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


《종이의 신 이야기》

 오다이라 가즈에 글·고바야시 기유우 사진/오근영 옮김, 책읽는수요일, 2017.12.22.



가볍게 몸살 기운이 돈다. 낮까지 해가 나더니 늦은저녁부터 빗방울. 한밤부터 빗줄기가 굵다. 가을잎이 지고서 내리는 비는 추적추적 소리가 나고, 겨울에 언땅에 내리는 비는 투닥투닥 소리가 난다. 한여름 소낙비는 투투투투 소리가 난다면, 한겨울 굵은비는 파파파파 소리가 난다. 쉬엄쉬엄 하루를 보내니 천천히 기운이 오른다. 힘들다며 덜덜거리던 빨래틀을 손보았다. 집에서는 거의 손빨래를 하지만 곧잘 우리 일손을 거든 빨래틀은 열한 해째 우리 곁에 있다. 앞으로도 좀더 우리 곁에서 노래춤으로 빨래살림을 거들어 주렴. 속을 하나 갈고 거르개를 손질하는 길을 배웠으니 열한 해나 스물두 해를 더 쓸 수 있겠지. 《종이의 신 이야기》를 첫머리는 새록새록 읽다가 뒤로 갈수록 처졌다. 일본사람이라면 “-의 신”처럼 쓰겠으나, 우리말로는 ‘종이님·종이빛·종이깨비’처럼 옮길 수 있기를 빈다. “종이의 신”은 그냥 일본말이다. 종이를 다루는 숱한 사람들을 한결 넓고 깊게 만나기보다는 ‘멋스레 꾸미려는 사진’이 거슬리기도 했다. 예전에 일본마실을 할 적에 만난, 매우 오래된 글붓집(문방구) 할매할배가 문득 떠오른다. 종이는 작지만 넓다.


#大平一枝 #紙さまの話 #紙とヒトをつなぐひそやかな物語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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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

 츠보이 사카에 글/서혜영 옮김, 우리교육, 2003.3.25.



어제도 오늘도 해가 넉넉하다. 겨울빨래를 천천히 한다. 한겨울이란, 추위가 고갯길을 넘어 봄맞이꽃이 조물조물 올라오는 철이라고 느낀다. 등허리를 펴다가 얘기꽃(동화)을 한 꼭지 새로 쓴다. 빠듯하거나 바쁘거나 고단하게 살아가는 오늘날 이웃님한테는 글꽃(소설)보다 얘기꽃이 이바지할 만하겠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쏟아지면서 잘팔리는 글꽃을 보면 하나같이 ‘터뜨리기(감정 분출)’에서 그친다. 오늘날 나오는 웬만한 얘기꽃도 이런 얼거리이다. 이제는 ‘터뜨리기’가 아닌 ‘이야기하는 글’로 거듭날 노릇이라고 본다.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를 새로 읽었다. 어느덧 판이 끊긴 아름책이다. 삶을 사랑하면서 살림을 아이들하고 손수 지은 포근한 눈망울일 적에 아름글을 쓰고 아름책을 남긴다고 느낀다. ‘삶·사랑·살림’하고 ‘아이·어른’하고 ‘말·글’이 무엇인지부터 똑바로 보고 어질게 살펴 참하게 품을 줄 알아야겠지. 꿈을 그리지 않고서 맞이하는 하루는 ‘삶’이 아닌 ‘굴레’이다. 마음이 끌리는 길은 ‘편애’일 뿐 ‘사랑’이 아니다. 생각이란 씨앗을 마음에 심는 숨결을 소리로 옮기니 ‘말’이고, 이런 말을 그려야 비로소 ‘글’이다. 삶을 사랑으로 쓰는 글이려면,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 한다.


#母のない子と子のない母と #壺井榮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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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0.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글·그림/김명우 옮김, 분도출판사, 1975.1.1.



