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6.


《The Ultimate Book of Horse》

 Sandra Laboucarie 글·Helene Convert 그림, Twirl, 2020.



이제 푹 쉬었다. 새로 바깥일을 나서기 앞서 기운을 꽤 끌어올렸다.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듣다가 슬쩍 옷을 모조리 벗고서 마당에 선다. 여름이란, 시골이란, 함박비란, 오늘 하루란, 이렇게 온몸으로 누리는 빗방울이다. 함박비를 맨몸으로 후두두두 맞으며 느낀다. 이 빗물은 어느 바다에서 너울대던 숨결일까? 이 빗방울은 어느 바다에서 어떤 헤엄이하고 노닐다가 뭍으로 찾아온 이웃일까? 함박비가 쏟아지면 시골에서는 바야흐로 모든 소리를 잠재운다. 밖에 나오는 사람도 없지. 《The Ultimate Book of Horse》를 경기 연천 〈굼벵책방〉에서 장만했다. 말뜰(말 목장)을 곁에 품은 〈굼벵〉에는 말을 다루는 그림책이 많다.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나라에서 말을 말답게 다룬 그림책은 아직 드물지 싶다. 지난날에는 우리도 말을 꽤 탔을 텐데, 이제는 말을 타 본 사람도 드물고, 말을 타고서 며칠이나 몇 달을 달려 본 사람은 더더구나 없을 테니, 그림책이나 글책에 말 이야기를 담기는 어려우리라. 우리말에서 ‘말글’하고 ‘들말’하고 ‘밤말(밤골·밤마을)’처럼, 세 군데에 쓰는 ‘말’은 소리가 같다. 세 말은 다르되 넌지시 맞물리는 뿌리가 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란 옛말은 얼마나 놀랍고 아름다이 삶을 담았는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5.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가야 여행》

 황윤 글, 책읽는고양이, 2021.4.20.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사이에는 더위 고빗사위에 이르면서 ‘내리막 더위’로 들어서는 바람이 불다가 살며시 꺾인다. 8월에서 9월로 건너가는 사이에는 바야흐로 ‘내리막 더위’도 끝나고 ‘나락볕’으로 바뀔 뿐 아니라 ‘겨울 첫바람’이 가볍게 묻어난다.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 이런 바람 얘기를 하면 “거, 너무 앞서가지 않소?” 하는데, 나는 늘 바람결을 바라보고 읽기에 바람 얘기를 할 뿐. 철이 달종이를 북북 뜯을 적에 바뀌나? 아니다. 철은 어느 날 문득 살며시 고개를 넘으며 가만히 바뀐다. 그야말로 ‘시나브로’이다. 노란 수박꽃을 본다. 수꽃은 모두 지고 암꽃은 둥그스름한 애기 수박이 부풀려고 한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가야 여행》은 가야를 다루는 듯해서 반가이 장만했으나, 가야 이야기가 썩 깊지 않다. 하긴, 책이름이 “나 혼자 여행”이잖은가. 가야라는 옛살림을 돌아보려고 “나 혼자 여행”을 하는 줄거리를 들려주니, 가야 이야기가 안 깊을밖에. 가야 우두머리가 아닌, 가야라는 이름이 붙은 나라에서 수수하게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흙을 가꾸고 숲을 품은 순이돌이 살림을 헤아리면서 글을 여미었다면 사뭇 달랐으리라. 우두머리 세간(유물)은 무덤에 남고, 수수한 사람 사랑은 집살림으로 고이 이어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4.


《소비사회의 극복》

 앨런 테인 더닝 글/구자건 옮김, 따님, 1997.4.1.



