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7.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

 권윤덕 글·제주 어린이 33사람, 남해의봄날, 2022.5.5.



집에 있는 동안 겨울바람이 그리 차다고는 못 느끼다가, 커피콩을 장만하러 읍내를 다녀오자니 칼바람이 쉬잖고 몰아치는구나 싶다.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읍내에서는 왜 바람이 더 세다고 느낄까요?” “여기 읍내를 보렴. 서울도 똑같은데, 나무를 볼 수 있니? 나무가 자랄 틈이 없어. 기껏 심은 나무도 앙상해. 나무가 푸르게 덮으면 여름이 시원하고 겨울이 포근하지만, 나무를 잊고 미워하다 보니, 바람을 다스릴 수 없어 춥지.” 나무가 우거지기에 숲을 비롯해 바다가 싱그럽다. 나무를 밀어내어 부릉길을 닦고 넓히기에 바다도 숲도 죽는다. 제주바다뿐 아니라 온나라 바다가 죽어가지만, 나라뿐 아니라 사람들 스스로 부릉이(자가용)를 버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빨리 멀리 혼자 다녀야 한다고 여기니 들숲바다가 한꺼번에 앓는다. 《파랑을 조금 더 가지고 싶어요》를 읽었다. 그림님이 어린이하고 나눈 뜻깊은 배움길을 여민 책이라고 느끼면서도 아쉽다. 이제는 ‘목소리’로 다가가기보다는 ‘살림’으로 함께해야지 싶다. 아이들은 부릉이를 안 몬다. 오직 어른들만 몬다. 제주바다는 바로 ‘부릉길 + 부릉이’가 망가뜨린다.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며 제주 어린이를 만났다면, 그림도 얼거리도 확 달랐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6.


《악당이 된 녀석들》

 정설아 글·박지애 그림·사자양 밑틀, 다른매듭, 2022.1.27.



바람이 가볍고 아침볕이 따스하다. 빨래를 하기에 어울리는 날이로구나. 높녘은 눈송이에 칼바람이라지만, 마녘은 바람이 가볍고 햇볕이 가득하다. 문득 돌아보면, 새뜸(신문·방송)은 으레 서울 이야기로 북적댄다. 서울사람이 아침에 일하러 나가서 저녁에 집으로 갈 적에 얼마나 붐비는지를 날마다 다루고, 서울에서 무슨 일이 터지는가를 끝없이 짚는다. 《보리 국어사전》을 한창 여미던 어느 날, 펴냄터 지기님이 “얘야, 사전을 쓰려면 신문은 그만 봐야 하지 않겠니? 잘잘못을 따지는 글을 자꾸 볼수록, 뜻풀이를 하는 길하고 멀지 않겠니?” 하고 얘기했다. 이날 저녁 책집마실을 하며 곰곰이 생각했다. 낱말풀이는 ‘옳은 풀이나 틀린 풀이’를 안 따진다. ‘낱말하고 얽힌 삶을 담아서 나누기’를 한다. 둘레에서 벌어지는 일을 느끼되 쳐다보지는 않을 줄 알아야 비로소 ‘말·삶·넋’을 차분히 담고 그리고 지으리라 본다. 《악당이 된 녀석들》을 읽었다. 우리가 스스로 삶을 등지던 날부터 사람도 짐승도 들숲바다도 그저 ‘돈’으로 보고 다루는 길로 뒤틀렸다. 다람쥐가 숲에서 맡은 일을 살핀다면, 그렇게 다람쥐를 잡아서 이웃나라에 팔았을까? 들풀이 무슨 몫인지 헤아린다면 ‘잡초’란 이름을 안 쓰겠지. 숲을 등지니 빛을 잃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5.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

 서윤영 글, 철수와영희, 2022.11.13.