고흥읍 찻집 〈카페 보아즈〉에 내건 노래그림꽃을 알리는 여러 가지를 어제 받았다. 몸을 쉬고서 저녁 다섯 시 시골버스로 읍내에 간다. 시골버스 일꾼은 지난 이태 동안 시골 할매 할배를 으레 타박하고 꾸짖었다. 할매 할배가 입가리개를 깜빡했다든지, 숨쉬기 벅차 코를 내놓을 적마다 큰소리로 윽박질렀다. 온누리 가운데 우리나라만 이 짓을 하는 줄 알까? 시골버스 일꾼은 마치 ‘일제강점기 마름’ 같았다. 생각해 보자. 시골버스이건 서울버스이건, 버스를 탔다가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있는가? 시외버스나 전철이나 날개(비행기)에 탔다가 돌림앓이에 걸린 사람이 있는가? 없을 수는 없으나 아예 없다시피 하지 않은가? 《꽃들에게 희망을》을 되읽고 아이들하고 함께 읽었다. 곁님이 “우리 집에 이 책 있던가? 아이들한테 읽혀야겠는데.” 하고 문득 말하기에 “있기는 한데, 내가 어릴 적에 보던 판이라 되게 낡았어.” 하고 대꾸한 뒤에 새책으로 다시 장만했다. 새삼스레 읽어 보니 줄거리를 퍽 늘어뜨렸구나 싶던데, 허물벗이하고 날개돋이에 좀더 마음을 모아 간추릴 만하다. 아니, 우리가 저마다 나비살림 이야기를 새롭게 쓰면 될 테지. ‘나·너·남·놈·님’에 ‘나다·날다·나비·나무·놀다·노래’는 말밑이 같다.


#HopeForTheFlowers #TrinaPaulu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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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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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9.


《안철수, 경영의 원칙》

 안철수 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11.28.



일산 할머니 할아버지랑 함께 ‘촛불보기’를 한다. 마음을 모아 촛불 한복판 어둠빛을 바라보면 어느새 꿈길로 들어서면서 마음으로 마주하는 새빛을 알 수 있다.

일산 백석나루에서 전철을 타고서 서울버스나루로 간다. 느긋이 기다려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달린다. 우리 집에 닿아 샘물을 마신다. 큰고장 꼭짓물(수돗물)에는 죽음냄새(화학약품 냄새)가 가득했다면, 시골샘물에는 살림냄새가 맑다. 밤하늘에는 별빛이 초롱하구나. 세종시에 사는 막내고모가 전화를 하셨다. 한참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러고서 늦도록 넷이서 가볍게 수다를 펴고서 다들 한밤에야 꿈나라로 간다. 《안철수, 경영의 원칙》을 읽었다. 벼슬판(정치)에 나서지 않던 무렵 들려준 이야기에 눈여겨볼 대목이 많다. 벼슬판에 나선 뒤에 내놓는 이야기를 가만히 보면 예전에 한 이야기하고 비슷하다. 다만, 안철수 씨는 몇 가지를 모른다. 첫째, 숲과 시골을 모른다. 둘째, 우리말을 모른다. 셋째, 어린이와 놀이를 모른다. 넷째 닷째 엿째도 있는데, 벼슬자리에는 ‘일꾼·심부름꾼’이 서야 한다. 입만 벙긋거리는 먹물꾼은 ‘진보팔이·보수팔이’를 한다. 왼오른이 똑같이 돈벌이에 갇혔다. 곰곰이 보니 ‘살림책’을 안 쓴 이는 벼슬판에 서면 돈에 미치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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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8.


《안락사회》

 나우주 글, 북티크, 2022.8.31.



일산 할아버지 여든잔치에 간다. 이 여든잔치를 이끄는 곁님 동생네에 ‘꽃돈 담은 쌈지’를 건넨다. 오늘날은 서울·큰고장뿐 아니라 시골·작은고장조차 마당이나 골목·고샅이나 빈터나 바깥에서 뛰노는 어린이가 아예 없다고 할 만하다. 지난날에는 그저 누구나 어울리면서 동무를 했다면, 오늘날에는 어버이가 돈을 치르는 곳에 넣어 주어야 겨우 또래를 만나면서 한동안 땀을 뺄 수 있다. ‘돈을 치르고 한동안 땀빼기’는 놀이일 수 없다. 사슬터에 갇힌 이들이 해바라기 조금 하는 굴레하고 똑같다. 잿집(아파트)에 갇힌 아이들한테는 꿈이나 사랑이 자랄 틈이 없다. 그나마 어버이가 아이를 마을책집에 보내면 낫지만, 마을책집을 다니는 아이는 무척 적다. 바람을 쐴 틈이 없고, 비를 맞을 짬이 없고, 샘물을 길어서 마실 곳이 없고, 해바라기를 하다가 드러누울 빈터나 풀밭이 없고, 타고 오르며 놀 나무가 없고, 새랑 풀벌레랑 구름이랑 개미랑 눈빛·마음을 나누면서 하루를 천천히 즐길 겨를이 없는 ‘서울 아이(도시 아이)’로 길들면서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저렇게 말해야 한다’는 굴레에 길든다. 《안락사회》를 거의 다 읽었다. 놀이를 빼앗기면서 노래를 스스로 잊은 사람들 생채기랑 멍울이 차곡차곡 흐른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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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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