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특유의


 라면 특유의 맛 → 라면에만 있는 맛 / 라면에 남다른 맛 / 라면이라야 즐기는 맛

 바이올린 특유의 가냘픈 음색 → 바이올린다운 가냘픈 소릿결

 남도 특유의 억센 억양 → 남도에만 있는 억센 말씨 / 남도다운 억센 말결

 지하실 특유의 썰렁한 냉기 → 지하실다운 썰렁하고 찬 기운

 장사꾼 특유의 너스레 → 장사꾼다운 너스레

 특유의 향이 좋다 → 남다른 냄새가 좋다

 한국 특유의 문화 → 한국다운 문화 / 한국에만 있는 문화

 이 마을 특유의 이야기 → 이 마을에만 있는 이야기

 겨자 특유의 맛 → 겨자다운 맛 / 겨자에만 있는 맛

 특유의 아름다운 미소 → 남달리 아름다운 웃음 / 유난히 아름다운 웃음


  ‘특유(特有)’는 “(‘특유의’ 꼴로 쓰여) 일정한 사물만이 특별히 갖추고 있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특별히 갖춘”을 가리키는 셈인데, ‘특별(特別)’은 “보통과 구별되게 다름”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보통(普通)’은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어 평범함”을 가리킨다고 하니,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겹말입니다. ‘특별 → 보통과 다름’이라 하는데, ‘보통 → 특별하지 않음’이라고 하니까 말이지요. 이러한 뜻을 헤아린다면, 한국말로 ‘남다르다’나 ‘유난하다’를 알맞게 쓸 수 있습니다. 때로는 ‘답다(다운)’나 ‘같다’를 넣어서 손볼 만하고, 때로는 ‘빼어나다’나 ‘뛰어나다’를 넣어서 손볼 만합니다. 2016.6.20.달.ㅅㄴㄹ



노년 특유의 풍요로운 정신 세계

→ 나이 든 사람다운 넉넉한 정신 세계

→ 늙은 나이에만 보이는 넉넉한 마음자리

→ 늘그막다운 너그러운 마음밭

→ 늙은 사람한테서 엿보는 너그러운 마음결

《요시야마 노보루/김동섭 옮김-늙음은 하느님의 은총》(성바오로출판사,1991) 130쪽


영국 특유의 하얀 해안선

→ 영국에만 있는 하얀 바닷가

→ 영국에서만 볼 수 있는 하얀 바닷가

→ 영국에서만 보는 하얀 바닷가

→ 영국에 남달리 있는 하얀 바닷가

《요코가와 세쯔코-토토로의 숲을 찾다,이후(2000)> 79쪽


프랑스 인 특유의 검약한 생활

→ 프랑스사람다운 수수한 삶

→ 프랑스사람답게 알뜰한 살림

→ 프랑스사람답게 살뜰한 살림

《시튼/장석봉 옮김-위대한 늑대들》(지호,2004) 128쪽


얀은 그때마다 특유의 능력을 보여주었다

→ 얀은 그때마다 남다른 재주를 보여주었다

→ 얀은 그때마다 빼어난 힘을 보여주었다

→ 얀은 그때마다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었다

《시튼/장석봉 옮김-위대한 늑대들》(지호,2004) 190쪽


와인 특유의 향

→ 와인에 남달리 있는 냄새

→ 포도술다운 남다른 냄새

→ 포도술에만 감도는 냄새

→ 포도술에만 있는 냄새

→ 포도술다운 내음

→ 남다른 포도술 내음

《레너드 위벌리/박중서 옮김-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뜨인돌,2005) 18쪽


