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7.


《남자현》

 강윤정 글, 지식산업사, 2018.12.21.



자전거를 달려 면소재지 붕어빵집을 다녀온다. 햇볕을 듬뿍 머금으면서 빨래를 하고, 아침저녁을 짓고, 등허리를 펴고, 하루일을 한다. 어제에 이어 〈Kubo and the Two Strings(쿠보와 전설의 악기)〉를 마저 본다. 예전에는 작은아이가 무섭다고 여겼으나 어제오늘은 “아주 무섭지는 않다”고 말한다. ‘입으로는 빛이라고 내세우지만, 막상 빛을 죽인 사슬’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하고 두 딸을 서슬퍼렇게 보여주기에 아이들이 벌벌 떨 만하다. 곰곰이 보면 온나라가 아이들을 두려움에 내몬다. 쿠보네처럼 ‘두려움이란 처음부터 있을 까닭이 없고, 언제나 오직 사랑이 있을 뿐’이라고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들을 나라(정부)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도 옥죄거나 억누른다고 여길 만하다. 참살림을 짓고 펴려는 목소리가 새뜸(신문·방송)이나 책에 얼마나 제대로 흐르는가 생각해 볼 노릇이다. 《남자현》을 읽었다. 경북 영양에서 나고자란 남자현 님은 총칼을 앞세운 무리한테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길에 온몸을 바치면서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짓고 흙을 일구었다지. ‘독립운동 역사인물’이라는 틀에서는 ‘총을 든 여장부’로 다루는구나 싶더라. 이녁을 비롯한 이슬떨이는 ‘논밭살림을 짓고 아이를 돌보며’ 새길을 열려고 했는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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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6.

《보통의 그녀 1》
 하루나 레몬 글·그림/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3.25.



집에 쌓은 책을 치우느라 시골집에서 조용히 바람을 쐬고 가을볕을 누린다. 나는 오늘도 민소매에 깡똥바지이다. “안 춥냐?”고 묻는 숱한 사람들한테 “안 덥냐?”고 되묻는다. 달종이(달력)나 눈금(온도계)은 그만 보자고, 하늘하고 바람을 보자고 말한다. 하늘하고 바람을 살피면, 누구나 한여름에 긴소매에 긴바지를 입을 수 있다. 겨울에도 민소매에 깡똥바지로 다닐 수 있다. 둘레나 눈치에 휘둘리지 않을 노릇이다. 스스로 나(참나)를 바라보면서, 스스로 나(넋)를 사랑한다면, 하루그림을 담는 마음빛을 본다면, 우리한테 더위도 추위도 없이 늘 즐겁게 맞이할 오늘이 있다. 《보통의 그녀 1》를 읽으면서 모처럼 알뜰한 그림꽃이 나왔나 하고 생각하다가, 끝자락으로 갈수록 뭔가 아리송하더니, 두걸음째에서 어영부영 끝난다. 구태여 짝짓기를 시키려고 들며 줄거리가 엉켰다. ‘이래야 한다’나 ‘이래도 좋다’가 아닌 ‘나는 이렇게 하루를 누린다’는 눈빛으로 붓끝을 놀리면 누구나 아름다이 글을 쓰고 그림을 담을 만하다. 그린이가 눈치를 너무 보는구나. 애써 가르치려(교훈) 들면서 어긋나고 말았다. “쟤도 있네”나 “저기도 있네”처럼 자꾸 둘레에 마음을 빼앗기는 줄거리를 섞으면 이도 저도 아닌 맹물로 끝난다.

#はるなれもん #ダルちゃん #はるな??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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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5.

《수짱과 고양이》
 사노 요코 글·그림/황진희 옮김, 길벗어린이, 2022.9.25.



