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함박 (2022.6.30.)

― 서울 〈콕콕콕〉



  인천으로 가려고 고흥서 안산버스나루로 달렸고, 〈딴뚬꽌뚬〉을 들르고서 서울로 전철을 달리는데, 오늘 서울 볼일이 사라집니다.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오류동에 있는 그림책집 〈콕콕콕〉을 가 보려고 합니다. 함박비가 쏟아집니다. 인천에서는 썩 굵지 않은 빗줄기였으나, 전철을 내려 걷자니 후두둑 시원스럽습니다.


  함박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은 혼자입니다. 서울에서 맨몸으로 빗물을 누리는 사람은 없을 만하지요. 서울이기에 오히려 빗물을 맞으면서 몸도 마음도 바다빛을 품으면서 씻을 만한데요. 모든 빗물은 바다에서 옵니다. 맑고 드넓은 바닷방울이 빗방울로 겉모습을 바꾸니, 빗물은 매우 싱그럽습니다.


  그나저나, 책집은 일찍 닫으신 듯합니다. 빗길에 쓴 노래꽃(동시) ‘프리다 칼로’를 문고리에 걸어 놓습니다. 이대로 돌아가려다가, 찰칵 찍어 책집지기님한테 띄웁니다. 디딤칸에 앉아 숨을 돌립니다. 빗물에 젖지 않도록 등짐을 다시 여미고, 길손집으로 일찍 가서 빨래를 하고 누울 생각을 하며 빗길을 걷는데 책집지기님이 기꺼이 다시 나와 주신다고 알립니다. 책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림책집 〈콕콕콕〉은 이 이름처럼 콕콕콕 내리는 빗물처럼 북새판 서울 한켠에서 차분히 다독이는 자리라고 느낍니다. 저마다 나아가는 길을 짚고, 스스로 피어나는 길을 돌아보고, 새롭게 자라나는 길을 생각합니다. 걸상에 앉아 빙그르르 둘러보노라면 문득문득 이 그림책하고 저 그림책이 고개를 내밉니다. 이미 읽은 그림책도, 앞으로 읽을 그림책도, 오늘 만날 그림책도, 나중에 다시 볼 그림책도, 새록새록 헤아립니다.


  마을책집이 있는 줄 몰랐을 적에는 그냥그냥 빽빽하고 매캐하고 복닥거리는 서울 어느 곳입니다. 마을책집에 한 발짝 들어서고서 다리를 쉬고 눈망울을 밝힌 뒤로는 한여름에 눈꽃송이를 그리고 한겨울에 들꽃잔치를 떠올리는 이야기터입니다.


  다시 함박비를 맞으며 걷습니다. 의왕에서 서울마실을 온 이웃님을 만나 두런두런 어울립니다. 밤이 깊을 즈음 길손집에 들어서서 등짐을 내려놓습니다. 다리가 퉁퉁 붓습니다. 등짐살림을 다 꺼내어 바람을 쏘이고서 빨래를 합니다. 이튿날은 맑게 갠 하늘빛을 누리며 걸으리라 어림하며 꿈나라로 갑니다.


  어릴 적부터 숲빛이나 시골빛이나 바다빛을 품고 자라나는 어린이가 그림을 사랑한다면, ‘엘사 베스코브’ 님이나 ‘윌리엄 스타이그’ 님이나 ‘바바라 쿠니’ 님이나 ‘이와사키 치히로’ 님처럼 사랑으로 짙푸른 그림책을 선보일 새내기를 만날 수 있겠지요. 요새는 가뭇없이 사라진 듯한 그림책밭 앞길을 그려 봅니다.


ㅅㄴㄹ


《내가 예쁘다고?》(황인찬 글·이명애 그림, 봄볕, 2022.6.1.)

《우리가 케이크를 먹는 방법》(김효은, 문학동네, 2022.6.8.)

《가슴이 콕콕》(하세가와 슈헤이/김숙 옮김, 북뱅크, 2017.11.15.)

《탑의 노래》(명수정, 글로연, 2022.2.11.)

《심장 소리》(정진호, 위즈덤하우스, 2022.3.15.)

