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3.


《박막례시피》

 박막례·김유라 글, 창비, 2020.9.14.첫/2020.9.15.2벌



숲노래 책숲 꽃종이(소식지)를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손으로 여미어 읍내에 가서 뜬다(복사). 큰아이가 빚은 그림꽃(만화)을 담았는데, 복사집으로는 안 되겠구나. 꼭 인쇄로 맡겨야겠다. 우체국 일꾼이 또 바뀐다. 아, 올해에만 몇 판째인가? 새 일꾼은 일을 하나도 모른다. 글자락 하나 부치는 데에도 한참 걸린다. 더구나 마감이 이르다. 낮밥때는 닫아걸고, 일꾼은 일을 못 하고, 마감은 16시 30분에 한다면, 아예 일을 않겠다는 소리일까? 이 나라는 우두머리와 벼슬꾼뿐 아니라, 밑자리까지 속속들이 곪는다. 옆마을에서 시골버스를 내려 논둑길을 걷는다. 가을에 올라오는 들꽃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추스른다. 《박막례시피》를 읽어 보았다. 박막례 님이 밥을 차리는 그림을 죽 보는데, 내가 집에서 해보고 싶은 밥은 하나도 없다. 매워도 짜도 달아도 다 내키지 않는다. 투박하게 밥짓기를 일군 할머니가 갑자기 사랑받는 일은 멋스럽다고 할 만하지만, 책으로나 여기저기에서나 너무 돈벌이(상업주의)로 팔아치운다고 느낀다. 그러나 이런 돈바람이 몇 해를 가겠나. 할머니는 그저 할머니로, 또 밥할매로 바라보면 안 될까? 왜 자꾸 광대(연예인)로 세우려고 하는가? 더구나 이런 돈벌이짓·광대짓을 ‘창비’란 데에서 하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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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2.


《마음 풍경》

 김정묘 글, 상상+모색, 2021.10.13.



하루를 마무를 저녁나절에 가볍게 자전거를 탄다. 한가위가 끝나고 서울내기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니,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마을까지 쓰레기 태우는 집이 많다. 한가위에 시골집에 찾아온 딸아들아, 제발 쓰레기를 서울로 되가져가거나 마을 앞에 내놓고서 돌아가라. 안 그러면 너희 할매할배는 이 끔찍한 매캐구름을 피운단다. 너희는 이 꼴을 안 보니까 모를 테지만, 이제는 봐야 하지 않을까? 빛그림 〈엘칸토〉를 넷이 둘러앉아서 본다. 그림이며 줄거리가 무척 빠르게 지나간다. 우리는 집에서 되감기를 하거나 몇 판이고 다시보기를 하지만, 보임터(극장)에 가는 사람들은 딱 한 판을 볼 뿐일 텐데, 한 판을 보고서 무슨 이야기인 줄 다 읽어낼 수 있을까? 《마음 풍경》을 읽었다. 곁에 둔 책을 바탕으로 오늘 어떤 삶이 흐르는가를 차분히 돌아보는 줄거리이다. 글님이 알뜰히 여미셨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자꾸 글멋을 부리려고 곳곳에 ‘어려운 한자말’을 섞는다. 나이든 분들은 ‘글멋 = 한자말’로 여기고, 나어린 분들은 ‘글멋 = 영어·옮김말씨’로 여긴다. 글멋을 안 부리는 분들은 수수하거나 투박한 우리말이나 시골말을 쓴다. 마음을 ‘풍경’ 아닌 ‘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글빛을 짓는 길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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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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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1.


《로버랜덤》

 존 로날드 로웰 톨킨 글/박주영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2008.9.26.



