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7.


《흐르는 강물처럼 5》

 이와시게 타카시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4.10.25.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간다. 고흥읍 은행나무가 죄다 몽당빗자루로 바뀌었다. 왜 쓸데없이 가지를 마구 베어내는가. 나무 나이만큼 살지 않는 주제에, 나무한테 무슨 짓을 하는가. 시끄럽고 매캐하고 어지러운 고흥읍을 걷다가 안숲으로 깃든다. 안숲에도 부릉부릉 시끌시끌 소리가 살짝 스미지만, 새랑 깜다람쥐가 들려주는 소리가 훨씬 크다. 알록달록 물든 숲 한켠에 서서 나무바람을 마신다. 등에 흐르던 땀을 식히고서 등짐을 새로 지고서 안숲에서 벗어날 즈음, 바람이 훅 일면서 쏴락쏴락 나뭇잎소리가 퍼진다. “잘 가렴. 또 오렴.” 하고 큰나무가 외친다. 《흐르는 강물처럼 5》을 되읽어 보았다. 아이들한테 읽히기에는 아직 멀었구나. 일본 노래님 ‘타네다 산토카’ 발자취를 새삼스레 되새긴다. 일본에서 나온 책은 “곧은 길이라 쓸쓸하구나”인데, 한글판은 책이름이 바뀌었다. 이 그림꽃이 다시 나오려나 모르겠으나, 쓸데없이 이름을 안 바꾸어야지 싶다. 한 줄로 삶을 그려내려고 하던 노래님인데, 바로 이 한 줄을 펴냄터에서 뜬금없이 바꾸면 뭐가 될까? 아무래도 우리는 우리말도 모르고, 넋도 모르고, 삶도 모르기에, 돈에 눈이 멀어 팔림새만 쳐다보느라 말넋도 말빛도 말길도 말씨도 몽땅 잊어버리는 쳇바퀴이지 싶다.


ㅅㄴㄹ


#いわしげ孝 #まっすぐな道でさみしい #種田山頭火

곧은 길이라 쓸쓸하구나

타네다 산토카 1882∼1940

2013.3.6. 58살로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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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6.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허수경 글, 창작과비평사, 2001.2.15.



비가 올 듯 구름이 모인다. 가늘게 비가 듣는 듯하지만, 해가 다시 나고, 또 구름이 몰린다. 하루는 부드러이 흐른다. 찌뿌둥한 몸을 풀어준다. 차근차근 추스르면서 이 보금자리에서 일굴 살림을 생각한다. 햇살은 더 기울었다. 깊밤(동지)이 다가온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되읽는다. 모든 넋은 오롯이 빛이라서 죽음이 따로 없다. 넋한테는 삶도 없다. 다만, 넋이 몸뚱이라는 살하고 뼈를 입을 적에는 문득 삶을 맛본다. 때곳(시공간)이 없이 언제까지나 빛나는 숨결이 넋인 터라, 이 넋을 그저 바라볼 줄 안다면, 죽살이에 얽매이지 않고서 꿈길을 사랑으로 그리는 하루를 걸어간다고 느낀다. 넋을 안 보기에 다툰다. 넋을 잘못 보기에 겨룬다. 넋을 등지기에 싸운다. 넋을 아랑곳하지 않으니 사랑이 아닌 굴레살이에 스스로 가둔다. 아프거나 앓는 사람은 두 갈래 길 앞에 선다. 첫째, 기쁘게 아프거나 앓으면서 삶과 넋을 알아가며 사랑을 짓는다. 둘째, 아픔과 앓이를 미워하고 등지면서 삶도 넋도 등돌리고 사랑이 없이 메마르게 죽어간다. 이 삶을 깨닫는 사람만 글을 쓰지 않는다. 이 삶을 안 깨닫는 사람도 글을 쓴다. 우리는 어떤 글을 알아보거나 알아차리는가? 우리는 스스로 어떤 넋인 줄 얼마나 알아보는 하루인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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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5.


《빌리 엘리어트》

 멜빈 버지스 글/정해영 옮김, 프로메테우스출판사, 2007.2.9.



