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2.

《병아리, 위대한 작가의 탄생》
 다비드 칼리 글·다비드 메르베이유 그림/김영신 옮김, 빨간콩, 2021.1.20.


아침을 부천에서 연다. 〈그림책방 콕콕콕〉에 찾아가려고 전철을 탄다. 오류동에서 내려야 하는데 구로에서 내린 다음 “왜 없지? 어디 있지?” 하고 헤매다가 뒤늦게 알아챈다. 전철에서 책을 읽다가 길을 잃었구나. 그림책 두 자락을 고르고서 〈북티크〉에 간다. 누리책집에서도 살 수 있는 《안락사회》를 이곳에서 산다. 책을 사고 보니 마을책집 ‘북티크’에서 펴낸 책이었네. 용산 〈뿌리서점〉에 들르려고 했으나 15시 무렵에는 아직 열지 않는구나. 늦가을 바람을 쐬다가 고속버스나루로 간다. 17시 30분 버스를 타기까지 한참 남는다. 맞이칸에 앉아서 등허리하고 팔다리를 차근차근 주무른다. 고흥으로 돌아가니 한밤. 《병아리, 위대한 작가의 탄생》을 즐겁게 읽었다. ‘이루려는 마음’하고 ‘하려는 마음’하고 ‘그리려는 마음’하고 ‘내려놓으려는 마음’을 아기자기하게 엮었구나 싶다. 이루어야 할 꿈이 아닌, 그리면서 즐거운 꿈이다. 해내거나 거머쥘 꿈이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웃음꽃으로 노래하는 꿈이다. ‘작품·예술·명작’이 되어야 할 까닭이 없다. ‘그림’이면 된다. 밥옷집 살림을 짓듯, 하루를 그려서 짓고, 생각을 담아서 짓고, 이야기를 여미어 지으면 넉넉하다. 눈물짓다가 웃음지으며 마음을 짓는다.

#Poussin #DavideCali #DavideMerveill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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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1.

《며느라기》
 수신지 글·그림, 귤프레스, 2018.1.22.첫/2018.4.17.11벌



엊저녁에 비가 그쳤고 바람이 맑고 상큼하다. 오늘도 민소매차림으로 길을 나설까 하다가 깡똥소매옷으로 입는다. 서울 광진에 깃든 〈날일달월〉에 찾아간다. ‘풀밥집(채식 식당)’이면서 마을책집인 멋스러운 쉼터이다. 큰길은 복닥거리고 시끄럽지만 ‘풀밥집 + 마을책집’ 둘레는 가을잎이 소복하면서 호젓하다. 〈서울책보고〉로 건너간다. 책집을 알려주는 이야기를 담는다. 부천으로 넘어가서 〈용서점〉에서 ‘책묶기’를 보여주고 이야기를 편다. 긴 하루를 마치는 밤에 길손집에서 책을 읽는다. 《며느라기》를 곰곰이 돌아본다. 아직도 적잖은 가시버시는 이 그림꽃에 흐르는 줄거리 같은 모습이리라. 그러나 2018년에 앞서도 이런 낡은 굴레를 털거나 바꾼 이웃이 꽤 많다. ‘우리나라 소설·만화·연속극·영화’는 언제까지 ‘수렁·굴레’만 다루면서 싸울 셈일까? 새길을 찾고 펴고 나누는 사람들 작은살림을 언제쯤 하나하나 그릴 생각일까? 아직도 안 바꾸는 낡은틀을 따져야겠지. 그런데 낡은틀만 다룰 적에는 스스로 낡은틀만 마음에 담는다. 오자와 마리 《은빛 숟가락》을 읽는 이웃이 늘기를 빈다. “저건 나빠! 쟤 때문에 힘들고 아파!”를 “우린 이 길로 가자! 어깨동무하는 사랑으로 씨앗을 심자!”로 바꾸어 보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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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0.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

 옥명호 글, 옐로브릭, 2018.4.10.



모처럼 늦가을비가 온다. 조용히 촉촉하게 온들을 적신다. 가늘게 내리면서 상큼하게 하늘을 씻는다. 늦은낮에 자전거를 몬다. 들길을 가르며 구름춤을 본다. 차츰 개면서 사라지는 구름은 썰물 같다. 밤이 오니 별이 한결 반짝인다. 시골집 책살림을 갈무리하면서 하루하루 보낸다. 자그마치 몇 해를 그대로 쌓아두었나 하고 어림한다. 책 한 자락에서 말 한 마디를 캐내고서 쌓고, 책 두 자락에서 말 두 마디를 훑고서 쌓으니 수북수북하다.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생기는 일들》을 읽었다. 날마다 하루 15분씩 아이들 잠자리맡에서 소리내어 읽어 주었다지. 설마 싶지만, 잠자리맡에서 책만 읽으셨는지 모른다. 책을 15분 읽어 주었다면, 자장노래는 얼마쯤 불러 주었을까? 나는 두 아이를 돌보는 삶에 하루에 한 시간쯤은 책을 읽어 주었고, 노래는 하루 내내 불렀으며, 잠자리맡에서는 으레 두어 시간쯤 내리 불렀다. 여름에는 30분마다 일어나서 부채질을 했다. 글님이 아이들한테 어느 책을 읽어 주었건 다 좋은데, 《영리한 공주》나 《튼튼 제인》이나 《보리와 임금님》이나 《노랑 가방》이나 《너를 부른다》나 《블루 백》이나 《아나스타시아 1∼10》을 읽어 준다면 사뭇 달랐으리라. 아이 곁에서 어버이도 나란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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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9.


