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곤혹 困惑


 예기치 못한 질문에 곤혹을 느끼다 → 생각지 못한 물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다

 엇갈린 마음으로 곤혹했다 → 엇갈린 마음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입장이 곤혹스러웠다 → 내가 선 자리가 힘들었다

 곤혹스러운 일 → 어려운 일 / 어찌할 바 모를 일


  ‘곤혹(困惑)’은 “곤란한 일을 당하여 어찌할 바를 모름”을 뜻한다고 합니다. ‘곤란(困難)’은 “사정이 몹시 딱하고 어려움”을 뜻한다고 해요. 그러니 “딱한 일을 겪어 어찌할 바를 모름”이나 “어려운 일을 겪어 어찌할 바를 모름”을 가리킨다고 할 테지요. ‘곤혹’이라는 한자말이 깃든 자리를 살피면 “어찌할 바를 모르다”로 손볼 만한 자리가 있고, ‘어렵다’나 ‘힘들다’나 ‘괴롭다’ 같은 낱말로 손볼 만한 자리가 있습니다. 2016.7.1.쇠.ㅅㄴㄹ



마사미가 정말로 쓰고 싶었던 것은 ‘나는 곤혹스럽다’는 거였다

→ 마사미가 참말로 쓰고 싶던 말은 ‘나는 어찌할 바 모르겠다’였다

→ 마사미가 참말로 쓰고 싶던 소리는 ‘나는 너무 힘들다’였다

→ 마사미가 참말로 쓰고 싶던 얘기는 ‘나는 너무 괴롭다’였다

《사기사와 메구무/김석희 옮김-그대는 이 나라를 사랑하는가》(자유포럼,1999) 136쪽


난 아주 곤혹스러워요

→ 난 아주 어쩔 줄 몰라요

→ 난 아주 어지러워요

→ 난 아주 힘들어요

《니시 케이코/최윤정 옮김-언니의 결혼 1》(시리얼,2012) 118쪽


가깝게 지내는 사진가로부터 곤혹스러운 질문을 받았습니다

→ 가깝게 지내는 사진가한테서 어려운 질문을 받았습니다

→ 가깝게 지내는 사진가한테서 까다로운 질문을 받았습니다

→ 가깝게 지내는 사진가한테서 대꾸하기 힘든 말을 들었습니다

《양해남-나도 잘 찍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눈빛,2016) 43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근성 根性


 승부 근성 → 이기려는 마음

 아부 근성 → 알랑대는 버릇

 거지 근성처럼 느껴졌다 → 거지처럼 느껴졌다


  ‘근성(根性)’은 “1. 태어날 때부터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성질 2. 뿌리가 깊게 박힌 성질”을 가리킨다고 하며, 한국말사전에는 “≒ 성근”처럼 비슷한말을 올립니다. ‘성근(性根)’은 “타고난 성질”을 가리킨다고 하는데 이 낱말을 쓸 일은 없으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근본적·근본’은 ‘뿌리’나 ‘바탕’을 가리켜요. 태어날 때부터 있는 뿌리나 바탕이라면 우리 몸짓이나 버릇이라고 할 만합니다. 뿌리 깊게 박힌 성질도 바로 ‘늘 보이는 몸짓’이나 ‘버릇’일 테고요.


  “승부 근성”이 있는 사람이란 “이기려는 마음”이 있는 사람입니다. “아부 근성”이나 “거지 근성”은 알랑대거나 거지처럼 보이는 모습이에요. “근성이 있다”처럼 쓸 적에는 “배짱이 있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어느 모로 보면 ‘씩씩하다’거나 ‘야무지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을 한자말 ‘근성’을 빗대어 나타내는 셈인데, 이는 일본말 ‘こんじょう’를 잘못 쓰면서 퍼진 쓰임새입니다. 일본사람은 한자말 ‘根性’을 ‘곤조’로 읽어요. 다시 말해서 한국에서 흔히 쓰는 ‘근성’이라는 한자말은 일본사람이 흔히 쓰는 말결이 시나브로 퍼지면서 엉뚱하게 퍼졌다고도 할 만합니다. 2016.7.1.쇠.ㅅㄴㄹ



