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2.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구본형 글, 휴머니스트, 2013.7.15.



밤새 발앓이를 했다. 발바닥이 따끔따끔해서 내내 아얏 소리를 내며 뒤척였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서 셈틀을 새로 놓았다. 새벽나절이 흐르니 겨우 자리를 잡는데, 미처 못 옮긴 파일이 있다고 뒤늦게 알아차린다. 묵은 셈틀을 다시 놓고서 옮겨야겠네. 아침부터 낮까지 해가 나더니 저녁부터 눈발이 날린다. 어린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 마당하고 앵두나무 곁에서 기웃거린다. 물까치가 눈을 맞으면서 우리 뒤꼍에 모여서 수다잔치를 편다. 발을 쉬지 않았으니 발앓이를 한다. 예전에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를 하면서 짐자전거로 책집마실을 한창 다닐 적에도 곧잘 발앓이를 했고, 싸움터(군대)에서도 늘 머나먼길을 걸어야 했으니 가끔 발앓이를 했다. 조금만 걷고 쉬엄쉬엄 지내야 발에 새롭게 기운이 오른다.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를 한 해 만에 읽는다. 장만해 놓고서 미처 못 읽은 책이 한가득인데, 모두 제때에 제대로 읽으리라 여긴다. 먼저 읽는 책이 있고, 느긋이 읽는 책이 있고, 한참 뒤에 읽는 책이 있다. 저마다 스스로 배울 때에 이르면 손에 쥐는 책이다. 알찬 책도 알량한 책도, 아름다운 책도 허접한 책도, 다 다르게 우리를 이끌면서 배움숲으로 북돋운다. 두 아이하고 하루쓰기를 하면서 오늘 삶걸음을 되새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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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1.


《작은 별》

 멤 폭스 글·프레야 블랙우드 그림/황연재 옮김, 책빛, 2020.12.30.



미닫이가 없는 길손집에서 하루를 연다. 미닫이가 없으니 낮인지 밤인지 새벽인지 종잡지 못 하지만 빗소리를 듣는다. 〈여행하다〉는 열지 않았네. 노래꽃만 글월집(편지함)에 넣는다. 〈주책공사〉에 들른다. 서울서 아이랑 찾아온 책손님이 있다. 오늘 새벽에 새로 쓴 노래꽃 ‘솔벌레’를 옮겨적어서 건넨다. 보수동 책골목에 다시 가 보는데 뭔가 시끌벅적하게 때려부수는 소리랑 몸짓에 ‘다 쓰러져가는 뒤켠’으로 바뀌는 듯싶다. 어제도 오늘도 〈낭독서점 시집〉은 안 연다. 〈책방사진관〉에서 책 두 자락을 산다. 비를 흠뻑 맞으면서 걷다가 사상나루로 가서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이제 집에 가서 쉬자. 《작은 별》은 작게 빛나는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얼핏 보면 ‘아기로 태어나 살다가 늙어서 죽는 한살이’를 그리는 듯하지만, 삶하고 죽음은 따로 없이, 모든 숨결은 그저 별빛일 뿐, ‘몸뚱이로는 삶을 말할 수 없’고 ‘오직 마음으로만 삶을 말할 수 있’는 하루를 별빛으로 그려낸다. 사람도 새도 벌레도 나무도 돌멩이도 똑같이 별이다. 해도 이 땅도 별이다. 눈을 감고서 보자. 크기·높이를 내려놓아야 별빛을 누린다. 눈을 새롭게 뜨고서 보자. 어질고 착하고 참하기에 사람이다. 몸뚱이만 사람일 수 없다.


ㅅㄴㄹ

#TheTinyStar #MemFox #FreyaBlackwood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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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0.


《지는 꽃도 아름답다》

 문영이 글, 달팽이, 2007.6.5.