마술사 특유의 냉철한 우아함

→ 마술사다운 차분한 아름다움

→ 마술사답게 차분한 아름다움

→ 마술사로서 차분한 아름다움

《R.O.블레크먼/박중서 옮김-성모의 곡예사》(샨티,2006) 140쪽


특유의 비뚤비뚤한 그림체로 묘사해

→ 남달리 비뚤비뚤한 그림결로 나타내

→ 유난히 비뚤비뚤한 그림결로 담아

→ 그처럼 비뚤비뚤한 그림결로 담아

→ 놀랍도록 비뚤비뚤한 그림결로 그려

《R.O.블레크먼/박중서 옮김-성모의 곡예사》(샨티,2006) 140쪽


사람이 살지 않는 집 특유의 황폐하고 쓸쓸한 기운

→ 사람이 살지 않는 집다운 거칠고 쓸쓸한 기운

→ 사람이 살지 않는 집 같은 메마르고 쓸쓸한 기운

《요시모토 바나나/김난주 옮김-아르헨티나 할머니》(민음사,2007) 28쪽


그 특유의 색을 유지하면서 기분 좋게 하는 단맛

→ 그 남다른 빛을 지키면서 즐겁게 하는 단맛

→ 그 유난한 빛깔을 지키면서 즐겁게 하는 단맛

→ 그 풀에만 감도는 빛깔을 지키면서 즐겁게 하는 단맛

《이상권-야생초 밥상》(다산책방,2015) 48쪽


카메라를 움켜쥐고 촬영할 때는 특유의 자세가 나옵니다

→ 사진기를 움켜쥐고 찍을 때는 저마다 다른 몸짓이 나옵니다

→ 사진기를 움켜쥐고 찍을 때는 사람마다 다른 몸짓이 나옵니다

《양해남-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눈빛,2016) 13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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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녹록 碌碌/錄錄


 녹록한 사람들도 → 수수한 사람들도 / 보잘것없는 사람들도

 녹록하지 않은 사람 → 만만하지 않은 사람 / 쉽지 않은 사람

 녹록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다 → 만만하게 지기만 하지는 않다

 녹록하게 보였나 보다 → 만만하게 보였나 보다


  ‘녹록(碌碌/錄錄)하다’는 “1. 평범하고 보잘것없다 2. 만만하고 상대하기 쉽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 뜻처럼 ‘수수하다’나 ‘보잘것없다’나 ‘만만하다’나 ‘쉽다’ 같은 낱말을 알맞게 쓰면 돼요. 2016.6.20.달.ㅅㄴㄹ



결코 녹록치 않은 현실을 바탕으로

→ 그리 만만하지 않은 삶을 바탕으로

→ 썩 쉽지 않은 삶을 바탕으로

《정숙영·조선영-10대와 통하는 옛이야기》(철수와영희,2015) 191쪽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 삶은 그리 쉽지 않다

《김준-섬: 살이》(가지,2016) 56쪽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은 일

→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

→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은 일

《양해남-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눈빛,2016) 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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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230 : 도유(塗油)



도유(塗油) : 1. = 데유 2. 기름을 바름


도유(塗油)의 의식

→ 기름을 바르는 의식

→ 기름 붓기 의식



  영어 anointing을 풀이하는 영어사전은 ‘도유’만 적어 놓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국에서 치르는 의식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도유’라는 한자말을 쓰는구나 싶어요. 그러나 이처럼 ‘도유’라고만 적으면 알아볼 만한 사람이 매우 드무니, 묶음표를 치고 ‘塗油’를 덧달 테지요.


  한국말사전에 올림말로 나오지는 않으나, 예배당에서는 ‘기름붓기’라는 말을 흔히 씁니다. ‘도유’란 바로 ‘기름붓기’를 가리켜요. 기름을 ‘붓는다’고도 할 수 있으나 ‘바른다’고도 할 만하니 ‘기름바르기’처럼 새로운 낱말을 지을 수 있습니다. ‘기름바르기·기름붓기’ 같은 낱말을 쓰면 매우 쉽고 환할 뿐 아니라, 느낌까지 또렷하게 잘 살아납니다. 2016.6.19.해.ㅅㄴㄹ



영국 왕은 먼저 도유(塗油)의 의식을 치르고 대관식 예복을 입는다

→ 영국 임금은 먼저 기름을 바르는 의식을 치르고 대관식 옷을 입는다

→ 영국 임금은 먼저 기름 붓기를 하고 대관식 옷을 입는다

《김동섭-영국에 영어는 없었다》(책미래,2016) 109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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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반사적


 반사적으로 엎드렸다 → 곧바로 엎드렸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 곧장 고개를 돌렸다

 반사적 행동 → 반사 행동 / 맞몸짓

 반사적 본능이다 → 문득 나오는 본능이다


  ‘반사적(反射的)’은 “어떤 자극에 순간적으로 무의식적 반응을 보이는”을 뜻한다고 합니다. ‘순간적(瞬間的)’은 “아주 짧은 동안에 있는”을 뜻한다 하고, ‘무의식적(無意識的)’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을 뜻한다 해요. 그러니까 “바로 그대로”쯤을 가리키는 ‘반사적’이로구나 싶습니다. 이러한 느낌이나 뜻이라면 ‘바로’나 ‘그대로’로 손질할 만하고, ‘저절로’나 ‘대뜸’이나 ‘곧장’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라든지 “아무 생각 없이” 같은 말마디가 어울리는 자리도 있어요.



