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1.


《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글·그림/전선영 옮김, 가지, 2022.2.1.



엊저녁 빨래를 아침볕으로 말린다. 해질녘 빨래는 밤새 조금 눅눅하지만, 땀을 옴팡 먹은 옷가지는 밤바람에 가벼이 마르다가 아침나절 해바람을 맞아들이면서 천천히 보송보송 마른다. 자전거로 혼자 골짝마실을 한다. 엊그제 함박비가 오기는 했는데 골짝물이 얕다. 혼자 고즈넉이 골짝물에 몸을 담그고 마음을 달랜다. 나즈막한 물소리는 우렁찬 멧새노래에 잠긴다. 물이 출렁이면 물소리가 새소리를 잡아먹고, 물이 조르르 얕으면 새랑 풀벌레가 물소리를 토닥인다. 오늘 하루도 풀노래가 그득하며 그윽하다. 요새는 자질구레한 마을알림(안내방송)이 확 줄었다. 올봄에 나라지기(대통령)를 새로 뽑을 때까지만 해도 ‘코로나 19’가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마을알림을 아침낮저녁으로 예닐곱 판씩 떠들었다. 시골은 다들 띄엄띄엄 사는데, 더구나 들숲바다를 곁에 끼는데, 이 시골 논밭에서 왜 가리개를 해야 하는가? 웃긴다. 《동네에서 만난 새》는 뜻있는 책이라 여겨 장만했으나 ‘서울내기(도시인)’ 눈에 갇힌 티가 물씬 흐른다. 새바라기 큰아이가 슥 읽다가 돌려준다. “왜?” 볼을 부풀린다. “잘못했어. 재미없는 책을 건넸구나.” “왜 새한테 안 물어보고서 새 이야기를 써?” “그러게, 다들 그러더라. 왜 새한테 묻지 않고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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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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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0.


《꼬마 안데르센의 사전》

 공살루 M.타바리스 글·마달레나 마토주 그림/도동준 옮김, 로그프레스, 2019.6.20.



어젯밤 지네한테 호되게 물렸다. 지네가 문 자리는 어제 충주에서 서울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시달린 왼허벅다리이다. 덩치가 나보다 곱절인 분이 옆에 앉으셨는데, 아주 낑기느라 왼허벅다리가 비스듬히 눌렸고 꽤 쑤셨다. 지네나 모기나 개미가 무는 뜻이 있다. 이들은 사람한테 이바지하려고 문다. 아프거나 막히거나 곪은 데를 뚫어주는 바늘잡이(침술사)라고 하겠다. 지네가 물어 준 보람으로 기운을 내어 일어난다. 피자를 바라는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한다. 밀가루하고 요모조모 장만하고, 읍내 피자집에서 한 판 시켜 준다. 《꼬마 안데르센의 사전》을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재미있게 읽었되 뭔가 남지는 않는다. 재미나게 엮은 줄 느낄 수는 있으나, ‘낱말책(사전)’은 재미만으로 엮으면 허전하다.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노래하듯 말을 다루지 않는다면 껍데기로 그친다. 허울만 반들거린달까. 우리나라 숱한 낱말책(국어사전)도 허울만 번지르르하다. 뜻풀이를 옳게 하거나 말밑을 제대로 밝히거나 비슷한말을 똑바로 가른 낱말책은 숲노래 씨 빼놓고는 도무지 생각조차 안 한다고 느낀다. 슬퍼도 우리 민낯이다. 부디 낱말책을 서두르거나 함부로 엮지 않기를 빈다. 올림말이 적더라도 어질게 여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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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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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9.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한스 에르하르트 레싱 글/장혜경 옮김, 아날로그, 2019.7.5.



