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3.


《비밀 친구》

 달과 강 글·그림, 어떤우주, 2022.9.16.



진주우체국으로 가서 진주 이웃님한테 책을 부친다. 만나서 건네면 가장 좋으나 고흥으로 돌아가자면 틈이 없다. 어제도 오늘도 진주시내버스를 타는데, 버스나루 알림판에 “곧 들어온다”고 뜨는데 막상 10분 가까이 지나서야 들어온다. ‘곧’이란 1∼2분을 가리키지 않나? 진주시는 기차나루가 구석진 곳에 있고 버스가 너무 드물다. 이럭저럭 기차나루하고 가까운 데까지 가서 내린 뒤에 걷는다. 지난날에는 한갓졌던 곳이 온통 잿마을(아파트촌)로 바뀌었다. ‘진주 8경’이 있다는데 이 끔찍한 잿마을을 ‘진주 9경’으로 넣을 판이다. 순천 기차나루에서 내려 〈책방 심다〉로 간다. 늦게 여시는구나 싶다. 기차에서 새로 쓴 노래꽃(동시)인 ‘키위’를 손잡이에 걸어 놓는다. 고흥으로 들어서는 시외버스에서 푹 잔다. 마지막으로 우리 마을로 들어설 시골버스를 한 시간 기다린다. 바람을 쐬며 가만히 눈을 감는다. 잿집(아파트)이 ‘문화·문명’이라면, 우리는 죽음길을 ‘문화·문명’으로 여기는 꼴이다. 《비밀 친구》를 읽었다. 손바느질로 여민 책이 곱지만, 이야기를 펴는 글은 딱딱하고 어렵다. 어린이를 헤아려 쉽고 부드러이 ‘우리말씨’를 처음부터 새로 익히면 좋겠다. 그림책을 선보이는 분들 모두 우리말 좀 배우길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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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2.


《플라타너스의 열매 2》

 히가시모토 토시야 글·그림/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2.8.31.



이른아침에 길을 나선다. 먼저 광주로 가고, 정읍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이럭저럭 다섯 시간 걸린다. 서울길보다 멀다. 이 고장 정읍에는 〈서울서점〉이란 헌책집이 있다. 알뜰하다. 마을책집 〈작은새책방〉이 있다. 살뜰하다. 후다닥 두 책집을 돌아보고서 다시 광주로 간 뒤에 진주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탄다. 고속버스나루에서 내려 진주시내버스로 갈아타고서 〈동훈서점〉으로 간다. 진주 이웃님을 만나 두런두런 저녁을 밝혔다. 이러고서 밤에 길손집을 찾는데 바가지가 대단하다. 아, 그렇구나. 요새 진주에서 무슨 ‘불빛잔치(유등축제)’를 한대서 이런가 보다. 《플라타너스의 열매 2》을 읽었다. 돌봄이(의사) 집안에서 아버지·어머니하고 큰아들·작은아들 사이에 얽힌 실타래를 풀면서 아픈 ‘어린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길을 들려주는 그림꽃이다. 두걸음에 이어 석걸음까지 읽어 보았는데, 뒷걸음이 어떻게 나올는지 아직 모르나, ‘청소년만화’로 꼽아도 어울리겠다고 느낀다. 꽤 오랜만에 ‘푸른그림꽃(청소년 추천만화)’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림꽃책도 글책이나 그림책처럼 날마다 잔뜩 나오는데, 어쩐지 숱한 그림꽃책은 ‘살꽂이(성행위)’를 다룬 책이 너무 쏟아진다. 삶이 이다지도 팍팍한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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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1.


《아무튼, 순정만화》

 이마루 글, 코난북스, 2020.2.1.