부산마실을 한다. 흔들흔들 시외버스에서 얘기꽃(동화)을 손으로 쓴다. 큰아이가 부쩍 자라고 작은아이도 쑥쑥 자라면서 노래꽃(동시)만으로는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모자라다고 여겨서 얘기꽃을 틈틈이 쓴 지 여러 해이다. 두 아이하고 시골에서 살아오면서 느끼고 보고 겪고 어우러진 살림살이를 온누리 어린 이웃한테 속삭이려는 얘기꽃을 새삼스레 쓰는 마음이다.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보수동 책골목으로 간다. 발을 밟거나 밀치면서 아랑곳않기로는 서울사람하고 매한가지. 보수동 책골목은 첫째·셋째 불날은 책골목이 다 쉰다고 한다. 〈파도책방〉 한 곳은 열었다. 올해에 책집을 접는다고 한다. 집임자(건물주)하고 얽혀서 쉽잖구나 싶다. 이윽고 ‘곳간’이라는 이름으로 부산에서 펴냄터를 꾸리는 이웃님을 만난다. 한낮부터 해질녘을 지나 어스름이 내릴 때까지 천천히 이야기한다. 《지는 꽃도 아름답다》를 되읽는다. 전북 익산 작은 할머니 문영이 님이 아로새긴 삶글을 여민 수수한 책은 수수하기에 빛나는 삶자취를 들려준다. 요즈막에 ‘할머니 책’이 꽤 나왔는데, 2007년 이 삶글처럼 알뜰하면서 눈부신 책은 아직 없다고 느낀다. ‘살림하는 할머니’가 ‘멋 안 부리고 투박하게 하루를 사랑한 숨결’을 담은 책이 아름답게 마련이다.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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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9.


《시끌별 녀석들 18》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이승원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8.30.



눈구름이 걷힌 하늘은 맑다. 눈도 비 못지않게 하늘을 가만히 쓸어낸다. 빗방울은 재잘재잘 노래하며 하늘을 씻는다면, 눈송이는 가만가만 소리를 잠재우면서 하늘을 씻는다. 빗물이 씻은 땅은 반짝반짝인다면, 눈밭으로 씻은 땅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책숲종이를 부치려고 한다. 셈틀이며 속(내장 하드디스크)을 제대로 못 쓰는 지난 보름 이야기를 적는다. 집에서 종이로 뽑으려는데 찍는틀(인쇄기)이 멎는다. 이 아이도 퍽 오래 쓰기는 했지만, 셈틀하고 나란히 잠들려고 하는가. 읍내 볼일을 일찍 마치고서 시골버스를 탄다. 옆마을에서 내려 들길을 걷는다. 구름바다를 둘러보는데 멀리서 숲노래 씨를 마중하러 나오는 두 아이가 보인다. 《시끌별 녀석들 18》을 읽었다. 첫걸음을 읽고서 이내 끝걸음으로 달렸다. 이 그림꽃이 얼마 만에 다시 나왔는가. 설마 다시 내줄 줄이야. 판끊긴 그림꽃이기에 짝을 맞추기도 버거웠는데, 《메종 일각》도 《1파운드의 복음》도 《시끌별 녀석들》도 다시 나오는구나. 그런데 이 그림꽃 못잖게 다시 나오기를 바라는 《천상의 현》이며 《머나먼 갑자원》이 있다. 《이 세상의 한 구석에》도 부디 다시 나오기를 바라며, 《토리빵》도 한글판으로 새로 나오면서 숲빛과 삶결을 읽는 길동무가 되기를 바란다.



ㅅㄴㄹ


#うる星やつら #高橋留美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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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18.


《엄지소년 닐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일론 비클란트 그림/김라합 옮김, 창비, 2000.8.30.



엊저녁부터 눈발이 날린다. 새벽에 폭 덮은 흰눈을 본다. 아침 일찍 일어난 작은아이는 비질을 하며 눈을 모은다. 곁에서 함께 비질을 하며 눈을 모아 준다. 낮부터 해가 나고 구름이 춤추다가 걷힌다. 며칠 동안 벼락추위가 찾아든다. 포근날씨로 살림하는 고흥에서는 벼락추위가 길면 얼어죽는 나무가 많다. 며칠 바짝 얼었으니 한동안 바람이 풀리면서 따사로이 어루만져 주려나. 《엄지소년 닐스》는 1949년에 처음 나왔다고 한다. 새삼스럽다. 이웃나라에서는 그무렵에 이런 글을 써서 어린이하고 동무하는 어른이 있었네. 우리나라는 1949년에 어떤 어른이 있었을까? 이원수 님이 《숲 속 나라》를 선보인 해는 1953년인데, 총칼이 피바람으로 몰아치던 무렵에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스스로 꿈을 키우는 사랑을 밝히려는 글을 여민 어른은, 뜻밖에도 예나 이제나 드물다. 우리나라는 예전에도 요새에도 ‘서울살림(도시문명)에 갇혀 헤매거나 허덕이는 어린이’ 모습만 동시·동화·인문책으로 그릴 뿐이다. 아무래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른’이 죄다 서울이나 서울곁에서 사는 탓일 테지. ‘농업·농사’가 아닌 ‘흙·들숲바다’를 품으면서 시골에서 살림을 짓는 눈빛이나 마음일 때에라야 비로소 어린이하고 동무하는 글을 쓰리라.


#NilsKarlssonPyssling #AstridLindgren #IlonWikland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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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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