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0.


《피어라 돼지》

 김혜순 글, 문학과지성사, 2016.3.3.



면사무소로 되살림(재활용)쓰레기를 갖다놓으러 자전거를 달린다. 어젯밤은 조용하기에 그저 조용히 지나가는가 싶더니 오늘밤은 끝내 불꽃(폭죽)을 터뜨리는구나. 참말로 서울내기는 서울에서는 불꽃을 못 터뜨리니 조용한 시골을 더럽히네. 서울에서 못 보는 별빛을 누리면 안 되겠니? 시골에 와서 별을 안 보면 어디에서 볼 셈이니? 서울내기 마음에는 별빛도 새노래도 풀노래도 죄다 없니? 구름밭이 달빛을 가려 준다. 고맙다. 우리는 별빛을 받는 사람이다. 달이 아닌 별을 보기에 사람스럽게 숨결을 지핀다. 《피어라 돼지》를 읽었다. 이렇게 노래하는 사람도 있구나. 김혜순 님도 오늘날 숱한 노래님(시인)처럼 말을 못 살리는 결이 많고, 꾸밈결도 짙지만, 그래도 이럭저럭 읽을 만하다. 스스로 생채기를 후벼팔 수도 있을 터이나, 조금 더 스스로 따사로이 바라볼 수 있다면 글이 사뭇 다르리라. 남이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랄 까닭이 없다. 내가 나를 스스로 달래고 아낄 줄 알면 사랑은 스스로 피어난다. 바깥(사회)은 조금 덜 쳐다볼 수 있다면, 바깥(정치·학교·문화·예술)에 아예 눈을 뗄 수 있다면, 우리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말은 시나브로 노래로 피어나서 별빛으로 거듭나리라. 노래는 늘 우리 마음속에서 숨죽이며 기다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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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9.


《좋은 사람 1》

 타카하시 신 글·그림/박연 옮김, 세주문화, 1998.1.20.



엊저녁에 빨래를 하고 씻다가 물꼭지에 엉치뼈 쪽을 쿵 박았고, 하루 지나고 보니 새삼스레 욱씬거린다. 얼마나 세게 박았기에 걸을 때마다 찌릿찌릿 아플까.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곁밥(반찬) 두 가지를 한다. 볶음을 할 적에는 불판을 달구어 놓고서 모싯잎하고 부추를 한 줌 훑어 온다. 다 지어 놓고서 그릇에 옮기는 몫은 작은아이한테 맡긴다. 한가위를 하루 앞두고 읍내로 나간다. 시골버스에는 나 혼자. 호젓하다. 그러나 읍내에 내리니 부릉물결이 끔찍하다. 걷기보다 느릴 만큼 작은 시골 읍내를 그득 메운 부릉물결. 그리고 거님길을 수북하게 덮은 담배꽁초. “이 미친!”이란 외마디가 목구멍까지 나오려 하기에, 마음을 다스리도록 책을 꺼낸다. 걸으면서 읽는다. 책만 쳐다보자. 《좋은 사람 1》를 오랜만에 쥔다. 첫걸음부터 되읽기로 한다. 이 아름만화를 그동안 몇 벌이나 되읽었던가. 요새 우리나라에서 ‘웹툰’이 돈벌이가 쏠쏠하다고 하는데, 난 어떤 웹툰도 안 쳐다본다. 이웃님한테는 재미나거나 웃길는지 모르나, 나로서는 뻔하고 따분하고 재미없고 틀에 박힌 서울굴레이지 싶다. 타카하시 신 님이 선보인 《좋은 사람》이나 《최종병기그녀》하고 어깨를 견줄 웹툰이 있다면 기꺼이 보겠건만. 글쎄, 어림도 없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たかはししん #高橋しん #いいひ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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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8.


《100교시 그림책 수업》

 김영숙 글, 열매하나, 2022.8.23.



