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2022.10.3.

그림책수다 5 이론



  어린이가 못 알아들을 낱말을 구태여 그림책에 넣으면, 어린이도 못 알아들을 뿐 아니라, 그림책을 읽히려는 어른도 헷갈리고 어렵습니다. 그림책은 ‘이론’이나 ‘논리’로 쓰거나 그리거나 엮을 수 없어요. 그림책을 읽거나 읽힐 적에도 ‘이론·논리’는 그야말로 덧없습니다. 그림책은 그림책으로 바라보고서 누리고 나누면 넉넉하지요. 사진책을 ‘사진이론’으로 읽으려 하거나, 노래꽃(시·동시)을 ‘문학이론’으로 읽으려 하면, 얼마나 갑갑하면서 이야기하고 동떨어질까요? ‘이론·논리’를 바라보거나 따르거나 말하려 할 적에는, 스스로 죽음길로 치닫는다고 느낍니다. 틀이나 울타리를 세우지 말고, 즐겁게 지을 하루를 생각할 노릇입니다. 누가 높이 사거나 좋게 보는 틀이나 울타리가 아닌, 웃고 노래하고 춤추고 수다밭을 이루는 그림책 하나를 나란히 누릴 노릇입니다. 팔릴 만한 글이나 그림을 지어야 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도록 글이나 그림을 엮어야 하지 않아요. 뜻깊도록 새기거나 가르쳐야 하지 않아요. 돈이 될 일이란, 마음을 잊다가 잃는 일이곤 합니다. 뜻(교훈·주제의식)을 찾는 길이란, 마음을 등지다가 버리는 길이곤 합니다. 아이 눈빛하고 어른 눈빛이 만나면서 사랑이 싹트도록 북돋우니 그림책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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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0.3.

그림책수다 4 곁에 있는



  만화책이라서 좋거나 그림책이라서 좋거나 사진책이라서 좋거나 글책이라서 좋은 적은 없습니다. 책이라서 좋지도 않습니다. 시골이라서 좋거나 서울이라서 좋지 않아요. 모든 책은 다 다르게 숨결하고 이야기를 품고, 모든 고을·마을은 다 다르게 살아가는 마음이 만날 뿐입니다. 모든 아름다운 책은 우리가 쉬고 싶을 적에, 눈을 씻고 싶을 적에, 마음을 달래고 싶을 적에, 무엇보다 이 삶에서 사랑이 무언지 다시 생각하고 싶을 적에, 숲이 없는 매캐한 도시 한복판에서 왜 사는가를 되새기고 싶을 적에, 부드러이 말동무로 곁에 있구나 싶어요. 굳이 더 좋아해야 할 책이 아닙니다. 그림책이기에 더 훌륭하거나 아름답지 않습니다. 우리가 저마다 다르게 살림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꽃피우고 나누려는 마음을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면서 함께 담아내기에 비로소 쓰고 그리고 엮고 지어서 읽는 그림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책을 읽건, 스스로 높이거나 낮출 까닭이 없습니다. 어느 일을 하건, 스스로 높이거나 낮출 까닭이 없어요. 곁에 두고 곁에 있고 곁에서 숨쉬는 눈빛하고 숨결을 헤아리면 넉넉하다고 봅니다. 그림책을 즐기기에 만화책도 즐기고 사진책도 즐기고 글책도 즐깁니다. 가만히 어우르며 너그러운 삶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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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찍는 마음 (2022.5.24.)

― 인천 〈모갈1호〉



  책집은 어릴 적부터 다녔지만, 1998년에 이르러서야 책집을 빛꽃(사진)으로 담자고 생각했습니다. 1998년 여름이 저물 즈음 처음으로 제 찰칵이(사진기)를 곁에 두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외대 ‘우리말 연구회’ 동생한테서 빌렸는데, 이 찰칵이는 제가 일하던 신문사지국에 도둑이 드는 바람에 잃었습니다.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를 하며 32만 원 일삯을 받았는데 15만 원을 꼬박꼬박 우체국에 부었습니다. 모둠돈(적금통장)이 있기에 우체국에서 어렵게 돈을 빌려 동생 찰칵이를 새로 사서 돌려주고, 제 몫으로 12만 원짜리 낡은 미놀타 찰칵이를 장만합니다.


  아무리 닦아도 때가 안 벗겨지는 낡은 찰칵이여도 늘 목걸이로 삼았고, 1998년 가을에 “아, 난 날마다 헌책집을 여러 곳 드나드는데, 난 헌책집을 찍으면 되겠구나! 게다가 기자란 놈팡이는 헌책집을 늘 다 쓰러져 가는 얄딱구리한 모습에 엉터리로 찍잖아! 책집은 책집을 다니는 사람이 찍어야지!” 하고 생각했어요.