《우리말 동시 사전》(숲노래·사름벼리·최종규, 스토리닷, 2019.1.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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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꽃 피다 (2022.7.19.)

― 연천 〈오늘과 내일〉



  엊저녁은 부천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서 하루를 묵었습니다. 오늘은 벼르던 연천마실을 합니다. 길그림으로 보면 양주나 포천보다 북녘으로 더 들어가는 길인데, 막상 전철을 타고 가다가 내려서 다른 전철로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 다시 갈아타고서 버스까지 갈아타고서 〈오늘과 내일〉이 깃든 마을로 가고 보니,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리는군요. 부릉이로 슥 달리면 이만큼 안 들 테지만, 이 전철 저 전철에 버스로 갈아타고, 또 기다리는 틈을 살피니 만만찮구나 싶습니다.


  그러나 여러 전철을 갈아타면서 여러 전철을 구경하고 여러 마을을 돌아볼 뿐더러, 서거나 걸상에 앉아 하루쓰기에 글쓰기에 노래쓰기를 합니다. 길에서 한참 보내는 만큼 책을 석 자락 읽습니다. 부릉이를 몬다면 훨씬 빨리 책집에 닿을 테지만 책을 못 읽을 테고 글을 못 쓸 테지요.


  연천 시골버스는 38선을 가로지르고, 싸움터(군대) 옆 ‘다방·이발소’를 스칩니다. 오래된 이곳을 드나드는 싸울아비(군인)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날 ‘싸움터 옆 가게’는 ‘노닥집(유흥업소)’이었습니다. 이제 오랜 ‘다방’이며 마을가게 앞에는 꽃그릇이 줄지어 해바라기를 합니다.


  연천이나 철원·양구·고성은 남녘으로서는 가장 북쪽이요, 북녘으로서는 가장 남쪽인, 이 땅으로 놓고 본다면 한복판인 터전입니다. 둘로 갈린 나라가 맞닿는(접경지대) 곳에 깃든 책집을 찾아가는 길에 흰도라지꽃·무궁화·나리꽃·애기똥풀꽃처럼 한여름꽃을 만납니다.


  흔히들 여름에 무슨 꽃이냐고 하지만, 나락꽃도 팔월에 이르러야 피고, 늦여름에는 까마중꽃에 부추꽃이 한창인걸요. 다 다른 철마다 다 다르게 꽃이 피고, 다 다르게 흐르는 바람은 다 다르게 속삭이는 노래로 골골샅샅 스밉니다.


  전남 고흥부터 경기 연천까지는 멀다면 멀 테지만, 거꾸로 연천서 고흥이라는 길도 멀 테지요. 그러나 동글동글 돌아가는 푸른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마주한다면 늘 마음으로 만날 테니 썩 먼발치는 아니라고 느껴요.


  총으로 노려보며 가시울타리를 세운다고 해서 마음이 막히지 않습니다. 눈빛을 틔우지 않기에 스스로 갇힙니다. 손을 뻗으면 닿는 자리라서 ‘곁’이나 ‘옆’이 아니에요. 마음이 흐르면서 포근히 어루만질 수 있는 눈망울로 서로 바라보는 자리이기에 곁이나 옆입니다. 여름에 어떤 여름꽃을 곁에 두나요? 가을에 어떤 가을빛을 나란히 놓나요? 마음에 어떤 책을 품으려는 사랑인가요? 허울을 걷어내고 겉치레를 씻어내어 오롯이 마음을 밝히는 넋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되살리기의 예술》(다이애나 애실/이은선 옮김, 아를, 2021.7.8.)

《동네에서 만난 새》(이치니치 잇슈/전선영 옮김, 가지, 2022.2.1.)

《도시를 바꾸는 새》(티모시 비틀리/김숲 옮김, 원더박스, 2022.1.5.)

《곁말, 내 곁에서 꽃으로 피는 우리말》(숲노래·최종규, 스토리닷, 2022.6.18.)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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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집지기 자리 (2022.8.24.)

