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2.


《두르안키》

 스튜디오 가가 글·미우라 켄타로 그림/허윤 옮김, 대원씨아이, 2022.4.30.



작은아이가 ‘집짜장’이 아닌 ‘가게짜장’을 먹고 싶다고 한다. 어제는 해날(일요일)이라 시킬 수 없었고, 오늘은 달날(월요일)이니 면소재지에 전화를 한다. 오랜만에 시켜서 먹는 첫 젓가락에 “아, 너무 달다.” 소리가 나온다. 낮이 저물 즈음 비가 가볍게 내린다. 저녁에는 비가 그치고 하늘에 구름 한 조각 없이 별이 초롱초롱하다. 속(내장 하드디스크)은 3/4을 되살릴 수 있을 듯하고, 손질삯(수리비)은 52만 원이 나온다고 한다. 다만 느긋이 기다리라고 한다. 올해에 돌려받을 수 있으려나. 《두르안키》를 읽었다. 그림님은 밑틀을 잡고서 조금 그리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이제 막 이야기를 펼 즈음 더는 뻗지 못 하는 셈이다. 처음도 끝도 아닌 그림꽃(만화)을 찬찬히 읽고서 두 사람 ‘테즈카 오사무’하고 ‘미즈키 시게루’를 떠올린다. 테즈카 오사무 님은 잠을 미루면서 어마어마하게 그려냈고, 미즈키 시게루 님은 느긋이 오래 자면서 외팔로 천천히 그려냈다. 한 분이 쉬엄쉬엄 그렸다면 오래 그렸을 테지만, 그무렵 그렇게 밀물로 그림꽃을 선보였기에 ‘그림꽃이란 무엇인가?’ 하고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느낀다. 씨앗은 작다. 이 작은 씨앗은 숲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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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1.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글·그림/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1999.11.15.



어제 해놓은 빨래를 아침에 내놓는다. 바람은 가벼운 듯하면서도 갑자기 휭 불어 빨랫대를 넘어뜨린다. 빨랫대를 세우고 보면 조용하다. 이러다 휭 불며 또 넘어뜨린다. 개구쟁이 겨울바람이로구나. 일찍 눕는다. 등허리를 말끔히 폈구나 싶을 무렵 눈을 번쩍 뜨니 한밤이다. 1980년에 《잠잠이》란 이름으로 처음 나오고, 얼추 스무 해가 지난 1999년에 《프레드릭》이 나왔다. 우리나라에 그림책다운 그림책이 아주 없다고 할 즈음, 분도출판사는 작고 가벼우며 값싸게 그림책을 꾸준히 내놓아 주었다. 인천에는 ‘성바오로서점’이 있었기에 이 작은 그림책을 ‘안 사더라도 그 책집’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1980해무렵에 웬만한 마을책집은 ‘서서 읽기만 하고 안 사는 어린 책손’을 되게 싫어했다. 그때 성바오로서점 수녀님은 어린 책손을 곱게 지켜보았다고 느낀다. 다만, 분도출판사도 숱한 우리나라 펴냄터처럼 뒷말이 있다. 그러니 다른 곳에서 《잠잠이》도 여러 그림책도 데려갈 수 있지. 잠을 자는 듯한, 아니 낮잠도 밤잠도 누리면서 꿈빛을 품는 아이는 천천히 하루를 놀면서 마음 가득 사랑을 밝힌다. 아이는 빨리 자라야 하지 않는다. 어른은 빨리 죽어야 하지 않는다. 천천히 느릿느릿 즐겁게 이 삶을 누리면 언제나 사랑이다.


#Fredrick #LeoLion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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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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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0.


《사랑하는 미움들》

 김사월 글, 놀, 2019.11.13.