막내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었다

→ 막내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 막내는 저절로 손을 들었다

→ 막내는 불현듯 손을 들었다

→ 막내는 번쩍 손을 들었다

《한승헌-그날을 기다리는 마음》(범우사,1991) 39쪽


반사적으로 서식지를 오염시키고 살충제를 뿌려대며

→ 저도 모르게 자연을 더럽히고 살충제를 뿌려대며

→ 스스럼없이 자연을 더럽히고 살충제를 뿌려대며

→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을 더럽히고 살충제를 뿌려대며

《조안 엘리자베스 록/조응주 옮김-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민들레,2004) 53쪽


반사적으로 명료한 답이 돌아온다. “행복하려고요.”

→ 바로 뚜렷한 말이 돌아온다. “즐거우려고요.”

→ 곧장 똑똑한 말이 돌아온다. “즐겁게 지내려고요.”

→ 이내 또렷한 말이 돌아온다. “즐겁게 살려고요.”

《강윤중-카메라, 편견을 부탁해》(서해문집,2015) 132쪽


반사적으로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 대뜸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 바로 말해 놓고 아차 싶었다

《요네자와 호노부/김선영 옮김-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엘릭시르,2016) 15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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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감히 敢


 감히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 두려움을 무릅쓰고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감히 임금의 명을 거역했다 → 주제넘게 임금이 시킨 일을 어겼다

 뉘 앞이라고 감히 나서느냐 → 뉘 앞이라고 주제넘게 나서느냐

 어린것이 감히 어른에게 → 어린것이 함부로 어른에게

 어느 존전이라고 감히 → 어느 앞이라고 함부로

 감히 얼굴도 들지 못했다 → 섣불리 얼굴도 들지 못했다

 감히 엄두도 못 낼 일 → 도무지 엄두도 못 낼 일


  ‘감(敢)히’는 “1. 두려움이나 송구함을 무릅쓰고 2. 말이나 행동이 주제넘게 3.  ‘함부로’, ‘만만하게’의 뜻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두려움을 무릅쓰고”나 ‘주제넘게’나 ‘함부로’나 ‘만만하게’ 같은 한국말로 쓰면 됩니다. 아주 쉽지요. 때로는 ‘일부러’나 ‘섣불리’나 ‘선뜻’을 쓸 수 있고, ‘도무지’나 ‘어디’나 ‘아니’ 같은 낱말이 어울리는 자리도 있습니다. 2016.6.19.해.ㅅㄴㄹ



감히 그 이야기를 선택한 것은

→ 주제넘게 그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 어쭙잖게 그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 일부러 그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 애써 그 이야기를 고른 까닭은

《야마오 산세이/이반 옮김-여기에 사는 즐거움》(도솔,2002) 134쪽


감히 재현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함부로 다시 보여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섣불리 다시 드러내 보일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선뜻 다시 말할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 도무지 다시 나타낼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해바라기》(뜨인돌,2005) 159쪽


엄마가 있는데 감히 그럴 수가 있나요

→ 엄마가 있는데 어찌 그럴 수가 있나요

→ 엄마가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 엄마가 있는데 함부로 그럴 수가 있나요

《루네르 욘손/배정희 옮김-꼬마 바이킹 비케 1》(논장,2006) 16쪽


감히 내 앞에서 시답잖게

→ 함부로 내 앞에서 시답잖게

→ 어디 내 앞에서 시답잖게

→ 이것이 내 앞에서 시답잖게

→ 주제넘게 내 앞에서 시답잖게

《오영진-수상한 연립주택》(창비,2008) 161쪽


감히 똥개 주제에

→ 어디서 똥개 주제에

→ 어디 똥개 주제에

→ 아니 똥개 주제에

→ 이런 똥개 주제에

→ 주제넘게 똥개 주제에

《오인태-돌멩이가 따뜻해졌다》(문학동네,2012) 75쪽


감히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서 있다고

→ 함부로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려고 섰다고

→ 어디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한다고

→ 주제넘게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려 한다고

《안미선-여성, 목소리들》(오월의책) 161쪽


애완동물과 가축의 경계를 나는 감히 무너트리고 싶었다

→ 애완동물과 가축 사이 울타리를 나는 당차게 무너트리고 싶었다

→ 귀염짐승과 집짐승 사이를 나는 씩씩하게 무너트리고 싶었다

《우치자와 쥰코/정보희 옮김-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달팽이출판,2015) 14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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