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7.


《여름한 국어학원》

 변진한 글, 깨소금, 2022.10.24.



어느덧 하룻새 빨래가 다 안 마르는 철이다. 아침에 내놓아도 짧은 낮에 해를 듬뿍 먹이고서 들인 다음, 이튿날 늦은아침에 새로 내놓아 바짝 말린다. 그렇지만 전남 고흥은 포근한 나날이다. 겨울이 코앞이니 빨래가 천천히 마를 뿐. 들에는 바람이 제법 세구나 싶으나 우리 집은 나무로 둘러싼 터라 바람이 잔다. 나무는 여름에 보금자리를 시원하게 감싸고, 겨울에는 포근하게 어우르는 줄 잊은 사람이 많으리라 본다. 나무가 아름다운 줄 안다면 스스로 나무로 살림집을 두르는 길을 갈 텐데, 나무가 아름다운 줄 모르니 스스로 나무하고 등지는 삶으로 가리라. 《여름한 국어학원》을 읽었다. 책이름 그대로 ‘여름한 국어학원’을 열기까지 살아온 나날을 옮기고, 이 배움뜰(학원)을 꾸려온 나날을 담고, 이 터전을 접고서 세 사람이 새롭게 걸어가는 나날을 그린다. 모든 글에는 삶이 흐른다. 모든 삶은 마음에 담은 말로 나타낸다. 모든 말에는 마음이 도사린다. 모든 마음은 스스로 나아가려는 생각으로 가꾼 살림새를 비춘다. 모든 생각은 언제나 ‘나’를 드러내면서 ‘너’를 만나는 이야기를 이루고, 이 이야기는 스스로 지으려 하는 사랑으로 간다. 글쓰기란 삶쓰기·마음쓰기·생각쓰기·나쓰기·살림쓰기·사랑쓰기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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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6.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

 페스탈로치 글/김정환 옮김, 양서원, 1989.8.30.첫/2002.9.25.고침2벌



뒤꼍 매화나무하고 개오동나무에 앉아서 쉬는 비둘기 열 마리 즈음을 본다. 우리 집 뒤꼍이니 슬슬 풀내음을 맡으러 한 바퀴를 도는데, 가만히 나뭇가지에 앉았다가도 화들짝 놀라 날아가고, 또 한동안 서로 조용히 바라보다가 불현듯 날아가기도 한다. 슬슬 날아가서 이웃집 나무에 앉은 멧비둘기는 다시 우리 뒤꼍 나무로 날아와서 앉겠지. 우리 집은 나무 열매를 꽤 그대로 두기에 새한테 밥터요 쉼터요 잠터가 될 만하다. 귤 한 꾸러미를 장만하러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한 꾸러미 가운데 9/10은 작은아이 몫이다. 숲노래 씨 어릴 적을 돌아보면, 언니하고 내가 먹어대는 귤이며 과일을 대려고 어머니가 몹시 애쓰셨다고 느낀다. 다만, 과일꾸러미는 언니나 내가 나른다.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새로 읽는다. 페스탈로치 님 글자락은 1994∼1998년 사이에 거의 다 찾아내어 읽었고, 《린하르트와 겔트루드》를 마지막으로 찾아냈다. 페스탈로치란 이름을 알기는 하더라도 막상 이분 책이나 글을 읽은 사람은 드물더라. 굳이 ‘고전·명작’이란 이름을 안 붙여도 된다. ‘교육·육아·학습·훈육·훈련’ 따위가 아닌, “아이하고 살아가며 어른으로서 스스로 삶·살림·사랑을 즐겁고 아름다이 짓는 길”을 밝혀 주는 별빛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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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5.


《길고양이 연구》

 이자와 마사코 글·히라이데 마모루 그림/고향옥 옮김, 웅진주니어, 2022.7.22.



