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키 2023.7.5.물.



나무는 키가 몇이어도 나무야. 풀은 키가 얼마이든 풀이야. 곰도 새도 고래도 ‘태어난 숨결’ 그대로 곰이고 새이고 고래야. 사람도 마찬가지일 테지. 모든 숨결·목숨은 ‘타고난 몸’이 아닌 ‘몸을 입은 빛’으로 헤아린단다. 너희들은 별을 보면서 크기를 가르고, 서로 키나 몸무게가 어떠한지 따지더라. 길을 달리는 쇳덩이(자동차)를 탈 적에도 ‘탈거리’를 보고서 길을 누리면 되는데, ‘쇠라는 덩이(덩치)’를 따지고 값을 가르더구나. 빨리 달리는 쇳덩이가 낫니? 크기를 따져서 더 높아야 낫니? 게다가 ‘키’에 따라 줄을 세우네. 너희가 사람을 사람으로 본다면 ‘이름’을 부르고 ‘마음’을 읽고 ‘생각’을 나누면서, 함께 지을 저마다 다른 ‘꿈·사랑’을 이야기하겠지. 그러나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기에 겉모습·얼굴·몸·키·크기·덩치에다가 옷차림을 보고, 손에 쥔 이름값·돈값·힘을 보려고 하지. 느낄 수 있을까? 키가 아닌 마음을 본다면 ‘이름값’을 따지지 않고서 즐겁고 상냥하게 ‘이름’만 부르겠지. 높은이름하고 낮은이름이 없이, 모든 이름은 오로지 이름이야. ‘이르는 소리 + 이르려는 빛’을 서로 부르면서 만난단다. 하루를 읽을 적에는 오늘이 ‘몇 월 몇 일’인지 가릴 수는 있되, ‘날짜’가 아닌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삶을 그려서 짓고 누린 이야기가 있는 날’을 읽고 나눌 적에 ‘사람답’겠지? 넌 키큰꽃이어야 쳐다보니? 넌 키큰나무여야 곁에 서니? ‘꽃·나무·사람·별·빛’을 보려고 한다면 언제나 무럭무럭 자라게 마련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콕 2022.9.9.쇠.


딸기를 따려면 딸기넝쿨에 맺는 가시에 콕 찔리기 쉬워. 달콤히 새빨갛게 알을 맺는 딸기는 왜 가시가 있을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따려 하지 말고, 서두르지 말라는 뜻 아닐까? 가시가 없는 모든 열매도 그렇지. 느긋이 알맞게 딸 노릇이야. 나무가 맺는 열매를 몽땅 따서 먹어야겠니? 나무열매를 남겨서 새·풀벌레가 누리도록 할 수 있잖아? 나무에 맺힌 채 쪼그라들면, 열매는 땅으로 돌아가서 나무를 북돋우는 거름이 되기도 하지. 열매를 아까워하지 마. 늘 돌고돌다가 사람한테도 새한테도 풀벌레한테도 개미한테도 벌나비한테도 조금씩 깃들어. 다들 그때그때 조금씩 누리면서 하루하루 새삼스레 즐겁지. 다 가지려 할 까닭은 없어. 다 먹거나 가지려 하다가는 배앓이를 한단다. 고스란히 남기고 나눌 적에는 너희 사람뿐 아니라 둘레 숨결이 함께 넉넉하지. 남기고 나눌 줄 아는 사람 곁에서 나무는 한결 쑥쑥 큰단다. 빗물을 마시고 별빛을 머금으면서 온누리에 푸른바람이 일렁이도록 북돋아. 알맞게 누리고 남기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가벼이 다스리고, 무겁게 짊어지듯 다 차지하려는 사람은 그만 몸앓이를 하면서 으레 쿡쿡 쑤시겠지. 열매를 베푸는 푸나무를 고맙게 여기렴. 열매를 맺기 앞서 꽃빛을 곱게 보여주는 푸나무를 사랑으로 바라보렴. 늘 푸르게 춤추는 푸나무를 즐겁게 이웃하면서 네 눈을 가만히 뜨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거의 나은 2022.9.4.해.



거의 낫는구나 하고 느끼는 때는, 아직 나으려면 멀고, 끝까지 고요히 가야 한다는 뜻이야. 애벌레는 옛몸이 모조리 녹아서 새롭게 깨어날 때까지 그저 가만히 웅크리고서 꿈을 그린단다. 꽃망울·잎망울도 마찬가지야. 섣불리 터지거나 남보다 먼저 벌어지려고 한다면 ‘철이른’ 짓이기에 그만 어그러지거나 빨리 시들지. ‘끝’을 다 지나갈 때까지 끝나지 않아. 끝을 다 지나가도록 오직 ‘나아가는 길’만 그리기에 참말로 끝이 나고, 다 낫는단다. 서두르지 마. 그르치고 싶다면 서두를 수 있겠지. 그냥 아픈 채 살려면 서둘러도 돼. 그러나 네가 눈부시게 튼튼한 몸으로 늘 새롭게 깨어나는 하루를 바란다면, 고요히 마음을 보고 몸짓을 내려놓으렴. 힘을 빼고 기운을 쓰렴. 아프거나 앓는 몸으로 함부로 힘을 쓰면 몸이 뒤틀려. 마음을 다하는 기운을 쓰면 몸은 가벼이 움직이면서 하나도 안 힘들단다. 차분히 움직이고 천천히 하면 돼. 옆에 있는 나무가 잎을 다 틔웠어도 너는 네 잎만 바라보면서 느긋이 틔우면 푸르게 자라겠지. 너를 너답게 다스리지 않고서, 너를 남한테 맞추려는 짓은 우습기도 하지만, 널 죽음수렁으로 몰아세운단다. 남들처럼 할 수 있기를 바라지 않겠지? 그 아이는 그 아이야. 그 아이가 너처럼 되고 싶어하면 그 아이는 그 아이가 아니란다. 넌 누가 되고 싶어? 넌 네가 될 노릇이요 하루일 테지? 넌 스스로 서고 노래하는 너이기에 빛나고 즐거워 활짝 웃지. 네가 너일 때에만 너는 웃음도 울음(눈물)도 네 삶으로 삼는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명절 2022.9.5.달.