한가위가 지나간다. 이제 서울내기들은 부릉부릉 시골을 떠나 준다. 밤은 서늘하되 낮은 덥다. 이 더위도 얼마 안 남았다. 곧 밤은 춥고 낮도 쌀쌀한 겨울이 자리잡겠지. 부릉이가 없던 지난날에는 누구나 걸어다니면서 들숲바다를 품고 별빛하고 햇빛을 그렸다. 부릉물결이 일렁이는 오늘날에는 휙 왔다가 떠나면서 어디에나 쓰레기가 번진다. 한가위만 지나면 온마을에 쓰레기가 출렁이고, 마을 할매할배는 스티로폼이든 페트병이든 깡통이든 한꺼번에 태운다. 《로버랜덤》을 읽었다. 가락지 이야기를 쓴 톨킨 님이 이런 글을 내놓기도 했구나. 우리말로 안 나온 책은 더 있으리라. 그나저나 ‘어린이부터 읽을 톨킨 책’인데 우리말이 참으로 엉성하다. 곁님은 “우리가 책을 읽고 싶으면 모든 이웃말을 다 배워야 해요.” 하고 말한다. 옳다. 옳은 이 말에 새로 이야기를 보탤 수 있도록, 옮김빛(번역가)으로 일하는 분들이 제발 우리말을 다시 배우고, 삶·살림·사랑·사람을 숲빛으로 그려낸 넋을 천천히 되새길 수 있기를 빈다. 한글로 적기에 글쓰기나 옮기기일 수 없다. ‘삶말’로 적어야 비로소 글쓰기에 옮기기이다. 숲말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하며, 살림말로 어린이 곁에서 어깨동무를 할 줄 알아야 어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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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9.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숲노래 밑틀·최종규 글·강우근 그림, 철수와영희, 2015.10.9.



새벽에 토토토 소리가 나기에 “어, 비가 오나?” 하고 생각했지만 마당을 내다보지는 않았다. “아, 지난달 지지난달 지지지난달 지지지지난달에 장만한 책을 아직 바깥마루에 쌓아놓았잖아. 책이 젖으면 안 되지.” 하고 생각하며 어둑어둑한 마당에 내려서서 빗물을 맞이한다. 바깥마루를 곱게 덮고서 ‘한글날’이란 하루를 돌아본다. 숲노래 씨는 어린배움터(국민학교)를 다닐 적에 ‘주보퉁이(주시경)’ 님이 일본 총칼에 맨몸으로 맞서면서 ‘누구나 우리말을 마음껏 펴고 담아 생각을 살찌울 우리글을 쓰려’면 ‘훈민정음이 아닌 수수한 글씨’여야 한다고 여겨 ‘한글’이란 이름을 짓고 온힘을 다하다가 그만 일찍 돌아가셨다고 배웠다. 한힌샘(주시경) 님은 집살림까지 ‘한글사랑’에 바치며 매우 가난했다지.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한글날 언저리에 주시경 이름은 사라지고 세종 이름만 출렁인다. ‘한글’은 주시경 님이 독립운동을 하며 지은 이름이요, ‘훈민정음’은 1443∼1446년에 세종 임금이 ‘중국말을 조선 벼슬아치가 사투리로 말하지 않도록 표준 서울 발음으로 맞춘 글씨’인데. 아무튼, 이 한글날부터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같은 책을 장만해서 읽고 마음빛을 가꾸는 이웃님이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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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8.


《멋진 하나》

 강기화 글·홍종훈 그림, 동시요, 2021.12.1.



곁님은 커피콩을 절구에 빻아서 가루를 낸다. 숲노래 씨는 틈틈이 읍내마실을 하면서 커피콩을 장만해서 드린다. 오늘 저잣마실을 갈 적에 튀김닭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받았으나, 고흥살이 열두 해에 걸쳐 우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여길 튀김닭집이 마침 쉰다. 다른 곳은 열지만 그다지 안 가고 싶다. 곁님하고 아이들 심부름을 챙기려고 읍내를 부지런히 걸으며 가을빛이란 뭘까 하고 생각한다. 가을풀노래를 듣는 이웃은 어디에 몇이나 있는가 모르겠다. 고흥군 새 군수는 ‘문화도시 사업’을 꾀한다는데, 무엇이 ‘문화’라고 여길까? 지난 열두 해 동안 이 고장에는 아무런 삶빛(문화·예술)이 없는 줄 신물나게 보았다. 《멋진 하나》를 돌아본다. 말장난을 줄이고서 ‘삶말’을 헤아렸다면 퍽 싱그러이 노래꽃(동시)으로 피어날 만했으리라 본다. 글을 왜 멋부리면서 쓰려 할까? 하긴, 아직도 ‘대학 논문’은 한자말을 안 쓰면 ‘논문이 아니라’고 손사래친다잖은가. 숲노래 씨도 1998년에 논문을 낼 적에 쉬운말로만 썼더니 교수란 분이 “이걸 어떻게 받아?” 하고 눈살을 찡그렸다. 1993년에 ‘대학입시 논술’을 치를 적에도 ‘한자말은 반드시 한자를 밝혀 적도록’이란 말을 들었다. 우리한테 우리말이란, 글이란, 노래란 뭘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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