 드물었습니다. 1988년 서울에서 일으킨 놀이마당(올림픽)은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힘차게”를 내세웠어요. 느릿느릿 말하거나 걷는 아이를 놔두지 않고 채찍질을 했습니다. 그때나 이제나 벼슬꾼(정치꾼·공무원)은 ‘경제성장’을 꼭두에 놓습니다.


  ‘자랑할 자람길’이 아니라 ‘포근히 품을 살림길’을 헤아리는 어버이나 어른은 아직 적습니다. 6월 1일에 새로 뽑을 고을일꾼을 놓고서도 누가 더 ‘발전’을 잘 하도록 이끌 만한가 하고 내세우는 쓰레판이라고 느낍니다. 저는 ‘발전’도 ‘진보’도 바랄 마음이 없습니다. 어린이하고 어깨동무하며 함께 노래하고 놀면서 웃는 어른으로 살아가려는 마음입니다. 이런 말더듬이 어린이가 일곱 시간 책수다를 신나게 떠는 어른으로 하루를 보냈다니, 어쩐지 스스로 대견합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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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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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1 허울



  스스로 쓸모있다고 여기니 쓸모있고, 스스로 값었다고 바라보니 값없어요. 스스로 웃으려 하니 웃고, 스스로 울려 하니 울어요. 스스로 꾸미니 겉치레로 나아가고, 스스로 노래하니 별이 됩니다. 스스로 좀 모자라다면 “그래, 난 모자라. 그렇지만 이렇게 모자란 나를 사랑해” 하고 웃으며 춤추니 꽃이 됩니다. 남을 따라할 까닭이 없습니다. 잘 하는 남이 있으면 손뼉을 치며 반깁니다. 스스로 하루를 짓고, 스스로 즐겁게 웃음짓고, 스스로 반가이 아침저녁을 노래하는 사람으로 살아갑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새롭게 지음이(작가)인걸요. 글이나 책뿐 아니라, 삶도 밭도 마음도 이야기도 차곡차곡 짓습니다.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상냥하고 어여쁜 지음이입니다. 보기좋게 꾸미려 든다면 지음이하고 멀어요. 꾸밈이일 테지요. 참빛이며 참삶이며 참글이며 참말하고 동떨어진 ‘꾸밈이’로 지낼 적에는 허울좋은 눈가림입니다. 남처럼 걸어야 하지 않고, 남보다 빨라야 하지 않고, 남만큼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즐거이 수다를 펴면 되고, 즐거이 읽다가 덮으면 돼요. 잘난 지음이(작가)나 말꾼(비평가)처럼 읽을 까닭이 없습니다. 날마다 걷는 길을 스스로 생각을 가꾸어 바라봅니다. 즐거움도 고단함도 모두 우리 삶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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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20 꾼



  ‘꾼(전문가)’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요. 꾼은 한 갈래를 꾸러미로 엮어 살피는 사람이요, 한 갈래를 깊이 보려고 하면서 다른 갈래를 잘 모르거나 놓치거나 안 쳐다봅니다. 집(건축)을 다루는 꾼은 옷(패션)을 다루는 꾼을 모르고, 밥(요리)을 다루는 꾼은 아이(육아)를 다루는 꾼을 모릅니다. 글(작가)을 다루는 꾼은 숲(자연)을 다루는 꾼을 모르고, 벼슬(공무원)을 쥔 꾼은 노래(음악)를 다룬 꾼을 모릅니다. 갈수록 온갖 꾼은 스스로 쥔 한 갈래만 살피거나 생각할 뿐, 곁에 있는 숱한 꾼을 들여다보지 못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살림·집안일이라는 길하고 동떨어집니다. 살림지기란 마음으로 풀꽃나무를 돌아보는 사람하고, 꾼 눈길로 풀꽃나무를 다루는 사람은 사뭇 다릅니다. 모든 풀꽃나무는 틀(학명·설명·이론)에 가둘 수 없습니다. 저마다 다른 모든 사람은 스스로 하루를 짓고 사랑을 속삭이면서 사람다운 빛을 나눕니다. 꾼이 솎아낸 책을 읽기보다는, 살림순이가 즐기는 책을 함께 읽기를 바랍니다. 꾼한테서 글쓰기를 배우기보다는, 살림돌이랑 도란도란 수다를 펴며 즐겁게 글을 쓰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아기를 돌볼 줄 안다면, 누구나 나라지기(대통령)쯤 착하고 아름답게 맡습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하기에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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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 2022.5.17.

책하루, 책과 사귀다 119 민주진보



  몇 해마다 뽑기철(선거시즌)이 돌아오면 이녁 이름 앞에 ‘민주진보’나 ‘보수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를 마주합니다. 이분들을 곰곰이 보며 참말로 ‘민주진보’나 ‘보수’라는 이름이 걸맞나 하고 돌아보면, 모두 거짓말쟁이 같습니다. “사람을 먼저 살핀다”거나 “사람하고 숲은 하나”라고 여기는 이는 좀처럼 찾아볼 길이 없습니다. ‘추근질·응큼질·더럼질(성추행 및 부정부패)’이 없는 이는 왜 뽑기철에 만나기 어려울까요? 뒷돈을 긁어모은 더럼이가 아닌, 차근차근 일하여 살림돈을 건사한 수수한 살림꾼은 왜 뽑기철에 일꾼으로 나서는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할까요? 시골에서 군의원·도의원·군수·국회의원·교육감 같은 자리에 나서려는 이 가운데 참말로 ‘시골집’에서 작게 살며 나무를 돌보고 풀꽃을 사랑하는 사람을 여태 하나도 못 봤습니다. 허울에 사로잡혀 ‘내 쪽이냐 네 쪽이냐’로 쪼개어 싸우는 갈라치기만 봅니다. ‘무슨 당 사람’이 아니라 ‘슬기롭고 착하고 참하며 올바로 일할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면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란 말은 모두 거짓부렁이요, “선거는 눈먼도둑 잔치”일 뿐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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