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23.


《푸른 시간》

 이자벨 심레르 글·그림/박혜정 옮김, 하늘콩, 2018.10.12.



안산으로 간다. 시외버스에서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쪽잠을 누린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입가리개로 틀어막는다. 입가리개는 ‘자유·민주·평화·평등’ 어디에도 안 들어가는데, 재갈에 주리틀기를 걷어치우자는 목소리는 그냥 밟힌다. 안산 버스나루에서 전철나루까지 짤막히 풀빛길이 있다. 숨돌릴 쪽틈이다. 시흥 〈백투더북샵〉 들르러다가 오늘 쉬는 듯해서 지나갔더니 여셨다고 한다. 부천 〈글 한 스푼〉으로 첫걸음을 뗀다. 가을해가 넉넉히 스민다. 이윽고 〈빛나는 친구들〉로 걸어간다. 이곳에서 여러 이웃님하고 수다꽃으로 저녁을 밝힌다. 지난날에는 한문이나 한자말로만 책집이름을 지었다면, 요새는 어린이도 알아들을 쉬운 우리말로 책집이름을 짓는 분이 부쩍 늘었다. “글 한 숟갈”이나 “빛나는 어깨동무”란 이름은 얼마나 눈부신가. “책으로 돌아간다”도 멋지지. 그림책 《푸른 시간》은 새삼스레 돌아보아도 안타깝다. 그런데 이 그림책이 안타까운 줄 모르는 분이 퍽 많은 듯싶다. 그래, 안타까울 일이 아니구나. ‘풀빛’하고 ‘파랑’을 가려쓰지 않는다면, ‘green’하고 ‘blue’를 가리지 않으려 한다면, 서울 시내버스는 뭐라 할 셈일까? 우리말 ‘푸르다·파랗다’조차 제대로 알려줄 어른이 없으면 아이는 뭘 배울까?


#IsabelleSimler #HeureBleu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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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22.


《오만한 제국》

 하워드 진 글/이아정 옮김, 당대, 2001.1.9.첫/2001.6.20.3벌



읍내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큰아이는 시골버스에서 시골 푸름이가 쏟아내는 사납말(욕설)이 거슬리다고 한다. 길거리에 가득한 부릉이가 내는 시끄러운 소리로 여기면서 노래를 듣는다. 저녁에 큰아이하고 얘기한다. “고흥 같은 시골뿐 아니라 서울에서도 네 또래라 할 푸름이 입에서 사납고 거친 말씨가 쏟아진단다.” “그래요? 그런데 나한테는 사납거나 거친 말씨가 뭔 소리인지 안 들리는데요? 그냥 시끄러울 뿐이라 노래를 들어요.” 큰아이 말을 곰곰이 생각한다. 어버이가 사납말이나 거친말을 아예 안 쓴다면 아이는 ‘사납말·거친말’을 아예 모를 만하고, 누가 이런 말을 해도 귀에 안 들어오거나 그저 스쳐 지나갈 만하다. 버스가 지나가건 말건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까닭이 없듯. 고흥읍에 붕어빵장수는 꼭 한 분만 남는다. 사람들이 허벌나게 줄을 선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못 산다. 바람맛을 느끼며 별잔치 미리내를 누린다. 《오만한 제국》을 새삼스레 되읽는다. 스무 해 만에 되읽으니, 그동안 춤추거나 뒤바뀌는 푸른별 얼거리하고 맞물려 꽤 재미있다. 글님이 겪은 싸움판(전쟁) 이야기를 오늘날에도 들려줄 글바치가 있을까? 글순이도 글돌이도 싸움터(군대)를 겪은 일이 없어 아예 글로 안 쓸 수 있겠다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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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21.


《구름 공장》

 유지우 글·그림, 책읽는곰, 2022.5.20.