붕어빵을 장만하러 읍내를 다녀온다. 아이들이 묻는다. “읍내에 다른 볼일이 있어요?” “아니. 너희들 붕어빵을 장만해 오기가 숲노래 씨 오늘 할 일이야.” 하고 말하면서 웃는다. 30분을 기다려야 하기에, 미리 여쭙고서 저잣마실을 본다. 고흥읍에는 붕어빵장수가 딱 한 분. 엄청 줄을 서야 한다. 다른 시골도 비슷하리라. 오늘 하루도 바람이 가볍게 일렁인다. 옆밭 할매네 딸아들이 고구마를 캔다. 우리 집 굵다란 모과랑 바꾼다. 마을 할매들은 우리가 감도 모과도 안 따서 아깝다고 혀를 내두른다만, 굳이 모과를 썰어서 재워야 할 까닭이 없다. 흙바닥에 떨어져 가을겨울 내내 향긋하게 보금자리를 감싸도 즐겁고, 감알은 새한테 줄 생각이다. “으째 그 집이는 사람이 안 먹고 새한테 주나! 아깝게!”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꽃가루받이를 하고, 새는 애벌레를 알맞게 잡으면서 노래를 베푸니 넉넉히 나눌 만합니다.” “…….” 쏟아지는 별빛을 누린다. 《수짱과 고양이》를 돌아본다. 그림님 붓끝이 투박하면서 사랑스러운 그림책이다. 다만, 우리말로 옮길 적에는 ‘수’나 ‘수야’로 이름을 적어야 알맞을 텐데, 생각을 못 한다. 《미스 럼피우스》란 그림책도 그렇다. 왜 ‘미스’인가? “럼피우스”나 “럼피우스 씨”일 뿐인데.

#さのようこ #すーちゃんとねこ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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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4.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
 장정일·한영인 글, 안온북스, 2022.9.1.



어제 남은 찬밥으로 볶음밥을 한다. 따뜻밥 곁에 따뜻국이 있으면 어울릴 테니 국을 새로 끓인다.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차리고서 책꾸러미를 추스른다. 올 한 해 장만한 책이 꽤 된다. 지난해에 장만해서 읽은 책이며 지지난해랑 지지지난해에 장만해서 읽은 책까지, 미처 추스르지 못 하고서 쌓은 책이 장난이 아니다. 이달 21일에 새로 바깥일을 나서기 앞서 좀 덜어내어 우리 책숲으로 옮기자고 생각한다. 오늘은 바람이 조금 불며 살짝 쌀쌀하다. 뭐, 늦가을인걸.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를 읽었다. ‘소설가랑 평론가랑 주고받은 글월’을 엮었다고 하는데, 두 사람이 수수하게 나눈 글월이 아닌, 일부러 달책(잡지)에 실으려고 쓴 글이다. 이미 짠 틀이 있는데다가, 길이까지 맞춘 터라 ‘주고받은 글월’이면서도 글월이 아닌 셈. 처음부터 책으로 낼 생각으로 맞춘 글이기에 ‘보여주려고 맞춘 티’가 물씬 난다. ‘평론가는 가난한 일자리’라고 하지만, 참말로 가난한 일자리를 겪지 못 했구나 싶다. 글삯을 벌기 어렵기에 가난하지 않다. ‘가난’은 사뭇 다르다. 더구나 ‘참말 가난한 사람’은 글을 쓰거나 읽을 짬이 터럭만큼도 없다. 숲에 깃든 적이 없이 숲을 다루는 글 같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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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3.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
 프레야 블랙우드 그림, 창비, 2022.9.30.



읍내 셈틀집(컴퓨터집)에 찾아간다. 110V를 220V로 바꾸는 코를 여쭈니 철물점에 가면 1000원짜리를 판다고 알려준다. 그렇구나. 알고 보면 무척 쉬운데, 모를 적에는 모르니까 하나하나 물어보면서 길을 찾네. 뜻밖에 볼일이 쉽게 끝난다. 한 시간을 더 기다려 우리 마을 앞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기보다는 옆마을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바로 탄다. 들길을 한참 걷는다. 시골이어도 읍내는 매캐하고 시끄럽다. 들길에는 아무도 없고 오롯이 바람소리하고 새소리가 감돈다. 《비밀의 숲 코끼리 나무》를 돌아본다. 이 그림책은 워낙 《The Boy and The Elelphant》라는 이름이다. “비밀의 숲”도 “코끼리나무”도 아니다. 한글판으로 옮길 적에 뜬금없이 이름을 바꾸었다. 그림책을 안 사랑하는 마음이기에 그림님 마음을 읽지 않고서 함부로 이름을 바꾼다고 느낀다. “아이와 코끼리”라고 이름을 붙인 뜻을 놓치면, 이 그림책을 읽을 우리 아이들은 줄거리나 이야기를 엉뚱하게 바라볼 수 있다. 풀이름이건 책이름이건 사람이름이건 멋을 부릴 까닭이 없다. 오직 사랑을 담아 기쁘게 붙일 이름일 노릇이다. 온누리 어디에도 “수수께끼 숲”이나 “숨은 숲”은 없다. 오늘날 사람들이 숲이며 시골을 떠나 서울에 스스로 갇혔을 뿐이다.

#TheBoyandTheElelphant #FreyaBlackwood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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