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3.


《검은 대륙 초록 희망》

 왕가리 마타이 글/이혜경 옮김, 책씨, 2005.3.30.



별빛이 쏟아지는 나날이다. 낮이 부쩍 줄고 밤이 차츰 늘어나는 하루이다. 우리 집 단감을 몇 알 따서 썰어 보는데, 조금 더 익어야겠구나. 멧새가 찾아와 톡톡 쪼아먹기도 하고, 붉게 익어 나무 곁에 툭툭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은 사람대로 먹으면 즐겁고, 손이 안 닿을 만한 곳은 새랑 벌레가 누리다가 흙으로 돌아가면 된다. 《검은 대륙 초록 희망》을 예전에 읽은 듯하지만 하나도 안 떠올라서 새로 장만해서 읽었다. 옮김말이 매우 허술하다. 아니 일본한자말하고 일본말씨가 춤춘다. 이웃말(외국말)을 익히는 분들은 왜 우리말은 안 익힐까? 배움터(학교)에서는 우리말을 안 가르친다. 이른바 ‘초·중·고’를 나온 채 우리말을 스스로 익히지 않는다면 “찌들고 망가진 말씨가 마치 우리말인 줄 잘못 아는 마음”으로 헤매고 만다. 영어를 하루에 두 시간 익혔다면, 우리말도 하루에 두 시간 익힐 노릇이다. 우리말을 뭘 어떻게 더 배우냐고 묻지 마라. 잊어버린 말씨를 돌아보고, 잃어버린 낱말을 생각하라. 말은 남이 못 가르친다. 스승이나 길잡이는 그저 삶으로 말결을 보여줄 뿐이다. 아이들은 “우리말을 가르쳐 주셔요!” 하고 달라붙어서 배우지 않는다. 어른들이 쓰는 말씨를 귀여겨듣고서 배운다. 우리말을 모르면 글을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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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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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2.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장화와 열 사람, 글항아리, 2021.9.3.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서두를 마음이 없기에 14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나왔는데 뜻밖에 일이 일찍 끝나 한 시간이 빈다. 느긋하게 다니니 나쁘지는 않되 고흥 읍내에서 쉴 곳은 없다. 900살 느티나무 곁은 할배들 술잔치에 담배냄새 탓에 지저분하다. 작은 시골조차 부릉부릉 시끄럽다. 오늘이 ‘세계 차 없는 날’이라는데, 이 시골에서 누가 알까? 시골일수록 더더욱 부릉이를 끝없이 몰고 밀어댄다. 올해에는 우리 집 감나무가 단감이며 불퉁감(대봉감)을 주렁주렁 맺는다.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를 읽었다. 살뜰하게 여민 책이라고 느낀다. 노리개질로 시달린 사람들은 ‘죽느니만 못한 나날’을 보내면서 ‘삶을 단단히 잡는’다고 느낀다. 숲노래 씨도 매한가지이다. 어릴 적이나 싸움터(군대)에서 겪은 노리개질은 떠올리고 싶지 않도록 몸서리칠 노릇인데, 노리개질은 순이뿐 아니라 돌이도 으레 자주 곳곳에서 겪는다. ‘나란사랑(동성애)’을 외치며 잔치를 벌이는 일이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으나, ‘싸움터 노리개질(군대 성폭력)’이 거의 ‘나란사랑’을 앞세우는 뻘짓인데, 뭔가 크게 일그러졌다. 싸움터에서 중대장이나 윗내기(고참)란 놈들이 두들겨팰 적마다 ‘죽음 아닌 삶’을 마음으로 그렸기에 오늘까지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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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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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1.


《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

 문광연 글·사진, 지성사, 2017.8.11.



낮까지 느슨히 쉬면서 등허리를 편다. 자전거를 몰아 우체국으로 다녀온다. 천안 이웃님한테 노래꽃하고 책을 부친다. 어느 그림책이 ‘자전거를 자전거 같지 않게 그렸’기에 어느 대목이 얄궂은가를 누리집 이웃님한테 여쭈어 보았다. ‘그림책에서 자전거를 엉뚱하거나 얄궂거나 엉성하거나 틀리게 그리는 줄’ 알아차리는 분은 얼마나 될까.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걸음새’를 제대로 못 그리더라. 버스를 타지 않는 사람은 ‘버스길’을 제대로 못 그리더라. 자전거를 안 타는 사람도 마땅히 자전거를 제대로 못 그리더라. 아기를 안고서 달래고 자장노래를 불러 보지 않은 사람도 ‘아기 안는 어버이’를 제대로 못 그릴 테고, 천기저귀를 갈아 주지 않거나 빨래삶이를 해보지 않은 이들도 ‘수수한 살림결 그림’이 엉성하게 마련이다. 마당 한켠에 여치가 모여 해바라기를 한다. 《개구리, 도롱뇽 그리고 뱀 일기》를 아이들이 반갑게 읽어 주었다. 개구리랑 도룡뇽이랑 뱀을 눈여겨보는 어른이 있다며 살짝 놀라기도 한다. 입(지식·이론)으로만 외는 ‘친환경·그린’은 조금도 숲을 헤아리지 않는다. 오늘날 ‘해상 태양광·풍력’은 ‘토목 마피아’하고 똑같다. 밀양 송전탑만 붙드는 분이 많은데, 바다부터 잇는 송전탑은 안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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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0.


