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7.


《자각몽, 삶을 깨우는 기술》

 앤드류 홀레첵 글/이현주 옮김, 샨티, 2023.10.12.



새벽에 여수로 건너간다. 이 날씨가 춥다고 여기는 분이 참 많다. 마음이 얼어붙은 탓 아닌가. 걷지 않는 탓 아닌가. 한 발짝 더 걸으면서, 아니 쇳덩이(자가용)는 제발 내려놓고서 마을도 들길도 거닐면서 어린이랑 이웃을 하고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마음을 스스로 잊으니 춥지 않은가. 여수에서 이야기꽃을 마치고서 고흥으로 돌아온다. 길에서 7시간을 보내는 바깥일이다. 집에 닿으니 온몸이 결린다. 한 시간쯤 드러눕고서 저녁에 포두면으로 간다. ‘고흥고 말썽’ 속얘기를 듣는다. 암말을 안 한다. 몇몇 길잡이(교장·교사)만 탓할 일이 아니라, ‘시골 배움터 한 곳을 지나치게 키워 인문계 진학고’로 올린 고름부터 짜내야 한다. 이제는 아이(학생)도 어른(교사)도 시골에서조차 나락꽃을 모르는데 무슨 할 말이 있나. 《자각몽, 삶을 깨우는 기술》을 읽었다. 왜 ‘자각몽’으로 옮겼을까? 이렇게 옮기면 외려 더 ‘꿈빛’하고 멀다고 느낀다. 꿈을 ‘꿈’이라 안 하니, ‘꾸리다·가꾸다’나 ‘일구다’하고 얽힌 ‘꾸’를 다들 모른다. 나를 깨닫는 꿈이라면 ‘나깨꿈’이라든지 ‘나꿈·참나꿈’처럼 이름을 붙일 만하고 ‘밝은꿈·밝꿈’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art’를 ‘기술’이란 한자말이 아닌 ‘길’이란 우리말로 옮기자.


#LucidDreamingWorkbook #AndrewHolecek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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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6.


《늙은 떠돌이의 詩》

 서정주 글, 민음사, 1991.11.10.



아침나절에 비를 뿌린다. 아침은 차갑게 얼어붙는다. 해가 넘어갈 즈음부터 비가 그치고 날이 개려 한다. 구름밭이 배롱빛으로 물든다. 아름답구나. 이 아름다운 노을빛을, 셈겨룸(시험)을 크게 치르는 하루에, 이웃 푸름이가 고루 마주할 수 있기를 빈다. 사람들 마음이 고스란히 날씨로 나타난다. 차갑게 얼어붙으니 날이 차다. 사르르 풀리니 바람이 푸근하다. 《늙은 떠돌이의 詩》를 차근차근 되읽었다. 왜 아직도 ‘서정주 섬기기’가 안 걷혔나 했더니, ‘서정주 섬기기’에 앞장선 이가 ‘고은’이더라. ‘고은 섬기기’를 해대는 이가 우글우글하니, ‘서정주·고은’이라는 늙은이 글자락이 곳곳에 버젓이 걸리는 셈이로구나. ‘어른 아닌 늙은이’는 글(문학)이 아닌 굴레(권력욕)를 썼다. ‘어른 아닌 꼰대’는 글씨가 아닌 불씨를 뿌렸다. 가만히 보면, 그토록 추레한 짓을 일삼은 김동인을 놓고서 ‘동인전집’에 ‘동인문학상’을 내건 이들은 ‘글밭(문단권력)’이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굴레를 벗고서 글빛을 펴는 길을 열 수 있을까? 길들이는 굴레로 휘두르려는 허울(베스트셀러·스테디셀러)을 치우고서 사랑씨앗을 심는 수수한 글자락을 나눌 수 있을까? 가랑잎은 스스로 흙으로 돌아가지만, 늙은이는 다들 죽기를 싫어하더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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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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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5.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

 에버하르트 뫼비우스 글/김라합 옮김, 보리, 2000.10.25.



