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

 김영화 글·그림, 이야기꽃, 2022.8.8.



며칠 찬바람이 불더니 떨기나무는 가랑잎을 우수수 떨구었다. 산수유나무는 새빨간 열매만 남기고 잎이 다 떨어진다. 찬바람이 휭휭거리면 마당에 내놓는 빨래가 얼어붙는다. 찬바람이 누그러지고 해가 한가득 퍼지면 어느새 빨래가 보송보송 마른다.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을 곰곰이 읽었다. 우리가 내는 낼 내려는 목소리를 헤아려 본다. 어떤 목소리일까? 무슨 목소리인가? 누구하고 살아가는 목소리일까? 어떻게 꿈꾸는 목소리인가? ‘미움·두려움’을 심고 퍼뜨려서 ‘싸움’으로 가자는 목소리일까? 오직 ‘사랑’을 심고 가꾸고 나누면서 즐겁고 아름다이 살림빛을 펴려는 목소리인가? 모든 일이 돌고도는 까닭은, 우리가 심거나 뿌린 대로 스스로 거두기 때문이다. 미움을 심는 사람은 미움을 거둔다. 사랑을 뿌리는 사람은 사랑을 거둔다. 아무리 불길이 춤추는 싸움판이더라도 여름지기는 조용히 씨앗을 심고 풀꽃나무를 돌보았고, 풀벌레랑 벌나비랑 개구리랑 새를 아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넋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말글을 익혀서 쓰는가. 생각을 살찌우고 마음을 북돋우는 흙말이나 숲말을 쓰는가, 아니면 총칼을 앞세우던 일본말씨를 그냥그냥 쓰는가. 삶도 넋도 하루도 보금자리도 말글도 되짚을 노릇이다. ㅅㄴㄹ



파릇한 싹들이 화답하듯 일렁거렸습니다

→ 파릇한 싹이 반기듯 일렁거렸습니다

→ 파릇한 싹이 맞가락처럼 일렁거렸습니다


우리는 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 우리는 조짓기를 합니다

→ 우리는 조를 짓습니다

→ 우리는 조밭을 짓습니다


끝도 없이 돋아나는 잡초

→ 끝도 없이 돋아나는 풀

→ 끝도 없이 돋아나는 들풀

→ 끝도 없이 돋아나는 잔풀


정성과 기원을 쌓았습니다

→ 땀과 꿈을 쌓았습니다

→ 마음과 바람을 쌓았습니다


입구의 나무도 그 어둠을 기억할까요

→ 어귀 나무도 이 어둠을 떠올릴까요

→ 들목 나무도 이 어둠을 알까요


다음 농사를 위해 따로 챙겨 둡니다

→ 다음에 지으려고 따로 챙겨 둡니다

→ 다음해에 짓도록 따로 챙겨 둡니다


떡도 만들어 먹었으니

→ 떡도 해 먹었으니

→ 떡도 부쳐 먹었으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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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


《엄마는 텐파리스트 4》

 히가시무라 아키코 글·그림/최윤정 옮김, 시리얼, 2014.1.25.



이제 고흥에서도 얼음을 본다. 다른 고장은 진작 얼어붙었을 텐데, 포근고장은 다르지. 겨울에는 이 얼음바람을 물씬 쐬면서 몸을 고이 내려놓거나 꿈길을 간다고 여긴다. 찬바람은 몸을 새롭게 깨운다. 우리를 괴롭히는 칼바람이나 추위가 아닌, 저마다 야무지면서 싱그러이 깨어나도록 북돋우는 겨울바람이지 싶다. 거듭나도록 북돋우는 철이기에 겨울이랄까. 여름날 더위도 매한가지이다. 우리를 들볶는 불바람이나 더위가 아닌, 저마다 넉넉하면서 맑게 피어나도록 북돋우는 여름바람이라고 느낀다. 《엄마는 텐파리스트 4》을 되읽었다. 아이랑 살아가는 나날을 그리는 분이 제법 있는데, 히가시무라 아키코 님처럼 익살스레 담아낸 분은 드물지 싶다. 아니, 익살이라기보다 고단하며 힘들지만 새록새록 즐거운 하루를 그대로 옮겼지 싶다. 더구나 아이가 어느 만큼 자라고 나서는 더는 아이 하루를 그림꽃으로 안 옮긴다고 했으니, 이런 대목도 돋보인다. 이녁은 새내기일 적에는 아버지 이야기로 처음 그림꽃을 담았고, 스스로 살아온 이야기를 그대로 담으면서 눈길을 받았고, 아이를 낳아 새롭게 살림하는 이야기를 담으면서 천천히 눈을 뜨는 길이지 싶다. 꽃길이나 가싯길은 따로 없다. 모두 삶길이자 살림길이면서 사랑길이다.


ㅅㄴㄹ


#東村アキコ #ママはテンパリス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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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30.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이옥남 글, 양철북, 2018.8.7.