오늘은 마당하고 부엌을 치운다. 뒷간도 치운다. 이러고서 두 아이 등짐(가방)을 빨래한다. 두 아이 등짐을 새로 장만했으니, 오늘 빨래하는 예전 등짐은 고이 건사해야지. 이렁저렁 집일을 마무르고서 등허리를 토닥인다. 뜨거운 잎물을 마시면서 몸을 달랜다. 오늘도 볕이 넉넉하고 바람이 없다. 빨래하기에 즐겁고 이불이며 세간을 말리기에 넉넉한 하루이다. 곧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올 테니 이 볕을 듬뿍 먹으라고 하늘이 사랑을 베푼다고 느낀다. 《100교시 그림책 수업》을 읽었다. 페스탈로치 님이 왜 어린배움터를 열려고 나라지기한테 조아렸는지를 잊은 일본 총칼나라(군국주의) 틀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우리나라 배움얼개는 ‘배움터(학교)’라기보다 사슬터(감옥)이다. 이 사슬터에서 달삯쟁이로 머무는 이들이 무척 많다. 그러나 드문드문 길잡이 노릇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 책을 여민 씨앗샘(김영숙) 님도 길잡이 가운데 하나이리라. ‘교사·선생’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둘레에서 불러 준대서 길잡이일 수 없다. 오롯이 사랑이란 마음으로 어린이·푸른이를 품고서 저마다 삶길을 스스로 짓도록 마음을 틔우는 배움판을 벌여야 비로소 길잡이란 이름을 쓸 만하다. 달삯만 받는 이들은 그저 벼슬아치에 돈바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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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7.


《한자나무 2》

 랴오원하오 글/김락준 옮김, 교유서가, 2021.9.3.



볕이 넉넉하니 이불을 말린다. 차곡차곡 꺼내어 말리고서 드러누워 쉰다. 작은아이는 이제 샛자전거에 앉기에는 키가 껑충해도 “발판을 구르지 말고 그냥 앉으렴. 자전거로 바람을 가르면 한결 시원하잖니.” 하고 구슬러서 같이 골짝마실을 한다. 이러고서 혼자 우체국을 다녀온다. 저녁에는 오랜만에 〈The Legend Of 1900(피아니스트의 전설)〉를 함께 보며 눈물짓는다. 그런데 한창 빛그림(영화)을 보는 사이에 어느 틈바구니로 들어왔을까, 박쥐 하나가 살랑살랑 마루랑 끝칸이랑 부엌을 오가면서 난다. “얘야, 우리 집 말고 너른 들하고 숲에서 놀렴.” 하고 속삭인 다음에 살살 잡아서 마당에 내려놓으니 밤하늘로 훨훨 날아간다. 《한자나무 2》을 읽었다. 첫걸음도 살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나로서는 다 아는 한자라서 굳이 궁금하지 않기도 한데, 이 책은 꽤 재미있게 엮었다고 느낀다. 그저 ‘한자나 영어를 이렇게 엮어서 내면 잘 팔리는 듯한’데, 우리말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서 널리 읽히고 넋과 숨결과 삶을 되새기도록 북돋우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 나라 사람들은 말을 어떻게 지켰는지 다 잊은 듯하다. 그냥 아무 말이나 쓰고, ‘학습도구’란 이름을 내세워 한자하고 영어를 아이들한테 쑤셔넣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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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6.


《나비》

 헤르만 헤세 글/홍경호 옮김, 범우사, 1989.12.10.



어제 지나간 돌개바람은 가벼웠지만 포항에서는 큰일이 터졌다. 커다랗거나 무시무시하지 않은 돌개바람으로도 포항이 물밭을 겪는다면, 그 고장 벼슬꾼(공무원)은 여태 뭘 했을까. 모든 아이들이 시골을 버리고 서울(도시)로 몰리도록 북돋우는 나라요, 서울에서 나고자란 아이들이 시골살이를 그리도록 알려주는 길이 없는 배움터인데, 이런 터전에서는 어떤 마음이 싹틀까. 아침부터 해가 난다. 빨래를 해서 널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해바람에 빨래를 말린다면 ‘말림틀(건조기)’은 덧없다. 누구나 냇물이나 샘물을 마시면 꼭짓물(수도물)이나 페트병물은 부질없다. 한가위를 앞둔다. 올해에는 시골이 좀 시끄러울 듯싶다. 풀노래를 듣고 차오르는 달빛에 잠기는 별빛을 품으면서 《나비》를 돌아본다. 꽃밭일을 글로도 여민 헤세 님이니 나비 이야기도 글로 엮을 만하다고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골로 삶터를 옮긴 글바치가 드물고, 시골살림을 글로 내놓더라도 막상 잘 읽히지는 않는다. 풀꽃 이야기를 글·그림으로 담는 이가 더러 있되, 마음으로 풀꽃을 사귀거나 마음으로 풀벌레노래를 누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는 몇 없다. 마음으로 숲빛을 품고서 마음으로 숲글을 풀어내지 않는다면, 무엇을 글이라고 해야 할까. 마음이 없어도 글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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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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