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31.


《Maria Sibylla Merian : 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

 Maria Sibylla Merian, Lanoo Books, 2016.



어젯밤에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새벽에 일어나서 조금 일하다가 다시 누웠다. 가만히 누워서 등허리를 편다. 손끝 발끝 머리끝을 살살 주무르다가 고요히 쉰다. 늦은낮에 일어나 빨래를 해놓는다. 풀벌레노래로 몸하고 마음을 다독인다.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늘 풀벌레노래를 들으면서 우리 꿈그림을 찬찬히 헤아린다. 둘레에서는 이 풀벌레노래를 못 느끼거나 안 듣는 듯하다. 귀를 기울인다면 서울처럼 무시무시한 잿빛터에서조차 풀벌레노래를 들을 수 있는데. 《Maria Sibylla Merian : 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을 얼추 여섯 달쯤 곁에 놓고서 읽다가 우리 책숲으로 옮겼다. 이 커다란 책을 장만하던 무렵에는 미처 몰랐는데, 펼쳐서 읽자니 ‘영어·네덜란드말’ 두 가지로 엮었더라.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이 수리남을 다녀오며 풀벌레살이를 그림으로 담을 적에 ‘암스테르담’으로 옮겨서 살았고, 그곳에서 책을 냈구나! 한국외대 네덜란드말 사람들(교수·학생)은 이 대목을 알려나? 아마 모를 듯싶다. 숱한 가시밭길이어도 그림순이(여성화가)라는 길을 첫밗으로 연 분이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이라 할 만하다. 우리말로 나온 책으로는 《곤충·책》(양문 펴냄)하고 《곤충화가 마리아 메리안》(담푸스 펴냄)을 볼 만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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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30.


《반둘라》

 윌리엄 그릴 글·그림/이정희 옮김, 찰리북. 2021.12.31.



느긋이 아침을 연다. 짐을 꾸린다. 오늘 고흥으로 돌아가지만 묵직한 짐은 미리 부치고서 움직이기로 한다. 우체국에서 짐을 꾸리는데 누가 자꾸 성가시게 말을 건다. 좀 그냥 두셔요. 어느 우체국을 가든 ‘사전접수’를 해서 내미는데 어떻게 그런 걸 미리 하느냐고 묻기에 시큰둥히 “네.” 하고 끊는다. 갈수록 엉터리로 바뀌는 우체국과 이곳 일꾼. 이러다 우체국이 사라질 수 있겠다. 〈딜다책방〉에 갔더니 안 한단다. 그럼 얼른 ‘네이버지도 책방 등록’을 지워야 하지 않나? 삼성혈 건너 놀이터에서 그네를 탄다. 안골목을 걷는다. 큰나무 옆에 앉아 다리를 쉬는데, 늙수그레한 사내 예닐곱이 담배를 뻑뻑 피워댄다. 이들 눈에는 어린이가 안 보이는구나. 사내란 몸을 입은 내가 창피하다. 〈동림당〉에 얼굴만 비추고서 택시로 달려 아슬아슬하게 배를 탄다. 《반둘라》를 천천히 읽었다. 지은이가 조금 더 눈길을 낮추고 숲빛으로 바라보려 했으면 얼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본다. ‘영웅 코끼리’가 아닌 ‘숲빛으로 사람한테 다가온 코끼리’라는 대목으로 줄거리를 짤 수 있을 텐데 싶더라. ‘영웅·지도자 아닌 사람’을, ‘자연·생태 아닌 숲’을, ‘예술·문화 아닌 삶’을, 그저 수수하게 글그림으로 여미는 이웃을 보고 싶다.


#bandoola #WilliamGrill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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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9.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

 구드룬 파우제방 글/오공훈 옮김, 교유서가, 2018.3.6.



제주에서 할 바깥일을 어제 마쳤고, 오늘은 작은아이가 가고 싶다는 한라산으로 가자고 생각한다. 나라숲(국립공원)이기에 미리 알려야 한대서 이모저모 살피는데, 어느 누리집에 들어가는지 번거롭기도 하지만, 몇 시부터 몇 시까지만 이름을 올릴 수 있더라. 이름까지 올리며 올라야 한다면 안 가고 싶을 뿐더러, 누리집에 적힌 말이 어려워 그만둔다. 안 알리고 가는 길이 있대서 ‘어리목’을 오르기로 한다. 그런데 조금 걷다가 꼭대기에 닿네. 우리는 어리목 아닌 ‘어승생악’을 올랐구나. 거참. 나중에 보니 알림판을 제대로 안 세웠더라. 제주조차 이렇게 엉성하구나. 어승생악 오르는 길을 보면 나무에 쇠줄로 ‘이름판’을 친친 감던데, 이런 짓 좀 말자. 나무이름 모르면 딴 곳에서 배우자. 어쨌든 어승생악을 올랐기에 일본군 참호를 보았다. 〈책밭서점〉에 들렀더니 ‘일본군 참호’는 ‘제주 4·3’ 무렵에도 쓰였다고 한다. 〈나이롱책방〉까지 들르고서 하루를 쉰다. 《보헤미아의 우편배달부》를 읽었다. 독일말 책은 “외팔 글월나름이”인데 왜 ‘보헤미아’로 바꿨을까? 바꾼 책이름 탓에 줄거리가 엉킬 수 있다. 히틀러와 허수아비가 일으킨 싸움 탓에 ‘가난하고 수수한 시골 독일사람’이 어떻게 고단한가를 살뜰히 담았다.


