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7.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 4 : 1977∼1989》

 반 토시오·테즈카 프로덕션·아사히신문사 지음/김시내 옮김, 학산문화사, 2013.11.13. 



열세 살을 누리는 큰아이는 이제 《테즈카 오사무 이야기》랑 《블랙잭 창작 비화》를 읽는다. 이제는 이 두 가지 만화책을 펴면서 테즈카 오사무라고 하는 ‘만화 하느님’이 어떠한 눈빛이며 마음이며 손짓이며 삶으로 만화라고 하는 길을 그렇게 일구었는가 하는 대목을 엿볼 만하겠다고 여긴다. 나는 이 두 가지 만화책을 매우 아끼면서 읽었다. 이제 두 가지 만화책 마지막 쪽을 넘기면 ‘하늘나라에 있는 테즈카 오사무’하고 얽힌 이야기는 내 손을 떠날 테니까. 테즈카 오사무 님 아들이 이녁 아버지를 떠올리면서 한 말이 무척 새삼스럽다. 아들은 아버지가 죽었대서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테즈카 오사무 죽음에 충격을 받은 쪽은 만화’이리라 하고 말하더라. 그 어버이에 그 아이랄까. 온삶을 바쳐 온누리에 새로운 별빛이 된 발걸음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온사랑을 기울여 온누리에 씨앗 한 톨을 심고서 바람이 된 몸짓이란 얼마나 고운가. 어느 자리에서나 매한가지이지 싶다. 우리 스스로 어떤 별인가를 깨달아 우리 스스로 환하게 웃음짓는 걸음걸이라면 좋겠다. 누구나 스스로 하늘이요 나무요 숲이요 해님인걸. 너도 나도 신나는 바람줄기인걸.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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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8.


《솔부엉이 아저씨가 들려주는 뒷산의 새 이야기》

 이우만 글·그림, 보리, 2014.12.12.



작은아이하고 우리 책숲에 가는 길에 날개를 편 길이가 어른이 두 팔을 쫙 펼 적보다 큰 수리 또는 매를 같이 보았다. 수리 또는 매는 우리 코앞에 있던 전봇대에서 논을 가로질러 우람나무에 척 앉았다. 어떤 새일까 한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가올 즈음 해마다 만나는 새인데 열 해째 만났으나 좀처럼 이름을 찾아내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이 붙인 이름’은 그저 사람 멋대로 붙인 이름일 뿐, 저 아이는 저 아이 삶에서 다른 이름이 있으리라. 문득 마음으로 물어보곤 한다. ‘새’라는 아이들은 ‘새’라는 말을 어떻게 여기는지. 이 땅에서 ‘새’는 ‘새롭다·샛녘·샛바람’하고 ‘사이(틈)’나 ‘삶·사랑·사람’이 맞물리는 말씨인데, 이래저래 따질 적에 그럭저럭 재미있다고 받아들여 주려나? 《솔부엉이 아저씨가 들려주는 뒷산의 새 이야기》를 이태쯤 집에 두고서 읽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그림님은 이녁 집 곁에 있는 뒷골에 틈틈이 올라서 네 해에 걸쳐 아흔 가지가 넘는 새를 만났다고 한다. 수수하게 새를 마주하면서 아끼고 싶은 눈빛이기에 숱한 새를 만났을 테고, 그림으로 차곡차곡 여미었겠지. 사진도 찍고 붓도 놀리고 두 눈으로 기쁜 숨결을 새롭게 마주했겠지. 작은 멧골이어도 우리 삶자리를 푸르게 밝혀 준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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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6.


《어른 초등학생》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옮김, 이봄, 2016.4.28.



온갖 일을 겪으며 모든 일은 새롭게 배우는 길이 된다고 느낀다. 집에서 읍내로 나가는 시골버스만 타도 멀미가 나오고 화학약품·플라스틱 냄새에 어질어질하다는 큰아이한테 ‘그 사나운 것에 마음을 쓸수록 그 사나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가 무엇을 싫어하면 그 일은 끝나지 않고 자꾸 찾아든다고, 그러한 일이 왜 생기고 어떻게 다스려서 오직 우리 꿈길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느냐 하나만 헤아릴 노릇이라고 덧붙인다. 나도 어릴 적에 시내버스만 타도 똑같이 멀미를 한 몸이고, 그때에는 한겨울에도 창문을 열었으며, 전철을 탈 적에도 늘 창문 열리는 칸에 타서 바깥바람을 쐬어야 넋을 차릴 만했다. 어른들이 짓는 터전이 참 아리송했지. 왜 아름다운 숨결이 흐르는 마을이 아닌, 사나운 것으로 자꾸자꾸 더 키우려고 하는지. 《어른 초등학생》은 어른이 된 몸으로 그림책을 되읽으며 떠오른 이야기를 글·그림으로 담는다. 어릴 적에 몰랐던 대목을 어른이 되어 알아차렸다는데, 매우 재미없다. 아름책을 들려주는 얼개도, 그린님 삶을 밝히는 틀도, 새롭게 눈뜨는 빛도 잘 안 드러난다. ‘마스다 미리’가 마치 ‘팬시 상품’처럼 팔리기에 뚝딱하고 엉성히 엮은 판이지 싶다. 그저 그림책을 사랑하면 안 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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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3.