저 의외로 근성은 있어요

→ 저 생각보다 배짱은 있어요

→ 저 뜻밖에도 제법 씩씩해요

→ 저 뜻밖에도 제법 야무져요

《이와오카 히사에/송치민 옮김-토성 맨션 7》(세미콜론,2015) 89쪽


지금까지 살면서 근성으로 해결된다는 말은 믿은 적이 없는데

→ 이제까지 살면서 배짱으로 풀어낸다는 말은 믿은 적이 없는데

→ 여태까지 살면서 씩씩함으로 풀어낸다는 말은 믿은 적이 없는데

→ 오늘까지 살면서 당찬 마음으로 풀어낸다는 말은 믿은 적이 없는데

《토우메 케이/이상은 옮김-예스터데이를 노래하며 11》(학산문화사,2016) 197쪽


엄격한 수행을 견뎌 낼 근성이 있나요

→ 까다로운 수행을 견뎌 낼 배짱이 있나요

→ 힘들어도 배울 만한 기운이 있나요

→ 고되어도 배울 만한 마음이 있나요

《모리모토 코즈에코/양여명 옮김-코우다이 가 사람들 3》(삼양출판사,2016) 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말이랑 놀자 226] 종이두루미



  집에서 종이로 노는 아홉 살 아이는 곧잘 종이접기를 하고 싶어서 책을 펼칩니다. 책에 나온 ‘종이학’ 접기를 해 보려는데 잘 안 된다면서 자꾸 도와 달라 합니다. 한 번 두 번 돕다가 아이한테 말합니다. “책을 덮으렴. 책을 보면서 하면 아예 못 접어.” 나는 책 없이 접는 손놀림을 아이한테 보여줍니다. 어릴 적부터 손에 익은 대로 종이를 네모반듯하게 자르고, 세모를 두 번 접어서 자국을 내며, 네모를 두 번 접어서 또 자국을 냅니다. 다시 세모를 접고, 잇달아 수많은 세모를 넣어 자국을 낸 뒤에 비로소 하나씩 새로운 꼴로 접습니다. 이러는 동안 어느새 예쁜 ‘종이두루미’가 태어납니다. 종이두루미를 다 접고 나서는 거꾸로 ‘펼친 종이’가 되도록 하나씩 풉니다. “눈으로 보기만 해서는 안 되고, 손으로 만지면서 몸에 익혀야 눈을 감고도 접을 수 있어.” 한나절 동안 함께 종이를 접고 나서 ‘종이학’이라는 이름을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종이학’ 접기인데, 일본에서는 ‘오리츠루(おりづる·折り鶴·折鶴)’라는 이름을 써요. “접는 두루미”라는 뜻입니다. 일본에서는 종이접기를 ‘오리가미(おりかみ·折り紙·折紙)’라고 말해요. 종이로 두루미를 접는 놀이가 일본에서 건너왔어도 ‘두루미’라는 이름을 쓰면 되었을 텐데, 처음에 ‘학(鶴)’이라는 한자를 쓴 바람에 이제는 ‘종이학’이라는 이름만 널리 퍼졌구나 싶습니다. 2016.5.1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알량한 말 바로잡기

 능숙 能熟


 외국어에 능숙하다 → 외국말에 익숙하다 / 외국말을 잘하다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다 → 일을 솜씨 있게 하다

 영어가 능숙하여 영어로 대화한다 → 영어가 훌륭하여 영어로 얘기한다

 의사 못지않게 능숙한 수완을 발휘해 → 의사 못지않게 빼어난 솜씨를 뽐내어

 컴퓨터를 능숙히 다루다 → 컴퓨터를 잘 다루다 / 컴퓨터를 훌륭히 다루다


  ‘능숙(能熟)하다’는 “능하고 익숙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능(能)하다’는 “어떤 일 따위에 뛰어나다”를 가리키니, ‘능숙하다’는 ‘뛰어나다’나 ‘익숙하다’를 나타낼 적에 쓰는 한자말인 셈입니다. 때로는 “솜씨 있다”나 “솜씨 좋다”라 할 만하고, ‘훌륭하다’나 ‘빼어나다’나 ‘잘하다’가 어울리는 자리가 있을 테지요. 2016.6.29.물.ㅅㄴㄹ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능숙한 솜씨로 굴을 따신다

