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6.


《동물학대의 사회학》

 클리프턴 P.플린 글/조중헌 옮김, 책공장더불어, 2018.8.24.



큰고장 한복판 잿빛집에서 사흘째 맞이한다. 시골 아닌 잿빛집이어도 꽃밭이 있으면, 마루닫이를 살며시 열어 밤하고 새벽에 풀벌레노래를 들으 수 있다. 마루닫이를 꾹 걸면 잿빛집 작은 꽃뜰에서 퍼지는 풀노래조차 막힌다. 여름에도 봄가을에도 바깥바람을 들이면서 풀노래를 받아들이려 한다면, 비록 잿더미에서 하루를 누리더라도 하늘빛을 품을 만하다고 본다. 전철을 타고 버스나루로 간다. 시외버스를 탄다. 늦은저녁에 고흥에 닿는다. 우리 네 사람은 별빛하고 풀노래를 새삼스레 만난다. 《동물학대의 사회학》을 읽었는데 옮김말이 몹시 어렵고 딱딱하다. ‘사회·학’이니 어렵고 딱딱한 일본 한자말을 잔뜩 쓸는지 모른다만, ‘둘레를 배우는 길’이라면 우리 스스로 우리 마음을 그릴 말씨를 찾아나서면서 이웃을 헤아리는 말결로 풀어낼 노릇이라고 본다. 글을 쓰거나 읽는 사람이 나란히 ‘마음을 여는 말’이 아닌 ‘마음을 가두는 말’을 쓰는데, 사회학이나 인문학이나 심리학이나 문학 모두 잿더미에서 맴돌이를 하는 ‘잿말’로 흐를 만하다. 잿말이 아닌 숲말을 쓸 수 있다면, 어디에서나 누구나 숲빛으로 거듭나겠지. 잿말을 놓지 않고 숲말을 품지 않는다면, 시골에서 살더라도 잿빛에 갇혀 허우적거리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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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5.


《아빠가 들려주는 한글 이야기》

 김슬옹 글·이승원 그림, 한솔수북, 2022.7.29.



일산에서 이틀째 보낸다. 할아버지네 둘레에 있는 푸른쉼터에서 다리를 쉰다. 큰고장에는 무엇이 있을까. 높은 잿집(아파트)에 부릉이가 가득하다. 가게가 줄짓는다. 돈으로 쓰고 누릴 살림이 많다. 그러나 풀꽃나무는 없다시피 하고, 빗물을 마실 틈이나 냇물에 뛰어들 자리는 없다. 이 틈새에서는 외려 숲을 두려워하거나 바다를 무서워할 만하다. 풀벌레노래를 듣는 이는 누구일까. 새노래를 사랑하는 이는 어디에 있을까. 별빛으로 쉬고 햇빛으로 살림하는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아빠가 들려주는 한글 이야기》를 읽었는데 ‘한글 이야기’라 하면서 정작 ‘주시경’은 다루지 않는다. ‘훈민정음’하고 ‘한글’은 “그게 그거 아니냐” 하고 여기는 분이 제법 많은데, 마땅히 둘은 다르다. 위아래(신분·봉건질서)가 단단하던 조선 무렵에 들사람(백성)은 한문은커녕 붓먹벼루를 건사할 수도 만질 수도 엿볼 수도 없었다. 발자취(역사)를 살피지 않고 세종 임금만 추킨다면, 아이들한테 발자취를 잘못 알려주는 셈이다. ‘한글’이란 이름은 ‘일본 제국주의’가 이 나라를 집어삼키던 수렁에서 홀로서기(독립운동)를 바란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지어서 새로 엮어낸 글이다. 글을 처음 엮은 사람도 대단하되, 글을 쓰도록 연 사람을 잊지 말자.



※ 틀렸기에 바로잡을 대목


한자는 뜻글자이고 한글은 소리글자야 (10쪽)

→ 우리가 쓰는 ‘한글’은 ‘우리말’을 담는 소리일 뿐 아니라, ‘우리말’에 흐르는 뜻을 나란히 담습니다. 그래서 한글은 ‘소리글’이기만 하지 않아요. 한글은 ‘뜻소리글’입니다.


“양반들은 큰나라 중국을 섬기는 일에 한글이 방해된다고 생각했어. 일반 백성들은 글자를 알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했고” … “아빠, 몸이 아픈데도 백성들을 위해 끝까지 문자를 만드시다니 정말 훌륭한 임금님 같아.” (18쪽)

→ 거의 모든 양반이 한문만 쓰며 중국을 섬기기를 바란 뜻은 맞는데, 세종 임금이 엮은 훈민정음은 바로 ‘중국을 제대로 섬기자는 뜻으로 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양반들은 훈민정음을 거스르지 않았어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편 뒤에 양반들이 맞서거나 거스르지 않은 까닭은 ‘훈민정음은 그야말로 중국을 섬기려는 뜻으로 엮은, 중국말소리를 모두 담아내는 글씨(발음기호)였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을 위해”가 아니라 “중국을 섬기려고”였으니, 섣불리 ‘영웅 만들기’로 치켜세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음 글자를 만든 원리

→ 닿소리를 지은 얼개


모음에는 우주의 큰 뜻을 담았어

→ 홀소리에는 온빛을 담았어

→ 홀소리에는 온누리를 담았어


ㄴ 모양이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과 똑같지는 않은 거 같은데

→ ㄴ 꼴이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습과 똑같지는 않은 듯한데


가장 늦게 발명된 문자가 한글이에요

→ 가장 요즘 지은 글이 훈민정음(한글)이에요

→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훈민정음(한글)이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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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4.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연희 글·사진, 봄날의책, 2022.3.21.



