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7.


《동굴 속의 독백》

 리영희 글, 나남출판, 1999.12.23.첫/2000.1.5.재판



작은아이 배웅을 받으면서 새벽길을 나선다. 먼저 광주로 간다. 시외버스에서 달게 눈을 붙인 다음 노래꽃을 쓴다.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예지책방〉으로 간다. 오늘은 바깥일이 있어 늦게 여시는 듯하다. 다시 시내버스로 광주 기차나루로 가고, 한참 걸어서 계림동 〈문화서점〉에 들른다. 이다음에는 〈광일서점〉에 가는데 오늘은 안 여시는가. 〈유림서점〉으로 가서 책을 본다. 속(내장 하드디스크) 고치는 일이 오늘 다 되려나 기다리다가 전화를 하니 며칠 더 기다리란다. 이제 책짐이 많다. 택시를 타고 길손집까지 간다. 여기저기 튿어진 ‘80들이(ℓ) 등짐’을 손질해 달라고 맡긴 다음 ‘55들이(ℓ) 등짐’을 새로 산다. 이러고서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동굴 속의 독백》은 리영희 님이 71살을 맞은 해를 기려 여민 글모음이라고 한다. 이미 여러 책으로 읽은 글을 새로 만난다. 무엇보다 한겨레싸움(한국전쟁) 무렵 싸움판 민낯 이야기를 눈여겨본다. 한겨레싸움으로 우두머리·벼슬아치·돈바치를 뺀, 수수한 들꽃사람이 서로 미워하면서 끔찍하게 죽이고 죽어야 했다. 오늘날은 어떤가? 오늘날도 우두머리·벼슬아치·돈바치는 떵떵거릴 뿐이면서, 수수한 들빛사람만 서로 삿대질을 하면서 다투는 얼거리 아닐까? 스스로 죽어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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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6.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

 용수 글, 스토리닷, 2022.11.2.



첫겨울로 들어서도 꿋꿋하게 흰꽃이 달리고, 까맣게 영그는 까마중을 본다. 곁에 쪼그려앉는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몇 알을 훑는다. 해마다 늦가을부터 돋아서 겨울에 꽃이랑 열매가 줄줄이 잇는 까마중이 한 포기 있다. 이 겨울에도 맑으면서 시원한 풀알맛을 헤아리라는 뜻이라고 여긴다. 땅거미가 질 무렵 우리 책숲을 다녀오는데 작은아이가 “우리 책숲에 있는 커다란 후박나무 가지를 누가 뭉텅 쳐놨네.” 하고 알려준다. 그래, 그렇구나. 말랐기에 쳤을까, 쳤기에 땅에 떨어져 말랐을까. 우리 책숲 한켠에서 자라는 후박나무는 고흥에서 열 몇 해를 살며 본 후박나무 가운데 가장 굵고 크지만, 틈틈이 사나운 톱질에 잘리고 꺾여 짜리몽땅하다. 이 후박나무가 결대로 자랐으면 아름나무(천연기념물)로 삼을 만했으리라. 《내가 좋아하는 것들, 명상》을 읽었다.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추스르면서 삶을 돌아보는 길을 들려준다. 나는 어릴 적부터 ‘명상’을 안 했고, 앞으로도 안 하리라 본다. 나는 늘 ‘마음보기·생각짓기·삶읽기’를 한다. 이따금 ‘촛불보기’로 ‘꿈그림’을 다독인다. ‘명상’을 안 하는 까닭은 쉽게 밝힐 수 있다. 이 한자말을 어린이가 못 알아듣거든. 나는 어린이가 알아듣고 스스로 생각을 북돋울 말로 살아간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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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5.


《봄을 기다리는 날들》

 안재구·안소영 글, 창비, 2021.5.14.



해가 지면 겨울다운 찬바람이지만, 해가 뜨면 포근하구나 싶은 하루이다. 늦가을에 새로 줄기를 올리고 흰꽃을 피운 까마중이 까맣게 열매를 맺는다. 땅바닥에 붙듯 납작하게 퍼지면서 맺은 열매를 훑어 작은아이하고 나눈다. 톡 터지는 맛은 시원하면서 맑다. 큰아이하고 읍내로 저잣마실을 간다. 커피콩을 장만하고서 붕어빵을 한 꾸러미 산다. 우리나라는 붕어빵도 주전부리도 크기가 줄면서 값이 오른다. 왜 두 가지를 다 할까? 곰곰이 보면 종이책조차 빈자리가 늘고 글이 줄면서 값이 오른다. 줄거리도 알맹이도 허술한 책이 쏟아진다. 사람들이 글을 덜 읽기에 줄틈을 넓힌다지만, 읽는 사람은 늘 읽는데 책을 이 따위로 망가뜨려도 될까? 글씨를 키우거나 줄틈을 늘리지 말고, 알차고 야무지게 내놓아야 책을 곁에 둘 사람이 늘 텐데. 《봄을 기다리는 날들》을 읽고서 몹시 아쉬웠다. 아니, 민낯을 보았다. 오른날개(우파)에 있다는 이들은 ‘마땅하다는 듯이’ 아이들을 ‘높은길(고학력)’으로 민다면, 왼날개(좌파)에 있다는 이들은 ‘뒤에서 슬슬’ 아이들을 높은길로 미는구나. 두 날개를 퍼덕여야 하늘을 날되, 머리하고 몸하고 다리가 있어야 이 땅에 선다. ‘두 날개’는 머리·몸·다리를 등지거나 잊은 채 밥그릇 지키기로구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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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4.


