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7.


《가을의 스웨터》

 이시이 무쓰미 글·후카와 아이코 그림/김숙 옮김, 주니어김영사, 2020.9.1.



밤마다 별잔치이다. 어둑살이 내릴 무렵이면 슬슬 별이 돋고, 시골마을에 별이 돋을 즈음이면 모든 자잘한 소리가 사라진다. 이윽고 “아! 별잔치!” 소리가 절로 터져나온다. 구름이 한 조각조차 없다. 늦가을에 아직 흰꽃을 피우고 까맣게 열매를 동글동글 맺는 까마중을 생각한다. 첫겨울까지 마지막힘을 끌어올리는 들풀 한 포기가 사람 곁에서 베푸는 숨빛을 헤아린다. 《가을의 스웨터》를 읽으며 어린 나날을 가만히 되새겼다. 이 그림책은 ‘마을과 이웃’을 들려주려고 ‘우리 엄마’가 아닌 ‘이웃 아줌마’가 뜨개질을 하는 길을 보여준다. 그림님이 조금 더 마음을 기울여 본다면, ‘우리 엄마’가 ‘나랑 둘이서’ 집에서 천천히 뜨개질을 하는 살림을 담을 수 있었다. 집살림은 옷살림만 있지 않으니, 뜨개바늘을 또각또각 쥐다가도 밥살림을 맡고, 아기를 돌아보고, 집안을 쓸고닦고, 밭을 매만지거나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빨래를 걷어서 개고, 이불을 털어서 말리고, 아이한테 들려줄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한다. 같이 살림하며 두런두런 수다꽃에 노래꽃이 핀다. “가을 털옷”이나 “가을 뜨개옷”이다. 우리말을 쓰기를 빈다. 옮김말씨도 아이들한테 안 어울리기에 모조리 손질한 다음 아이들한테 건네주었다.



볼에 닿는 차가운 공기에 잠에서 깼어요

→ 볼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 잠에서 깨요


이런! 스웨터가 작아졌어요

→ 이런! 털옷이 작아요


밥을 먹고 나면 엄마는 바빠져요

→ 밥을 먹고 나면 엄마는 바빠요


바람이랑 달리기하고 싶어지고

→ 바람이랑 달리기하고 싶고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실 거야

→ 도와줘서 고맙다고 하시겠지


그러면 주머니도 커질 거야

→ 그러면 주머니도 크지


스웨터를 크게 만들어 달라고 하자

→ 털옷을 크게 떠 달라고 하자


밝은 해님의 노란색과 노을의 빨간색이요

→ 해님처럼 밝고 노랗고 노을처럼 빨개요

→ 밝고 노란 해님과 빨간 노을이요


커다란 주머니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 커다란 주머니도 참 마음에 들어요

→ 커다란 주머니도 무척 마음에 들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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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6.


《MR WUFFLES!》

 David Wiesner 글·그림, Andersen press, 2013.



커피콩을 사러 읍내를 다녀온다. 볕이 넉넉한 하루를 누리면서 걷는다.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릴 곳을 헤아려 본다. 전남도청보다 우람하게 지은 고흥군청 둘레로 잿집이 우글우글 서는데, 귀퉁이에 쉼터가 있네. 쉼터 걸상에 앉아서 볕바라기를 하며 생각한다. 흙을 밟고 풀내음을 맡고 나무그늘을 누릴 자리를 없애고서 잿빛으로 바꾸어야 ‘문화’라고 한다면, ‘문화’에는 ‘삶’이나 ‘살림’이 없겠지. 우리가 보금자리를 살림자리로 가꾸고, 마을을 살림터로 돌보는 숨결이라면, 문화도 예술도 사회도 정치도 교육도 아닌 오롯이 ‘살림빛’으로 스스로 즐거우면서 온누리에 기쁨씨앗을 심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MR WUFFLES!》를 장만해서 읽었다. 한글판으로는 《이봐요, 까망 씨!》로 나왔다. ‘WUFFLES’를 ‘와플스’로 옮기기보다는 ‘까망’으로 옮기는 쪽이 나았겠지. 그런데 “이봐요”는 왜 넣었지? 《까망 씨》라고만 하면 넉넉할 텐데. 이래저래 한글판은 안 내켜서 영어판으로 장만했고, 우리 집 아이들은 ‘다른 말 없이 이야기로만’ 삶과 살림을 드러내는 흐름을 차근차근 느끼면서 읽는다. 우리는 ‘우리말’을 쓴다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말다운 우리말을 즐겁게 쓰는’ 이웃은 아직 너무 드물다고 느낀다.


#이봐요까망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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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5.


《칼 라르손의 나의 집 나의 가족》

 칼 라르손 그림·폴리 로슨 글/김희정 옮김, 배수연 에세이, 알마, 2021.12.15.



새삼스레 푹 쉬려고 한다. 어제 이웃님하고 꽤 오래 돌아다니고 보니 등허리에 팔다리가 찌릿하다. 비슷한 듯 보이나 아주 다른 두 말 ‘입바르다·입발리다’를 생각해 본다. ‘입바른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오늘날 어떻게 지낼까? ‘입발린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또? ‘바른이’는 반짝이는 별빛 같은 살림길을 걷는다. ‘발린이’는 번드레한 겉치레로 별빛 시늉을 한다. 뒤꼍 감을 멧새가 잘 누린 듯싶다. 이제 한두 알 남는다. 올해에 꽤 많이 열렸어도 300이 넘는 새 모두를 겨우내 먹이기는 만만하지 않네. 그러게. 우리 집 뒤꼍이며 마당에 내려앉는 새가 꽤 많다. 이 시골에서는 ‘새가 많이 내려앉는 집’을 둘레에서 다들 싫어한다. 《칼 라르손의 나의 집 나의 가족》은 2003년에 처음 나온 판을 되살렸으나, ‘배수연 에세이’가 책을 아주 망가뜨렸다. 옮김말도 매우 나쁘다. 나는 2003년판을 읽은 사람이지만, 2021년판만 읽을 사람도 더없이 짜증을 낼 만하다. 책이름은 워낙 《Carl Larsson Home》이다. “나의 집 나의 가족”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칼 라르손 우리 집”이다. “칼 라르손 우리 집 사람들”이나 “칼 라르손 우리 집 이야기”처럼 붙일 수는 있겠으나, 제발 ‘시골 숲집’에 발이라도 디뎌 보고서 말을 다루자.


