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


《정원사 곰》

 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지음/김세희 옮김, 비룡소, 2002.1.15.첫/2015.3.25.3벌



새해 떡국을 끓인다. 달걀 노른자랑 흰자를 갈라서 부친다. ‘고명’을 마련한다. 어릴 적에 어머니는 ‘지단·고명’을 섞어서 쓰셨는데, 문득 살펴보니 ‘지단(jidan鷄蛋)’은 중국말이었네. 우리말은 ‘고명’이나 ‘달걀채’로구나. 달걀채를 마련하는 아버지 곁에서 아이들이 지켜본다. 달걀채를 한 해에 한 벌 하기는 하되, 흰자는 너무 도톰하구나. 생각해 보니, 새해 첫날뿐 아니라 설날에도 달걀채를 또 할 만한데, 설날에는 다른 밥살림을 헤아리자. 《정원사 곰》을 두고두고 읽고 곁에 두었다. 언제까지 나오다가 판이 끊겼는 지 모르되, 2015년까지는 낸 듯싶고, 일곱 가지 그림책을 다 내지 않고 셋만 냈으니 아쉽다. 일곱 자락을 한 꾸러미로 내놓았으면 얼마나 아름답고 알찼을까. 우리나라에서도 일살림(직업)을 다루는 그림책이나 어린이책이 곧잘 나오지만 죄다 ‘서울 일살림’에 그친다. 일은 서울에서만 하지 않는데, 펴냄터가 거의 몽땅 서울·큰고장에 쏠리다 보니 시골살림을 담아낼 엄두를 못 내는 듯하다. ‘일살림’은 ‘돈벌이’만 다룰 수 없다. 아기를 낳아 돌보고, 풀꽃나무를 품고, 하늘빛을 읽고, 조용히 보금자리를 가꾸는 길도 모두 ‘일살림’이다. 피브 워딩턴·셀비 워딩턴 두 분은 일빛을 고이 담아냈다.


《석탄집 곰 Teddy bear Coalman》(1948)

《빵굽는 곰 Teddy bear Baker》(1979)

《우체부 곰 Teddy Bear Postman》(1981)

《훍살림 곰 Teddy Bear Farmer》 (1985)

《밭지기 곰 Teddy Bear Gardener》(1986)

《나루꾼 곰 Teddy Bear Boatman》 (1990)

《불끄는 곰 Teddy Bear Fireman》(1992)


#TeddyBearGardener #PhoebeWorthington #SelbyWorthingto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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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31.


《아돌프에게 고한다 1》

 테즈카 오사무 글·그림/장성주 옮김, 세미콜론, 2009.9.28.



몇 해 앞서 쓴 노래꽃(동시) 두 꾸러미를 갈무리한다. 하나는 〈열두 달 살림노래〉요, 다른 하나는 〈ㄱㄴㄷ 한글노래〉이다. 아침에는 부엌이 19℃에 이를 만큼 볕이 오른다. 볕이 포근한 낮에 면소재지로 자전거를 달린다. 똑딱이(스위치) 하나를 갈다. 열 몇 해를 살아온 집에 하나둘 낡거나 닳아서 갈아야 할 살림이 나올 수 있다. 오늘은 일찍 누워서 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글을 꽤 많이 쓰고 여미었지만 누리집에 한 꼭지도 안 올렸다. 누리집에 글을 한 꼭지도 안 올린 날은 1994년부터 2022년에 이르기까지, 싸움터(군대)에 있을 적 빼고는 아마 딱 이틀째이지 싶다.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거듭 되읽었다. 큰아이를 낳고 나서 돌을 지난 뒤에 나온 이 아름책을 처음 장만하면서 “나중에 우리 아이가 크면 읽히자”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둘레(사회·정치) 민낯을 알고 싶을 적에, 싸움(전쟁)이 왜 불거지는지 알고 싶을 때에, 싸움판을 녹이는 사랑(평화)은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는가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에 이 그림꽃이 빛나리라 본다. 총칼(전쟁무기)을 끝없이 만들면 스스로 끝없이 싸우겠다는 뜻이다. 나비가 허물을 벗고 날아오르듯, 사랑은 오직 사랑으로만 이룬다. 총칼로는 총칼만 부추길 뿐이다.


#アドルフに告ぐ #手塚治蟲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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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30.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

 숲하루 글, 스토리닷, 2022.12.13.