《남동공단》

 마영신 글·그림, 송송책방, 2022.2.22.



전철을 타고 남양주로 건너간다. 어제는 새벽 한 시부터 고흥에서 짐을 꾸려 길을 나서고서 한밤에 일을 마쳤는데, 오늘은 일찌감치 움직이느라 전철에서 졸음이 쏟아진다. 모처럼(?) 전철에서 잔다. 용케 자리를 얻으나 책읽기도 노래쓰기도 안 하고 꿈나라로. 먼저 〈곰씨네 그림책방〉에 들른다. 〈불랙버드북숍〉도 찾아가는데 오늘은 늦게 여시네. 서울로 돌아가서 시외버스를 탄다. 밤에 고흥에 닿는다. 이틀 동안 라면 한 그릇하고 빵 한 조각 먹었는데, 조금만 먹고 움직이니 홀가분하고 느긋하다. 별빛을 헤아리면서 꿈누리로 가자. 《남동공단》을 읽었다. 2013년에 ‘새만화책’에서 애써서 내주었는데, 그림님이 예전 펴냄터 이야기는 한 마디도 안 한다. 그러려니 싶으면서 섭섭하다. ‘새만화책’ 없이도 ‘그림꽃님(만화가) 마영신’이 있을 수 있었을까? 요즈막 적잖은 ‘젊은 그림꽃님’은 ‘새만화책’에서 자리를 내주고 책을 내주어 비로소 빛을 보았다. 만화잡지가 모조리 무너지고 종이만화책으로 ‘우리 이야기를 담는 우리 만화책’이 몽땅 스러질 즈음 한 땀씩 여민 손길이 너무 잊힌다. 암튼 《남동공단》을 읽으며 ‘군대를 이렇게 빠지는 사람도 있었네’ 싶어 놀랐다. 그냥 끌려간 숲노래 씨 같은 사람이 바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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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9.


《우리 동네, 구미》

 임수현·이진우·남진실 글, 삼일북스, 2022.7.25.



이른아침에 바깥마실을 가려니 우리 집 어린씨·푸른씨가 배웅해 준다. 포근히 안고 등을 토닥이고서 길을 나선다. 시골버스하고 시외버스에서는 살짝 눈을 붙였다가 노래꽃을 쓴다. 서울에 닿아 강동구 〈강동헌책방〉을 열 몇 해 만에 찾아간다. 늦게 여시는지 아직 닫혔다. 〈현대헌책방〉을 들르고서 〈서울책보고〉로 가서 9월치 ‘헌책집 들려주기(소개)’ 이야기를 찍고서 전철을 타고 부천으로 가는데 미어터진다. 이 틈새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데, 짝꿍(여자친구)이랑 수다를 떠는 젊은 사내가 자꾸 내 등짐을 발로 툭툭 찬다. 한마디 하려다 그만둔다. 부천 원미동 〈용서점〉에 닿아 ‘그림책이란 아름답지만 우리 그림책은 한참 멀었다’는 수다꽃을 편다. 《우리 동네, 구미》를 읽었다. 구미 〈삼일문고〉에서 펴냄터를 열어 처음 선보인 책이다. 뜻있게 태어난 책이요, 구미라는 고장을 찬찬히 짚는 대목은 돋보이는데, 글결이 딱딱하고 어렵다. 눈높이를 열너덧 살 푸름이한테 맞추어 쉽고 부드러이 적으면 아름다울 텐데. 책이 꽤 무거워 손목이 아프기에 저울에 달았더니 565그램이다. 종이 두께를 줄여 무게를 350∼380그램으로 낮춰야 비로소 쥘 만하리라. 모름지기 어깨힘을 빼야 일이 풀리고 글이 풀리며 생각이 풀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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