제주 이웃님이 손수 딴 귤꾸러미를 한가득 보내신다. 마침 오늘 귤꾸러미를 장만하러 읍내를 다녀올 생각이었다. 고맙다. 요새 온나라 귤값이 무척 싸다지만 고흥만큼은 비싸다. 다른 고장에서 6000∼7000원 하는 귤이 고흥에서는 14000원이고, 다른 고장에서 거의 그냥 주는 귤이 고흥에서는 8000∼9000원이다. 택시일꾼이 며칠 앞서 바퀴(타이어) 값을 알려주더라. 고흥에서 한 짝에 13만 원인데, 순천 가면 9만 5천 원 받는다지. 해가 나다가 구름이 몰리다가 진눈깨비나 실비가 흩날릴 듯하다가 조용히 밤이 찾아온다. 새로 받은 셈틀에 윈도우가 안 깔렸고, 파는곳 사람들이 아무 말이 없다. 물리기(환불)로 한다. 《사랑하는 미움들》을 읽고서 ‘클럽도 나이트도 안 가고, 책집마실을 즐기는 노래님(가수)’은 우리나라에 없으려나 궁금하다. ‘클럽’에 꾸미고 가서 ‘빵디’를 흔들어야 놀이로 여기는구나. 서울사람·서울놀이·서울가락은 아직 ‘노래’는 아닌 듯싶다. 그렇다면 ‘가락’이라고 여길 수 있을까? 노래시늉이나 가랑흉내이지는 않을까? ‘노래’는 ‘놀이’랑 한몸이고, ‘가락’은 ‘숲’이랑 한마음일 텐데. 서울엔 숲이 없으니 책집이라도 가야 풀꽃나무를 만나는데, 숲도 책집도 심심해 한다면 ‘사랑’을 모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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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9.


《이자벨라의 리본》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김경연 옮김, 풀빛, 2004.4.10.



속(내장 하드디스크)을 돌려받는다. 광주에 맡겼으나 못 고쳤다. 속을 만드는 곳에 여쭈니 수원으로 보내라고 한다. 수원으로 보낸다. 얼마나 걸릴는 지 모르지만 한 달쯤 기다려야 할 듯싶다. 새로 장만한 셈틀을 놓으려고 하는데 줄이 안 맞아 읍내 셈틀집을 다녀온다. 그런데 ‘윈도우’가 안 깔리고 ‘리눅스’로만 있다. 장만하기 앞서 틀림없이 물어봤는데 엉뚱하게 보내왔다. 소를 잃고서 외양을 고치는 일이 만만하지 않고, 잃은 소를 찾아오기도 수월하지 않구나. 그동안 미룬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돌아보면서 하루를 다독인다. 《이자벨라의 리본》를 되읽는다. “리본 아이 리본(リボンちゃんのリボン)”이란 이름으로 나온 그림책은 “댕기순이 댕기”인 셈이다. 아이들은 늘 어른한테 ‘거듭나는(새로 태어나는)’ 길을 웃음꽃으로 보여준다. 새로 쏟아지는 그림책이 많으나, 한두 벌 훑고서 더 읽고픈 마음이 피어나는 그림책은 드물다. ‘아름다움’은 ‘보기좋음’이 아니다. ‘사랑’은 ‘좋아함’이 아니다. 우리말 ‘꿈’하고 ‘바람’이 어떻게 다른가를 헤아리는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한자말 ‘희구·희망·소망·욕망·욕구·기원·비원’에 갇힌 채 ‘꿈·바람’을 잊을 뿐 아니라 ‘그림’이 무엇인지 돌아보지 못 하기 일쑤이다. 


#IsabelasRibbons #IchikawaSatomi

#いちかわさとみ #市川里美 #リボンちゃんのリボ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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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8.


《Dr.코토 진료소 2》

 타카토시 야마다 글·그림/문희 옮김, 대원씨아이, 2001.6.19.



01시 30분부터 하루를 연다. 책짐을 지고 안으며 꽤 걸은 탓인지 온몸이 쑤신다. 이모저모 우리말꽃을 여미고서 06시 05분에 장흥 대덕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러 간다. 요 며칠 잠을 늘린다. 속(내장 하드디스크)을 다 고칠 때까지는 좀더 느긋하게 살림하는 길로 추슬러야겠다고 생각한다. 대덕중학교 푸름이를 만난다. ‘마음을 들을 수 있도록 옮긴 소리인 말’하고 ‘마음 담은 말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담은 그림인 글’이란 ‘숲에서 누리는 살림·삶을 사람들이 어떤 사랑으로 나누면서 오늘에 이르렀는가’ 하는 수수께끼 이야기를 들려준다. 3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마치고서 장흥버스나루로 간다. 벌교 가는 버스를 1시간 기다린다. 돌고돌아 고흥에 닿는다. 시골에서 시골을 오가는 버스길은 아득하다. 서울(도쿄)을 떠나서 뭍하고 아주 먼 섬마을에서 돌봄이(의사) 노릇을 하는 사람이 마주하는 새길과 새빛을 들려주는 《Dr.코토 진료소 2》을 읽는다. 섬이나 시골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조용히 일하는 사람을 알아줄 ‘서울내기’는 드물거나 없다. 그러나 섬이나 시골이나 숲이나 바다에서 호젓이 일하며 살림하는 사람을 반기는 ‘새·풀꽃나무·나비’는 많다. 우리는 누구랑 동무하고,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사랑을 짓는 나날일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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