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자 者


 낯선 자 → 낯선 이 / 낯선 사람

 맞설 자가 없다 → 맞설 사람이 없다 / 맞설 이가 없다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 → 죽은 이와 산 이

 저자 → 저이 / 저놈 / 저치 / 저 사람


  ‘자(者)’는 “‘놈’ 또는 ‘사람’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사람을 좀 낮잡아 이르거나 일상적으로 이를 때 쓴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느 사람을 가리킨다면 ‘사람’이라 하면 되고, 여느 사람을 낮잡으려고 한다면 ‘놈’이라 하면 돼요. 사내를 낮춘다면 ‘놈’만 써도 되고 가시내를 낮춘다면 ‘년’만 써도 되는데 ‘놈년’처럼 낮추어 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내나 가시내를 가리지 않고 누군가를 두루 낮출 적에는 ‘치’라는 낱말을 쓸 수 있어요. 다시 말해서 ‘이이·저이·그이’처럼 여느 자리에 쓰거나 ‘이놈·저놈·그놈’이나 ‘이치·저치·그치’처럼 낮추어 쓰면 됩니다. 2016.6.26.해.ㅅㄴㄹ



우리 일 년 생활비를 그자들은 한 끼에 다 먹어 버린단 말야

→ 우리 한 해 살림돈을 그놈들은 한 끼에 다 먹어 버린단 말야

→ 우리 한 해 살림돈을 그이들은 한 끼에 다 먹어 버린단 말야

→ 우리 한 해 살림돈을 그치들은 한 끼에 다 먹어 버린단 말야

《주요섭-미완성》(을유문화사,1962) 203쪽


알아차린 자는 하나도 없었다

→ 알아차린 이는 하나도 없었다

→ 알아차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로맹 롤랑/박성룡 옮김-밀레》(신구문화사,1977) 15쪽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 막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앤드류 포터/노시내 옮김-진정성이라는 거짓말》(마티,2016) 151쪽


오늘 그 똥을 누고 있는 자들은 누굴까

→ 오늘 그 똥을 누는 이들은 누굴까

→ 오늘 그 똥을 누는 놈들은 누굴까

→ 오늘 그 똥을 누는 놈년은 누굴까

→ 오늘 그 똥을 누는 사람은 누굴까

《한희철-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꽃자리,2016) 30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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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칠하다 漆


 도화지에 크레용을 칠하다 → 그림종이에 크레용을 입히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다 →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다

 빨랫감에 비누를 칠하고 → 빨랫감에 비누를 묻히고

 붉은색으로 칠하다 → 붉은빛으로 발랐다 / 붉은빛으로 입혔다

 노란 물을 칠하였다 → 노란 물을 입혔다 / 노란 물을 발랐다


  ‘칠(漆)하다’는 “1. = 옻칠하다 2. 면이 있는 사물에 기름이나 액체, 물감 따위를 바르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옷칠(-漆)하다’는 “가구나 나무 그릇 따위에 윤을 내기 위하여 옻을 바르다”를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한국말로는 ‘바르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때로는 ‘입히다’라 하면 되고, 때로는 ‘묻히다’라 하면 됩니다. ‘풀칠’이나 ‘페인트칠’ 같은 자리에서는 ‘풀질’이나 ‘페인트질’로 손볼 만합니다. ‘먹칠’도 ‘먹질’로 손보면 돼요. 2016.6.26.해.ㅅㄴㄹ



