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11.25. 구체적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지지난달까지 ‘몸’하고 얽힌 우리말 꾸러미를 살펴서 말밑찾기(어원분석)를 끝내려 했으나, 달포가 넘도록 더 손대지 않습니다. 차분히 기다립니다. 이동안 ‘휘다·굽다’ 두 낱말하고 얽힌 말밑찾기에 손을 댔고, 곧 마치겠거니 여겼으나 이 말밑찾기도 한 달을 훌쩍 넘도록 매듭을 미룹니다.


  그래도 오늘은 ‘구체적’이라는 일본말씨를 다듬는 일을 마칩니다. ‘구체적’을 다듬자는 생각은 1994년에 처음 했고, 그때부터 하나씩 그러모은 보기글 31자락으로 추슬렀어요. 스물아홉 해가 걸린 셈이로군요.


  낱말풀이 하나를 놓고 서른 해가 걸릴 때도 있고, 손질말을 살필 적에 이렇게 서른 해가 걸릴 때도 있어요. 늘 그러려니 합니다. 일을 마치고서 문득 “아, 난 언제부터 이 낱말하고 씨름을 했을까?” 하고 돌아보다가 “어, 어느새 이만 한 나날을 살아왔네?” 하고 느낍니다.


  말꽃짓기(사전편찬)는 서두를 수 없으나 미룰 수 없습니다. 늘 기다리고 지켜보고 살펴보다가 불현듯 마음 깊은 곳으로 “이제 되었구나. 끝내자.” 하는 소리가 울리면 드디어 끝내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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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넋/숲노래 책읽기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8 자전거



  어릴 적부터 늘 “자전거는 넘어지면서 배운단다.”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넘어지면 아픈데, 넘어지면서 배우라구?” 하고 물으면 빙그레 웃기만 해요. 이러다가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다 보면 어느새 더는 안 넘어지고서 달릴 텐데, 그때가 되면 안단다.” 하고 덧붙여요. 어느 날 드디어 더는 안 넘어지되 흔들흔들 앞으로 나아가다가 바람이 머리카락을 훅 날리고 눈앞이 환하게 트이면 “아! 이런 뜻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모든 아기는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익혔습니다. 아기처럼 “넘어지고 일어서고 또 넘어지고 또 일어서야” 비로소 삶을 배워요. 쓴맛(실패)을 보면서 어떻게 가다듬거나 고쳐야 하는가 하고 스스로 배우는 얼개입니다. 남이 이끌어 주면 얼핏 쉬워 보이나, 스스로 배울 일이 없어요. 밑바닥부터 뒹군 사람은 쓴맛에 가시맛에 매운맛을 잔뜩 보는 동안 다릿심이 붙고 팔심이 늡니다. 하늘을 나는 새도 처음에는 알에서 깨어나 어미 품에서 받아먹기만 했어요. 새도 둥지를 떠나는 첫 날갯짓이 아주 엉성해요. 부릉이(자동차)를 몰기에 나쁠 일은 없으나, 부릉이를 자주 몰수록 책읽기라는 맛하고 글쓰기라는 맛하고는 자꾸 멀 수밖에 없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책맛이며 글맛이 맑아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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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빛/숲노래 책읽기 2022.11.1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7 에밀 파게



  오늘날은 마을책집(동네책방)이 책길을 새로 열도록 서로 북돋우는 길잡이·쉼터·수다터 구실이라면, 지난날에는 헌책집이 이 몫을 했습니다. 지난날에는 책숲(도서관)뿐 아니라 새책집에서도 입을 다물어야 했고, 글쓴이·그린이를 불러 책수다를 함께하는 자리조차 없었습니다. 이와 달리 헌책집에서는 글쓴이·그린이를 어렵잖이 만날 뿐 아니라, 궁금한 이야기를 묻고 들을 수 있었어요. 책동무나 책어른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즐거운 놀이터요 우물가였고요. 어느 날 책동무 한 분이 “최종규 씨 이 책 아나? 책 좋아하는 양반이라면 진작 알려나?” 하면서 1972년판 《讀書術》을 건네고, “요새는 한자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속에는 한자가 하나도 없어도 책이름을 한자로 적은 예전 책은 거들떠도 안 봐.” 하고 덧붙입니다. 에밀 파게(1847∼1916) 님을 처음 만난 날입니다. 그 뒤 1959년 양문사 옮김판을 만났고, “L'Art de Lire”를 옮긴 영어 “The Art of Reading”를 1959년하고 1972년에 한자말로는 ‘독서술’로 풀었다면 2000년 눈길로는 ‘읽는길·읽음길’이나 ‘읽는눈·읽음눈’으로 새로 여미어야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문 글바치한테 ‘art’는 ‘術(기술)’일 테지만, 우리말로는 ‘길’이나 ‘눈’이거든요.


