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상관 相關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 → 나와는 얽히지 않는 일 / 나와는 딴판인 일

 상관을 하지 않겠다 → 마음을 쓰지 않겠다 / 끼어들지 않겠다

 밀접히 상관되어 있을 것으로 → 가까이 얽혔을 것으로

 모두에게 상관되는 일 → 모두한테 얽힌 일

 아무나 상관할 수 없는 일 → 아무나 끼어들 수 없는 일


  ‘상관(相關)’은 “1. 서로 관련을 가짐 2. 남의 일에 간섭함 3. 남자와 여자가 육체관계를 맺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관련(關聯/關連)’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계를 맺어 매여 있음”을 가리킨다 하고, ‘관계(關係)’는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을 가리킨다 해요. 그러니까 ‘상관 = 관련 있음 = 관계 맺음 = 관련 있음’인 셈입니다. 뜻풀이가 빙글빙글 돌아요.


  아무튼 한국말로 치자면 ‘얽힌다’고 할 적에 ‘상관·관계·관련’ 같은 한자말을 쓴다고 할 만합니다. 얽히는 일이기에 ‘끼어들기’를 하고, 얽히려 하지 않기에는 ‘다른’ 일이 되거나 ‘딴판’이 되어요. 나하고 얽히지 않는다면 ‘좋다’고 하거나 ‘괜찮다’고 할 수 있으며, ‘되다’라는 낱말도 써 볼 만합니다. 2016.6.25.흙.ㅅㄴㄹ



새발의 피라도 상관없다

→ 새발에서 피라도 좋다

→ 새발에 맺힌 피라도 된다

→ 아주 하찮아도 괜찮다

《아라카와 히로무/서현아 옮김-강철의 연금술사 26》(학산문화사,2010) 143쪽


그거랑은 상관없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 그거랑은 다른 일이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 그거랑은 다르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 그거랑은 딴판이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 그거랑은 얽히지 않지만, 난 대학은 도쿄에서 다닐라 칸다

《스에츠구 유키/서현아 옮김-치하야후루 16》(학산문화사,2012) 17쪽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딴 거

→ 아무래도 좋아. 그딴 거

→ 아무래도 됐어. 그딴 거

→ 아무래도 어때. 그딴 거

→ 아무래도 괜찮아. 그딴 거

《오시미 수조/최윤정 옮김-악의 꽃 11》(학산문화사,2014)  28쪽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 너와 얽히지 않은 일이야

→ 너와 동떨어진 일이야

→ 넌 몰라도 될 일이야

→ 넌 끼어들지 말 일이야

《토우메 케이/이상은 옮김-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학산문화사,2016) 57쪽


이런저런 상관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런저런 곁말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런저런 말을 해 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 이래저래 끼어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양해남-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눈빛,2016) 58쪽


내가 아니어도 상관없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괜찮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된단 거고

→ 내가 아니어도 아무렇지 않단 거고

《우니타 유미/김진희 옮김-푸르게 물드는 눈 2》(애니북스,2016) 10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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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접근 接近


 접근 금지 → 다가오지 마시오

 접근을 막다 → 다가오지 못하게 막다 / 못 오도록 막다

 접근을 시도했다 → 다가가려 했다

 바다에 접근되어 있다 → 바다와 가까이 있다

 진실에 접근하다 → 진실에 가깝다 / 참에 가깝다

 두 사람이 접근한 상태에서 → 두 사람이 다가선 채

 그쪽으로 접근하려고 해 → 그쪽으로 다가서려고 해


  ‘접근(接近)’은 “1. 가까이 다가감 2.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를 가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다가가다’나 ‘가까이하다’로 손볼 만합니다. 때로는 ‘다가서다’나 “가까이 사귀다”라든지 “가까이 닿다”나 “가까이 있다”로 손볼 수 있어요. 2016.6.25.흙.ㅅㄴㄹ



아예 접근을 못 하게끔 압박합니다

→ 아예 다가서지 못 하게끔 내리누릅니다

→ 아예 가까이하지 못 하게끔 억누릅니다

《손석춘-박헌영 트라우마》(철수와영희,2013) 54쪽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접근하면 어떡해

→ 그런 말도 안 되는 까닭으로 다가가면 어떡해

→ 그런 말도 안 되는 까닭으로 가까이하면 어떡해

《모리모토 코즈에코/이지혜 옮김-개코형사 ONE코 11》(대원씨아이,2015) 59쪽


일반 독자들에게 겁을 주면서 글에 접근하는 것 자체를 차단한다

→ 여느 독자들을 두렵게 하면서 글을 못 읽도록 가로막는다

→ 여느 독자들을 윽박지르면서 글을 읽지도 못하도록 막는다

《정수복-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서울을 생각한다》(문학동네,2015) 21쪽