몸에 색깔들을 칠하기 시작했고

→ 몸에 빛깔을 입혔고

→ 몸에 빛깔을 넣었고

→ 몸에 빛깔을 바야흐로 발랐고

《마르코스/박정훈 옮김-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다빈치,2001) 29쪽


꽁지에도 색깔들을 칠해 놓았지

→ 꽁지에도 빛깔을 입혀 놓았지

→ 꽁지에도 빛깔을 발라 놓았지

《마르코스/박정훈 옮김-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다빈치,2001) 29쪽


새로 페인트칠한

→ 새로 페인트를 바른

→ 새로 페인트를 입힌

→ 새로 페인트질을 한

《이문숙-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창비,2009) 100쪽


부모의 얼굴에 먹칠을 하거나

→ 부모 얼굴에 먹을 바르거나

→ 부모 얼굴에 먹질을 하거나

→ 어버이 얼굴을 먹으로 더럽히거나

→ 어버이 얼굴을 더럽히거나

《댄 뉴하스/안진희 옮김-부모의 자존감, 부모에게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치유서》(양철북,2013) 74쪽


입에 풀칠을 해야 하는 시절

→ 입에 풀을 발라야 하는 때

→ 입에 풀질을 해야 하는 때

《한희철-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꽃자리,2016) 27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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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6-06-26 09:34   좋아요 0 | URL
`칠`자가 한자라는 거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늘 새롭습니다ㅠㅠㅠㅠ

숲노래 2016-06-26 11:22   좋아요 0 | URL
한자라고 안 쓸 까닭이 없지만
한자라고 쓸 까닭도 없어요 ^^

이 낱말을 쓰려면 즐겁게 쓰되,
아주 오랫동안 쓰던
수많은 낱말이 있다는 대목을
함께 읽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
 


 알량한 말 바로잡기

 감당 堪當


 내 힘으론 감당을 못하겠다 → 내 힘으론 해내지 못하겠다

 일이 커져서 감당이 안 된다 → 일이 커져서 어떻게도 안 된다

 슬픔을 감당 못 하고 → 슬픔을 견디지 못 하고

 입원비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 → 입원비를 댈 힘이 없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다 → 혼자서 짊어지기에는 너무 많다

 웬만한 각오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 웬만한 다짐으로는 해내기가 어려운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감당하기 어려워 → 빤히 쳐다보는 눈길을 이기기 어려워


  ‘감당(堪當)’은 “1. 일 따위를 맡아서 능히 해냄 2. 능히 견디어 냄”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말로는 ‘해내다’나 ‘견디다’를 가리키는 셈입니다. 어떤 일을 해내거나 견딜 수 있다면, 어떤 일을 ‘짊어지’거나 ‘이길’ 수 있습니다. 또는 ‘대다’나 ‘짊다’나 ‘지다’ 같은 낱말을 써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는 ‘감당(甘棠)’을 “= 팥배나무”라면서 싣고, ‘감당(勘當)’을 “심문하고 조사함”이라면서 실으며, ‘감당(監幢)’을 “신라 때에, 육부 소감전에서 각 사지(舍知) 다음가는 벼슬”이라면서 싣습니다. 그런데 이런 여러 가지 ‘감당’을 쓸 일이 있을까요? 2016.6.26.해.ㅅㄴㄹ



가뜩이나 힘이 넘치는 도모를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

→ 가뜩이나 힘이 넘치는 도모를 이기기가 힘들어졌다

→ 가뜩이나 힘이 넘치는 도모를 달래기가 힘들어졌다

→ 가뜩이나 힘이 넘치는 도모를 짊어지기가 힘들어졌다

《고쿠분 히로코/손성애 옮김-산촌 유학》(이후,2008) 24쪽


더 이상 살 가망이 없는 아버지를 줄곧 혼자 감당해 왔을 것이다

→ 더 살 길이 없는 아버지를 줄곧 혼자 돌봐 왔을 것이다

→ 더는 살 길이 없는 아버지를 줄곧 혼자 보살펴 왔으리라

→ 더는 살 길이 없는 아버지를 줄곧 혼자 떠안아 왔으리라

《요시다 아키미/조은하 옮김-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애니북스,2009) 64쪽


빗물이 … 하천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넘쳐

→ 빗물이 … 냇물이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흘러넘쳐

→ 빗물이 … 냇물이 어찌할 수 없을 만큼 흘러넘쳐

《한무영-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그물코,2009) 33쪽


길게 펼쳐진 내일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 길게 펼쳐진 내일을 짊어지기엔 턱없이 모자란