아침 일찍 여수 어린배움터 한 곳에서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 이야기를 들려주고서 여천버스나루로 간다. 어제부터 날이 풀린다. 맨발 고무신으로 햇볕을 쬐며 걷는다. 13시에 고흥에 닿고, 14시 40분 시골버스를 타기까지 볕바른 곳에 가서 해를 쬔다. 집에 닿아 커피콩을 볶는다. 이제는 우리 집 나름대로 맛을 살리려면 어떤 불로 얼마나 볶아야 하는지 알겠다. 집안일을 조금 더 하고서 드러눕는다.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를 모처럼 되읽었다. ‘어린이나라’는 이제 사라졌다고 할 텐데, 한두 까닭을 넘어 여러 까닭이 얽혔을 테지. ‘어린이가 스스로 서는 나라’란 무엇일까? ‘어린이만 있는 나라’일 수 있을까? 어린이나 어른 가운데 어느 쪽만 앞세울 적에는 흔들리게 마련이다. 짝맺기나 돈벌기를 넘는 ‘사랑’하고 ‘숲’을 바탕으로 펴지 않는다면, 모든 ‘나라’는 흔들리다가 무너진다. 이 책은 이미 벤포스타가 흔들흔들 사라지려던 무렵에 한글판이 나왔지만, 이 대목을 제대로 안 짚었다. 붙임말을 왜 안 실었을까? ‘한때 그런 아름마을이 있었다’는 줄거리로만 허울좋게 보여준들, 오늘 우리 터전을 가꾸는 밑거름으로는 못 삼는다. 어린이는 어디에 있을 적에 ‘어린이’일까? 우리는 터럭만큼이라도 ‘어른’인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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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4.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스티븐 고어릭·존 페이지 글, 매튜 운터베르거 그림/천초영 옮김, 녹색평론사, 2003.12.10.



여수로 건너가는 새벽. 짐을 꾸려 들길을 걷는다. 여수남초등학교 어린이하고 여덟걸음째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를 마친다. 한낮에 길손집으로 간다. 15시부터 받는다고 하기에 맞이칸에서 무릎셈틀을 켜서 글을 쓰며 기다리려고 한다. 길손집 일꾼이 일찍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13시에 들어간다. 빨래하고 씻고 드러눕다가 글을 몇 자락 쓰고서 밥거리를 장만하러 나온다. 늦은 한끼를 먹으니 확 졸립다. 해롱해롱 버티다가 이른저녁에 곯아떨어진다. 밤에 잠을 깬다. 바깥을 보니 별은 없고 불빛만 환하다.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를 틈틈이 다시 장만한다. 일찍 판끊어진 얇고 가벼운 그림꽃(만화)이다. 둘레에 드리려고 또 사고 다시 사는데, 어느 날 문득 돌아보자니, 가까운 이웃이건 먼 남남이건, 숲과 마을과 시골과 서울을 거의 모르는구나 싶더라. 시골이 없으면 서울이 있을 수 없다. 숲이 없으면 시골이 있을 수 없다. 숲이 없으면 마을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자꾸 숲을 밀거나 없앨 뿐 아니라, 시골에서조차 숲을 미워하는 ‘배움틀(교육과정)’이다. 총칼로는 나라를 못 지킨다. 숲이 있어야 나라를 지키고 살린다. 우린 눈멀고 귀닫힌 쳇바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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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13.


《이이효재》

 박정희 글, 다산초당, 2019.9.9.



달날(월요일)을 맞이한다. 나래터(우체국)에 갈까 하다가 그만둔다. 다리를 더 쉬어야겠다. 뒤꼍에 밥찌꺼기를 내려놓는데, 물까치떼가 우르르 날아와서 개오동나무랑 유자나무에 차라락 앉는다. 나무 밑에 서서 물까치떼 노래를 듣고, 꽁지춤을 지켜본다. 한참 새노래에 새춤을 누리고서 조용히 마당으로 내려선다. 요 며칠 사이에 손발등 사마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세 해쯤 함께 지내던 사마귀였나 하고 돌아본다. 적잖은 이들은 왜 돌봄터(병원)에 가서 지글지글 태워서 없애려 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그러나 사마귀는 몸앓이가 아닌걸. 돋아날 때가 있으면, 사르르 녹듯 사라질 때가 있다. 마음으로 묻는다. “사마귀야, 너는 나한테 무엇을 보여주면서 알려주려고 왔니?” “미움이란 없는 줄 제대로 알라는 뜻이야.” 《이이효재》를 읽었다. 뜻있는 책이라 여기지만, 잘 쓴 책은 못 된다고 느낀다. 어쩐지 얕다. 먼발치에서 이효재 님 살림길을 지켜보고 이분 글이며 책을 읽으면서 배우고 돌아본 바가 컸는데, 《이이효재》로는 사람들이 이효재 님한테 다가서도록 이끌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평전’이라는 무게에 눌렸을 수 있다. 수수하게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면, ‘참사랑이 이 땅에 드리우기를 바라는 뜻’을 적었다면 달랐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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