― 순천 〈책방 심다〉



  서울·부천·인천을 돌며 편 이야기꽃을 마치고서 고흥으로 돌아가는 날입니다. 이제 쉼철(휴가시즌)은 거의 끝이라지만, 서울서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빽빽합니다. 어찌할까 하다가 영등포로 전철을 타고 가서 기차로 순천으로 달립니다. 느릿느릿 기차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눈을 붙입니다.


  한낮에 순천에 닿습니다. 오랜 길손집이 늘어선 골목을 걸으며 〈책방 심다〉로 갑니다. 오랜 길손집은 바깥담에 번쩍이는 불빛을 달지 않습니다. 길가에 꽃그릇을 놓거나 들꽃이나 넝쿨이 자라도록 담을 내어줍니다.


  골목마을은 골목집이 서로 햇볕을 나누어요. 몇몇 집만 해를 차지하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자그마한 빈터에 꽃씨를 심거나 나무를 가꾸지요. 이와 달리 높다랗게 솟는 잿빛터(아파트단지)는 서로 해를 나누지 않아요. 따로 쉼터를 꾸미면서 꽃뜰을 가꾸기는 하되, 마을사람이 손수 꽃뜰지기 노릇을 하지는 않습니다.


  마을에 깃든 책집은 마을 빈터에 들꽃이 자라도록 북돋우고 들빛을 나누려는 골목집하고 닮습니다. 더 높거나 이름난 책보다는, 마을살림을 헤아리는 책을 조촐히 건사하지요. 마을마다 옹기종기 꽃뜰이 있으면 나긋나긋 싱그러이 풀빛을 나눕니다. 마을마다 마을책집이 있으면 느긋느긋 즐거이 책빛을 나눌 테지요.


  나라에서는 고을마다 배움터(학교)를 세워서 우리가 배울 이야기를 차근차근 폅니다. 아이들은 배움터를 다니거나 스스로 책을 찾아 읽거나 어른 곁에서 함께 살림을 돌보면서 삶을 돌아보고 익혀요. 빌려서 읽는 책을 건사하는 책숲(도서관)은 여러 갈래 책으로 길잡이 노릇입니다. 사들여서 읽을 책을 펼치는 책집은 스스로 눈길을 밝혀서 오늘을 새롭게 헤아리도록 북돋우는 길동무 구실입니다.


  책숲만으로는 책밭을 넓게 가꾸지 못 해요. 새로 나오는 책뿐 아니라, 오랜 아름책을 알아보고 알리는 책일꾼은 바로 책집지기예요. 책숲지기(도서관 사서)는 마을사람이 책을 넓고 깊이 읽고 생각하도록 돕는 몫이라면, 책집지기(책방 운영자)는 마을사람이 스스로 사랑을 가꾸는 길에 동무이면서 길잡이 노릇을 합니다.


  오늘 〈책방 심다〉에는 최원형 님이 마실을 왔습니다. 순천 언저리로 이야기마실(강연여행)을 오신 듯합니다. ‘생태·환경’ 이야기를 글이며 말로 꾸준히 펴시는데, 앞으로는 ‘숲·시골’ 이야기를 펴면 한결 나으리라 생각해요. 낱말이 다르면 삶도 눈길도 이야기도 달라요. ‘생태·환경’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에 머물면 ‘서울에서 보는 눈’에서 맴돕니다. ‘숲·시골’이란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을 쓸 적에는 비로소 ‘시골 어린이 눈’으로 온누리하고 별누리를 바라볼 수 있어요.


ㅅㄴㄹ


《주업은 농사 부업은 의사》(손세호, 심다, 2021.8.15.)

《14마리의 빨래하기》(이와무라 카즈오/박지석 옮김, 진선아이, 2022.7.26.)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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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노래 (2022.8.22.)

― 부천 〈용서점〉



어젯밤 고흥은 퍽 선선했습니다. 고흥 보금자리숲에서 지낼 적에는 깡똥바지차림입니다. 웃통을 벗어요. 시골집에서 살며 해바람을 듬뿍 머금으려는 뜻입니다. 열일곱 살 무렵 만난 동무는 햇살이 아무리 따가워도 이맛살을 안 찡그렸습니다. “넌 눈이 안 부시니?” 하고 물으면 “음, 눈부시다는 생각을 안 해. 해가 고맙지 않니? 고마운 해가 내리쬐는데 어떻게 이맛살을 찡그리니?” 하고 대꾸했어요.