  아직 어느 누구도 책집(헌책집·마을책집)을 찰칵찰칵 담을 생각을 않던 1998년 즈음, 목에 찰칵이를 걸고 들어가니 모든 책집지기님이 손사래칩니다. “자네, 목에 뭔가?” “사진기예요.” “사진기는 왜?” “책을 읽으면서 책집을 찍으려고요.” “어험어험, 사진을 찍으려면 여기서 나가든가, 책만 보려면 들어오든가, 하나만 해!” 그무렵 모든 책집은 기자란 놈팡이가 엉터리로 찍어서 싣는 빛꽃 탓에 다들 싫어했습니다. 아무리 단골이어도 손에 찰칵이를 쥐면 끔찍히 싫어하는 모습을 보고는 얌전히 등짐에 넣었어요. 그래도 책집 앞모습을 살며시 찍고, 책집지기님이 자리를 비우면 얼른 책시렁을 둘러보며 몇 자락 찍었습니다.


  1998∼2000년 세 해 동안 이렇게 ‘몰래 찍은 빛꽃’을 몽땅 종이로 뽑습니다. 이다음 책집마실을 하며 책값을 셈한 뒤, 책집 셈대에 살며시 놓았습니다. 이러고서 다음에 책집마실을 하면 “여보게, 여기에 우리 책집 사진이 있던데, 누가 찍었는지 아나?”“글쎄요. 사진이 잘못 나왔나요?” “아니, 우리 책집이 이렇게 멋있던가? 책집을 잘 아는 사람이 찍은 듯해서 궁금해서.”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다른 단골이 기웃하다가 “사장님, 그 사진은 이 젊은이가 찍었잖아요.” “어, 그런가? 그런데 왜 스스로 찍었다고 말을 안 해?” “사장님이 사진을 찍으려면 책집에 들어오지 말라 하셨거든요.” “어험어험, 앞으로 자네는 사진을 찍어도 되네.”


  〈모갈1호〉 책시렁 곳곳에 있는 찰칵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스물 몇 해 앞서 겪은 일을 떠올립니다. 읽고 느끼고 새기는 마음에는 언제나 스스로 피어나는 즐거운 숨결이 흐르겠지요. 책을 읽고 장만하는 손길로 찍으면 누구나 빛꽃입니다.


ㅅㄴㄹ


《세칭 구원파란?》(한국평신도복음선교회 엮음, 신아문화사,1981.5.25.)

《21+1 新作抒情詩選輯》(장석주 엮음, 청하, 1987.3.25.)

《파라독스, 아이러니, 그리고 이솝 우화》(편집실 엮음, 시대평론, 1991.12.20.)

《高麗苑 詩文學 叢書 3 오늘은 未來》(박의상, 고려원, 1987.6.7.)

《高麗苑 詩文學 叢書 14 北村 정거장에서》(홍윤숙, 고려원, 1985.9.20.)

《高麗苑 詩文學 叢書 17 우리의 탄식》(이유경, 고려원, 1986.10.1.)

《아무튼, 언니》(원도, 제철소, 2020.7.20.)

《잃어버린 한 조각 + 나를 찾으러》(쉘 실버스타인, 선영사, 2003.1.30.)

《예술의 종언―예술의 미래》(김문환 엮음, 느티나무, 1993.6.2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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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모임이란 (2022.7.18.)

― 부천 〈용서점〉



  1994년은 한 해 내내 전철로 인천하고 서울을 오가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무렵 새벽 서너 시 무렵이면 짐을 꾸리고서 하루 글쓰기를 합니다. 다섯 시 사십 분 즈음 집을 나와 첫 마을버스를 타고서 주안역에 가고, 새벽 여섯 시 십 분 전철을 탑니다. 전철나루에 더 일찍 가고 싶어도 첫 마을버스가 늦습니다. 이때부터 불수레(지옥철)에 시달리다가 아침 여덟 시 이십 분 즈음 외대앞역에서 내려요. 아홉 시부터 이야기(수업)를 들으려면 등골이 휩니다. 거꾸로 저녁 여덟 시 사십오 분 전철까지는 타야 인천집에 밤 열한 시 십오 분 마지막 마을버스를 타고 들어갑니다.


  서울에서 사는 또래나 윗내기는 “야, 넌 왜 이리 집에 일찍 가니?” 하고 묻지만, 저녁 아홉 시가 넘어서 전철을 타면 집에 못 갑니다. 아니, 인천 가는 마지막 전철은 밤 열한 시 즈음까지 있다지만, 저녁 아홉 시를 넘은 뒤에 전철을 타면 인천에서는 마을버스가 끊겨, 주안역부터 밤길을 두 시간 넘게 걸어야 합니다.