두 아이가 도와서 책숲 꽃종이를 글자루에 차곡차곡 담는다. 일찍 마친다.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자전거를 달린다. 10월 한가을 바람은 상큼하다. 전남 고흥은 이 가을도 낮에는 덥다. ‘책읽는곰’에서 선보인 《구름 공장》이란 그림책 옆에는 ‘데이비드 위즈너(David Wiesner)’ 님이 선보인 《구름 공항》(Sector 7, 1999)을 놓아야지 싶다. 참 너무하는구나 싶다. 우리 민낯이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 눈길로 우리 그림결을 살려서 우리 아이들한테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들려주는 노래를 이야기로 여미어 책 한 자락 물려줄 만할까 모르겠다. 그저 한숨이 나오지만, 벼슬아치(공무원)가 너무 많고, 감투잡이(정치꾼)가 그토록 얼뜨기 노릇을 해도 끌려내려오는 일이 없다시피 하다. 배움수렁(입시지옥)은 나라가 못 없앤다. 우리가 스스로 걷어내려 할 적에 사라진다. 그러나 거의 모든 배움터(학교·학원)는 아이들을 ‘돈’으로 쳐다본다. ‘창작·번역’ 모두 우리 민낯이 드러난다. 바깥말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하는 분들이 우리말을 갈고닦거나 새로 배울 엄두를 안 내며 일(돈벌이)만 한다. 어린이한테 그림책을 건넨다는 어른들이 숲빛을 잊고 잃은 채 ‘예술가’란 허울을 붙잡고, 이들도 우리말을 안 배우고 너무나 모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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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20.


《흙 1》

 혼죠 케이 글·그림/성지영 옮김, 또래문화, 1997.9.25.



하늘빛을 품는 나날이다. 호박국을 끓여 밥을 차린다. 등허리를 토닥이면서 이오덕 님 《우리글 바로쓰기》를 돌아본다. 이 책을 펴낸 곳은, 글어른 눈빛이나 숨결이 무엇인지 읽는 마음이 없었지 싶다. 펴냄터 이름값을 높이고 돈을 잘 벌 만한 책을 움켜쥐었다는 마음이었다고 느낀다. 이오덕 님이 남긴 하루글(일기)에 여러 펴냄터 거짓말 이야기가 나온다. ‘한길사’는 2003년에 ‘이오덕·권정생 두 어른이 주고받은 글월’을 몰래 함부로 내서 팔아치우려 한 적도 있다. 이들은 “독자가 원해서”라는 이름을 내세운다. 《흙 1∼3》을 되읽는다. 우리말로는 몇 걸음까지 나왔는지 모르겠다. 일본책은 모두 10걸음이다. 지난 스무 해 동안 나라 곳곳 헌책집을 누비며 살폈지만 아직 더 못 찾았다. 곰곰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흙·씨앗·숲·들·시골·바다·멧골·새·풀벌레·벌나비·지렁이·달팽이·애벌레·매미·개구리·뱀·참새·나무’ 이야기를 이러한 숨결을 마음으로 읽어서 풀어내는 책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른이란 이들은 무슨 책을 내놓을까? 아이들을 얼마나 헤아리거나 사랑하는가? 시골밤은 별잔치에 풀노래이다.


#本庄敬 #seed #혼죠케이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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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19.


《공공의료 새롭게》

 백재중 글, 건강미디어협동조합, 2022.7.17.



종로5가 길손집 ‘오요호스텔’에서 아침을 연다. 칸은 무척 작으나 두겹자리(이층침대)라서 혼자 누려 보고 싶었다. 밑칸은 짐을 놓고 위칸에서 잤다. 길손집 앞에 〈동신서적〉이란 알림판이 있다. 이제는 닫은 책집 같다. 창신동으로 오르막길을 걸어가서 〈뭐든지 책방〉에 들렀다. 시외버스를 탈 때까지 이곳에서 느긋이 책을 읽고 글을 쓰려 했는데, 11시에 책집지기님하고 만나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네 분한테 드릴 노래꽃을 건네드리고서 일찍 일어선다. 틈이 비어 〈카모메 그림책방〉에 찾아간다. 부랴부랴 그림책을 읽고 장만한 다음, 서울서 14시 40분 버스를 타고 고흥에 19시 10분에 내린다. 어제오늘 산 책은 버스에서 다 읽는다. 20시 마지막 시골버스를 타고서 집으로. 아, 쏟아지는 별. 오늘도 미리내잔치로구나. 《공공의료 새롭게》를 읽으며 매우 아쉬웠다. 아무래도 돌봄터(병원)에서 일하는 분이라 속깊이 못 들어간다고 느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돌봄터를 안 가고, 돌봄물(약)을 안 먹으면서 스스로 튼튼히 살아가는 길’은 아예 생각조차 안 하네. 숲노래 씨는 서른 해 즈음 돌봄터에 얼씬조차 안 했고, 곁님도 두 아이도 돌봄터 구경을 안 하고 암것도 안 먹으나 아픈 일도 아플 일도 없다. 살림길은 누가 말하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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