달책(잡지)에 싣는 글을 이제 끝내려고 생각한다. 그래도 끝까지 한 곳에는 나눔(자원봉사)으로 꽤 긴글을 실었는데, 이 달책에서 열다섯 살 큰아이가 빚은 그림꽃(만화)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해서 끝내기로 한다. 이 달책이 처음에는 어딘가 새롭다고 여겨 벌써 일곱 해째 글삯 없이 긴글을 보내었는데, 갈수록 ‘서양음악·건축’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로 달책을 거의 채우니 숨막히더라. 멋잡이(예술가)가 싫을 까닭은 없으나, 멋만 부리는 사람은 버겁다. 살림을 하고 집안일을 하고 아이랑 뛰놀고 노래하는 하루가 없이 멋만 부리면, 삶이 뭐지? 《소비사회의 극복》을 새로 읽었다. 거의 스무 해 만에 되읽었지 싶다. 대단한 아름책 가운데 하나이나, 요새 이 책을 눈여겨보는 분이 드물다. 집안일을 하고 씻고 또 집안일을 하고 다시 씻고, 글일을 조금 하고 씻고 집안일을 더 하고서 드러누워 쉰다. 갈수록 풀벌레·매미·개구리 노랫소리는 우리 집을 뺀 마을 다른 집이나 논둑에서는 들을 길이 없다. 아주 없지는 않으나, 처음 전남 고흥에 깃들던 2011년에 대면, 요새는 멧새노래나 풀벌레노래나 개구리노래가 ‘없다’고 할 만큼 가녀리다. 그나저나 ‘소비사회를 이겨야’ 하지는 않다. 쓸 적에는 사랑으로 기쁘게 쓰면 될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3.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백지선 글, 또다른우주, 2022.2.1.



햇볕에 빨래랑 깔개랑 이불을 말린다. 이러고서 작은아이랑 대밭에 가서 대나무를 벤다. 작은아이가 나무를 베고 싶으니 함께 톱을 들고 대밭마실을 한다. 집까지 영차영차 짊어지고 온 커다란 대나무는 알맞게 손질을 해놓고, 이러면 작은아이가 도끼를 들고서 쩍쩍 쪼갠다. 잔가지는 뒷간 옆으로 차곡차곡 쌓는다. 작은아이가 톱질을 하고 도끼질을 마음껏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느긋이 쉰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를 읽으면서 어딘가 갑갑했다. 나도 예전에는 ‘아이키우기’란 말을 쓴 적이 있으나, 이제 이 말을 더는 안 쓴다. 아이는 ‘키울’ 수도 ‘기를’ 수도 없으니까. 아이는 늘 스스로 뛰놀며 자란다. 어버이는 아이를 물끄러미 사랑으로 지켜보면서 함께 살아간다. 이뿐이다. 이밖에 달리 더 무엇이 있을까? 글쓴이는 책에 ‘아이키우기’라기보다는 ‘아이받기 + 아이 학교 넣기’를 줄거리로 담았다. 어느 만큼 살림돈이 받쳐주기에 아이받기(입양)를 할 수 있는 길을 누렸고, 이 아이가 ‘학교를 잘 다니도록’ 살피며, 그냥그냥 바깥일(회사를 다니며 돈벌기)을 할 뿐이다. 바깥일(회사생활)이 나쁠 까닭은 없되, 바깥일만이 ‘자기개발·자아성취’인 줄 여기지는 말자. ‘육아 = 학교 마치고 회사원 되기를 시키기’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2.


《빨간 마음》

 브리타 테켄트럽 글·그림/이소완 옮김, 위고, 2022.5.20.



어제까지 손끝·발끝이 찌릿찌릿했으나 오늘 풀린다. 지난 물날(수요일) 신나게 헛간 치우기를 하면서 기운이 쪽 빠졌다. 손끝·발끝이 찌릿찌릿할 적에는 이쪽으로 기운이 새로 스며든다는 뜻이다. 손끝으로는 하늘빛을 받고, 발끝으로는 땅빛을 받는다. 힘들거나 아플 적에는 드러누워서 쉬게 마련인데, 이때에는 온몸으로 하늘땅 숨결을 가만히 받아들이면서 다스리는 셈이다. 살림물(약)을 먹어야 몸이 낫지 않는다. 살림물을 자꾸 먹을 적에는 ‘다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몸에 맞게 다 다른 나날을 들여서 기운을 끌어올리는 길’을 가로막는다. 돌봄터에서 파는 살림물은 얼핏 우리 몸을 지켜 주는 듯하지만, 곰곰이 보면 ‘돌봄터 살림물(병원 의약품)’이야말로 우리 몸을 갉는다. 숲짐승이나 새나 헤엄이는 몸이 아프거나 다칠 적에 어떻게 할까? 따로 뭘 먹지 않는다. 물조차 끊고서 고요히 쉰다. 새기운이 반짝반짝 오를 때까지 하늘바라기에 별바라기를 할 뿐이다. 이따금 멧풀 몇 가지를 씹지. 《빨간 마음》을 읽었다. 영어 이름 “When I See Red” 그대로 옮겨야 어울린다고 느낀다. “마음이 빨간 아이”가 아닌 “타오르는 불길을 보는 아이”를 담았으니까. 그림책도 글책도 ‘마음’을 다스리는 길을 옳게 담아낼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