커피콩을 미리 장만하러 읍내마실을 할까 했으나 큰아이가 “아직 많이 남았어요. 안 가도 돼요.” 하고 얘기한다. 그래, 알겠어. 장흥에서 푸른길잡이를 하는 이웃님이 그곳 푸름이하고 이야기꽃을 펼 수 있는지 물어보신다. 기꺼이 가겠노라 하고 길을 살피는데, 돌림앓이가 퍼질 즈음 ‘고흥·목포’를 잇는 시외버스도 ‘고흥·장흥’을 오가는 시외버스도 끊겼다. 고흥에서 벌교를 거치는 길도 멀고, 순천에서 장흥 가는 시외버스는 아예 안 뜬다. 광주까지 가야 장흥 대덕으로 들어서는 버스가 있네. 재미있다. 장흥 시골푸름이도 이런 얼거리를 알려나. 알겠지? 모르는 아이도 있을 테고. 《길고양이 연구》가 새로 나왔다. 군산 마을책집 〈그림산책〉 지기님이 누리집에 올린 글을 읽고서 알았고, 〈그림산책〉으로 책숲마실을 가서 장만했다. 책이름에 붙은 ‘연구’가 아쉽다. 예전에는 《도둑고양이 연구》로 나왔는데, “길고양이를 보다”쯤으로 옮겨야 어린이 눈에 한결 잘 뜨이리라 본다. 제발 ‘연구’를 하지 말자. ‘보자’꾸나. 보면 된다. 바라보고, 지켜보고, 살펴보고, 돌아보고, 톺아보고, 눈여겨보도, 들여다보고, 도두본다. ‘봄’이란 눈빛을 밝히기에 길을 열고, 마음을 틔워, 생각이 자라고, 우리 넋이 날아오른다.


ㅅㄴㄹ


#ノラネコの硏究 #伊澤雅子 #平出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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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4.


《어부마님 울엄마》

 박모니카 글, 진포, 2020.10.27.



호서대에서 길잡이(교수)로 일하는 이웃님이 《물또래》를 빌려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기꺼이 빌려주기로 한다. 책집지기 이웃님 세 분한테 손글월을 적는다. 자전거를 천천히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에 가서 부친다. 집으로 돌아올 적에 맞바람이 세다. 겨울이로구나. 굽이진 들길에서 어느 짐차가 갑자기 나타나 오른쪽으로 쌩 앞지른다. 아찔했다. 굽이를 도느라 뒤에서 따라붙는 부릉이가 안 보이기도 했고, 이 굽이길은 오른쪽 바닥이 몹시 울퉁불퉁해서 길 복판에 붙어서 달리는데, 짐차는 빠르기를 하나도 안 줄이면서 바짝 붙어 오른쪽 틈새로 앞지르기를 하네. 《어부마님 울엄마》는 군산에서 마을책집 〈봄날의 산책〉을 연 글님이 내놓은 이야기꾸러미이다. 작은고을에서 나고자라며 지켜본 하루를 어머니를 헤아리는 눈길로 여미었다. 글은 우리 스스로 그려낸 오늘살이라고 할 만하다. ‘글·그림’은 “그리는 이야기요 마음이요 삶”이다. 둘 모두 남기려고 새기는 몸짓일 텐데, 하나는 눈으로 느끼는 모습을 담고, 다른 하나는 소리로 읽는 가락을 담는다. 먹을거리를 담는 ‘그릇’도 ‘담다’라는 대목에서 맞물리는 우리말이다. 먼발치에서 글감을 찾을 까닭이 없다. 누구나 제 삶을 그려서 담으면 된다. 수수한 삶이 빛나는 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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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3.


《소금》

 강경애 글, 민음사, 2019.10.18.



비가 그친다. 하늘은 구름바다이다. 싱그러운 가을하늘에 가을바람이 어우러진다. 딱새 수컷이 초피나무에 앉아 노래한다. 이 가을에도 포근하면서 싱그러운 기운을 느끼며 새해를 그려 본다. 새해 날씨는 어떻게 빛날까. 기다리고 기다리던 ‘Cartoon Salon’ 그림꽃얘기(만화영화) 〈우리 아빠 미르 My Dadd's Dragon〉를 아이들하고 본다. 예전에는 ‘시디나 디브이디’가 나오기까지 한 해를 기다려야 했다면, 요새는 바로바로 사서 집에서 누릴 수 있다. 보임마루(극장)가 없는 시골에서는 집에서 봐야지. 《소금》을 읽었다. 푸름이일 적에 처음 읽고서 오래도록 잊던 강경애 님 글인데, 새삼스레 읽으며 새록새록 시골사람 가난살이를 되새긴다. 박완서·박경리·최명희도 시골사람 가난살이를 강경애 글꽃처럼 그려내지 않거나 못 했다. 가난살이를 몸소 겪더라도 제대로 못 담는 사람이 있을 테지만, 스스로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오롯이 담지 못 한다. 현덕·이원수는 가난한 아이들을 오롯이 담으면서도 따뜻이 품는 글꽃을 밝혔고, 방정환·윤석중이나 김동인은 먼발치에서 구경할 뿐, 곁에 있지도 않고 스스로 살아내지도 않은 티가 흐른다. 그런데 오늘날에 ‘가난한 글쟁이’가 있을까? 오늘날 글쟁이는 너무 배부른 글자랑이지 않은가?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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