날마다 무럭무럭 크는 작은아이가 새로 걸칠 겉옷을 장만하러 순천마실을 하려는 아침은 부산하다. 글일도 집일도 이모저모 건사한 다음 나서려는데 마을 앞으로 시골버스가 지나간다. 여느날은 11시 23분쯤 지나가던 11시 15분 시골버스가 오늘은 어쩐지 11시 16분에 지나간다. 못 마친 집일을 마저 하고서 들길을 걸어 면소재지랑 가까운 옆마을로 가서 12시 20분 시골버스를 탄다. 옷을 살피고서 〈책방사진관〉에 들른다. 작은아이가 책집지기님하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편다. 고흥읍에서 20시 마지막 시골버스를 타고 집에 닿으니 별잔치가 우리를 반긴다. 《10대와 통하는 건축과 인권 이야기》를 읽었다. 집(건축)을 둘러싼 사람길(인권)을 찬찬히 짚어 나간다. 잿집(아파트)이 돈으로 움직이면서 배움수렁(입시지옥)하고 얽히는 대목을 들려주고, 골목집 담그림(벽화)이 어느 대목에서 얄궂은지 밝히기도 한다. 오늘날 서울살림(도시문화)을 파헤치는 알찬 책이라고 느끼되 한 가지는 아쉽다. ‘사람길을 밟는 얄궂은 집’을 다루지만 ‘사람길을 살리는 아름집’은 어떤 모습인가를 헤아리지는 못 한다. 요즈음 숱한 인문책이 거의 이렇다. 새길(대안)을 함께 속삭이지 못 하더라. 또한 서울집은 얘기하되 시골집은 얘기하지 못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4.


《동네에서 서점이 모두 사라진다면》

 김현우·윤자형 엮음, 화수분제작소, 2022.5.10.



책꾸러미를 부치러 큰아이하고 읍내마실을 한다. 지난겨울하고 대면 가볍지만 바람이 제법 세다. 찬바람은 “자, 겨울이라구!” 하면서 알리는 듯하지만, 참말로 예전 겨울하고 대면 귀여운 개구쟁이 같다. 겨울볕이 넉넉하다. 싱싱 부는 바람은 티끌을 훌훌 날려보낸다. 시골도 서울(도시) 못지않게 부릉이가 넘치고, 시골내기는 시골길 아무 데에나 쇳덩이를 세운다. 시골에서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은 할매랑 푸름이뿐인 듯싶다. 어린이는 노란부릉이(학교버스)에 실려 집으로 가고, 할배는 마을집(마을회관)이나 저잣거리에 모여 낮술을 한다. 시골에서 고을지기(군수)를 맡는 이는 뭘 볼까? 시골 고을지기가 읍내길이나 들길을 걸어다니면서 몸으로 삶터를 느끼는 모습을 여태 못 봤다. 고을지기뿐 아니라 여느 벼슬꾼(공무원)도 안 걸어다닌다. 《동네에서 서점이 모두 사라진다면》을 읽고 매우 아쉬웠다. 마을책집을 늘 다니는 사람이라면 마을책집이 사라질 걱정을 안 한다. 우리 스스로 마을사람이 아니거나 책이웃으로 서로 사귀지 않기 때문에 마을책집이 사라진다. 다른 탓도 있겠으나, 이 대목이 가장 크다. “마을에 책집이 태어난다면”이나 “마을에 책집이 있을 때”로 틀을 잡고서 책집을 사귀지 않고서야 속말을 끌어내지 못 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3.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

 이현아와 여덟 사람, 카시오페아, 2020.12.29.첫/2021.12.24.3벌



엊저녁에 큰아이하고 우리 책숲에 책짐을 갖다 놓으러 다녀오는 길에 별하늘을 누렸다. 어제 아침에 뿌린 비는 하늘도 마을도 맑게 씻어 주었고, 밤별이 한결 초롱초롱하도록 북돋았다. 이렇게 별밤을 누리는 다음날은 아침해가 환하고 포근하다. 이불을 털어서 말린다. 겨울볕을 머금는 이불은 차가우면서 보송보송하다. 오늘은 일손을 다잡아서 글꾸러미 하나를 모두 손질한다. 두어 달쯤 묵히는 동안 아예 안 들여다보다가 한달음에 모두 갈무리하고 나니 기운이 사르르 빠진다. 밥이며 국을 다 차려놓고서 한나절을 곯아떨어진다. 다시 눈을 뜰 즈음에는 어느새 저녁별이 빛난다. 큰아이가 부른다. “오늘 저녁하늘에는 달걀처럼 생긴 구름이 여기저기 있어요.” 《좋아서 읽습니다, 그림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어서 = 좋아서’ 할 수 있다면, 하는 동안 문득 ‘사랑’을 지으면서 새롭게 마주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좋아서 할 적에는 기운을 갉아먹으나, 사랑으로 할 적에는 기운이 새롭게 피어나도록 북돋운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차츰 ‘좋고 싫고’를 넘어서거나 내려놓으면서 ‘사랑으로 읽기’로 나아가기를 빈다. ‘좋아하는 그림님’이 아닌 ‘두고두고 사랑으로 마주할 그림님’이란 눈썰미라면 참으로 다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