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여하튼 如何-


 여하튼 도망치기는 쳐야겠는데 → 아무튼 내빼기는 내빼야겠는데

 여하튼 일단 만나서 → 아무튼 한번 만나서 / 어떠하든 한번 만나서

 여하튼 승리했다 → 아무튼 이겼다 / 어쨌든 이겼다

 여하튼 집에 가자 → 아무튼 집에 가자 / 어떻든 집에 가자


  ‘여하튼(如何-)’은 “= 아무튼”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무튼’을 알맞게 쓰면 될 노릇입니다. ‘여하튼’을 뒤집어 ‘하여튼’처럼 쓰기도 하지만, ‘여하튼·하여튼’ 모두 구태여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튼’을 비롯해서 ‘어쨌든’과 ‘어떻든’이 있고, ‘어쨌거나’나 ‘어떠하든’이 있습니다. 2016.7.16.흙.ㅅㄴㄹ



여하튼 이상한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 아무튼 이상한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 어쨌든 아리송한 사람이 하는 말이니까

《사이토 히토리/하연수 옮김-부자의 운》(다산3.0,2012) 120쪽


여하튼 석사학위논문을 마치고

→ 아무튼 석사학위논문을 마치고

→ 어쨌든 석사학위논문을 마치고

→ 어쨌거나 석사학위논문을 마치고

《이임하-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철수와영희,2015) 6쪽


여하튼 그날은

→ 아무튼 그날은

→ 어찌 되었든 그날은

→ 어떻든 그날은

→ 어떠하든 그날은

《베른하르트 슐링크/권상희 옮김-과거의 죄》(시공사,2015) 142쪽


여하튼 한 우리 안에 여러 마리 돼지를 넣으면

→ 아무튼 한 우리에 여러 마리 돼지를 넣으면

→ 어쨌든 한 우리에 여러 마리 돼지를 넣으면

《우치자와 쥰코/정보희 옮김-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달팽이,2015) 103쪽


여하튼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 아무튼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 어쨌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 어찌 되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우다 도모코/김민정 옮김-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효형출판,2015) 16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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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독서 讀書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 가을은 책을 읽는 철이다

 독서 교육 → 책읽기 교육

 독서 감상문 → 책느낌글 / 느낌글

 인생 독서 → 삶읽기

 독서사랑방 → 책사랑방

 독서를 잘 하다 → 책을 잘 읽다


  한국말사전은 ‘독서(讀書)’를 “책을 읽음. ‘책 읽기’로 순화”로 풀이합니다. ‘책 읽기’처럼 띄어서 고쳐쓰라 나오는데, 오늘날에는 ‘책읽기’처럼 붙여서 한 낱말로 삼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이밖에 ‘책쓰기’도 한 낱말로 삼을 만하다고 느낍니다. ‘책짓기’나 ‘책나눔’ 같은 낱말도 얼마든지 새롭게 널리 쓸 만할 테고요.


  한국말사전에는 ‘독서(獨棲)’를 “혼자 삶”으로 풀이하면서 싣고, ‘독서(牘書)’를 “문서나 편지”로 풀이하면서 싣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한자말을 쓸 일은 없다고 느낍니다. 2016.7.16.흙.ㅅㄴㄹ



아침의 복닥거리는 통근 전철 안에서 독서가 어울리는 것은

→ 아침에 복닥거리는 통근 전철에서 책읽기가 어울리는 일은

→ 아침에 복닥거리는 통근 전철에서 책이 어울리는 까닭은

《요네하라 마리/조영렬 옮김-문화편력기》(마음산책,2009) 141쪽


독서하는 방법으로서 다독보다는 정독과 숙독이 필요하다는 것을

→ 책을 읽는 길로 많이 읽기보다 곰곰이 새겨서 읽어야 하는 줄을

→ 책을 읽자면 많이 읽기보다 깊고 넓게 삭이며 읽어야 하는 줄을

《한영우-율곡 이이 평전》(민음사,2013) 186쪽


부모의 관심사는 오로지 독서 그 자체에만 놓여 있으니

→ 어버이 마음은 오로지 책읽기에만 놓였으니

→ 어버이 눈길은 오로지 책을 읽느냐에만 놓였으니

《박은영-시작하는 그림책》(청출판,2013) 4쪽


시장의 거리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일종의 독서 캠페인이 아닐까

→ 시장 거리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이른바 책읽기 운동이 아닐까

→ 저잣거리에 앉아 책을 읽는 일도 어쩌면 책을 알리는 뜻이 아닐까

《우다 도모코/김민정 옮김-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효형출판,2015) 144쪽