ㅅㄴㄹ

#LArtdeLire #TheArtofReading #EmileFaguet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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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용서점〉에서 숲노래 수다꽃

2022년 11월 21일


19시∼22시

수다감 : 책묶기, 책을 어떻게 묶어서 나르는가?


‘책읽기’에 앞서 

‘책묶기’나 ‘책쥠새’를 듣거나 배운 적이 있습니까?

책쥠새나 책묶기를 모르면서

책읽기만 한다면

먹물바치에 갇히기 쉽습니다.


1992년부터 온나라 헌책집지기한테서 배운

‘책사랑’ 이야기 가운데 한 꼭지로

‘책묶기’를 어떻게 하는지

차근차근 보여주고 배우는 자리를 꾸립니다.


책은 손으로 읽습니다.

책은 손으로 다룹니다.

우리는 손빛을 밝히는 손님으로 만나고

서로 손길을 나누며 동무로 사귑니다.



우리는 ‘책쥠새’를 말하거나 듣거나 배울 틈바구니가 아예 없이 2010년을 지나고 2020년도 지났습니다. 우리는 오늘에서야 겨우 ‘책읽기’조차 아닌 ‘책쥠새’를 말하고 듣고 배울 노릇입니다.


ㄱ. 아기 손을 쥐듯 책을 쥡니다

ㄴ. 꽃송이를 쥐듯 책을 쥡니다

ㄷ. 눈송이를 쥐듯 책을 쥡니다

ㄹ. 바람을 쥐듯 책을 쥡니다

ㅁ. 빗물을 쥐듯 책을 쥡니다

ㅂ. 별빛을 쥐듯 책을 쥡니다

ㅅ. 서로 사랑이 오가는 눈빛으로 책을 쥡니다

ㅇ. 스스로 배우려는 마음으로 책을 쥡니다


모름지기 책집이나 책숲에 책을 보러 갔다면, 책을 쥘 적에 한 손에 손수건을 대고서 얹습니다. 손수건을 댄 손으로는 책이 쩍 벌어지지 않도록 누름줄이 잡힌 끝자락을 쥐되, 위아래로 보면 가운데짬을 쥡니다. 다른 손으로는 손가락 둘을 써서 종이 끝을 가볍게 스치듯 톡 대면 종이쪽이 벌어지니, 이때에 부드러이 위에서 아래로 긋듯 내리면 아뭇소리 없이 쪽을 넘길 수 있습니다. 여덟 가지 쥠새를 헤아리는 책동무가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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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2.11.10. 행복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날이 갈수록 “행복하셔요?” 하고 묻는 분이 늘어납니다. 숲노래 씨는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셔요?” 하고 되묻습니다. 낱말책을 뒤적이면 “행복(幸福) :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로 풀이합니다. ‘복되다·좋다·만족·기쁨·흐뭇’ 같은 낱말을 섞는 국립국어원이라 할 텐데, 이런 뜻풀이로는 한자말 ‘행복’을 나타내기 어렵고, 사람들도 말결을 어림하기 힘들겠구나 싶습니다.


행복 ― blog.naver.com/hbooklove/221054601840


  두루뭉술한 한자말 ‘행복’을 지난 서른 해 남짓 돌아보며 쉰 가지 즈음으로 풀어낼 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말결을 살몃살몃 살리면 한결 깊거나 넓게 마음을 담아낼 만합니다. ‘꽃’이라는 한 마디로 마음을 그릴 만하고 ‘꽃날·꽃길·꽃바람’처럼 살을 붙여도 어울립니다. ‘잔치’라 하거나 ‘꽃잔치·사랑잔치·아름잔치’라 할 만합니다. ‘따뜻하다·포근하다’라든지 ‘오붓하다·아늑하다’로도 나타낼 만해요.


  크게 본다면 ‘빛’이나 ‘사랑’이라 할 만하고, 수수하게 ‘고맙다’라 할 만하지요. 우리말 ‘빛’이나 ‘사랑’은, 또 ‘꽃’은 무척 깊고 넓습니다. ‘아름답다’도 참으로 깊고 넓어요.


  우리는 때하고 곳을 살펴 우리말을 알맞게 쓰는 길을 스스로 잊으면서 ‘행복’이란 한자말에 기댈는지 모릅니다. 스스로 삶을 찾고 살림을 가꾸고 사랑을 펴면 하루가 그저 하하호호 웃음판이리라 봅니다. “그래서 숲노래 씨한테 ‘행복’이 뭔데요?” 하고 끝까지 따지는 분이 있을 텐데, “아이들 발바닥을 간질이는 하루이면 넉넉하지 않을까요?” 하고 속삭이겠습니다.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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