  즐겁자고 만나는 모임이라면 어디에서 누가 모이는 어떤 자리를 꾸릴 적에 아름다울까요? 열린배움터(대학교)는 서울사람만 다니지 않습니다. 시골사람은 서울 한켠에 삯칸을 얻더라도 ‘우리 집’이 아닌 ‘한때 머무는 빌린 칸’입니다.


  〈서울책보고〉에서 일을 마치고 〈용서점〉으로 전철을 달립니다. 오늘 〈용서점〉에 모인 이웃님하고 ‘모임’을 놓고서 수다꽃을 피웁니다. ‘모임 = 모이다’인데, ‘모’란 무엇일까요? ‘뫃다’에 ‘모두’가 있습니다. ‘여러모로·모내기’가 있고, ‘모시풀·못’하고 ‘목아지·길목’이 있습니다. ‘모습’에 ‘몰다’가 있지요. 비슷하면서 다른 ‘두레’는 ‘둘·두르다·둥글다·두다’로 잇는 말밑이요, ‘울력’은 ‘우리·울타리·한울(하늘)·울다’로 잇는 말밑이며, ‘품앗이’는 ‘품·풀다·풀·푸르다·푸지다·푸짐’으로 잇는 말밑이에요.


  우리는 늘 쓰는 수수한 말씨가 어떤 뿌리인 줄 어느 만큼 생각할까요? 가장 훌륭한 말이라면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마음을 소리로 옮기니 말인걸요. 우리말에서 ‘말’하고 ‘마음’은 말밑(어원)이 같습니다. ‘마음·말’은 ‘맑다·물’하고도 말밑이 같아요.


  알고 보면 빗물은 바닷물입니다.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숲을 품으면 더없이 아름답고 푸른 빗방울이니, 이 빗방울을 마시고 누린다면 우리는 누구나 푸른별에서 푸른사람으로서 푸른마음을 가꾸리라 생각합니다. 밤이 되니 부천에 비가 쏟아집니다. 빗방울을 맞으면서 “넌 어느 바다에서 우리한테 왔니?” 하고 속삭입니다. 함박비는 밤새 잿빛먼지를 차근차근 쓸어내 줍니다.


ㅅㄴㄹ


《돔 헬더 까마라》(조세 드 브루키르/이해찬 옮김, 한길사, 1979.3.1.)

《집으로 가는 길》(홍은전 외, 오월의봄, 2022.4.20.)

《우리 문학과의 만남》(조동일, 홍성사, 1978.9.30.첫/1981.5.10.3벌)

《동물학대의 사회학》(클리프턴 P.플린/조중헌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8.24.)

《히로시마의 증인들》(존 허시/이부영 옮김, 분도출판사, 1980.8.5.)

《네째 왕의 전설》(에자르트 샤퍼/김윤주 옮김, 분도출판사, 1978.4.1.첫/1979.12.25.2벌)

《한국교회 100년 종합조사연구 보고서》(김용복 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1982.5.28.)

《발해사》(박시형, 이론과실천, 1989.8.10.첫/1991.7.10.2벌)

《맛의 달인 105》(테츠 카리야 글·하나사키 아키라 그림/장수영 옮김, 대원씨아이, 2011.3.15.)

《맛의 달인 110》(테츠 카리야 글·하나사키 아키라 그림/이청 옮김, 대원씨아이, 2014.4.30.)

《빛으로 담은 세상, 사진》(진동선, 웅진씽크빅, 2007.2.1.)

《나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편집부, 나눔문화, 2012.3.8.첫벌/2018.9.1414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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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빛은 저물고 (2022.7.18.)

― 서울 〈서울책보고〉



  함박비가 오는 이른아침에 두 아이가 배웅을 합니다. 시원스레 쏟아지는 여름비를 보면 천조각을 벗어던지고서 비놀이를 누리다가, 자전거를 달려 골짝마실을 하고 싶습니다. 큰고장(도시)에서 산다면 엄두를 못 낼 비놀이·골짝마실일 텐데, 문득 돌아보니 인천에서 나고자란 어릴 적에도 함박비가 오는 날 부러 비를 맞으며 바깥에서 뛰놀았습니다. 옷을 다 적시면 어머니한테 꾸지람을 듣고 구둣주걱으로 엉덩이에 불이 나게 맞았지만, 그래도 비를 맞으며 노는 하루는 싱그러웠어요.


  시외버스가 전북을 지날 즈음에는 빗줄기가 그칩니다. 서울에서 내려 움직일 적에는 그냥 걸어도 돼요. 먼저 〈서울책보고〉에 깃들어 느긋이 책시렁을 돌아봅니다. 16시부터 그림(영상)을 담습니다. 7월에는 부산 헌책집 두 곳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 돌아본 책은 집받이(택배)로 보내고서 부천으로 건너갑니다. 천천히 원미동 골목을 걸어 〈용서점〉에 닿았고, 저녁빛을 밝히는 수다꽃을 폅니다.