동무한테서 ‘해를 바라보는 눈길’을 배우기 앞서까지는 한여름에 그늘자리로 걸었다면, 이날부터는 굳이 그늘길을 안 찾아요. 외려 해가 잘 비추는 길을 걷습니다. “땡볕인데 안 더워요?” 하고 묻는 이웃이 있으면 어릴 적 동무를 새록새록 떠올리면서 “이 아름다운 햇볕을 온몸으로 머금으려고요.” 하고 이야기합니다.


부천 〈용서점〉으로 “숲노래 수다꽃” 석걸음을 펴는 저녁입니다. 오늘은 ‘글·그림·그릇’을 놓고서 수다꽃입니다. 먼저 이 세 낱말이 어떤 말밑(어원)인가를 짚고 뜻풀이를 새롭게 합니다. 글은, 말을 담아낸 무늬이고, 그림은 마음을 담아낸 모습이고, 그릇은 살림을 담는 길입니다. 셋 모두 ‘담다’라는 대목에서 만나는데, ‘담으’려면 마음에 새길을 ‘그려’야 합니다. 스스로 그리려는 마음이 서기에 생각이 깨어나고, 이 생각을 다스려 그림으로 빚거나 그릇으로 빚거나 글로 빚어요. 수수하고 쉬운 우리말에 얽힌 수수께끼를 모르는 채 그림이나 글이나 그릇을 바라볼 적에는 ‘말에 깃든 삶’을 스스로 놓치게 마련이에요.


글에도 그림에도 그릇에도 “삶을 담는 마음”이 흘러요. 글을 꾸미거나 그림을 꾸미거나 그릇을 꾸미면 어떤 굴레나 틀로 치달을까요? 껍데기나 허울만 남겠지요. 글도 그림도 그릇도 꾸밀 까닭이 없어요. “삶을 마주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으면(옮기면) 됩”니다.


삶을 그릇으로 담고, 삶을 그림으로 담으며, 삶을 글로 담아요. 그릇을 비롯한 살림살이는 잘 빚어야 하지 않아요. 쓰고 싶은 삶길을 헤아려 빚으면 즐겁고 아름답습니다. 그림을 잘 그려서 자랑해야 하나요? 글을 잘 써서 책으로 널리 팔아야 하나요? 아닙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짓는 삶을 글로도 그림으로도 그릇으로도 웃음꽃하고 눈물꽃을 버무려서 담으면 다 아름답습니다.


밤 열 시가 넘어 깃드는 길손집은 칙폭길(전철길) 바로 옆입니다. 2007∼2010년에 인천 배다리로 돌아가서 큰아이를 낳을 무렵이 떠오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칙폭칙폭 끝없이 옆으로 지나가며 하늘집(옥탑집)이 덜덜 떨렸거든요. 그런데 이 칙폭노래 사이로 풀노래가 흐릅니다. 귀뚜라미도 여치도 방울벌레도 풀무치도 있군요.


ㅅㄴㄹ


《현의 노래》(김훈, 생각의나무, 2004.2.10.첫/2006.1.10.19벌)

《깨어나소서 주여》(김남조, 종로서적, 1988.9.30.)

《국어 지필평가의 새 방향》(이형빈, 나라말, 2008.12.30.첫/2010.5.31.2벌)

《밤꽃 피는 유월에》(김정환 엮음, 지양사, 1085.12.20.)

《모든 사람은 혼자다》(시몬느 보봐르/박정자 옮김, 행림출판사, 1980.)

《增補 師林堂의 生涯와 藝術》(이은상, 성문각, 1962.9.9.첫/1966.8.1.보탬/1970.8.8.보탬 3벌)

- “보물 제165호 오죽헌 기념” 글씨

《박막례시피》(박막례·김유라, 창비, 2020.9.14.첫/2020.9.15.2벌)

《서점 숲의 아카리 1∼12》(이소야 유키/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2010.2.25.∼2013.10.2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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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게 (2022.8.23.)