엊저녁 늦게 충주 〈깊은산속 옹달샘〉에 닿았기에 “한글날 하룻밤 수다꽃(한글날 말·꽃·삶)” 이야기를 어떻게 꾸릴는지 오늘 아침에 들려준다. 이러고서 충주 시내로 나와 〈책이 있는 글터〉를 들른다. 이제 고흥으로 돌아가야겠는데, 수원·광주를 거치는 길하고 대전·순천을 거치는 길을 헤아리다가, 서울을 찍고 고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차라리 서울을 찍고 가는 길이 낫고 길삯이 덜 든다. 고흥에는 한밤에 닿는다. 풀벌레노래를 듣고 별빛을 만나니 개운하다. 하룻밤 사이에 시외버스에서 열아홉 시간쯤 보내야 하다 보니 온몸이 찌뿌둥하지만.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자전거 즐김이는 이 책을 즐길까? 자전거를 안 타는 분들이 이 책을 읽을까? 자전거 발자취를 다룬 대목은 훌륭하다고 여기지만, ‘자전거를 누리는 수수한 사람들 마음과 살림’이라는 대목은 건드리거나 짚지 못 한다. 글쓴이는 늘 자전거를 탈까? 아마 꽤 탈는지 모른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는 사람으로서 ‘자전거 발자취’를 다룬 책을 쓰는데, 어쩐지 자전거 냄새가 안 난다. 옮긴이는 자전거를 탈까? 펴냄터 일꾼은 자전거를 탈까? 글쎄, 아닐 수 있겠지. 쓰고 옮기고 엮고 꾸미고 파는 사람도 자전거를 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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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8.


《한국 개미 사전》

 동민수 글·사진, 비글스쿨, 2020.12.20.



새벽에 옆마을로 건너간다. 면소재지에서 읍내로 가는 첫 시골버스를 탄다. 광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수원으로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빠른길(고속도로)이 어쩐 일로 한참 막혀 45분 늦게 내린다. 13시 30분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충주 노은면 용원으로 가려 했으나 17시 버스를 타야 한다. 빈틈이 생겨 〈마그앤그래〉로 갈까 했는데 요즈막에 조금 늦게 여신다고 해서 〈오복서점〉으로 수원 시내버스를 타고서 간다. 책집마실을 마치고서 충주 용원에 내려 택시를 타려니, 다들 저녁 먹는 때라며 빈 택시가 없는데, 어찌저찌 기다려 겨우 잡는다. 올해 한글날에 〈깊은산속옹달샘〉에서 ‘한글날 하룻밤 수다꽃’을 펴기로 했다. 어떤 말꽃을 펴면 즐거울까 하는 이야기를 이튿날 하기로 하고 꿈나라로 간다. 《한국 개미 사전》이 나온 지 이태 만에 장만했다. 처음 나온 2020년에는 어쩐지 장만하고 싶지 않았다. 작은아이가 “아버지, 우리 책숲에 개미 책 더 없어요?” 하고 자꾸 묻기에 비로소 장만했는데, 개미를 무척 좋아하는 작은아이는 이 책이 내키지 않는단다. 작은 개미를 큼지막하게 담은 빛꽃(사진)은 놀라울 수 있으나, 정작 개미살림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예술작품’ 아닌 ‘우리 곁 이웃 개미’를 왜 이야기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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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7.


《기형도 산문집》

 기형도 글, 살림, 1990.3.1.



어제는 세차게 내린 비. 오늘은 가볍게 내리는 비. 빨래를 하고 밥을 하고 저잣마실. 오늘도 저녁 아홉 시를 넘을 즈음부터 풀죽임물(농약)을 우렁차게 뿜어대는 소리. 열 몇 해 앞서는 할배들이 등에 풀죽임물통을 짊어지고서 쏴쏴 소리를 내며 뿌렸고, 그 뒤로 ‘무인 헬리콥터’를 쓰다가, ‘드론’을 쓰다가, 이제는 커다란 짐차에 무시무시한 바람개비를 태우고서 사납게 쏘아댄다. 시골 밤빛도 밤노래도 모두 짓밟는 풀죽임물은 누가 돈을 댈까? 농림부일까? 시골 군청이나 도청일까? 풀죽임물을 뿌리고, 비닐을 뒤덮고, 죽음거름(화학비료)을 퍼붓고, …… 이런 데에 해마다 돈을 얼마나 엄청나게 들이붓는 나라인가? 미쳐 돌아가는 나라를 느끼는 늦여름에 《기형도 산문집》을 새로 읽는다. 한창 푸름배움터를 다니던 열다섯 살에 처음 읽었으니, 서른 몇 해 만에 되읽는구나. 예전엔 몰랐는데, 글님은 나라 곳곳을 떠돌며 그곳 이웃 글꾼한테서 술을 얻어마시고 잠을 얻어자면서 수다를 떨었구나. 그런데 기형도 이분처럼 ‘굳이 서울을 떠나 여러 고장 여러 글꾼을 만나러 다닌’ 사람은 드물 테지. 시골에서 조용히 살면 ‘멀리 못 본다’고들 말하지만, 서울에 얌전히 있을 적이야말로 ‘숲을 잊을’ 테니 외려 좁을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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