읍내에 가서 책숲종이(도서관 소식지)를 마저 뜨고서 부친다. 광주 마을책집 한 곳을 헤아리며 쓴 노래꽃을 옮겨적어서 띄운다. 새해 첫날을 앞둔 저잣마실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골버스가 한 시간쯤 빈다. 작은아이랑 피자집에 간다. 집으로 돌아와 짐을 내려놓고서 눕는다. 곁님하고 ‘미야자키 하야오 + 제로센’을 놓고서 한참 이야기를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씨는 스스로 좋아하는 결대로 그렸을 뿐이다. 다만, ‘사랑’ 아닌 ‘좋아함’이라서 굴레에 스스로 갇혔지. 대구에서 작은삶을 가꾸는 작은 아주머니가 여민 《풀꽃나무하고 놀던 나날》을 읽었다. 몇 벌쯤 되읽은 글일까? 2022년 12월에 나왔으나 2022년을 빛내는 올해책·아름책으로 꼽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2007년에 익산 할머니가 낸 《지는 꽃도 아름답다》하고 나란히 놓을 삶글이요, ‘글을 어떻게 쓰면 될까요?’ 하고 묻는 이웃님 누구한테나 읽으라고 여쭐 책이다. 글로 쓸 이야기는 누구한테나 온몸·온마음에 흐른다. 남 이야기 아닌 우리 이야기를 수수하게 옮기면 된다. 보기좋도록 꾸밀 글이나 삶이 아니다. 사랑으로 가꾸는 삶을 고스란히 노래하면 저절로 태어나서 피어나는 글이다. 글을 쓰기 앞서 살림꾼일 노릇이다. 글을 배우려면 사랑부터 배울 일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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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9.


《자꾸자꾸 책방》

 안미란과 아홉 사람, 사계절, 2022.1.15.



아침 일찍 손빨래를 한다. 오늘은 마을모임을 하는 날이라고 마을지기(이장)님이 부른다. 올해 마을살림 이야기를 알려주고서 낮밥을 함께 먹는 자리이다만, 마을모임에 나오면 소주를 억지로 마셔야 한다. 눈치껏 조금만 홀짝이는 시늉을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글일을 마저 하고서 등허리를 편다. 아침에 불린 떡하고 당면으로 큰아이가 떡볶이를 끓여놓는다. 늦은낮부터 해질녘까지 부엌에서 네 사람이 모여 여러 이야기를 한다. 열흘쯤 뒤에 일산 할아버지 여든잔치에 어떻게 가고,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 두 아이한테 들려준다. 저녁에는 작은아이하고 장기를 두는데, 드디어 작은아이가 숲노래 씨를 처음으로 이긴다. 《자꾸자꾸 책방》을 읽으며 내내 아쉬웠다. 바로 이 얘기를 쓰려다가 거의 한 해를 묵혔다. 책집을 글감으로 삼는 분이 부쩍 늘었으나 막상 책·책집·책집지기·책마을을 둘러싼 숨결을 찬찬히 읽는 눈썰미로 피어나지는 않는다고 느낀다.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라면, 적어도 스무 해를 거의 날마다 책집마실을 하면서 날마다 책을 몇 자락씩 읽고서 책집 이야기를 쓰기를 바란다. ‘더 많이 읽거나 알아야’ 하지 않다. ‘온몸으로 느끼고 온마음으로 사랑하’려면 적어도 ‘맨날단골’로 스무 해 넘게 책살림을 해야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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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2.28.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

 김탁환 글, 해냄, 2022.4.25.



배롱빛 소금을 큰자루로 장만했다. 볕이 좋은 마당에 앉아서 병에 천천히 옮긴다. 큰아이하고 작은아이한테 맡기는데, 소금 옮겨담기가 재미난 듯싶다. ‘노래그림판’을 큰 꾸러미에 스물두 자락 담아서 시골버스를 탄다. 고흥읍 커피집 〈보아즈〉에서 ‘노래그림잔치(시화전)’를 열기로 했다. 며칠만 걸고 끝이 아닌, 틈틈이 새 노래그림판으로 갈아서 걸려 한다. 큰아이하고 함께 걸었고, 큰아이는 커피집 아저씨한테 그림 한 자락을 척척 새로 그려서 건네준다. 《김탁환의 섬진강 일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 글바치가 얼마나 시골을 등지거나 모르는가를 새록새록 느꼈다. 또한 ‘시골살이 = 논밭짓기’로 잘못 알기도 한다. 논밭은 서울(도시)에서도 지을 수 있다. ‘시골살이 = 풀꽃읽기 + 들숲바다읽기 + 바람노래 + 멧숲놀이’라고 여길 만하다. 적잖은 분들은 ‘귀촌·시골로 내려간다’처럼 말하지만, 서울에서 나고자란 이는 ‘귀촌’이 아닐 뿐더러, 시골로 ‘내려갈’ 수 없다. 시골에 깃들기로 했으면 적어도 열 해쯤은 호미·낫·삽을 빼고는 쥐지 말아야 한다. 열 해 동안 풀꽃나무하고 사귀면서 철들기(철읽기)를 하고서야 땅을 마련해서 논밭을 지으면 된다. 서두르지 말자. 제철을 알려면 먼저 ‘놀고 노래할’ 줄 알아야 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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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골에서 논밭 안 짓고 뭐 해요?”

하고 묻는 분이 꽤 있다.

난 빙그레 웃으면서

“긍게요, 뭘 할까요? 그냥 살아 보시면 알아요.”

하고 대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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