진정성 없이 문제에 접근하기 때문에

→ 참다움 없이 문제에 다가서기 때문에

→ 참답지 않게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 참답지 않게 문제를 다루려 하기 때문에

《하승수-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한티재,2015) 20쪽


이러한 논의를 먼저 진행하면서 쌀시장 개방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순서이다

→ 이러한 얘기를 먼저 하면서 쌀시장 개방 문제에 다가서야 한다

→ 이러한 얘기를 먼저 하면서 쌀시장 개방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윤석원-쌀은 주권이다》(콩나물시루,2016) 79쪽


사진은 누구나 접근하기가 참 쉬운 편입니다

→ 사진은 누구나 가까이하기 참 쉬운 편입니다

→ 사진은 누구나 가까이하기에 참 쉽습니다

→ 사진은 누구나 가까이 즐기기에 참 쉽습니다

→ 사진은 누구나 참 쉽게 즐길 만합니다

→ 사진은 누구나 참 쉽게 사귈 만합니다

《양해남-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눈빛,2016) 8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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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무수 無數


 무수인 것과 같겠지 → 헤아릴 수 없는 것과 같겠지

 별이 무수했다 → 별이 아주 많았다 / 별이 끝없이 많았다

 털이 무수하게 났다 → 털이 잔뜩 났다 / 털이 많이 났다

 고비를 무수히 넘겼다 → 고비를 숱하게 넘겼다


  ‘무수(無數)’는 “헤아릴 수 없음”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뜻을 헤아린다면 ‘수없이’라는 낱말을 쓸 만하고, ‘숱하게’나 ‘가없이’나 ‘끝없이’ 같은 낱말을 쓸 만해요. 때로는 ‘많다’나 “아주 많다”나 “매우 많다”를 쓸 만하고, ‘잔뜩’이나 ‘한가득’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는 ‘무수(撫綏)’가 “어루만져 편하게 함”을 뜻한다며 실리고, ‘무수(舞袖)’가 “1. 춤추는 사람의 옷소매 2. 춤추는 사람”을 뜻한다며 실리는데, 이런 한자말은 쓸 일이 없구나 싶습니다. 2016.6.25.흙.ㅅㄴㄹ



무수한 그리스도 신자 공동체들의 땅속에 묻혀 있는

→ 숱한 그리스도 신자 공동체들 땅속에 묻힌

→ 아주 많은 그리스도 신자 공동체들 땅속에 묻힌

《레오나르도 보프/김수복 옮김-해방신학 입문》(한마당,1987) 26쪽


시인이 무수한 고뇌의 밤을 지새듯

→ 시인이 수없이 괴로운 밤을 지새듯

→ 시인이 숱한 괴로운 밤을 지새듯

→ 시인이 괴로운 밤을 숱하게 지새듯

《한정식-사진, 시간의 아름다운 풍경》(열화당,1999) 119쪽


무수히 엿볼 수 있다

→ 수없이 엿볼 수 있다

→ 숱하게 엿볼 수 있다

→ 가없이 엿볼 수 있다

→ 끝없이 엿볼 수 있다

《김규항-나는 왜 불온한가》(돌베개,2005) 45쪽


무수한 세로 줄기가 뻗어 있고

→ 끝없이 세로 줄기가 뻗었고

→ 세로 줄기가 끝도 없이 뻗었고

→ 세로 줄기가 헤아릴 수 없이 뻗었고

→ 세로 줄기가 아주 많이 뻗었고

《스에요시 아키코/이경옥 옮김-별로 돌아간 소녀》(사계절,2008) 29쪽


무수한 존재의 터전들

→ 숱한 넋이 깃드는 터전들

→ 수없이 많은 넋이 있는 터전들

《디팩 초프라/이현주 옮김-우주 리듬을 타라》(샨티,2013) 82쪽


내가 찍는 대부분의 소재는 주변에 무수히 널려 있는 일상들입니다

→ 내가 찍는 거의 모든 소재는 둘레에 숱하게 널린 여느 삶입니다

→ 나는 둘레에 수없이 널린 여느 살림을 흔히 찍습니다

《양해남-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눈빛,2016) 4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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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형용 形容