《아빠 꿈은 뭐야?》

 박희정 글·그림, 꿈꾸는늘보, 2021.12.24.



속모둠칸(내장 하드디스크)을 못 쓴 지 이틀. 우리말꽃을 엮으면서 글조각(문서파일)을 얼마나 잔뜩 쏟아내었는지 새삼스레 돌아본다. 틈틈이 갈무리(하드디스크 청소·정리)를 하면서 쉴 틈을 마련할 노릇인데, 이 대목에 마음을 안 썼다고 뉘우친다. 2013년 10월부터 열 해 내내 쉬잖고 달렸으니 뻗을 만하다. 집일을 하며 조용히 보낸다. 작은아이하고 장기를 여러 판 둔다. 이기려고 하면 지고, 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저 길을 놓고 살핀다는 마음이라면 질 일이 없다. 작은아이는 ‘길찾기·길놓기·길놀이’를 언제쯤 알아차릴까. 숲노래 씨도 어린날에는 작은아이처럼 ‘아득바득 이기려’는 마음에 사로잡힌 나머지 지고 또 지고 자꾸 졌다. ‘어떻게 해야 이기나’ 하고 생각할수록 이기는 길하고는 늘 멀었다. ‘아, 그냥 두자’ 하고 마음을 내려놓은 뒤부터 비로소 ‘지는 일’이 확 줄었다. 《아빠 꿈은 뭐야?》를 읽었다. 요즈막 그림책은 거의 ‘엄마 꿈’을 다루는 줄거리이다. 오래도록 억눌리고 짓밟힌 순이살림을 다루는 그림책은 반가우면서 허전하다. 우리가 오롯이 이룰 사랑은 순이돌이 모두 오늘을 새롭게 읽으면서 가꿀 앞길일 테니까. 집밖에서 헤매는 아빠를 집안으로 끌어들여 함께 살림을 할 적에 사랑이 싹튼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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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3.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

 김성광 글, 걷는사람, 2019.2.22.



속모둠칸(내장 하드디스크)이 멎는다. 아니, 뻗는다. 어찌해야 하나 헤매다가 언니한테 물으니 이제 낡고 닳아서 못 쓸 수 있다고 하더라. 서울 용산으로 가서 고치라 하는데, 서울길은 아득하고 전남 광주로 들고 간다. 오늘은 시골버스에서도 시외버스에서도 손글을 못 쓰다가 ‘되찾는’이란 이름으로 노래꽃 한 자락을 쓴다. 책을 조금 읽다가 덮고서 눈을 감는다. 광주 학동에서 내려 택시를 잡아타고 달린다. 속모둠칸을 맡기고 11만 원을 밑돈(선금)으로 치른다. 속모둠칸도 자리셈틀(데스크탑)도 새로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고흥으로 돌아오는 캄캄길에 비로소 손글을 척척 쓴다. 두 시간 내내 손글을 쓰니 손목이 시큰하다만 개운하다. 귤 한 꾸러미를 장만한다. 《눈물은 한때 우리가 바다에 살았다는 흔적》을 읽었다. ‘바라다’는 ‘바람’이 이름씨꼴이고, ‘바래다’는 ‘바램’이 이름씨꼴이다. ‘바램(빛바램)’에 얽매이는 글쓰기라면, ‘꿈(바람)’처럼 ‘홀가분한(바람)’ 길이 아닌, ‘스스로 잃고 잊는(빛바래다)’ 굴레에 스스로 갇힌다. 스스로 배워서 새롭게 가려 하지 않기에 굴레요 쳇바퀴이다. 글꽃(문학)을 하는 이들이 말에 날개를 달지 않고 사슬을 채우려 한다면, 글도 삶도 넋도 죄 시들고 말리라.


독재가 끝나고 민주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인 1988년 바라다의 명사형을 바램에서 바람으로 바꾼다는 표준어 규정이 개정된 이후 한동안 나는 바램을 바람으로 쓰기 어려웠다 바램이 바람에 날아가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람보다 바램이 더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바람과 바람/26쪽)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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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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