아침 일찍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서울 가는 시외버스는 한 시간 남짓 기다려야 한다. 고흥읍 구백 살 느티나무 곁에서 기다리려는데, 이 아름나무 둘레는 쓰레기더미에 할배들 담배잔치에 구정물이 흐르는 냄새가 범벅이다. 고흥살이를 하며 군수가 셋째로 갈렸으나 다 똑같다. 도무지 나무를 안 쳐다본다. ‘작은’ 느티나무, 그러니까 오륙백 살은 너끈히 먹은 느티나무가 사라졌다. 그냥 한숨을 쉰다. 서울을 거쳐 전철로 갈아탄다. 전철에서 내려 걷는다. 일산마실이다. 먼저 아이들 이모네로 갔다. 쉬엄쉬엄 있다가 저녁나절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다. 가시아버지는 몸져눕는 나날을 맞이해도 끈(이녁 세 아이한테 아파트를 못 사주었고 뭘 못 했다는 푸념)을 못 놓는다. 끈 말고 꿈을 헤아릴 때인데, ‘꿈 = 돈’일 수 없는데, 이 사슬에서 벗어날 엄두를 못 내신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을 읽고 아쉬웠다. 책 한 자락을 어렵게 내야 하지는 않되, 글도 그림(사진)도 오롯이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추스르고 토닥이는 눈빛을 밝힐 수 있기를 빌 뿐이다. 틀림없이 사랑을 담아 글을 여밀 수 있다. 누구나 사랑으로 찰칵찰칵 찍을 수 있다. 겉멋이 아닌 오직 사랑 하나로 바라보고 품자. 남 눈치 아닌 우리 눈빛으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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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3.


《우리는 군겐도에 삽니다》

 마츠바 토미 글/김민정 옮김, 단추, 2019.3.25.



이튿날은 우리 집 네 사람이 함께 움직인다. 이 나라에 돌림앓이가 터진 뒤로 곁님은 시골버스조차 안 탔다. 아마 이 나라에서 손꼽을 만큼 정갈한 숨결과 피가 흐르는 곁님이리라 본다. 버스표를 미리 끊는다. 느긋이 저녁을 맞이한다. 가시아버지를 잘 뵙고서 돌아오자고 생각한다. “집에만 있으면 안 심심해요?” 하고 묻는 이웃님이 꽤 많은데, “밖으로 돌아다니면 재미있어요?” 하고 으레 되묻는다. 우리네 보금자리는 한 해 내내 머물러도 즐거우면서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만한 곳에 마련해야지 싶다. 숲노래 씨는 200해를 깃들 터전을 헤아려 고흥 시골집을 마련했는데 200해도 짧다. 즈믄이나 두즈믄(2000) 해쯤 살아갈 곳에 보금자리를 틀어야 “즐거운 우리 집”으로 피어날 테지. 《우리는 군겐도에 삽니다》를 읽었다. 첫머리는 퍽 읽을 만했으나 갈수록 줄거리가 꼬이더라. 작은 시골마을에서 ‘장사를 이렇게 잘 한다’는 자랑 같은 줄거리만 나오는 듯싶어 아쉽다. 일부러 작은 시골마을에서 뜻을 펴면서 숲빛이며 들빛을 품는 기쁜 하루를 그리면 넉넉할 텐데. 바깥(도시)에서 보기에 돈을 잘 벌고 이름값을 높이고 마을에서 목소리 좀 낼 만한 자리에 올라야 ‘뜻을 이룬(성공)’ 셈이라고 여긴다면, 왜 시골에서 살아야 할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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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2.


《국어 지필평가의 새 방향》

 이형빈 글, 나라말, 2008.12.30.첫/2010.5.31.2벌



아침 일찍 새옷을 빨래한다. 새옷에 깃든 죽음물(화학약품)을 빼내려고 잿물(E.M.)에 한참 담그고서 비빔질을 하고, 또 한참 헹군다. 이렇게 해도 죽음물 냄새는 다 안 빠진다. 며칠쯤 햇볕하고 바람을 쏘여야 한다. 밤에는 별빛까지 먹인다. 사람도 풀꽃나무도 뭇숨결도 매한가지일 테니, 해바람비에 별빛을 고루 머금을 적에 튼튼하고 아름다우리라. 우리 집 아이들은 죽음가루(화학세제)로 빨래한 옷을 입은 이웃사람을 만나면 코부터 감싸쥔다. 그러나 거의 모두라 할 둘레 사람들은 죽음가루로 빨래를 한다. 더구나 꽃가루(화장품)를 바른 이웃사람을 만나면 멀찍이 떨어진다. ‘화학세제’는 ‘죽음가루’이다. 화학세제를 물이나 흙에 풀면 헤엄이나 푸나무가 다 죽는다. 그런데 이런 가루를 사람들은 옷에 범벅을 한다. 화장품을 물이나 흙에 풀면 어찌 될까 생각해 보고서 얼굴에 바르는 사람이 있을까? 《국어 지필평가의 새 방향》을 책집에서 읽다가 제자리에 두었다. 책이름에서 ‘새’만 우리말인데, 이런 책도 쓰거나 읽을 만할 텐데, 참 많이 갑갑하다. 배움터에서 말글을 이렇게 바라보고 다루니, 어른도 아이도 젊은이도 글님(작가)도 몽땅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쓸 줄 모르는구나 싶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말을 도로 찾으려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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