엊그제 보니 우리 동백나무에 꽃송이가 벌어졌다. 하나를 보고 둘을 본다. 대견하구나. 찬바람에 꽃망울이 더욱 단단하고, 찬비에 외려 붉게 꽃송이를 터뜨린다. 곰곰이 보면 모든 풀꽃나무는 겨울날 찬바람을 듬뿍 머금으면서 새봄을 푸르게 일으키는구나 싶다. 여름에 무럭무럭 자라고, 가을에 널리 나누어 주고는, 겨울에 깊이 꿈을 꾸고는, 봄에 푸릇푸릇 꽃내음을 편달까. 오늘부터 비로소 긴소매하고 긴바지를 입는다. 저녁에 부엌 돌쩌귀를 고친다. 선틀(문설주)을 파내어 경첩을 대고서 조임쇠를 박는다.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은 틀림없이 한결 빛나는 책이 될 만했다. 할머니 하루쓰기를 담아내려는 뜻은 참으로 훌륭한데, 그저 수수하게 글을 모아 놓지 못 하는구나. 오늘날 숱한 글이며 책이 온통 꾸밈글인 탓일까. 안 꾸미고서 살림을 짓는 수수한 하루를 누리지 않는 서울살림(도시문화)인 터라, 할머니 글꾸러미를 어떻게 건사할 적에 빛나는가를 모를 만하리라. 늘 풀꽃나무를 곁에 두고, 언제나 풀노래·바람노래·별노래를 누리는 터전을 모른다면, 또 시골버스를 타고 천천히 오가는 시골길을 모른다면, 책에도 시골빛을 담는 눈망울을 모를 수밖에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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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9.


《100가지 사진으로 보는 우주의 신비》

 윌 게이터 글, 안젤라 리자·다니엘 롱 그림/장이린 옮김, 책과함께어린이, 2022.8.30.



오늘은 비가 그치나 싶더니 바람이 휭휭 분다. 이따금 비가 오다가 멎는다. 미역국을 한 솥 끓여놓고서 읍내에 간다. 옆 황산마을을 지나가는 시골버스를 타고서 돌아온다. 들길을 걷는데 집에서보다 바람이 훨씬 세차다. 얼굴이 얼얼하다. 고무신이 닳아서 새로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275가 아닌 270을 샀더라. 바꿀까 생각하다가, 작은아이가 머잖아 발이 크면 신겠거니 여기면서 그냥 두기로 한다. 저녁에 비가 멎을 즈음 멧비둘기 한 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우리 집 마당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오늘 하루도 새록새록 잘 흘러갔는가. 《100가지 사진으로 보는 우주의 신비》를 작은아이하고 읽었다. 영어 ‘Universe’를 일본사람은 한자말 ‘우주’로 옮겼다. ‘우주’는 오랜 한자말로 여기는 분이 꽤 있는 듯싶으나, 우리말은 ‘누리’이다. 푸른별에 깃든 너른 곳은 ‘나라’이고, 이 ‘나라’를 넘어선 너른 터전이 ‘누리’이다. 조금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누리·무리고리’는 ‘ㅇ·ㄴ·ㅁ·ㄱ’만 다를 뿐 한동아리이다. 겉(현상)으로 온누리를 읽어도 안 나쁘지만, 속(참빛)으로 온누리를 읽는 길을 어린이하고 마음으로 연다면 언제나 새롭고 환하리라. ‘우리’는 ‘누리’로 갈 수 있으나 ‘무리’나 ‘고리’에 갇힐 수도 있다.


#TheMysteriesOfTheUniverse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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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8.


《소에게 친절하세요》

 베아트리체 마시니 글·빅토리아 파키니 그림/김현주 옮김, 책속물고기, 2017.1.5.



엊저녁부터 구름이 조금씩 모이나 싶더니 아침에 가랑비가 뿌린다. 이윽고 빗줄기가 굵다. 후두두두둑 소리가 퍼지고, 짐차나 털털이 소리를 몽땅 잠재운다. 아니 겨울 앞둔 늦가을비가 쏟아지니 바깥으로 돌아다니는 사람도 부릉이도 없다. 고즈넉한 시골에 싱그러이 울리는 노래가 가득하다. 자잘소리도 자잘먼지도 씻어 주는구나. 봄비랑 여름비 못지않게 늦가을비하고 겨울비도 온누리를 새삼스레 다독이는 맑은 빛줄기이지 싶다. 《소에게 친절하세요》는 템플 그랜딘 님 삶자취를 다룬 여러 책 가운데 가장 낫다고 본다. 템플 그랜딘 님을 알고 싶다면 이분이 스스로 쓴 책을 읽으면 되는데, 어린이·푸름이한테 이분 삶넋을 들려주고 싶을 적에 이러한 책을 함께 펴면 즐거우리라. 그렇지만 옮김말씨는 매우 아쉽다. 이분이 어려운 영어를 썼을까? 이분 넋을 짚어 보려는 ‘영어 어린이책’은 어려운 영어였을까? “중요한 건 존재한다는 거야”를 어린이더러 알아들으라고 적은 글일까? ‘애착·섬세’ 같은 한자말도 솎아야 할 텐데 “슬퍼질 거야” 같은 말씨도 얄궂다. 말을 말다이 쓰고 다룰 수 있어야 마음을 마음답게 돌보고 바라볼 수 있다.



그럼 난 슬퍼질 거야

→ 그럼 난 슬퍼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지. 중요한 건 존재한다는 거야

→ 모두 알 수는 없지. 다만 여기 있을 뿐이야

→ 모두 알아낼 수는 없지. 그저 모두 여기에 있어


나는 장소에 더 애착이 가요

→ 나는 자리에 더 마음이 가요

→ 나는 자리에 더 끌려요

→ 나는 자리가 더 좋아요


템플에게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이 고양이와 비슷한 존재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템플은 다른 사람과 닮지 않았으니, 고양이하고 비슷하게 있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 템플은 둘레하고 닮지 않았으니, 고양이랑 비슷하게 지내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푹신한 충전재를 써 조이는 느낌이 전보다 훨씬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 푹신하게 채우니 예전보다 훨씬 부드럽게 조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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