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비스듬 2022.9.6.불.



줄기가 비스듬히 오르더라도 나무는 잘 자라. 뿌리가 늘 땅을 붙잡으면서 숨을 돌려주거든. 네 몸을 봐. 넌 서서도 살고, 앉거나 누워서도 살지. 몸을 어떻게 두든 네 가슴(심장)은 너를 살리도록 숨을 돌린단다. 비스듬히 본다면 비스듬히 서겠지. 처음에는 가볍게 보려 했을 텐데, 이윽고 몸이 굳고 뼈가 굳어. 마음에 따라 몸이 바뀌기에, 몸이 굳더라도 마음이 굳지 않으면, 넌 늘 홀가분해. 그런데 마음이 굳어버리면, 처음에는 굳지 않던 몸이 차츰 굳어가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자라나는 몸”인 줄 잊으면, 어느새 네 마음은 몸이 시키는 대로 흐른단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몸이 움직이”기에, 사람이라면,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휘둘리”면 사람빛을 잃어. 사람빛을 잃을 적에는 삶빛을 잃다가 살림빛을 잃고 사랑빛까지 잃지. 해를 바라보겠니? 해는 곧게 뜰까? 아니면 비스듬히 뜰까? 여름이 깊을수록 곧고 높이 뜨는 행니? 겨울이 깊을수록 비스듬히 낮게 뜨는 해이니? 넌 스스로 “어떤 마음인 눈길”이니? “어떤 생각인 눈길”로 하루를 보내니? “어떤 꿈인 눈길”로 오늘을 맞이하니? “어떤 사랑인 눈길”로 네 사람빛을 가꾸려 하니? 무엇에 끌린다면 넌 비스듬히 몸이며 마음이 굳어간단다. 끌려서 하기에 버릇이 생겨. 기쁘게 노래하는 마음으로 지은 그림일 적에는 늘 새롭게 나아가지. 네 버릇을 가만히 보면서 치우렴. 네 숨결이 늘 새로 깨어나도록 마음을 바라보고 아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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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두바퀴 2023.6.23.쇠.



두 발을 굴려서 새로 길을 내는 ‘두바퀴’가 있더구나. 두 발을 안 구르면서 멀리 오가는 ‘두바퀴·네바퀴’가 있고. 너희는 ‘바퀴’를 굴려서 짐을 가볍게 나르고 몸을 멀리 보낼 수 있다고 여기지. 틀린 일은 아니야. 그런데, 바퀴로 가려면 들이랑 숲을 밀어내야 하지 않아? 두 다리로 걷거나 달릴 적에는 들도 숲도 멀쩡하지. 곰·여우·늑대·범·코끼리가 다니더라도 들숲이 망가지는 일이란 없어. 한동안 발자국이 남더라도 풀씨가 자라고 가랑잎이 덮으면서 흙빛으로 고스란히 돌아가지. 이와 달리, 너희들이 타는 모든 ‘바퀴’는 따로 들숲을 파헤치고 죽이더구나. 생각할 수 있을까? 들숲을 고스란히 두면서 푸르게 이웃하고 어우러지는 길을 다닐 적에는 ‘멀고 가깝고’란 없이 ‘길’을 간단다. 너희를 둘러싼 이웃을 만나고 느끼고 얘기하려고 ‘두 다리’로 걷지. 너희 곁 이웃을 몰아내고서 너희끼리 놀려고 이웃 삶터를 무너뜨리고 죽여서 ‘바퀴길(찻길)’을 내더구나. 그 바퀴길(찻길)은 나쁘지는 않지만 ‘살림길·어울림길’이 아니지. 바퀴를 더 몰고 더 타고 더 달릴수록, 너희 몸은 ‘잿더미’라는 죽음터에 스스로 파묻힌단다. 두 다리로 걷고, 두 손으로 만지고,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듣기에, ‘너’는 ‘너를 둘러싼 남’을 느끼고 알아차리면서 ‘나와 너’라는 ‘두’ 길이 언제나 ‘하나’인 줄 익힐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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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빠르다 2023.6.24.흙.