ㅅㄴㄹ


#derEinhandigeBrieftrager #GudurunPausewang


나중에 더 글을 쓸 텐데

‘독일을 떠날 수 있던 사람’은

돈이 많거나 이름값이 높거나 힘(권력)을 쥔 사람들.

가난한 사람이나 땅을 짓던 사람은

히틀러하고 허수아비가 활개를 쳐도

독일을 떠날 길이 없었다.

그저 모든 소용돌이가 가라앉고서

독일이 아름터로 숲을 품기를 바라면서

억눌리고 짓밟힌 나날을 견딜 뿐이다.


구드룬 파우제방 님은 이 대목을

상냥하면서 깊이 건드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만한 글을 쓰는 이가

아직 드물다고 느낀다.

제주 이야기를 제대로 느끼거나 알고 싶다면

‘한강 소설’이 아닌

‘김석범 소설’을 읽기를 바란다.


히틀러하고 이승만·박정희·김일성이

뭐가 다르겠는가.

군사독재권력은 우두머리 한 놈 때문에 서지 않는다.

우두머리에 빌붙는 감투잡이가 있고

감투잡이 옆에서 콩고물을 나눠먹는

숱한 똘마니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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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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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8.


《아무튼, 언니》

 원도 글, 제철소, 2020.7.20.



제주에서 이틀째 아침을 맞는다. 지난밤에 마당에 서서 별빛을 헤아렸다. 문득 돌아보자니, 제주는 별바라기를 하기에 좋은 곳일 만한데, 여기저기에 불빛이 너무 많다. 불빛에 별빛이 잡아먹힌다면 풀꽃나무도 숨쉬기 힘들리라. 아침에 작은아이가 하늘소 주검을 찾았다. 하늘소는 단단몸을 내려놓고 새길로 떠났구나. 〈그림책카페 노란우산〉에서 낮나절에 이야기꽃을 펴고서, 글쓰는 할머니 김재용 님을 만난다. 바깥에서 사흘을 지내자니 작은아이는 부릉이가 고단하다. 시골집에서는 늘 걷지만, 뭘 하려 해도 부릉이를 타야 하는 바깥마실이다. 마을책집 〈책대로〉에 들르고서 셈틀칸(PC방)에 간다. 작은아이는 셈틀칸이란 데가 무척 궁금하단다. 길에서 안 보이던 제주 푸름이·젊은이가 바글바글하다. 사납고 거친 말씨가 춤춘다. 히유. 한숨을 짓고 나온다. 《아무튼, 언니》를 읽었다. 틀림없이 나아지는 길이되 아직 먼 어깨동무(성평등)를 생각한다. ‘언니’는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손위를 가리킬 적에 쓰는 이름이나, 어느새 순이만 써야 하는 듯 여긴다. 아무튼, 이 책은 ‘언니’ 이야기라기보다는 ‘기대고픈 사람한테 기대는 글쓴이 발자국’을 들려준다. ‘언니’라는 대목에 조금 더 마음을 기울이지 못 하니 아쉽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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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7.


《라키비움 J 롤리팝》

 임민정 엮음, 제이포럼, 2022.6.15.



아침 일찍 〈그림책카페 노란우산〉으로 찾아간다. 8월 한 달 〈노란우산〉에서 ‘노래그림잔치(동시그림 전시)’를 편다. 노래꽃(동시)을 둘러싼 수다꽃을 피우려고 한다. 수다꽃을 마친 뒤에는 제주에서 ‘인형극’을 펴는 분들이 선보이는 놀이마당을 함께 본다. 이러고서 오름으로 가는 오솔길을 걷는다. 길마다 나뭇가지에 동여맨 끈이 보인다. 손이 닿는 나뭇가지라면 비닐끈을 풀어낸다. ‘올레길 알림 비닐끈’ 탓에 나뭇가지가 말라비틀어진다. 그들(공무원)은 이를 아는가? 왜 멀쩡한 나무한테 비닐끈을 자꾸 동여매는가? 풀벌레노래 사이로 부릉소리가 스민다. 이제 부릉길(찻길)로 돌아나오는데 부릉이한테 치여죽은 잠자리하고 나비가 수북하다. 걷지 않는 사람들은 무엇을 보거나 느끼거나 알까? 밤별을 보며 《라키비움 J 롤리팝》을 헤아려 본다. 그림책을 다루는 달책(잡지)이라지만, 아무래도 ‘그림책 이야기잔치’라기보다는 ‘캐릭터 귀염잔치’ 같다. 왜 그림책을 말하지 않고 자꾸 ‘캐릭터·유명작가·신인작가’만 다룰까? 그림책에서 억지로 그림감(소재·주제·교훈)을 뽑아내려 하지 말자. 우리는 그림감 때문에 그림책을 읽어야 하지 않는다. 값지거나 훌륭한 그림감 때문에 그림책을 읽어야 한다면, 그림책이 불쌍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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