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7.


《ねずみくんのチョッキ》

 なかえ よしを 글·上野 紀子 그림, ポプラ社, 1974.8.첫/1980.8.28벌



일산마실을 가는 새벽 네 무렵 세 사람 모두 일찍 일어나서 짐을 꾸린다. 시키거나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바지런을 떤다. 어여쁜 사람들은 따로 말하지 않아도 척척 챙긴다. 마을 앞을 지나가는 07시 05분 첫 시골버스를 타고 고흥읍으로 가서 1시간을 기다린 다음,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탄다. 낮 1시 무렵 서울에 닿고, 전철로 갈아탄다. 고흥뿐 아니라 나라 곳곳이 먼지띠로 뿌옇다. 사람물결에 부릉너울인 온나라이니, 하늘빛이나 땅빛을 살피면서 걷는 사람은 드물다. 아니, 걸어다니기에 나쁘도록 짜놓은 서울(도시) 얼개이다. 우리 스스로 낮구름도 밤별도 잊어가는 터전이다. 하늘을 씻고 땅을 가꾸려는 마음을 주고받는 말을 찾아보기 어렵다. 《ねずみくんのチョッキ》를 문득 되읽는다. 한글판으로는 《그건 내 조끼야》란 이름으로 나왔다. 썩 틀린 옮김말은 아니되 “쥐돌이 조끼”라든지 “쥐돌이 웃옷”으로 풀어내면 한결 어울릴 만하다고 느낀다. 또는 “쥐돌이 조끼야!”처럼 붙여도 될 테지. 이웃나라에서는 1974년에 나온 그림책이고, 우리는 2000년에 옮겼는데, 우리 손으로 이만 한 삶결을 읽고 살피며 담아낼 만한 붓결이 있을까? 아이랑 살림을 즐겁고 포근히 짓는 마음인 어른이어야 비로소 그림책을 쓰고 그리리라 생각한다.


#나카에요시오 #우에노노리코 #그건내조끼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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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6.


《일연 스님이 전해 준 역사 속 옛이야기, 삼국유사》

 이진이 글·장경혜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2.11.28.



뿌연 하늘이다. 철갈이 안개가 아닌 먼지띠로구나. 우리 책숲에 전기가 끊어진 지 한 해가 넘은 듯싶다. 오늘 전기를 새로 잇는다는 일꾼이 왔는데, 일을 마쳤다고 해서 가 보니 두꺼비집이 칙칙 소리를 내며 펑 터진다. 그저 혀를 찼다. 이렇게 엉터리로 해놓고서 돈은 따박따박 받아갈 테지. 저녁에 먼지잼이 뿌린다. ‘먼지잼’이란 “먼지를 재우는 가벼운 비”를 가리킨다. 먼지띠나 먼지구름이 흐르며 매캐한 날 내리면서 둘레를 싱그럽고 환하게 씻어서 틔우는 반가운 비라고 여길 만하다. 우리말을 살피지 않는다면 ‘졸임물’을 가리키는 ‘잼(jam)’만 떠올리리라. 토닥이거나 달래듯 가볍게 어루만지면서 가라앉히는 ‘재우다’인 ‘먼지잼’이다. 《일연 스님이 전해 준 역사 속 옛이야기, 삼국유사》를 읽었다. 지난날 우리 옛이야기를 남기려고 책을 여민 어른이 있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우리 삶이야기나 살림이야기를 어떻게 여미거나 남기는지 되새겨 본다. 나라가 셋일 적에 ‘세나라’라 하지 못 하고 ‘삼국’이라 하는 틀을 언제까지 붙들어야 할까? 수수하게 쓰는 말씨에 우리 삶·살림·사랑이 흐른다. 발자취(역사)는 ‘남은 책이나 조각(유물)’으로도 얼핏 읽을 터이나, 무엇보다 말과 살림새에서 읽을 수 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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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4.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김장성 글, 이야기꽃, 2022.1.31.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가시아버지 여든잔치에 쓸 살림돈을 넉넉히 뽑아놓는다. 저잣마실을 가볍게 하고서 돌아오는 시골버스로 멧자락을 바라보자니 붉은해가 천천히 넘어가려 한다. 철이 바뀌려는 고갯마루마다 보는 붉은해이다. 이제 한겨울이라지만, 고갯마루를 지나가려는구나. 저녁에 넷이 부엌에서 두런두런 밥을 먹다가 오리 노랫소리를 듣는다. “어, 우리 집 지붕 너머로 오리가 날아가네.” “응? 어디? 어디?” “벌써 지나갔는걸. 못 들었니?” “지나갔어요?” 나는 아이들한테도 곁님한테도 새소리나 풀벌레소리나 개구리소리를 안 가르친다. 나부터 늘 새롭게 듣고 배운다. 우리 이웃인 새랑 풀벌레랑 개구리가 어떻게 노래하며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헤아린다. 우리 넷은 천천히 살면서 우리를 둘러싼 숲빛노래를 새록새록 누리면서 익힌다.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를 다시 들추어 본다. 가르침(교훈 강요)을 털어내기는 어려울까. ‘어른 시늉 그림책’이 아니라 ‘어린이랑 노는 그림책’으로 가기는 힘들까. 살면 살수록 ‘어른은 아이한테서 배울 때 빛나는 살림’이요, ‘아이는 어른을 일깨울 때 즐거운 놀이’라고 새삼스레 느낀다. 놀이가 없다면 그림책 시늉이라고 본다. 노래가 흘러야 비로소 그림책 이름을 붙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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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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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3.


