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2.


《늘 봄일 순 없지만》

 권냥이 글·그림, 권냥이, 2022.3.3.



팔다리도 쉬고 눈코귀도 쉰다. 올해에는 고흥에서 여러 푸름이를 만나서 이야기꽃을 들려주었고, 노래꽃(시)을 쓰는 길을 들려주었고, 이웃 여수 어린이를 두 달에 걸쳐 만나면서 말빛을 스스로 가꾸는 눈망울을 알려주었다. 한 해 동안 신나게 달린 이야기를 어떻게 추스르고 여밀는지 곰곰이 생각하면서 등허리를 편다. 누워서 바람소리를 듣는다. 밤에는 별빛을 헤아린다. 말이란 마음에서 오고, 마음이란 사랑에서 오고, 사랑이란 서로 마주하는 사람으로서 살림을 짓는 하루에서 스스로 일군다. 《늘 봄일 순 없지만》을 내놓은 권냥이 님이 《독립서점을 그립니다》란 이름으로 책을 선보였다고 한다. 마을 한켠에 새롭게 서면서 책으로 징검다리 노릇을 하는 ‘마을책집’이다. 부릉부릉 달려가는 데가 아닌, 느긋이 철빛을 느끼면서 걸어가는 마을책숲이다. 숲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나무한테서 얻은 숨결에 이야기를 얹은 책을 나누는 마을책터이다. 이제 큰책집 아닌 마을책집으로 우리 눈썰미를 바꿀 수 있다면, 나라도 고을도 마을도 보금자리도 스스로 가꾸면서 거듭날 만하리라 본다. 큰길로 가도 나쁘지 않되, 오솔길에 들길에 바닷길에 바람길에 별길에 꿈길에 사랑길에 살림길을 잊어버린 눈길이나 손길이나 발길이라면 덧없다.


《독립서점을 그립니다》(권냥이, 생애, 2023.7.29.)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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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


《공포의 외인구단 10》

 이현세 글·그림, 학산문화사, 2009.9.25.



2023년 가을을 통틀어서 여수를 오가면서 글읽눈(문해력) 이야기를 폈다. 여느길(대중교통)로 고흥하고 여수 사이를 다니자니, 일곱 시간이 넘게 걸리더라. 길에서 보내는 이 기나긴 틈에 여수 어린이 글자락을 살피면서 손질해 주었고, 이웃마을 아이들이 스스로 헤아리면서 키울 말씨앗을 베풀려고 마음을 기울였다. 오늘 스물넉걸음에 걸친 글읽눈을 마치고서 ‘전라남도 학생교육문화회관’에 걸어가서 글자락(서류)을 다 넘긴다. 무척 잘 꾸미고 돌보는 푸른쉼터라고 느꼈다.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쉬거나 놀 만한 데가 거의 사라진 우리나라 오늘날인데, 이런 푸른쉼터가 모든 고을(지자체)에 여럿 설 수 있기를 빈다. 《공포의 외인구단 10》을 마저 읽었다. 예전에는 이런 웃사내(마초) 줄거리를 좋아했을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웃질이나 힘질이나 이름질이나 돈질이 아닌, 오롯이 사랑으로 푸르게 살림을 짓는 이야기를 찾아나서는 붓이 태어나기를 빈다. 우리 곁에는 하루하루 알차게 가꾸면서 글이며 그림이며 빛꽃(사진)을 알뜰살뜰 여미는 이웃이 꽤 있다. 다만, 알차고 아름답고 알뜰한 이야기가 좀처럼 책으로 못 나올 뿐이다. 윽박지르거나 갈라치기를 하거나 미움씨앗을 흩뿌리는 낡은 줄거리는 이제 모두 떠나보내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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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30.


《새벽편지》

 정호승 글, 민음사, 1987.9.30.