독서가 쉽지 않더군요

→ 책읽기가 쉽지 않더군요

→ 책을 읽기가 쉽지 않더군요

→ 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더군요

《조경국-소소책방 책방일지 1》(소소문고,2015) 159쪽


사전에 충분한 독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 책읽기가 먼저 넉넉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 미리 넉넉히 책을 읽어 두지 않으면

→ 책을 먼저 넉넉히 읽어 두지 않으면

《고성국-10대와 통하는 말하기와 토론》(철수와영희,2016) 8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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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없애야 말 된다

 폭력적


 폭력적 대응 → 폭력 대응 / 거칠게 맞섬

 폭력적 방식 → 폭력 방식 / 거친 방식 / 주먹다짐

 폭력적 세력 → 폭력 세력 / 거친 무리 / 사나운 무리

 폭력적인 행동 → 폭력 행동 / 주먹질 / 거친 짓 / 사나운 짓


  ‘폭력적(暴力的)’은 “폭력을 사용하거나 폭력의 방법으로 하는”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폭력(暴力)’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을 거칠고 사납게 제압할 때에 쓰는, 주먹이나 발 또는 몽둥이 따위의 수단이나 힘. 넓은 뜻으로는 무기로 억누르는 힘을 이르기도 한다”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주먹질’이나 ‘발길질’이나 ‘몽둥이질’이 폭력인 셈입니다. 이밖에 ‘말질’이나 ‘칼질’이나 ‘총질’이 폭력이 될 테고요.


  한자말로 ‘폭력’을 써야 어울린다면 써야지 싶습니다. 때로는 ‘폭력’이나 ‘폭력스러운’이나 ‘폭력 같은’처럼 쓸 수 있을 테지요. 그리고 이러한 한자말이 아니어도 한결 쉽거나 또렷하게 한국말로 나타내는 길을 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7.16.흙.ㅅㄴㄹ



폭력적 수단으로 노동자를 억압할

→ 폭력 수단으로 노동자를 억누를

→ 폭력으로 노동자를 억누를

→ 주먹으로 노동자를 억누를

→ 주먹다짐으로 노동자를 억누를

《드니 로베르·베로니카 자라쇼비치/강주헌 옮김-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시대의창,2002) 67쪽


그 공간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 그곳이 얼마나 폭력이 판치는지

→ 그곳에 판치는 폭력이 어떠한지

→ 그곳에 어떤 폭력이 판치는지

→ 그곳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 그곳이 얼마나 끔찍한지

→ 그곳이 얼마나 무서운지

→ 그곳이 사람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 그곳이 사람을 얼마나 짓밟는지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살림,2005) 5쪽


지나치게 폭력적인 학생들

→ 지나치게 폭력을 쓰는 학생들

→ 지나치게 폭력을 휘두르는 학생들

→ 지나치게 동무를 괴롭히고 때리던 학생들

→ 지나치게 거친 학생들

→ 지나치게 못된 학생들

→ 지나치게 우악스러운 학생들

→ 지나치게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들

→ 지나치게 동무를 괴롭히는 학생들

→ 지나치게 몹쓸 짓을 하는 거친 학생들

《시몬 비젠탈/박중서 옮김-해바라기》(뜨인돌,2005) 40쪽


인간이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 사람이 얼마나 폭력을 휘두르는가를

→ 사람이 얼마나 숲을 짓밟는가를

→ 사람이 얼마나 숲을 괴롭히는가를

→ 사람이 얼마나 저만 아는가를

→ 사람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김준-새만금은 갯벌이다》(한얼미디어,2006) 158쪽


폭력적인 충돌은

→ 폭력이 오가는 충돌은

→ 주먹다짐은 

→ 주먹질은

→ 손찌검은

《마저리 쇼스탁/유나영 옮김-니사》(삼인,2008) 475쪽


많이 폭력적이었던가 봐요

→ 주먹다짐이 많았나 봐요

→ 주먹질이 대단했나 봐요

→ 많이 때리고 괴롭혔나 봐요

→ 많이 무서웠나 봐요

→ 많이 무시무시했나 봐요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삼인,2008) 24쪽


그 남자는 내 기대와는 달리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 그 남자는 내 생각과는 달리 폭력을 휘둘렀다

