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6.


《꿰매는 생활》

 미스미 노리코 글/방현희 옮김, 미호, 2018.8.24.



부천 이웃님이 ‘테너 이상결 귀국독창회’를 여신다. 이 자리에 맞추어 부천마실을 하자고 생각한다. 새벽바람으로 읍내로 가서 광주를 거쳐 순창 〈책방 밭〉을 들르고서 부천에 가자고 생각했으나, 고흥에서 광주로 가더라도, 광주에서 순창 들어가는 버스때가 도무지 안 맞는다. 그런데 짐을 꾸려 집을 나서다가 시골버스를 놓쳤다. 다른 날보다 일찍 들어왔다고 느끼면서도, 1분이 밀려 모든 일이 어긋난다. 부랴부랴 옆마을로 몇 킬로미터 걸어가서 다른 시골버스를 탔고,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거쳐 대전으로 간다. 〈우분투북스〉를 들른다. 걷다가 암메뚜기 주검을 본다. 풀밭으로 옮긴다. 대전서 서울로 가는 기차때도 영 안 맞지만 겨우겨우 부천에 닿고, ‘노래잔치’가 끝나고서야 얼굴만 뵐 수 있는 하루이다. 《꿰매는 생활》을 읽었다. 살림과 삶과 하루와 오늘을 바느질로 짓는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준다. 나는 글쓰기를 처음으로 하자고 생각할 적에 인천에서 살았고, 이윽고 서울로 옮겼다. 이곳에서는 풀꽃나무나 숲 이야기를 거의 안 썼다. 마을·골목·책집·사람·어른아이·말 이야기를 썼다. 삶터를 시골로 옮긴 지 열 몇 해째인데, 이제 나는 숲·풀꽃나무·새·풀벌레·하늘·바람·비·바다 이야기를 신나게 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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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5.


《김지은입니다》

 김지은 글, 봄알람, 2020.3.5.첫/2020.7.31.7벌



파랗게 트인 하늘이 이어간다. 가볍게 춤추는 구름을 오늘도 가만히 본다. 개미가 어떻게 기어다니는가를 바라보아도 심심할 일이 없고, 구름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지켜보아도 따분할 겨를이 없다. 오늘은 책숲 꽃종이(소식지)를 부치러 읍내 우체국으로 간다. 여름이 저무는 후끈길 시골버스이다. 오늘 안희정 씨가 사슬터(감옥)에서 풀려났다고 한다. 이이는 “잘못했습니다.”라든지 “크게 뉘우쳤습니다.” 같은 말이 없다. 그동안 하나도 안 뉘우쳤나 보다. 이런 치를 밖(사회)으로 내보내도 되는가? 노리개질(성폭력)을 하고서 사슬터에 갇혔는데 고작 ‘10해 동안 선거에 못 나온다’고 하네. 어쩜 이렇게 방망이가 가벼울까. 아예 못 나와야 맞지 않나? 벼슬꾼(국회의원)끼리 만든 틀이기에 무르리라 본다. 《김지은입니다》를 읽었다. 미리 사놓은 책을 마침 오늘 읽는다. 노리개질을 일삼은 이가 어찌 박원순·안희정·오거돈뿐이랴. 힘·돈·이름을 거머쥔 모든 무리(정당·집단·노조·단체)는 노리개질하고 엉큼질을 일삼았다. 저쪽이 더 지저분했다고 손가락질하면서 이쪽은 좀 깨끗했다고 감쌀 수 없다. 다 똑같다. 들풀은 어디서나 들풀이고, 빗물은 어디서나 빗물이다. 눈물로 잘못을 씻으려 하지 않는 이들은 언제나 두얼굴이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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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4.


《모래 밑의 노랫가락》

 이마 이치코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1.5.15.



구름이 눈부신 하루이다. 오늘은 파란하늘이 훅 드러난다. 온갖 구름이 하늘에서 춤춘다. 어릴 적 살던 인천에서 ‘땅밑집’은 본 적이 없다. 열아홉 살에 서울로 배움길을 가며 땅밑집을 처음 보았고 크게 놀랐다. 서울은 좁고 비싸서 사람한테 사람살이 아닌 길로 내모는구나 싶더라. 하늘을 함께 누리는 마을이나 집이 아니라면 스스로 사람다움을 잃는 굴레라고 느낀다. 우리는 구름을 잊은 채 무엇을 바라보는 삶일까. 책숲 꽃송이(소식지)를 보내려고 글자루(봉투)에 받는이 사는곳을 하나하나 쓴다. 우체국을 다녀오면서 골짜기로 혼자 간다. 작은아이 신을 빨아서 넌다. 작은아이가 스스로 하겠다더니 잊는구나. 뭐, 큰아이도 잊으니까. 《모래 밑의 노랫가락》을 아끼면서 읽었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이마 이치코 님이나 타카하시 루미코 님처럼 오롯이 그림꽃사랑(만화사랑)으로 살아가는 분이 많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웹툰벌이’로 좀 뜨면 비싼 부릉이를 거느린다든지 새뜸(신문·방송)에 자주 얼굴을 내민다든지 헛짓을 하는 이가 많다. 글·그림을 짓는 이들은 딴청을 하면 맛이 간다. 허영만·김풍·야옹이 같은 이들을 보라. 이들은 만화가도 웹툰작가도 아닌 딴따라이다. ‘밀리의 서재’ 김영하도 딴따라일 뿐이다.