몸살에 목앓이를 한 몸이 나아간다. 천천히 나아간다. 앓은 몸은 다시 앓기를 바라지 않는다. 앓았기에 눈부시게 피어날 꽃이기를 바란다. 이 새몸에 어떤 빛을 담으면 스스로 아름다울까. 한참 앓는 동안 긴바지를 꿰었고, 몸앓이가 지나간 어제오늘부터 다시 깡똥바지를 꿴다. 고흥이나 여수처럼 겨울도 포근한 고장은 한겨울에도 긴바지를 안 꿰고 맨발인 사람이 제법 있다. 겨울은 해가 짧더라도, 마녘(남녘)은 낮나절 햇볕이 꽤 폭하다. 어제까지 바람이 세차게 지나가면서 하늘이 새파랗다. 비는 씻기고 바람은 턴다. 《빌리 엘리어트》를 새로 읽었다. 아직 판이 안 끊겨 고맙다. ‘프로메테우스’에서 숱한 책이 자취를 감추었으나, 이 책하고 《창가의 토토》하고 《수잔 서랜던》하고 《앨리노어 마르크스》하고 《체르노빌의 아이들》도 아직 새책으로 남았구나. 삶을 바꾸는 빛은 언제나 사랑이라고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는 여러 가지 책이다. 우리가 이러한 책에 눈길을 두고 손길을 뻗으면서 마음길을 가다듬는다면, 나라길도 마을길도 살림길도 새롭게 빛날 테지.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 보임꽃 〈천하장사 마돈나〉는 〈빌리 엘리어트〉를 꽤 닮았구나 싶다. 아이 마음도, 아이가 살아가는 마을도, 두 보임꽃은 사랑스레 담아내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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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4.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

 박계해 글, 버스정류장, 2015.2.13.



여수로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마실을 다녀온다. 일곱걸음째 이야기를 들려주는 오늘, 드디어 ‘사랑’이라는 마음일 적에라야 말을 말답게 쓰는 길을 스스로 익힌다는 줄거리를 다룬다. 열 살 어린이한테는 이래저래 여러 말을 돌고돌아서 오늘에 이른다. 빛깔말도 풀이를 한다. ‘코로나 블루’처럼 쓰느라 ‘파랑’을 잘못 바라보기 일쑤인데, 하늘빛하고 바다빛처럼, ‘파랑’은 모름지기 ‘사랑’을 나타내는 빛깔이라는 대목을 짚는다. 글붓집(문방구)에 들르려고 순천을 거친다. 고흥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곯아떨어진다. 이웃마을로 지나가는 시골버스로 갈아탄다. 들길을 걷는다. 바람이 세다. 우리 집에 가깝자 바람이 확 잠든다. 발도 못 씻고서 곧장 드러눕는다. 어제 고흥마실을 한 이웃님이 저녁에 잡채밥에 가락국수를 면소재지 중국집에서 사서 슬쩍 가져다주었다.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을 읽었다. 뭔가 이야기가 나올 동 말 동 하다가 맺었다고 느낀다. 누구나 매한가지인데, 글멋을 부리려고 하면 삶이야기하고 멀게 마련이다. 책이름에서 ‘나의’는 덜어낼 만하다. 일본말씨라서 덜어낸다기보다 군더더기이다. 우리말은 ‘나는’을 거의 안 넣으면서 말한다. 우리말은 영어가 아니거든. 말이 뭔지 알아야 마음을 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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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3.


《언제 어디서나 자연미술놀이》

 오치근·박나리 글·그림, 보리, 2020.6.15.



목을 앓느라 말을 할 적마다 칼칼하다. 새삼스레 ‘칼칼’이란 낱말을 헤아린다. 온몸으로 마주할 적에 ‘낱말 하나 지은 옛살림’을 새록새록 느낀다. 바람은 가벼운 듯 밝고, 새벽이 지나갈 즈음 별이 천천히 사라진다. 청주에서 찾아온 이웃님을 맞이한다. 바깥마루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면서 새바라기를 나란히 한다. 날갯짓에 날갯소리를 듣는다. 다시 별이 돋는 밤이다. 실컷 앓자고 생각하면서 드러눕는다. 꿈자리에서 숱한 사람들을 만난다. 몇 해 앞서까지는 ‘앞으로 맞이할 일’을 꿈에서 미리 보았는데, 요사이는 ‘예전에 겪은 삶이 사랑빛으로 바뀌는 모습’을 꿈에서 새삼스레 본다. 예전에는 동무들이 “야, 너,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어?” 하고 물으면 “얼마 앞서 꿈에서 봤어.” 하고 대꾸했는데, ‘맞이할 일’이란 아직 없던 일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으로 그린 일이더라. 우리는 저마다 다르게 이 삶에서 배울 일이 있어서 꿈을 그리고 본다. 《언제 어디서나 자연미술놀이》를 읽었다. 아기자기하게 잘 엮었다. 숲을 잊고 잃었을 뿐 아니라 등지며 살아가는 오늘날 어린이랑 어른한테 이바지하겠지. 다만 ‘자연미술’이 아닌 ‘숲그림’이라 하기를 빈다. 한자말을 써야 그럴듯한 놀이로 바뀌지 않는다. 수수하게 말하고 놀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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