― 인천 〈아벨서점〉



  떠오르는 생각을 곧장 글로 옮기는 버릇은, 한글을 처음 익힌 여덟 살부터 들였습니다. 글을 모를 적에는 말만 했고, 글을 처음 익힌 뒤부터는 “내 마음을 담아내는 소리인 말을 고스란히 글로 남기는 기쁜 소꿉놀이”를 했습니다.


  제가 옮기는 글이 훌륭하거나 대단하다고 여긴 적은 아예 없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그저 제 삶이자 살림이고 사랑이자 숲이에요. 저는 이오덕 님이나 권정생 님처럼 글을 쓸 수 없습니다. 최명희 님이나 고정희 님처럼 글을 못 써요. 글쓰기를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을 1994년 2월 무렵에 처음 하면서 ‘함께살기’라는 글이름을 지었어요. 두 아이랑 곁님을 사랑하는 살림을 글로 새롭게 꽃피우자고 생각한 2013년 가을께부터 ‘숲노래’라는 글이름을 지었고요.


  글을 쓸 적에 늘 두 가지를 생각합니다. 첫째, 숲노래 씨는 숲노래 씨가 아는 만큼만 씁니다. 숲노래 씨가 모르는 대목은 안 씁니다. 숲노래 씨한테 ‘아는 만큼’이란 ‘사는(살아가는) 만큼’이고 ‘살림하는 만큼’이자 ‘사랑하는 만큼’인데,‘여태까지 숲을 품은 만큼’이라고도 하겠어요. 둘째, 숲노래 씨는 ‘아는 만큼’ 쓰기 때문에 ‘모르는 길을 모조리 새롭고 고맙게 배우자’고 여겨요.


  모두한테서 배웁니다. 어른한테서도 아이한테서도 배웁니다. 사람한테서도 풀벌레한테서도 풀꽃나무한테서도 해바람비한테서도 들숲바다한테서도 별빛한테서도 배우고, 스스로 배우기도 합니다.


  모르기에 배워요. 모르기에 읽지요. 지난날 세종 임금은 ‘소릿값(발음기호·화닉스)’인 ‘훈민정음’을 엮어서 “중국말을 조선팔도 사투리가 아닌 서울 임금님 말씨대로 읽는 틀”을 단단히 세우면서 중국 섬기기를 널리 폈습니다. ‘훈민정음’ 곁에는 ‘훈몽자회’가 있어요. 소릿값인 훈민정음은 ‘암클’이란 손가락질을 받았는데, 순이(여성)는 아름다운 숨결일 뿐, 깎아내릴 수 없는데, 우리 삶터가 참 까마득히 얕았습니다. 주시경 님은 이런 물결을 뒤엎었어요. ‘암클인 훈민정음’을 “우리 삶말을 우리 나름대로 담아서 마음을 가꾸는 빛인 우리글”로 바꾸고 퍼드리고 나누려고 ‘한글’이란 이름을 짓고 우리말길(국어문법)을 세웠어요.


  훈민정음은 ‘한글’이란 이름을 받으며 비로소 깨어났어요. 우리가 생각을 말로 그리고 글씨로 옮기는 첫단추는 주시경 님이 갈고닦아 주었습니다. 8월 23일 저녁 19시에 배다리 〈모갈1호〉에서 ‘우리말 참뜻풀이 이야기’를 펴면서, 저를 일깨운 책숲배움터인 〈아벨서점〉을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하루 8∼10시간을 머물며 책에 파묻혀도 귀엽게 봐준 책집지기님이 있기에, 오늘날 숲노래 씨가 자랐습니다.


ㅅㄴㄹ


《해변의 거리》(사사키 마키/김난주 옮김, 북스토리, 20`13.12.9.)

《臥龍의 帝國 2》(이현세, 팀매니아, 1994.8.25.)

《일본 名詩選》(김희보 엮음, 종로서적, 1985.1.15.첫/1993.6.30.4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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