  밤이 되어 길손집을 찾아갈 적에 비로소 비가 펑펑 쏟아집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짐을 풀고 하루를 돌아봅니다. 시골집이 아닌 큰고장 한복판에서도 오늘만큼은 우렁찬 밤비노래입니다. 함박비는 모든 자잘한 잿빛소리를 잠재웁니다.


  새하고 풀벌레하고 냇물이 노래하는 파란하늘을 누리지 못 하는 큰고장에서는 어떤 숲마음을 품을 만할까요? 빗방울이랑 바다랑 구름은 늘 한몸인데, 냇물이며 샘물로도 겉몸을 바꾸어 우리 몸에 스니는 물방울인 줄 얼마나 헤아릴 만한가요?


  몸이 아프다면 허물을 벗고서 새빛으로 나아가려는 뜻입니다. 몸이 튼튼하다면 허물벗기를 마쳤기에 즐겁게 삶을 짓는다는 뜻입니다. 몸이 아파 드러누울 적에는 마음에 고요한 숨빛을 새로 품고서 파란하늘 맑은빛을 다시 그린다는 뜻이요, 이제 훌훌 털고 일어설 적에는 처음부터 하나씩 살림길을 새로 걷는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는 얼마나 삶터다운가요? 우두머리나 벼슬꾼을 갈아치운다고 해서 나라가 바뀔 일은 없습니다. 서울을 줄이고, 잿빛집은 그만 짓고, 부릉이도 확 줄이면서, 누구나 스스럼없이 걷거나 뛰거나 달릴 수 있는 골목을 늘릴 노릇이에요. 골목에는 빈터가 있어야겠고, 빈터에는 나무가 우람하게 자랄 노릇이며, 곳곳에 풀밭이 부드러이 있어 누구나 앉거나 드러누워 하늘바라기를 할 수 있으면, 비로소 나라가 아름길로 가리라 봅니다.


  아름길은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보금자리가 모인 마을에서 피어납니다. 우리가 낳은 아이도, 이웃이 낳은 아이도, 서로 어른스레 아끼고 보살필 줄 아는 눈빛일 적에 비로소 하늘땅바다숲을 함께 바라보면서 이 여름을 여름답게 누리겠지요.


ㅅㄴㄹ


《海峰 1호》(이영조 엮음, 인천전문대학학도호국단, 1982.11.20.)

《社會科學 1호》(박순희와 다섯 사람, 성신여자대학교 사회과학대학, 1987.2.20.)

《한국 인물 전기 전집 3 칭기즈칸·나폴레옹·알렉산더·케사르·쟌다르크, 국민서관, 1978.7.20.첫/1979.6.28.중판)

《한국 인물 전기 전집 4 최충·의천·문익점·정몽주, 국민서관, 1976.11.30.첫/1980.9.27.중판)

《論語新解》(김종무 옮김, 민음사, 1989.7.10.)

《하늘숨을 쉬는 아이들》(임길택, 종로서적, 1996.9.10.)

《민주주의를 위해 포기하세요》(반쪽이, 한길사, 1989.3.22.)

《한국어 체언의 음변화 연구》(이상억, 서울대학교출판부, 2007.1.15.첫/2007.7.20.2벌)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땡땡책협동조합 엮음, 땡땡책, 2014.3.11.첫/2.14.3.18.2벌)

《月刊 稅金 1호》(민병호 엮음, 세금사, 1975.10.1.)

《화엄사 관광》

《英語の辭書指道は, ‘ライトハウス英和辭典’を使って》(八幡成人, 硏究社, 1984.10.15.)

《Mind Garden》(문예진, Rose of Sharon Press, 1979.)

《comic N'ZINE 창간준비호》(편집부, 삼양출판사, 1999.)

《Seletions from Emerson》(영어과, 한국외국어대학, ?)

《환상詩畵集 우정》(홍윤기 엮음, 여학생사, 1985.12.15.)

《조선어학회, 청진동 시절 (중)》(최호연, 진명문화사, 1992.10.25.)

《조선어학회, 청진동 시절 (하)》(최호연, 진명문화사, 1992.10.25.)

《꽃구름과 박힌돌》(곽경아·이필녀, 시인의집, 1984.9.1.)

《불하나 밝혀들고, 외로운 영혼을 위한 詩와 散文》(대구가톨릭문우회 엮음, 대건출판사, 1984.12.1.)

《高等學校 新世界史 初訂版》(鈴木成高·兼岩正夫·松田壽男·鈴木俊, 帝國書院, 1972.4.10.첫/1977.1.20.고침판)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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