 비행기 형용 → 비행기 모습

 그 모친의 형용 → 그 어머니 모습

 형용은 보이지 않다 → 모습은 보이지 않다

 물건을 집는 형용을 하다 → 물건을 집는 모습을 하다 / 물건을 집는 시늉을 하다

 형용 못할 만큼 탐스럽게 → 말도 못할 만큼 소담스레 / 더할 나위 없이 소담스레

 이루 다 형용할 수가 없다 → 이루 다 나타낼 수가 없다

 말로는 형용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 말로는 그리기조차 어려울 만큼

 내 기분을 형용하면 → 내 느낌을 그리자면 / 내 마음을 나타내자면

 형용할 수 없는 향기로운 냄새 → 나타낼 수 없는 향긋한 냄새


  ‘형용(形容)’은 이름씨일 적에는 “1. 사물의 생긴 모양 2. 사람의 생김새나 모습 3. 말이나 글, 몸짓 따위로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을 나타냄”을 뜻한다 하고, 움직씨로 ‘형용하다’ 꼴로 쓸 적에는 “말이나 글, 몸짓 따위로 사물이나 사람의 모양을 나타내다”를 뜻한다 합니다. 그러니 ‘생김새’나 ‘모습’이라는 낱말을 쓰면 되고, ‘나타내다’나 ‘그리다’라는 낱말을 쓰면 돼요. 2016.6.24.쇠.ㅅㄴㄹ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더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뭐라 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 아주 대단한 즐거움으로

→ 말로 나타낼 수 없는 즐거움으로

→ 넘치는 즐거움으로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이정애 옮김-레이온 야이따 형제》(건아사,1987) 23쪽


형용할 수 없는 고초를 겪을지도 모를 일

→ 그릴 수 없는 괴로움을 겪을지도 모를 일

→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를 일

→ 차마 밝힐 수 없는 아픔을 겪을지도 모를 일

《윤주영-동토의 민들레》(호영,1993) 126쪽


이 은은한 풍미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그윽해

→ 이 아슴푸레한 맛매가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그윽해

→ 이 아련한 맛매가 뭐라 그릴 수 없을 만큼 그윽해

→ 이 어렴풋한 맛매가 뭐라 나타낼 수 없을 만큼 그윽해

《신큐 치에/문기업 옮김-와카코와 술 5》(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2016) 6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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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뜻밖의


 뜻밖의 선물 → 뜻밖인 선물

 뜻밖의 행운 → 뜻밖인 행운

 뜻밖의 기회 → 뜻하지 않은 기회 / 뜻밖에 온 기회

 뜻밖의 순간이었다 → 뜻밖인 순간이었다 / 뜻밖인 때였다

 뜻밖의 만남이다 → 뜻밖인 만남이다

 뜻밖의 사고가 나다 → 뜻밖에 사고가 나다


  한자말 ‘의외(意外)’를 쓰지 않고 한국말 ‘뜻밖’을 쓰니 반갑습니다. 그러나 한국말 ‘뜻밖’을 쓰더라도 토씨를 얄궂게 붙이면 아쉽습니다. 선물도 행운도 기회도 ‘뜻밖의’가 아니라 ‘뜻밖인’처럼 ‘-인’을 붙여야 올바릅니다. 흐름을 살펴서 ‘-이면서’나 ‘-이고’나 ‘-이자’ 같은 토씨를 붙일 수 있어요. 2016.6.24.쇠.ㅅㄴㄹ



엄마의 뜻밖의 일면을 알게 됐다

→ 엄마한테서 뜻밖인 모습을 알았다

→ 엄마한테서 뜻밖이다 싶은 모습을 알았다

《오자와 마리/서수진 옮김-PONG PONG 2》(대원씨아이,2009) 30쪽


외톨이 뜸부기를 만난 것은 뜻밖의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난 일은 뜻밖인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난 일은 뜻밖에 거둔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 만나기는 뜻밖에 찾아온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를 뜻밖에 만나서 행운이었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나 뜻밖이며 기뻤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나 뜻밖이었고 기뻤다

→ 외톨이 뜸부기를 만나 뜻밖이면서 즐거웠다

《송명규-후투티를 기다리며》(따님,2010) 45쪽


뜻밖의 대답이었지만

→ 뜻밖인 대답이었지만

→ 뜻밖이라 할 대답이었지만

→ 뜻밖이던 대답이었지만

《최형미-음악 혁명가 한형석》(상수리,2015) 57쪽


친구들을 보면서 뜻밖의 놀라움을 느꼈다

→ 동무들을 보면서 뜻밖에 놀라움을 느꼈다

→ 동무들을 보면서 뜻밖으로 놀라움을 느꼈다

《리 호이나키/부희령 옮김-아미쿠스 모르티스》(삶창,2016) 153쪽


뜻밖의 풍경을 마주칠지

→ 뜻밖인 풍경을 마주칠지

→ 뜻밖이라 할 모습을 마주칠지

→ 뜻밖이 될 모습을 마주칠지

《슬구-우물밖 여고생》(푸른향기,2016) 203쪽


어머님은 이러한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 어머님은 뜻밖에 이러한 말씀을 하셨다

→ 어머님은 뜻밖에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어머님은 이렇게 뜻밖인 말씀을 하셨다

《김구/이주영 엮음-김구 말꽃모음》(단비,2016) 7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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