《박서원 시전집》

 박서원 글, 최측의농간, 2018.4.26.



바람은 우리가 속삭이는 말을 듣는다. 시샘하는 말도 듣고, 짜증내는 말도 들으며, 꿈꾸는 말이나 사랑하는 말도 듣는다. 바람은 이러한 말을 들으면서 골을 부릴까? 때로는 바람도 골질을 하겠지. 그러나 골질하는 바람보다는 사람들이 문득 내뱉는 숱한 말을 고스란히 사람한테 돌려주지 싶다. 이를테면 덥다는 타령을 하니 무더위를, 춥다고 노래를 하니 추위를, 비를 싫어하니 함박비를, 이 땅을 더럽히니까 망가뜨리니 무시무시한 벼락이며 돌개바람을 주는구나 싶다. 《박서원 시전집》을 읽는다. 단출하게 나온 이녁 시집을 읽은 뒤에 두툼한 시전집은 한동안 책상맡에 모셔 놓았는데 마침 떠올랐다. 1990년대를 가로지르는 다부진 말이요 넋이며 숨이로구나 싶다. 어쩌면 2020년대하고는 살짝 틀어지는 말일 수 있을 텐데, 요즘 나도는 숱한 ‘젊은 시집’을 헤아린다면 박서원 님이 마지막 숨을 그러모아 새긴 이 시전집에 댈 만하지 못하리라 본다. 그저 삶을 말하기에 시가 된다. 그저 사랑을 읊기에 시가 된다. 그저 하루를, 꿈을, 멍울을, 눈물을, 웃음을 차근차근 짚어내기에 시가 된다. 시쓰기란 치레질이 아니다. 시쓰기란 자랑질도 아니다. 시가 아닌 치레질이나 자랑질이 넘치는 요즈막 숱한 시집에 진절머리가 났는데, 좀 풀린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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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2.4.


《강씨공씨네 꿈》

 강기갑·공선옥·서해성 이야기, 돌아온산, 2011.10.28.



2020년에 새 동시꾸러미를 낸다. 애벌손질을 마쳤고 두벌손질을 보는데, 지난해에 첫 동시꾸러미를 낼 적에 얼마나 글손질을 많이 해야 했는가 하고 떠오르며 새삼스럽다. 두 자락째 내는 동시꾸러미에서는 손댈 데가 안 보이네? 지난해에는 “동시 사전”이었고, 올해에는 “수수께끼 놀이”인데, 요새는 셋째 이야기를 조금씩 쓴다. 풀하고 꽃하고 나무하고 씨앗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그때그때 받아적는다. 이렇게 둘레 뭇숨결 이야기를 듣고서 받아적을 수 있는지 오래도록 몰랐나 하고 돌아보곤 한다. 얼핏 느끼되 살갗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구나 싶다. 《강씨공씨네 꿈》을 오랜만에 다시 편다. 시골이란 터에서 나고 자라며 새마을운동 등쌀에 얼마나 고단했는지, 또 어떻게 들볶았는지, 그리고 그런 수렁에서 어떻게 살아남거나 견디면서 오늘처럼 새길을 걸어가는가 하는 대목이 애틋하면서 쓸쓸한데, 저마다 이를 웃음으로 녹여내어 풀어낸다. 막짓을 일삼은 군홧발 우두머리를 나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보다는 ‘지난날 푸념’이 아닌 ‘새길을 지을 꿈’을 조곤조곤 나눈다. 이러한 마음이기에 글살림도 흙살림도 씩씩하게 여밀 만하구나 싶다. 사랑이라는 마음을 듣고 말한다. 꿈이라는 숨결을 보고 한 발짝씩 내딛는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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