→ 그 사내는 내 생각과는 달리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이었다

→ 그 사내는 내 생각과는 달리 남을 괴롭히는 사람이었다

《박금선-내가 제일 잘한 일》(샨티,2015) 130쪽


예전처럼 ‘무대뽀’로, 폭력적으로 밀고 나가기엔 시대가 변했습니다

→ 예전처럼 함부로, 주먹다짐으로 밀고 나가기엔 때가 바뀌었습니다

→ 예전처럼 마구, 우격다짐으로 밀고 나가기엔 때가 달라졌습니다

《고성국-10대와 통하는 말하기와 토론》(철수와영희,2016) 15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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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장황 張皇


 장황히 설명하다 → 길게 얘기하다

 그 사람의 연설은 너무 장황하여 → 그 사람 연설은 너무 길어

 네 말이 너무 장황하니 → 네 말이 너무 늘어지니

 다 아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다 →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다

 편지로 쓰기에는 매우 장황하여 → 편지로 쓰기에는 매우 길어


  ‘장황(張皇)하다’는 “매우 길고 번거롭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뜻대로 “매우 길고 번거롭다”처럼 써도 되지만 ‘길다’라고만 써도 됩니다. ‘늘어지다’나 ‘하염없다’나 ‘끝없다’를 써도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 보기글을 보면 “매우 장황하여” 꼴이 있어요. ‘장황하다’가 “매우 길다”를 뜻한다고 하니까, 이 같은 보기글은 겹말입니다. 2016.7.15.쇠.ㅅㄴㄹ



그 주장의 근거로서 장황하게 내세우는 말

→ 그렇게 주장하는 근거로 길게 내세우는 말

→ 그 주장을 받치려고 하염없이 내세우는 말

→ 그렇게 말하는 까닭이라며 끝없이 내세우는 말

→ 그렇게 말하는 까닭으로 따분하게 내세우는 말

《리영희-반세기의 신화》(삼인,1999) 58쪽


지식을 과시하려는 듯 장황하게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 지식을 뽐내려는 듯 자질구레하게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 지식을 자랑하려는 듯 너절하게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 지식을 우쭐거리려는 듯 매우 길게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 지식을 젠체하려는 듯 끝없이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 지식을 드러내려는 듯 한참 이것저것 떠들어대는

《고성국-10대와 통하는 말하기와 토론》(철수와영희,2016) 95쪽


뒤영벌 유전을 설명하며 약간 장황하게 말했다

→ 뒤영벌 유전을 다루며 조금 길게 말했다

→ 뒤영벌 유전을 얘기하며 살짝 길게 덧붙였다

《데이브 굴슨/이준균 옮김-사라진 뒤영벌을 찾아서》(자연과생태,2016) 14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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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동 擧動


 거동이 불편하다 → 움직이기 힘들다

 거동이 수상하다 → 움직임이 수상하다

 자기의 거동을 살피고 있을 것 같은 → 제 몸짓을 살필 듯한

 지쳐서 거동할 수 없다 → 지쳐서 움직일 수 없다

 새벽 네 시면 거동한다 → 새벽 네 시면 움직인다

 몸소 거동할 필요가 없다 → 몸소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거동(擧動)’은 “몸을 움직임. 또는 그런 짓이나 태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나 ‘거동·거동하다’를 쓰기보다는 ‘몸짓·움직임’이나 ‘움직이다’를 쓰면 넉넉합니다. ‘움직임’이라는 낱말을 구태여 한자말로 바꾸어서 써야 하지 않습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는 ‘거동(去冬)’을 “= 지난겨울”로 풀이하면서 싣고, ‘거동(拒冬)’을 “= 속수자”로 풀이하면서 싣는데, 두 가지 한자말은 모두 쓸모가 없다고 느낍니다. 2016.7.15.쇠.ㅅㄴㄹ



거동이 불편한 어른들을 모시는 것은 물론이고

→ 움직이기 힘든 어른들을 모실 뿐 아니라

→ 돌아다니기 어려운 어른들을 모시기도 하고

《김남일-통일 할아버지 문익환》(사계절,2002) 32쪽


거동조차 어려웠다

→ 움직이기조차 어려웠다

→ 다니기조차 어려웠다

→ 자리에서 일어나기조차 어려웠다

《마이클 예이츠/추선영 옮김-싸구려 모텔에서 미국을 만나다》(이후,2008) 105쪽


어미는 거동이 불편해진 할머니에게 말을 건다

→ 어미는 몸이 힘들어진 할머니한테 말을 건다

→ 어미는 움직이기도 힘든 할머니한테 말을 건다

→ 어미는 몸져누운 할머니한테 말을 건다

《나치 미사코/이기선 옮김-네가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AK comics,2016) 1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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