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2.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속편 1》

 히구라시 키노코 글·그림/오경화 옮김, 대원씨아이, 2022.9.30.



아침에는 해가 나고, 낮에는 구름이 몰리고, 이윽고 비가 내린다. 가볍게 듣는 듯하다가 조금 굵게 오더니, 어느덧 다시 가늘다. 작은아이랑 귤을 장만하러 읍내마실을 한다. 오늘 하루는 새노래가 조용하다. 해질녘에 비가 그치고, 멧비둘기 한 마리가 마당 앞 전깃줄에 앉아서 우리 집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먹고 자는 두 사람 함께 사는 두 사람, 속편 1》를 읽었다. 뒷이야기를 그리는구나. “속편 1”라 했으니, 두 사람이 함께살며 짓는 살림길을 한결 뻗어나가려 하겠지. 이 그림꽃은 책이름으로도 엿보듯 ‘먹고자기’만 하는지 ‘함께살기’를 하는지, 두 사람이 다른 두 마음을 어떻게 엮고 달래면서 지내는가 하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곁에 둘 노릇이다. 걱정은 걱정을 낳는다.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한마음은 한마음을 낳는다. 말이 씨가 되고, 심은 대로 거둔다. 싸우고 가르는 발자취를 등돌릴 까닭은 없되, 싸움을 끝내고 갈라치기를 멈추면서 아이들하고 새롭게 나아갈 아름길을 늘 한복판에 둘 노릇이다. ‘어떻게 살아갈 적에 함께 즐겁고 아름다이 사랑인가’를 말하거나 생각하지 않으면서 ‘생채기·멍울·피고름’만 자꾸 들추면, 생채기·멍울·피고름은 안 낫고 덧날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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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1.


《이상수의 청소년 에너지 세계사 특강》

 이상수 글, 철수와영희, 2022.10.24.



“구름이 짙게 꼈네. 비가 올까?” “비가 올까요?” “벼리 씨는 어떻게 느끼느냐고 묻잖니.” “음, 오면 좋겠는데?” 그러나 비는 오시지 않고 해거름에 구름이 걷히면서 별이 돋는다. 책을 제법 치웠지만 아직 한참 있다. 느긋이 가자고 여기면서 차곡차곡 갈무리한다. 서둘러 치우려 들면 제대로 못 보게 마련이고, 이러면 다시 들춰야 한다. 《이상수의 청소년 에너지 세계사 특강》을 읽었다. ‘에너지 세계사’는 틀림없이 곰곰이 다룰 이야기라고 느낀다. 다만, 어느 쪽(정당)을 밀건 안 밀건, 삶을 그대로 바라보면서 풀어낼 노릇이다. ‘밀양송전탑’을 놓고서 그렇게 글을 써대고 목소리를 높인 이들은 이제 어디 갔을까? 그들은 왜 ‘해상 태양광·풍력 송전탑’을 놓고는 입을 다무는가? 핵발전이든 재생에너지이든 ‘무시무시한 송전탑’을 때려박는다. 겨울이면 철새를 보러 바닷가에 가는 분들은 왜 바다·못·들숲·논에 때려박은 ‘태양광·풍력발전기’를 놓고는 말을 안 하는가? 그들이 시골에서 살며 이 끔찍한 막삽질을 볼 일이 없기에 쉬쉬할는지 모른다만, ‘민주당 우두머리’는 ‘재생에너지 마피아’를 잔뜩 키웠다. ‘핵마피아’ 못지않은 무리(커넥션)를 쓸어내지 않는다면, 새길을 슬기롭고 바르게 열지 못 한다.


하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꾼들의 개입으로

→ 그러나 한몫을 노리는 돈바치가 끼어들어

→ 그런데 한탕을 노리는 돈벌레가 


1도만 올라도 끓는 것처럼 티핑포인트란 변화의 결정적인 순간을 의미해요

→ 한 눈만 올라도 끓듯 발판이란 바뀌는 그때를 가리켜요

→ 한 칸만 올라도 끓듯 길목이란 뒤바뀌는 그곳을 뜻해요


갱도에 고인 지하수 때문에 침수 사고가 잇따르자

→ 굴에 고인 밑물 때문에 자꾸 잠기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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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0.


《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

 이태용 글, 세로, 2021.11.2.