어제는 바람이 세고 차갑고 구름밭이 넘실거렸다면, 오늘은 바람이 자고 조용하며 구름이 없다. 빨래가 잘 마르는 소리를 듣는다. 작은아이하고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저녁에는 별빛을 헤아린다. 《아무튼, 순정만화》를 아쉽지만 반가이 읽었다. 아니, 반갑지만 아쉽다고 해야 할까. 박연·문계주·이보배 같은 이름을 볼 수 없고, 타카하시 루미코·이마 이치코·우루시바라 유키 같은 이름을 찾을 수 없어 아쉽다고도 하겠지만, 곁수다 말고 만화수다를 펴면 될 텐데 자꾸 딴길로 샌다. 사랑그림꽃(순정만화)을 다루는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기도 하지만, 그림꽃(만화)을 이야기하는 책부터 거의 없다시피 하다. 이른바 ‘만화비평’을 하는 이들은 ‘철없는 소년만화’에 지나치게 기울 뿐 아니라, 그들이 좋아하는 몇몇 그림꾼 이야기에서 맴돌다가 그친다. 그림꽃은 글하고 그림을 나란히 품는 갈래이다. 두 길을 왼손하고 오른손으로 삼듯 품기에 하늘을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그릴 만하다. 곰곰이 보면, 우리는 굳이 일본에서 붙인 ‘순정만화·소년만화’란 틀을 따를 까닭이 없다. 사랑을 다루는 그림꽃을 느끼고, 어린이한테 들려주는 그림꽃을 느끼면 된다. 언젠가 그림꽃을 다루는 책을 손수 내놓겠지만, 서두르지 말자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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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0.


《살바도르》

 파트리시아 헤이스 글/문주선 옮김, 찰리북, 2021.1.10.



파란병에 걸러서 마당에 내놓는 샘물은 가을볕을 받으면서 환한 맛이다. 여름볕하고 겨울볕을 머금는 샘물맛은 다르고, 봄볕을 머금는 샘물맛도 다르다. 모든 물맛은 철마다 다르다. 날마다 다르기도 하고, 아침저녁으로도 다르다. 이와 달리 서울 꼭짓물은 늘 똑같은데 밍밍하게 쇳맛이 돈다. 책더미를 조금 추슬러서 우리 책숲으로 옮기는데 소나기가 온다. 소나기가 멎은 뒤 자전거를 달린다. 구름춤이 대단한 하루이다. 올여름에도 구름춤은 엄청났다. 하늘이 트인 곳에서 살면 바람하고 동무하고 구름하고 벗삼으며 비랑 해랑 별하고 이웃으로 지낸다. 《살바도르》를 읽었다. 뜻있게 나온 어린이책이라고 본다. 이 책을 읽고서 서울·큰고장을 떠나 시골·숲으로 옮기려고 꿈꾸는 어린이가 나오기를 빈다. 아이 스스로 서울을 시골빛으로 가꾸고 큰고장이 숲으로 돌아가도록 즐겁게 마음을 쓰면서 자라나기를 빈다. 어른이란 몸을 입은 나이든 이들은 서울에 발을 들이면 못 떠난다. 흙을 밟을 수 없고 빗물을 머금을 수 없고 샘물을 마실 수 없고 별하늘을 누릴 수 없는데 왜 옭매여야 할까? 서울사람도 저녁 아홉 시에는 불을 끄고 보금자리에 깃들기를 빈다. 반가운 이하고 놀더라도 밤 열한 시까지는 잠자리에 누울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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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7.


《해변의 거리》

 사사키 마키 글·그림/김난주 옮김, 북스토리, 2013.12.9.



구름이 거의 없는 하늘이다. 자전거를 탄다. 들길을 가로질러 우체국에 간다. 큰고장이나 서울에서 살며 우체국을 오갈 적에는 부릉부릉 매캐한 길에서 귀퉁이에 밀려야 했다. 오늘날 큰고장에서는 골목길조차 사람길 아닌 부릉길이다. 어른이 느긋이 걸을 수 없고,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다니지 못 한다. 쇳덩이는 골목으로 밀고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고 여긴다. 정 다니고프다면 큰길로만 다닐 노릇이다. 저녁에 〈1900 (피아니스트의 전설〉라는 빛그림(영화)을 새롭게 다시 본다. 《해변의 거리》를 장만했다. 2013년판이 24000원인데 2022년에도 어쩐지 비싸다. “일본 만화 역사에 남을 걸작”이라거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하고 테즈카 오사무가 증오한 만화가” 같은 말을 마구 붙이는데, 숲노래 씨는 이이 그림꽃이 그리 꽂히거나 스미지 않는다. 글이건 그림이건 그림꽃이건 빛꽃이건 길어야 ‘이야기’가 아니다. 한 줄이나 한 칸으로도 ‘이야기’를 담는다. 좋건 나쁘건 얄궂건 아름답건 다 다른 ‘이야기’이다. 이야기가 없는 글이나 그림이나 삶이 어디 있는가? 너무 추켜세우는구나 싶고, 추킴질에 적잖이 갇히기도 했다고 느낀다. 그저 다 다른 손길로 태어난 다 다른 삶과 이야기를 마주하면 넉넉하다. 그리고 ‘바닷거리’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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