《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글/민승남 옮김, 미디어창비, 2021.3.15.



미역국을 끓인다. 큰아이가 거든다. 다가오는 흙날에 가시아버지 여든잔치에 가려고 한다. 미리 움직이려고 이모저모 알아본다. 흙날에는 길손집 하룻삯이 곱빼기요, 빈칸도 드물다. 그래도 버스는 네 자리를 잡았으니, 잘 달려가면 되리라. 곁개를 헤아리는 노래를 담은 《개를 위한 노래》를 돌아본다. 책이름에 왜 ‘-를 위한’을 넣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책이름은 그저 “Dogs Song”이다. ‘개노래’나 ‘멍멍노래’나 “개를 노래한다·개를 노래하며”라 하면 된다. ‘개노래’라 하면 나쁜말인가? 고양이를 노래하면 ‘고양노래’이다. 꽃을 노래하면 ‘꽃노래’이다. 오직 이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딴마음을 품기에 나쁜말이나 좋은말로 갈라치기를 하고 만다. 오직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수수하게 품는 숲빛으로 바라보고 나눌 적에는 아무런 갈라치기가 없으면서 늘 사랑이 감돌 뿐이다. 날이 갈수록 우리말을 배우는 이웃사람(외국사람)이 늘어나는데, 이런 엉터리 이름이나 옮김말씨가 자꾸 불거진다. 소리내기(발성법)에 마음쓰는 이는 무척 많으나, 막상 ‘말소리에 담을 말과 넋과 숨결과 생각’에 마음쓰는 이는 매우 적다. 개를 노래하면서 ‘개노래’라 말하지 못 하는 딱하고 가난하고 철없고 바보스런 마음부터 씻어낼 일이다.


#DogsSong #MaryOliver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그것을 되찾기도 하지

→ 다시 어려우면 되찾기도 하지

→ 다시 어려룰 적엔 되찾기도 하지


바쁜 삶 속에서 그들을 잃고 말지

→ 바빠서 그들을 잃고 말지

→ 바쁜 탓에 그들을 잃고 말지

→ 바쁜 나머지 그들을 잃고 말지


아마도 바구니 안에 다른 강아지들과 함께

→ 아마도 바구니에 다른 강아지와 함께


나의 개는 꽃을 좋아했지

→ 우리 개는 꽃을 좋아했지


그렇게 그 개의 배회는 계속되었다

→ 그렇게 그 개는 자꾸 맴돌았다

→ 그렇게 그 개는 또 떠돌았다

→ 그렇게 그 개는 내내 돌아다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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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


《훈데르트바서의 집》

 제랄딘 엘슈너 글·루시 반드벨드 그림/서희준 옮김, 계수나무, 2020.10.30



면소재지 어린배움터에 ‘입학유예 신청서’를 쓰러 간다. 큰아이는 이제 마지막이고, 작은아이는 여섯 해째이다. 어린배움터 바깥을 알록달록 새로 발랐네. 이런 데에 쓸 돈은 있구나. 처음 고흥에 깃들 무렵 면소재지 어린배움터는 200 남짓이었으나 2023년에는 마흔을 조금 넘긴단다. 배움터 둘레 나무를 가지치기 해놓은 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차츰 줄다가 닫으리라 본다. 아니, 이미 ‘분교장’처럼 꾸려야 맞다. 큰아이는 길가에 봄풀이 오른 모습을 알아본다. 쪼그려앉아 들여다본다. “잣나물이 꽃망울을 맺는구나. 곁에 봄까지꽃이 있고.” 《훈데르트바서의 집》을 읽었다. 어떻게 이 그림책을 풀어내면 어울리려나 하고 한참 생각한다. 풀꽃이랑 나무를 살피는 집지기(건축가)가 있으면 반갑되, 모든 집은 집지기 혼자 짓거나 가꿀 수 없다. 마을사람이 스스로 지어서 가꿀 집이다. 따로 글바치가 글을 써야 할 까닭이 없이 누구나 글을 쓸 노릇이다. 길잡이(교사)만 아이를 가르치나? 아니다. 모든 어른·어버이가 아이를 이끌 슬기롭고 어진 눈빛일 노릇이다. 몇몇 사람 머리에서 나온 꾸밈빛은 나쁘지 않되, 마을사람 스스로 다 다른 손빛으로 가꾸는 마을빛으로 나아가면서, 길바닥을 뜯어내고 쇳덩이를 치우면 참으로 사랑스러우리라.


#UneMaisonFantastique #GeraldinElschner #LucieVandeveld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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