‘때곳(시공간)’이란 없는 줄 바라보고 느끼고 받아들여서 산다면, 빠름도 느림도 없는 줄 알지. ‘때곳’을 마음에 놓기에 어느 일은 ‘빠르’고 어느 일은 ‘느리’다고 갈라. 그래서 ‘좋음·나쁨’이라고 여기면서 ‘빨라서 좋다’나 ‘느려서 좋다’고 느끼지. 이런 느낌도 나쁘지 않아. 삶이라는 자리에서 느끼고 배우는 길 가운데 하나야. 그런데 네가 ‘때곳·빠름느림·좋음나쁨’이 모두 헛것인 줄 안다면, 너로서는 ‘함(하다·해보다)’이 있단다. 무엇을 ‘할’ 적에는 ‘할’ 뿐이기에, 언제 어디에서 누구랑 왜 어떻게 ‘하는’가를 따지거나 가리지 않아. ‘할’ 적에는 ‘하는’ 일만 보고 받아들이거든. ‘함’을 바라보지 않기에 ‘일삯’이나 ‘값어치’를 따져서 ‘이만큼이어야 좋다’거나 ‘그만큼은 나쁘다’고 가른단다. 굳이 일삯을 안 받거나 값어치를 깎을 까닭은 없어. 그리고 일삯에 매이고 값어치를 쳐다볼수록 길들지. ‘길’을 가는 삶이 아닌, ‘길든’ 채 쳇바퀴에 매이는 몸짓인 ‘때곳’이야. 빨리 해야겠어? 빨리 죽으려 하니? 느리게 해야겠어? 끝내고 넘어갈 마음이 없니? 똥오줌을 누려면 누고서 끝내고 네 ‘일·하루·길’을 바라보렴. 숨만 쉬거나 밥만 먹을 셈은 아니지? 숨을 쉬거나 밥을 먹었으면, 그다음으로 나아가려는 네 ‘일·하루·길’을 그려서 누리렴. ‘빨리’ 해치우면 ‘끝’도 ‘함’도 ‘넘어섬’도 아니야. ‘빨리’뿐 아니라 ‘느리게’에 매이면, 너한테는 ‘일·하루·길’이 사라지면서 ‘오늘·삶·살림’이 나란히 스러진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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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찌르는. 2023.6.25.해.



벼락이 우르릉 치면, 하늘하고 땅 사이를 훅 잇는 빛길이 번쩍하면서 생겨. 이 길을 타고서 숱한 빛씨앗이 까르르 웃고 노래하면서 오간단다. 비가 솨솨 내리면, 하늘·땅·바다 사이를 가벼이 잇는 물길이 밝게 생겨. 이 길을 타고서 숱한 숨씨앗이 왁자지껄 웃고 노래하면서 다닌단다. 구름이 걷히고서 벼락이며 비가 떠나면, 어느새 햇살하고 별살이 가만히 퍼지는데, 고요히 웃고 조용히 노래하면서 춤추지. 벼락은 땅을 안 찔러. 비는 땅하고 바다를 안 찔러. 해랑 별도 찌르는 일이란 없어. 그런데 사람이라는 몸을 입고서 나라(정부·국가)라는 틀을 세우면 으레 서로 찌르네. 누가 먼저 찔렀을까? 찌르기를 멈출 수 있을까? 지름길(질러가는 길)은 가장 가까운 길이라 여기는 듯한데, 둘레도 옆도 안 보면서 마냥 가로지르려고 한다면, 너한테 삶이란 무엇일까? 삶이란, ‘하느냐’하고 ‘안 하느냐’가 아냐. 삶이라는 길에서는 ‘안 하는 함’도 있어. 삶이란, 마음에 이야기를 지어서 담는 길이니, 네가 짓는 이야기에는 늘 숱한 ‘함(하기·해보기)’이 흐른단다. 그러나 ‘찌르기’는 ‘함’이 아니야. 쿡 찌르든 아프게 찌르든 불쑥 찌르든, 찔러 본들 터지거나 막힐 뿐이야. 둘레에서 너랑 같은 쪽에 서야 하지 않고, 네가 둘레를 따라갈 까닭이 없어. 질러가려고 하면 이내 지쳐. 질러가니까 스스로 질려서 아무 이야기가 없이 ‘심부름(시키는 짓)’에 갇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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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소멸 2023.6.26.달.



빗물은 부스러기에 쓰레기를 씻어내지만 없애지 않아. 빗물은 들숲을 감돌지만 푹 덮어버리지 않아. 바다는 뭍을 가만히 감싸는데, 땅을 모조리 물에 잠기도록 불어나지 않는단다. ‘물’은 살리는 빛이자 노래이자 춤이자 씨앗이야. 물이 흐르기에 들숲이 푸르고, 물이 바다를 이루기에 모든 목숨이 사이좋게 어우러지고, 물이 하늘로 올라가서 내려오기에 ‘누구나 하늘길을 배우는 틈’을 넌지시 알려준단다. 하늘로 올라서 구름이 되는 아지랑이를 보렴. 구름이 아무리 두껍게 끼어도 바다는 마르지 않는단다. 물을 바람에 곁들여 늘 새로 받아들이기에 모든 목숨붙이는 저희 몸을 돌보고 가꾸면서 하루를 살아갈 수 있어. 물은 안 사라져. 물방울은 안 죽어. 너희 넋은 ‘몸’이라는 옷을 입지? ‘몸’이라는 옷은 ‘물’로 이루기에 언제나 ‘삶’을 새로 보고 듣고 겪고 느껴서 배우는 길을 간단다. 몸이라는 옷에서 ‘물기운’이 사라지면, 너희 넋이 깃들 자리인 몸이 더는 힘을 낼 수 없기에 ‘물빛 없는 몸’을 떠나려고 한단다. 물을 품기에 삶이 있고, 물을 알기에 말을 엮어 이야기를 짓고, 물을 잊기에 죽음으로 가고, 물을 모르기에 이 별에 흐르는 사랑을 등진단다. ‘사라짐(소멸)’이란, 물방울이라는 빛을 잊고 잃을 적에 일어나. 너희가 삶·살림·사랑을 바란다면 ‘하나이면서 모두’인 물빛으로 물방울이 되고, 물처럼 노래하면서 흐르면 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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