낮에 고흥읍으로 간다. 한 시간을 기다려 여수로 건너간다. 길손집에 깃들어 글을 좀 쓸까 싶었으나 일찍 곯아떨어진다. 캄캄한 밤에 깬다. 날이 꽤 쌀쌀한 탓인지 오늘은 길손집 둘레가 안 시끄럽다. 《새벽편지》를 되읽어 보았다. 스물 몇 해 앞서도 오늘도 똑같이 느낀다. 어쩐지 삶 둘레에서 맴도는, 아니 삶으로 스미지 않고서 붓대로 꾸며내는 글이지 싶다. 스스로 살아낸 하루를 돌아보면서 차곡차곡 여미면 저절로 이야기가 태어나게 마련인데, 스스로 안 산 모습을 어깨너머로 흘깃흘깃 보고서 글로만 꾸미려 하면, 언뜻 예쁘구나 싶은 글을 빚을는지 모르나, 빈 알맹이는 그저 빌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저마다 어떤 낱말로 마음을 그리면서 나누는 하루일까. 허울을 쓰면서 남들이 예쁘게 봐주기를 바라는 글을 쓰거나 옷을 입거나 쇳덩이(자동차)를 몰아야 하는가? 스스로 이 별을 사랑하면서 하루를 짓고 노래할 수 있을까? 올봄부터 틈틈이 쓰는 ‘내가 안 쓰는 말’이라는 노래꽃(시)을 돌아보면서 옮겨적는다. 이튿날 아침에 여수 성산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한테 건넬 글자락이다. ‘둘레(사회)에서 쓰는 말’을 내려놓으면 삶말이 깨어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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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9.


《자연 수업》

 페터 볼레벤 글/고기탁 옮김, 해리북스, 2020.10.30.



새벽에 고흥에서 팔영다리를 타고서 여수로 건너간다. 여천나루나 여수나루로 찾아갈 적에는 잿빛으로 커다랗구나 싶더니, 고흥에서 건너며 둘러보니 시골빛이 훨씬 넓다. 아직도 더 올려세우려는 잿집(아파트)이 많은 듯싶은데, 이제는 잿집을 멈추어야 여수가 여수다우리라. 다른 고장도 매한가지이다. 잿집삽질(아파트 공사)을 끝내야 나라가 살고, 사람이 살고, 들숲바다가 살 수 있다. 《자연 수업》을 읽는데 어쩐지 뜬구름을 잡는구나 싶어 글쓴이를 살피니, ‘아, 이이는 숲이 아니라 배움터(강단)에서 떠드는 사람이었지!’ 싶더라. 숲을 이야기하려면 숲을 볼 노릇이다. 숲에서 살고, 숲말을 익히고, 숲이웃을 사귈 노릇이다. ‘과학·생명·생태·환경’이 아닌 ‘숲’을 볼 일이다. 오늘 여수에서 글읽눈(문해력)을 들려주면서 바탕말(기초어휘) 이야기를 곁들인다. 열 살 어린이라면 ‘2000∼3000’ 낱말만 잘 다루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여미면 넉넉하다. 어린배움터나 푸른배움터 우리말(국어) 갈래라면, 자람결(발달단계)에 맞추어 바탕말로 스스로 생각과 마음과 뜻을 펴는 길을 어질게 다룰 노릇이라고 본다. 더 많이 외우라고 내몰지 않기를 빈다. 낱말을 더 많이 알아야 말을 잘 하거나 글을 잘 쓰지 않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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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1.28.


《채식주의자》

 한강 글, 창비, 2007.10.30.



바깥마루에 귤을 까서 올려놓으면, 멧새가 포로롱 날아와서 두리번거리다가 콕 집어서 포로롱 날아간다. 우리는 늘 새를 본다. 새도 노상 우리를 본다. 갓 어른새로 거듭났으면 우리를 모를 만하지만, 어른새로 한참 살아온 아이들은 우리를 알 만하다. 새도 저희끼리 “저 집에 가면 쉴 곳도 마실 물도 먹을 밥도 있어!” 하고 속삭이리라 본다. 아침에 너구리가 우리 집 돌담을 따라 걷는다. 우리는 너구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에는 털이 없다. 걸음새도 아파 보인다. 이 너구리는 어디로 가는 길일까. 이 고장 들숲메에서 너구리 짝이나 동무나 이웃을 만날 수 있을까. 《채식주의자》를 돌아본다. 요즈막에 곁님이 얘기를 해서 ‘채널A 티쳐스’를 보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아이를 사랑으로 안 돌보는 집안이 무척 많다. 사랑으로 못 돌보더라고 덜 괴롭히는 집이 꽤 있으니 이럭저럭 나라가 안 무너졌을 텐데, 사랑을 잊고 잃고 등지는 터전에서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몫을 맡을 만할까? 모름지기 온누리 모든 나라에는 따로 ‘풀밥(채식)’이 없었다. 따뜻하거나 더운 나라에서는 누구나 풀밥이었고, 춥거나 메마른 나라에서는 으레 고기밥이었다. 글에 앞서 철부터 익힐 노릇이다. 바람이 가볍고 햇볕이 포근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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