봄에 돌아와서 일찍 태어나고 날갯힘을 야물게 북돋운 제비는 이제 너른바다를 가르려고 떠났어. 나중에 태어나고 한창 날갯힘을 북돋우는 제비는 아직 너희 둘레에 남아서 바지런히 하늘빛을 먹는단다. 철이 바뀔 적에는 바람이 바뀌어. 바뀌는 철바람 가운데 여러 날 쉬잖고 바다를 누빌 첫날을 고르면서 제비무리는 북적북적 모인단다. 너희 사람들은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모이던데, 그날 왜 무엇을 하려는 마음이니? 삶을 짓는 슬기로운 생각을 나누면서 함께 춤노래잔치를 벌이는 마음이니? 그냥 때맞춰 서울을 떠나 시골로 부릉부릉 몰려가는 길이니? 한 해를 아우르면서 여는 끝걸음·첫걸음이 맞물리는 겨울을 기리는 설날이라면, 한 해를 넉넉히 살아내어 추위·더위 고루 품어낸 가을을 기리는 한가위일 테지. 두 날은 밝철(밝은철)이야. 무엇을 하며 걸어왔는지 돌아보고서, 무엇을 하며 날아오를지 그리려는 ‘철눈’을 새삼스레 추슬러서 뜨려는 날이거든. 달빛에 눈이 멀지 말고, 늘 가득한 별빛에 눈망울을 맞추렴. 낮을 따뜻하게 북돋우는 해가 밤에도 이 푸른별 건너쪽을 따뜻하게 북돋우는 줄을 한가위 달빛으로 헤아리렴. 네가 보는 쪽에서 해가 질 때면, 너랑 엇갈리는 저 너머에서는 해가 뜨지. 해는 이 푸른별을 고루 비추기에 너도 저 너머도 나란히 따스하면서 아늑할 수 있단다. 일하거나 놀고 나서 쉬며 잠들고, 쉬며 잠들다가 새로 일하거나 놀지. 돌아가는 하루에 따라 삶이 자라나고 생각이 피어나고 이야기가 솟아나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지키려는 2022.9.7.물.



지키려는 마음은 안 나빠. 언제나 가까이하고 싶을 수 있고, 쓰고 싶을 수 있지. 그런데 지키려고 하면 으레 억지를 쓰느라 쉽게 갇힌단다. ‘지키기’는 혼자 쥐고서 아무하고도 안 나누려는 마음으로 뻗지. ‘지키기’는 안 빼앗기려 하면서 둘레를 노려보거나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몸짓으로 뻗기도 해. ‘지키기’는 느긋이 누리거나 넉넉히 나누는 삶하고 멀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웃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 가뿐하지 못하고, 스스럼없이 어울리지 못하는 수렁으로 간단다. ‘지키기’는 그만 ‘지키려는 마음에 갇혀’서 함께 있는 사람을 옥죄거나 눌러서 다같이 갑갑하지. 나라를 지키겠다면서 총칼을 만들고 싸울아비(군인)를 거느리는데, 참말로 총칼·싸울아비로는 무엇을 지킬까? ‘나라’가 아닌 ‘우두머리·벼슬아치’를 지키지 않니? “마음을 지킨다”는 말은 뭘까? 마을은 누가 어떻게 지키지? 샅샅이 보는(감시하는) 사람이 있으면 될까? 집은 누가 어떻게 지키지? 울타리를 높이거나 자물쇠를 채우면 될까? 다들 ‘지킨다’고 나서는 모든 모습이 막상 ‘가두어’버려서 스스로 숨막히는 굴레이지 않아? 옭아매고 누르고 붙잡아 놓아 정작 숨조차 못 쉬고 생각을 열지 못하지 않아? 무엇을 고이 품거나 언제나 누리고 싶다면 ‘지키려는’ 마음을 풀어 버리렴. 지키지 마. ‘살리’렴. 살리도록 하면 돼. ‘살리기 = 살림’이야. ‘지킴이’가 아닌 ‘살림이’로 살아가기를 바라. 말도 마음도 생각도, 집도 마을도 나라도, 돈도 이름도 힘도, 숲도 별도 언제나 ‘살리’도록 숨결을 불어넣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