→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익숙한 솜씨로 굴을 따신다

→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잰 솜씨로 굴을 따신다

→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날랜 솜씨로 굴을 따신다

→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훌륭한 솜씨로 굴을 따신다

《박희선-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자연과생태,2011) 30쪽


가장 지역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능숙한 대응을 함으로써

→ 가장 지역에 맞고 곧바로 솜씨 좋게 마주하면서

→ 가장 마을에 맞고 곧장 손 쓸 만한 길로 알뜰히 마주하면서

《웬델 베리/이승렬 옮김-소농, 문명의 뿌리》(한티재,2016) 358쪽


크리스티안은 의사들의 능숙함을 믿었다

→ 크리스티안은 의사들 솜씨를 믿었다

→ 크리스티안은 의사들이 솜씨 있으리라 믿었다

→ 크리스티안은 의사들이 잘해 주리라 믿었다

《리 호이나키/부희령 옮김-아미쿠스 모르티스》(삶창,2016) 21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적' 없애야 말 된다

 이색적


 이색적 풍습 → 남다른 풍습 / 새롭게 느낄 풍습

 이색적 제안을 하다 → 남다른 제안을 하다

 이색적인 풍경 → 남다른 모습 / 유난스러운 모습

 퍽 이색적이다 → 퍽 남다르다 / 퍽 유난하다


  ‘이색적(異色的)’은 “보통의 것과 색다른 성질을 지닌”을 뜻한다고 합니다. ‘색(色)다르다’는 “동일한 종류에 속하는 보통의 것과 다른 특색이 있다”를 가리키니, ‘이색적 = 보통의 것과 보통의 것과 다른’으로 풀이한 셈입니다. 또는 두 낱말은 거의 같거나 서로 같다고 할 만합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이색’이라는 한자말에서 ‘異’는 ‘다르다’를 가리켜요. 그러니 ‘이색·이색적’이나 ‘색다르다’는 그냥 같은 말을 짜임새만 다르게 쓰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이색적’이라고 하는 말마디는 ‘남다르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또는 ‘유난하다’나 ‘유난스럽다’로 손질할 만해요. 남다르거나 유난한데 도드라져 보인다면 ‘돋보이다’나 ‘도드라지다’ 같은 낱말을 써 볼 수 있어요. 2016.6.29.물.ㅅㄴㄹ



이색적인 풍경에 심취한 나머지

→ 남다른 모습에 깊이 빠진 나머지

→ 유난스러운 모습에 깊이 빠진 나머지

→ 재미난 모습에 푹 빠진 나머지

《리타 골든 겔만/강수정 옮김-나는 유목민, 바람처럼 떠나고 햇살처럼 머문다》(눌와,2005) 101쪽


누구나 우선 이색적인 눈길로 보았는데

→ 누구나 먼저 남다른 눈길로 보았는데

→ 누구나 으레 유난한 눈길로 보았는데

《이숙의-이 여자, 이숙의》(삼인,2007) 243쪽


다소 이색적이라고

→ 꽤 남다르다고

→ 퍽 눈에 띈다고

→ 다른 작품과는 꽤 다르다고

→ 여러모로 새롭다고

→ 제법 돋보인다고

《하이타니 겐지로/햇살과나무꾼 옮김-우리와 안녕하려면》(양철북,2007) 5쪽


이색적인 경관에 걸맞게

→ 남다른 경관에 걸맞게

→ 남달리 아름다운 모습에 걸맞게

→ 유난히 빼어난 모습에 걸맞게

《박희선-우리나라 해양보호구역 답사기》(자연과생태,2011) 1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