ㅅㄴㄹ

#今市子 #砂の下の調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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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3.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

 쉘 실버스타인 글·그림/지혜연 옮김, 시공주니어, 2001.3.1.



깔개를 털고서 해바라기를 해놓는다. 빨래를 널어서 말리고는 작은아이하고 골짝마실을 간다. 모처럼 샛자전거를 붙여서 앉힌다. 이제 작은아이는 키가 껑충 자랐으니 샛자전거에 앉을 만하지 않다. 발판은 구르지 말고 그냥 앉으라 하면서 바람을 가른다. 골짝마실은 자전거로 바람을 가르다가 가파른 멧길에 땀을 뻘뻘 흘린 다음에, 땀이 흥건한 옷을 벗어서 헹구고는 물살에 몸을 맡기면서 즐겁지. 《총을 거꾸로 쏜 사자 라프카디오》를 뒤늦게 읽는다. 이런 책이 진작에 나왔구나. 2001년 3월은 갓 《보리 국어사전》 엮음빛(편집장)으로 일하던 무렵인데, 그때 놓쳤네. 하긴, 모든 책을 제때에 다 알아보지는 않는다. 모든 책은 때가 이르면 알아보면서 가만히 누리면서 마음을 살찌우는 길동무로 삼는다. 모든 책은 갓 태어난 때에만 읽어야 할 까닭이 없다. 우리가 읽을 책은 언제까지나 곁에 두다가 아이들한테 기쁘게 물려줄 만한 슬기롭고 착하며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속삭이는 꾸러미라고 본다. 쉘 실버스타인 님이 빚은 여러 책 가운데 《라프카디오》가 돋보인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라프카디오’인가, 사냥꾼인가, 돈꾼인가, 구경꾼인가, 아니면 들빛을 누리면서 들바람을 쐬는 들사람인가?


#UncleShelbysStoryofLafcadio #TheLionWhoShotBack #ShelSilverstein #Lafcadio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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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


《고든박골 가는 길》

 이오덕 글, 실천문학사, 2005.4.15.



비는 그친 듯하고 해가 나는 듯하지만 구름이 매우 짙다. 작은아이랑 골짜기로 걸어간다. 얼마나 걷는가 따지니 30분이로구나. 물이 잔뜩 불었다. 물살에 몸을 맡긴다. 물속으로 잠기면서 ‘나’를 잊는다. 물밖으로 나오면서 ‘나’를 돌아본다. 다시 물속으로 잠기면서 물방울을 바라보고, 또 물밖으로 나오면서 우렁찬 골짝물 소리를 가로지르는 새소리하고 풀벌레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사람들이 쉼철(휴가기간)에만 어쩌다가 찾아왔다가 슥 떠나는 골짜기나 바다나 숲이 아닌, 늘 이 터전을 품고 누리고 가꾸고 아낄 수 있다면, 이 나라도 우리 넋도 활짝 피어나면서 눈부시리라 본다. 《고든박골 가는 길》은 판이 끊어진 지 오래이다. 지난 2005년에 ‘두툼종이(양장본)’로 나올 적에 꽤 못마땅했다. 작고 수수하게 꾸며서 사람들이 늘 곁에 두면서 숲빛을 품도록 이바지하는 노래책(시집)으로 선보이기를 바랐으나, 실천문학사도 한길사도 ‘떠난 어른을 기린다는 뜻’은 ‘두툼종이’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라. 그래, 떠난 어른을 기린다면서 이 노래책을 제대로 읽히려는 마음은 없지. 그대들 펴냄터(출판사)에서 이오덕 어른 책을 내놓았다는 보람(훈장) 하나 얻으면 그만이었겠지. 조용히 되읽어 본다. 꾀꼬리 노래를 듣는 곁에서.


불같이 새빨간 넝쿨딸기는 / 줄줄이 익어서 나를 기다려 /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를 날마다 기다려 / 나 따먹어라 / 나 따먹어라 / 요렇게 새빨갛게 잘도 익었단다 / 서로 다투어 제 얼굴 자랑하는데, / 가시에 손을 찔려도 좋아 / 한 움큼 따서 입에 털어 넣고 / 또 한 움 따서 털어 넣고 / 그러면 어느새 꾀꼬리는 / 머리 위 소동나무 위에 와서 / 니하래비꼬끼달래용! / 니하래비꼬끼달래용! / 그렇게 고운 목소리로 울었지. (감자알이 굵어 갈 때/59쪽)


아, 내가 죽을 때도 / 이렇게 땅을 안고 / 땅에 안겨 갈 것이다. / 죽어서 땅이 될 것이다. (잠 아니 오는 밤/164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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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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