→ 길게 펼쳐진 내일을 이기기엔 턱없이 모자란

《박용현-정당한 위반》(철수와영희,2011) 326쪽


감당하기 힘든 고난이 찾아왔을 때

→ 이기기 힘든 괴로움이 찾아왔을 때

→ 견디기 힘든 고비가 찾아왔을 때

→ 짊어지기 힘든 가시밭길이 찾아왔을 때

《한희철-늙은 개가 짖으면 내다봐야 한다》(꽃자리,2016) 19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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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술 記述


 기술 내용 → 적은 내용 / 적은 줄거리

 역사 기술 방법 → 역사를 적는 방법 / 역사를 적는 길

 적합한 기술을 할 수 있어야 → 알맞게 적을 수 있어야

 담담하게 기술했다 → 차분하게 적었다

 그를 배반자라고 기술하고 있다 → 그를 배반자라고 적는다


  ‘기술(記述)’은 “대상이나 과정의 내용과 특징을 있는 그대로 열거하거나 기록하여 서술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열거(列擧)’는 “여러 가지 예나 사실을 낱낱이 죽 늘어놓음”을 가리키고, ‘기록(記錄)’은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을 가리키며, ‘서술(敍述)’은 “사건이나 생각 따위를 차례대로 말하거나 적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술 = 늘어놓음 + 적음 + 적음’인 셈입니다. ‘기술·기록·서술’ 모두 ‘적는’ 일을 가리키니, 한국말로 ‘적다’로 손보면 되고, ‘쓰다’나 ‘적바림하다’나 ‘옮기다’나 ‘들려주다’나 ‘그리다’나 ‘밝히다’를 여러모로 알맞게 넣어 볼 수 있습니다. 2016.6.25.해.ㅅㄴㄹ



이런 식의 역사 기술은

→ 이렇게 적은 역사는

→ 이렇게 그린 역사는

→ 이렇게 쓴 역사는

→ 이렇게 들려주는 역사는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22쪽


순종적 애정을 갖고 자세히 기술합니다

→ 고분고분 사랑을 쏟아 낱낱이 적습니다

→ 고분고분한 사랑으로 꼼꼼히 씁니다

→ 얌전한 사랑으로 찬찬히 밝힙니다

《테리 이글턴/이미애 옮김-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책읽는수요일,2016) 167쪽


펠릭스 클라인이 처음 기술한

→ 펠릭스 클라인이 처음 쓴

→ 펠릭스 클라인이 처음 밝힌

→ 펠릭스 클라인이 처음 들려준

《라파엘 로젠/김성훈 옮김-세상을 움직이는 수학 개념 100》(반니,2016) 2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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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401 : 해안가



해안가

→ 바닷가


해안가(海岸-) = 바닷가

해안(海岸) : 바다와 육지가 맞닿은 부분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해안가’를 “= 바닷가”로 풀이하는데, 비슷한 한자말 ‘해변가’도 “= 바닷가”로 풀이합니다. 한자말 ‘해안’이나 ‘해변’은 모두 한국말로 ‘바닷가’를 가리켜요. 그러니 ‘해안’이나 ‘해변’이라는 낱말에 ‘-가’를 붙인다면 ‘바닷가가’ 꼴이 되지요. ‘해안’이나 ‘해변’ 같은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쓸 노릇이지만, 한국말 ‘바닷가’가 있다는 대목을 똑똑히 알아야지 싶습니다. 2016.6.25.흙.ㅅㄴㄹ



해안가에 바닷물이 고이는 움푹 파인 곳을

→ 바닷가에 바닷물이 고이는 움푹 파인 곳을

→ 바다 가장자리에 바닷물이 고이는 움푹 파인 곳을

《김준-어떤 소금을 먹을까?》(웃는돌고래,2014) 48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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