마당에서 빨래를 추스르는데 머리 위로 바람을 일으키며 빼애애액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큰새 둘. 같은 새일까? 사냥하는 새랑 쫓기는 새일까? 너무 빨리 날아가서 저 멀리 사라지느라 미처 못 본다. 톡톡톡 뛰는 소리가 들려 풀개구리가 아직 겨울잠을 안 자나 하고 돌아보니 손톱만큼 작은 가랑잎이 톡톡톡 소리를 내며 바람 따라 뛰듯 구르는 소리였다. 크든 작든 가랑잎이 나뭇가지에서 마당으로 떨어지는 소리도 제법 크다. 모과알이나 감알이 떨어지며 지붕에 튕길 적에는 훨씬 크고. 자전거로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온다. 바람이 산뜻하다. 《식물 심고 그림책 읽으며 아이들과 열두 달》을 돌아본다. ‘식물·채소’처럼 다른 한자말을 쓰지만, 정작 똑같은 숨결을 가리킨다. ‘식물이라 해서 다 먹지 않는다’고 여겨 버릇하지만, 우리말 ‘풀·푸나무’도 딱히 먹을거리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먹을거리로 삼을 적에는 ‘나물·남새·푸새·푸성귀’ 같은 이름을 쓰는데, ‘나무·풀’하고 닮으면서 다른 낱말이다. 한 해 열두 달이 다 다르듯, 모든 풀꽃나무가 다르고, 모든 말이 다르다. 이 결을 읽을 수 있는 이웃이 늘기를 빈다. 외워야 하는 부스러기가 아닌, 살고 살림하고 사랑하며 나눌 뿐 아니라, 스스로 짓는 숨결을 나눌 노릇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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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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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9.


《미스터 요리왕 41》

 스에다 유이치로 글·혼죠 케이 그림/김봄 옮김, 소미미디어, 2019.3.28.



동트기 앞서 작은새 노래로 하루를 연다. 해가 솟으면 큰새 노래가 함께 퍼진다. 몸집이 작대서 노래가 작지 않다. 몸집이 크기에 노래가 더 우렁차지 않다. 새가 노래할 적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보면, 기쁘게 여는 하루일 적에 조잘조잘 재잘재잘 신나게 울리는 숨결이로구나 싶다. 시골이 아닌 서울·큰고장에서 문득 만나는 새가 들려주는 노랫소리는 무척 작다. 부릉거리는 소리가 끔찍하도록 크고, 잿빛집에서 퍼지는 소리에 감겨든달까. 바람소리가 아닌 부릉소리가 시끄럽기에 서울새는 그만 노래를 잃지 싶다.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나가는 시골버스는 손님 둘, 들어오는 시골버스는 빽빽. 해가 지는 하늘에 구름이 모인다. 밤에는 구름이 짙게 덮는다. 《미스터 요리왕 41》을 덮으며 가늘게 숨을 고른다. 끝까지 읽어냈구나. 부드러우면서도 나즈막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갔구나 싶다. 부엌지기는 칼만 다루지 않는다. 나물도 쌀도 고기도 다루고, 물도 바람도 그릇도 다룬다. 설거지에 빨래에 쓸고닦기도 할 줄 알 노릇이요, 사람을 마주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 모든 자리가 매한가지이다. ‘한 가지만 잘 하기(전문가)’란 말이 안 된다. 고루 보고 두루 사랑할 적에 비로소 어른으로 스스로 선다.


#蒼太の包丁 #本庄敬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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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8.


《터무늬있는 경성미술여행》

 정옥 글, 메종인디아, 2022.10.27.



조용히 아침을 맞이하고, 아늑히 낮을 누리고, 포근히 저녁을 마감한다. 봄여름하고 다른 새노래를 듣는다. 첫가을하고 한가을이랑 다른 늦가을 바람을 마신다. 숲에서는 이 숲을 둘러싼 푸르면서 촉촉한 바람을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느끼면서 하루를 읽고, 시골에서는 사람으로서 마을을 꾸리는 곁에 흐르는 숲정이란 무엇인가 하고 돌아보면서 하루를 새긴다. 똑같은 책이어도 삶자리마다 다르게 읽을밖에 없다. 똑같은 일이어도 마음빛에 따라 달리 맞아들인다. 바깥마루에 앉아 가을볕을 듬뿍 쬐면서 《터무늬있는 경성미술여행》을 읽었다. ‘천경자·나혜석’이란 이름은 고흥에서 살아가며 새롭게 바라본다. 고흥살이를 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을 그냥 그림님으로만 여겼겠지. 고흥군 벼슬아치(군수·국회의원·군의원·공무원)하고 붓바치(문화예술인)는 천경자를 내팽개쳤고, 나혜석이 세운 무덤돌도 잃어버렸다. ‘군수·공무원한테 알랑거리’면 다들 한 자리를 얻고 돈을 움켜쥐더라. 그러나 전남 시골만 이러지 않으리라. 서울이나 큰고장도 비슷하겠지. ‘서울그림마실’을 다룬 책에 ‘조자용·에밀레미술관’ 이름이 없어서 아쉽다. 이 나라 그림밭(미술계)은 들빛그림(민화)을 거의 안 쳐다보기도 하고 그다지 모르더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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