《조국은 하나다》

 김남주 글, 남풍, 1988.9.1.



능금이며 배를 장만하는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두 아이가 과일을 손수 깎아서 먹은 지 몇 해째일까. 꽤 된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보고 싶은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아버지한테서 부엌칼이나 과일칼을 받아서 석석 도리기를 했다. 처음에는 살점을 너무 많이 도렸으나 빙그레 웃으며 지켜보기만 했고, 이러기를 두어 해쯤 지나자 두 아이 모두 껍질을 얇게 도려내더라. 우리 집은 새랑 벌나비랑 개미랑 애벌레하고 열매를 나눌 뿐인데, 마을 할매들은 우리 감나무에 멧새가 내려앉아 감을 쪼는 모습을 보고서 수군거린다. 저녁에 넷이 둘러앉아 〈스타 트렉〉 한 자락을 함께 본다. ‘Q’가 사람몸을 입은 이야기가 재미있다. 《조국은 하나다》를 또 새로 장만해서 새로 읽었다. 처음 장만해서 읽던 무렵만 해도 이녁 노래를 읽은 이웃을 꽤 보았으나, 갈수록 이녁 노래를 읽은 이웃을 보기 어렵다. 목청을 내야 할 적에는 입을 다물고, 이름·돈·힘을 뽐내거나 거머쥐는 자리에서만 목청을 내는 글바치가 수두룩하다. 그럴밖에 없는 서울나라일 텐데, 삶글도 살림글도 사랑글도 숲글도 아닌, 이름글에 돈글에 힘글을 쓰려고 멋부리거나 치레하는 이 나라이다. “나라는 하나다”는 이제 옛말일 테지만, “별은 하나다”처럼 새롭게 말하고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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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8.


《나의 종이들》

 유현정 글, 책과이음, 2022.5.25.



어젯밤에 내놓은 미역국 냄비를 아침에 해가 오르면 들인다. 바깥은 너른 싱싱칸이다. 지난 시월부터 바깥마루는 밤새 밥냄비나 국냄비를 놓는 자리이다. 시골밤은 서늘하니까. 뒤꼍 감나무를 올려다보니 크고작은 새가 쪼아먹은 자국이 짙다. 반갑구나. 겨우내 잘 누리기를 바란다. 너희도 아껴서 누릴 테지. 밤구름은 물방울을 흩뿌린 듯하고, 사이사이 별이 반짝인다. 《나의 종이들》은 종이살림을 다루는 듯해서 눈여겨보았지만, ‘종이’보다는 ‘나’를 들여다보는 길에 눈을 맞추었더라. 모든 글에는 ‘나’가 들어간다. 누가 어느 글을 쓰든 ‘나’를 밝힐밖에 없다. ‘종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종이’를 더 다루면서, 어떤 종이에서 어떤 나를 보는가를 풀어낼 적에 빛나리라 생각한다. 책 한 자락을 엮을 적에는 벼리(차례)가 있다. 책에서 벼리란 ‘낱말책 올림말’하고 같다. ‘같은말이 겹치지 않’도록 벼리를 짜고,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을, 그야말로 다르게 풀며 나란히 어우르는 풀이’를 하듯 ‘책이라는 줄거리를 짜고 엮고 풀어낼’ 적에 ‘글쓰기’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는 일본사람이 ‘my’를 ‘私の’로 옮기며 번진 말씨이다. 우리말은 ‘내·우리’이니, “내 종이”나 “나와 종이”라 해야 어울린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 그런 말을 들으면 좋았다

→ 그런 말을 들으면 즐거웠다


다시 거기에 적합한 형용사를 골라주는 것은 사모님 몫이었다

→ 다시 알맞게 그림씨를 골라주시는 아주머님이었다

→ 다시 어울리도록 그림씨를 골라주시는 마나님이었다


자수성가로 사업을 일군 아버지는 집보다는 회사에 많은 투자를 했다

→ 맨손으로 일터를 일군 아버지는 집보다는 일에 많이 쏟아부었다


모두의 하루는 바쁘다

→ 모두 하루가 바쁘다


종이 위에 내 감정을 여과 없이 토해냈다

→ 종이에 내 느낌을 거리낌없이 밝혔다

→ 종이에 내 마음을 고스란히 쏟아냈다


이제껏 모아온 편지, 티켓, 원고 등의 지류는 내 본래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 이제껏 모아온 글월, 길쪽, 글종이 같은 종이로 내 참모습을 들여다보았다

→ 내 속모습을 이제껏 모아온 글자락, 삯쪽, 글종이 같은 종이로 들여다보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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