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8.


《과거로부터의 행진, 상》

 김석범 글/김학동 옮김, 보고사, 2018.4.3.



아침 일찍 서울 수유에 있는 〈빛알찬 배움터〉로 찾아가서 길잡이·푸름이하고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편다. 배움터에서 길잡이가 얼마나 큰몫을 하는지 새삼스레 느낀다. 여느 배움터 길잡이도 이곳 일꾼처럼 마음을 기울이고 책을 읽고 들숲바다를 생각하고 손수 텃밭을 일구면서 아이들하고 함께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화계사 곁에 있는 〈신일서점〉에 여러 해 만에 찾아갔는데 닫혔다. 안을 들여다보니 책이 다 빠지고 책시렁이 비었다. ‘네이버지도’에 오른 올해 모습으로는 장사를 한창 하셨는데, 이렇게 가게를 비운 지 얼마 안 된 듯싶다. 덕성여대 앞으로 건너가서 〈신고서점〉에 들른다. 바지런히 광화문 〈교보문고〉로 와서 이오덕 어른 큰아드님하고 ‘한길사’ 일꾼을 만난다. ‘조국’ 책을 32만 자락 팔아서 그동안 안 준(밀린) 글삯을 모든 글님(작가)한테 주려고 한다는데, 조국 책이 안 팔렸으면 입씻이하지 않았겠나? 《과거로부터의 행진, 상》을 읽었다. 김석범 님이 쓴 글은 우리나라 민낯을 속속들이 드러내면서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어떻게 이처럼 아름답게 쓸 수 있을까? 제주사람들 생채기에 일본한겨레 피멍에 이 나라 들꽃사람 눈물을 고루 글자락에 담으면서 ‘사랑으로 새롭게 일굴 아름나라’를 그려내는구나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7.


《구운몽》

 김만중 글/설성경 옮김, 책세상, 2003.2.3.첫/2006.1.25.고침



서울로 바깥일을 나선다. 시외버스에서는 글을 쓰다가 자다가 책을 읽다가 다시 글을 쓴다. 전철로 갈아탄다. 우장산 곁 〈악어책방〉으로 찾아간다. 이 마을책집에 꼭 가 보라는 귀띔을 여러 해 들은 끝에 오늘 틈이 났다. 아무리 서울이더라도 멧자락을 곁에 끼는 책집이면 아름답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은평지회에서 일하는 이웃님을 만나고서 종로3가 길손집에 깃든다. 불빛이 번쩍번쩍한 서울이다. 별빛을 찾고 싶어 두리번거리지만 모두 막혔다. 자리에 누워 눈을 감고서 별을 그린다. 눈을 뜨면 온통 잿빛이고 시끌벅적하지만, 눈을 감으면 이 몸을 내려놓고서 마음으로 별을 만난다. 《구운몽》을 서른 해 만에 되읽었지 싶다. 배움수렁에 시달리던 푸름이일 적에 읽었으니 줄거리가 하나도 안 떠올라 새로 읽었다. 예나 이제나 배움터에서 푸름이한테 이 옛글을 가르칠 텐데, 왜 가르쳐야 할는지 잘 모르겠다. 가만 보면 ‘근현대소설’이라면서 김동인이나 이광수 글도 함부로 가르친다. 예전에는 일찍 짝을 맺었으니 열대여섯 살이어도 읽을 만했겠으나, 오늘날에는 《구운몽》을 스무 살이 넘은 뒤부터 읽어야 하지 않을까? 다만, 이 옛글이 밝히는 속뜻은 깊이 생각할 만하다. 꿈하고 삶 사이에 흐르는 마음빛을 헤아릴 노릇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6.


《행복한 왕자》

 오스카 와일드 글/이지민 옮김, 창작과비평사, 1983.12.25.