#CarlLarsson #CarlLarssonHome


구시가지 빈민가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 옛거리 가난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 옛날거리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습니다


가재잡이 시즌이 시작되는 첫날인

→ 가재잡이철 첫날인

→ 가재를 잡는 첫날인


여덟 명의 자녀를 돌보느라 그림 그릴 시간을 내기 어려워진 카린은

→ 여덟 아이를 돌보느라 그림 그릴 틈을 내기 어려운 카린은


그림 대신 러그와 태피스트리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 그림 말고 깔개와 꽃피륙을 짭니다

→ 그림 아닌 덮개하고 꽃천을 짭니다


이 그림은 칼 라르손이 처음으로 실내 풍경을 그린 작품입니다

→ 이 그림은 칼 라르손이 처음으로 담은 집안살림입니다

→ 이 그림은 칼 라르손이 처음으로 옮긴 집안모습입니다


그는 점점 늘어나는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필요했습니다

→ 그는 차츰 늘어나는 그림을 둘 수 있는 그림칸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 그는 더 늘어나는 그림을 놓을 수 있는 일칸을 지어야 했습니다


그림의 일부는 색을 칠하지 않고 종이의 하얀색이 그대로 빛나도록 했습니다

→ 그림 한켠은 하얀종이를 그대로 빛냈습니다

→ 그림 한쪽은 빛깔을 안 바르고 종이를 하얗게 두었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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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4.


《하프》

 레미 쿠르종 글·그림/권지현 옮김, 씨드북, 2017.11.7.



동강 이웃님이 찾아와서 쌀 한 자루를 건넨다. 이웃님 아버님이 짓던 논을 올해에 처음으로 물려받아서 지은 쌀이라고 한다. “쌀값 받으셔야지요.” “쌀값? 요새 쌀값이 을매나 되는 줄 아는감? 쌀값은 똥값도 안 돼. 논을 지으면 오히려 돈이 하나도 안 남아. 트랙터 쓰고 콤바인 쓰는 사람들만 벌어. 막상 논임자한테는 암것도 안 남는당께.” 이웃님 짐차를 큰아이랑 얻어타고서 고흥만으로 간다. 해마다 겨울이면 이곳에 철새가 허벌나게 찾아온다. 나라지기(대통령)가 바뀌기 앞서, 전남·경남 파란바다(해상 국립공원)에 ‘해상태양광·풍력’이 끔찍하게 들어섰다. 이쪽저쪽(민주당·국민의힘)을 밀건 안 밀건, 갑자기 마구잡이로 때려박은 이 미친짓을 제대로 짚는 모임(시민단체·언론사·지식집단)은 안 보인다. 망가지는 시골 논밭하고 바다를 한참 보다가 드디어 철새를 만난다. 가창오리떼에 고니무리를 본다. 〈더바구니〉를 들러서 집으로 온다. 《하프》는 꽤 잘 빚은 그림책이지 싶은데, 일찌감치 판이 끊긴다. 왜 안 읽힐까? 아니, 이러한 이야기를 눈여겨보면서 아이하고 어깨동무하는 하루를 짓는 어른은 어디 있을까? 아이는 ‘직업인·예술가’가 아닌 ‘사랑을 알고 나누는 어른’으로 자랄 적에 아름답다.


#LaHarpe #RemiCourgeo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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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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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3.


《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

 하진희 글, 인문산책, 2010.4.30.첫/2019.11.30.고침



집에서 쉰다. 바람을 마신다. 고요히 하루를 누리고 싶다. 포근한 늦가을빛을 머금는 빨래를 한다. 겨울이 눈앞이다. 이제 시골집에서 책살림이며 글살림을 느긋이 추스르자고 생각한다. 잔뜩 쌓은 책더미를 치워 놓아야 아이들이 이 칸 저 칸 마음껏 드나들면서 놀고 수다를 펴겠지. 《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을 읽다가 생각에 잠긴다. 거룩얘기(신화)가 없는 겨레나 나라는 없다. 우리는 이웃나라 거룩얘기를 더없이 많이 읽히거나 들려준다. 그런데 우리 거룩얘기는 얼마나 읽거나 살피거나 들려주거나 나누는지? 우리는 우리 거룩얘기를 살려서 북돋우는 눈빛을 얼마나 밝히는지? 온나라 곳곳에 거룩얘기 자취가 흐를 텐데, 우리 거룩얘기나 옛얘기를 찾아서 천천히 뚜벅뚜벅 거닐면서 하나하나 짚는 눈밝은 어른은 얼마나 있을까 모르겠다. 거룩얘기나 옛얘기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느긋하면서 넉넉할 적에 삶얘기·살림얘기·사랑얘기를 꽃피울 만하다. 우리는 오늘날 ‘이야기·얘기’를 등진 채 ‘소통·대화’란 수렁에 잠기지는 않았는가? 모든 아이는 놀이밥에 이야기밥을 먹으면서 말넋삶을 살찌운다. 모든 어른은 아이들이 놀이밥이랑 이야기밥을 누리면서 물려받을 터전을 닦을 적에 비로소 ‘어른’이면서 어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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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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