살짝 더운 한가을 날씨이다. 땀이 송글송글 돋으니 살짝 덥다고 말하지만, 이 가을볕은 나락도 열매도 한층 달콤하고 깊도록 어루만지는 기운이다. 이 한가을 더위를 머금고서 가을풀이 기운을 내고, 곁에서 풀벌레노래가 흐른다. 시월 풀노래는 시월까지는 들을 수 있겠지. 십일월까지 풀노래를 바라기는 어려울는지 모른다. 작은 풀개구리가 곳곳에서 톡톡 튄다. 저녁에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에서는 시끄럽던 시골 푸름이가 어느새 잠들어 조용하다. ‘이야기·수다’는 나쁠 까닭이 없다. ‘떠들기(떠버리)’가 얄궂을 뿐이다. 《행복한 왕자》를 새로 읽었다. 이미 몇 벌을 되읽은 이야기인데, 새로 읽을 적마다 그야말로 새롭다. 우리는 일본사람이 일본말로 옮긴 틀을 그대로 따서 “행복한 왕자”로 쓰지만, 우리 삶결로 바라본다면 “즐거운 아이”쯤이 맞다. 온누리 모든 아이는 맑게 반짝이는 눈길로 둘레를 사랑할 줄 알고, 어깨에 작은새를 앉혀 속삭일 줄 안다. 온누리 모든 아이는 밝게 피어나는 생각으로 이 별을 아낄 줄 알고, 작은새랑 노래하면서 어리석은 어른을 부드러이 달래어 살림꽃을 피우도록 북돋울 수 있다. 오스카 와일드 님이 쓴 글을 제대로 헤아리는 이웃님이 틀림없이 있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5.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

 케이트 메스너 글·팰린 코치 그림/김미선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2.6.10.



바람이 자고 구름이 없이 맑게 트인 하늘이다. 밤에는 별빛잔치이다. 고즈넉하면서 아늑하다. 바깥일을 하러 큰고장에 찾아가면 바람결이나 구름노래나 별빛잔치를 눈으로 마주하기 팍팍하다. 시골에서건 서울에서건 마음을 기울이면 언제나 해바람비랑 함께하는데, 걷다가 문득 멈추기 어려운 서울이다. 사람물결이 쏟아지니 먼저 두리번거린 다음에 뒤나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적에야 멈춰서 하늘바라기를 하거나 거리나무를 살살 쓰다듬다가 안을 수 있다. 길바닥 틈새에서 돋은 길꽃을 보려고 갑자기 멈추면 뒷사람이 쿵 부딪히거나 앞사람이 치고 지나갈 테니, 길꽃도 흘깃 보고 지나치는데, 시골 보금자리에서는 하염없이 하늘도 구름도 별도 바람도 가을꽃도 마당나무도 마주할 만하다. 석류알이 붉고, 수유나무 열매는 해바람을 더 머금고서 붉으려 한다.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계사》를 읽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사람 아닌 이웃나라 사람이 쓴 글이기에 돌림앓이가 두려울 까닭이 없다는 대목을 조금은 밝힌다만, 너무 돌봄길(의학)에 얽매이기는 한다. 사람이 바보짓을 편 탓에 새나 헤엄이나 나무가 떼죽음일 때가 있으나, 숲 그대로 있을 적에는 떼죽음이 없다. 숲빛을 잊다가 잃으면 죽음길이다. 이 하나를 제대로 알면 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4.


《가슴을 재다》

 박설희 글, 푸른사상, 2021.11.10.



마을할매가 우리 집 뒤꼍에 몰래 들어와서 불퉁감(대봉감)을 한 소쿠리 훔친다. 그렇게 많이 따서 다 드실 수 없을 텐데? 먹고 싶으면 몰래 담타기를 해서 훔치지 말고, 우리 집 앞으로 들어와서 감을 달라고 할 노릇이다. 사람이 안 먹어도 새가 와서 먹고, 나무에서 떨어지면, 우리 집 뒤꼍은 들딸기밭이니 들딸기가 영그는 거름으로 삼는다. 가볍게 가을바람 자전거를 달린다. 오늘은 살짝 저녁이다. 아니, 가을이 깊어가며 저녁이 일찍 찾아든다. 《가슴을 재다》를 읽었다. 노래님이 경기 수원에서 보내는 나날을 글자락으로 엿볼 만하다. 노래감은 먼곳에서 찾을 일이 없다. 언제나 우리 스스로 가꾸고 누리고 나누는 삶이 고스란히 글감이자 그림감이고 노래감이다. 다만, 어느 삶을 누리든 이 삶결을 다시 바라보면서 새롭게 나아갈 길을 헤아릴 적에 글이나 그림이나 노래가 태어난다. 남이 잘 보아주기를 바라면서 치레를 한다면 글도 그림도 노래도 아니라고 느낀다. 멋스러이 차려입는 옷치레가 사람을 살리지 않는다. 옷치레로는 마음이 살아나지 않는다. 글치레로도 사람을 살리지 못 한다. 우리가 스스로 살아나는 길은 치레도 꾸밈도 덧붙임도 아닌, 오직 삶을 수수하게 마주하고 사랑하면서 오늘을 가꾸는 살림길 하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