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넘어진 아이 2022.9.2.쇠.



넌 ‘넘어진 아이’를 보면 어떻게 하니? 얼른 달려가서 일으키니? 가만히 보면서 “넘어졌구나. 그럼 털고 일어서렴.” 하고 말하니? “왜 또 넘어지고 그래! 얼른 일어나!” 하고 꾸짖니? 넘어진 아이는 왜 네 앞에서 넘어질까? 넘어진 아이는 너한테 무엇을 보여주고, 네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스스로 터뜨리도록 삶 한켠을 보여주는 셈일까? 넌 ‘안 넘어진 아이’를 보면 어떻게 하니? 아무렇지 않고 가볍게 그저 너희 갈 길을 노래하면서 가니? “툭하면 넘어지더니 오늘은 왜 안 넘어진대? 호호호!” 하고 말하겠니? ‘넘어지지 않은’ 줄 못 느끼거나 못 알아채면서 무뚝뚝하니? “응, 잘 걷는구나!” 하면서 북돋우니? ‘넘어진 아이’는 잘못일까? ‘안 넘어진 아이’는 잘 했을까? 누구나 넘어지면서 다릿심이 붙는단다. 넘어져 보지 않고도 잘 걷는 아이가 틀림없이 있고, 한두 판 넘어지고는 더 안 넘어지는 아이가 있어. 자꾸 넘어지는 아이가 있고, 어른이 되어도 으레 넘어지는 사람이 있어. 자꾸 넘어지는 아이를 어떻게 마주하겠니? 어른이 되어도 넘어진다면 무슨 말을 어떻게 들려주겠니? 누구나 넘어질 수 있지. 안 넘어지며 살 수 있고. 너는 어느 아이 곁에 있겠니? 너는 아이 곁에서 ‘넘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겠니, 아니면 ‘넘어지기에 새로 일어서려는 모습’을 바라보겠니? 네가 스스로 ‘넘어진 아이’일 적에, 넌 ‘넘어진 아이’한테 무슨 말을 어떻게 들려주고 싶어? ‘넘어진 아이’한테 들려줄 말도, ‘넘어진 너’한테 들려줄 말도 오로지 사랑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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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마음은 2022.9.3.흙.



마음은 바람이고 하늘이자 바다야. 마음은 굳이 어떤 틀을 딱딱하게 세우지 않아. 마음은 어디로든 누구한테든 날아가. 마음은 무엇이든 짓고, 마음은 무엇이든 이루거나 허물어. 마음은 오롯이 빛으로 퍼지고 나아가. 그런데 ‘과학자라는 이들이 말하는 빛빠르기’는 ‘참다운 빛빠르기’가 아냐. 빛은 ‘때곳(시공)’을 그냥 건너뛰거나 가로지르거든. ‘휙’ 날아가는 빛이야. 이 마음에서 번쩍하고 일으키면 곧바로 저 마음에 닿는 빛이지. 그러니까 너희 스스로 생각을 마음에 담는 때에 무엇이든 바로 이루거나 허물어. 튼튼한 몸도 가멸찬 살림도 슬기로운 넋도 어제오늘을 잇는 숨결도, 늘 네가 마음에 그리는 대로 나타나지. 오래오래 아프고 싶다면 오래오래 아파도 돼. 가벼이 털고서 일어날 셈이면, 그저 가벼이 털고서 일어나렴. 입으로 터뜨리는 말이나 손으로 옮기는 글이나 늘 마음에서 춤추면서 놀다가 네가 마음에 담으면 어느새 소리라는 옷을 입고서 밖으로 나아간단다. 그러고 보면, 마음은 “삶을 이루어 보이는 길”이라고 할 만해. 마음을 일으키기에 피어나고 자라고 흐르지. 마음을 안 일으키기에 안 피어나고 안 자라고 안 흘러. 무엇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데, 무엇을 못 하기에 갑갑하거나 힘들거나 넘어지지 않아.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스스로 가두고 옥죄어 넘어뜨리지. 바닷방울이 어떻게 갑자기 구름이 되고 회오리바람을 타면서 놀다가 빗방울로 바뀔까? 빗방울은 어떻게 안 다치고 안 깨지고 안 아프면서 내려올까? 잘 보라고. 온누리는 모두 마음으로 이었으니, 네 마음을 돌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걷는 시골 한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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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피자 2023.7.8.흙.



무엇이든 반죽을 해서 부침개로 먹을 수 있어. 무엇이든 반죽판에 올려서 피자로 먹을 수 있지. 무엇이든 종이에 담아 그림을 펼 수 있고, 무엇이든 흙으로 빚어서 나타낼 수 있어. 그러니까 ‘무엇’을 먹을는지 먼저 그리면 돼. ‘무엇’을 담거나 누리거나 나타내고 싶은지 먼저 떠올리면 되지. 무엇이든 먹으면 돼. 네가 바라는 밥이라면, 언제나 네 몸에 이바지해. 네가 바라지는 않는데, ‘둘레에서 좋은밥’이라고 말한다면, 넌 어떡하겠니? 네가 안 바라도 그냥 먹니? 네가 안 바란다고 밝히면서 너를 살릴 밥을 스스로 짓겠니? ‘고구마피자’가 좋을 수 있고 ‘버섯피자’가 좋을 수 있고, ‘감자피자’나 ‘고기피자’나 ‘소시지피자’가 좋을 수 있어. ‘치즈피자’이든 ‘나물피자’이든 스스로 바라는 대로 얹으면 된단다. 너는 네가 바라는 피자를 즐기고, 네 둘레에서는 저마다 바라는 피자를 즐기면 돼. 모든 밥은 ‘조각’이야. 너희는 ‘너희 몸뚱이’만 한 밥을 안 먹어. ‘조그마한 하나’를 먹지. 그때그때 ‘조각’을 받아들이면서 너희 몸을 통째로 바꾼단다. 보렴. 매캐한 바람을 한 숨 마시면, ‘이 작은 매캐바람’으로 너희 몸이 처지거나 아파. 해맑은 바람을 한 숨 마시면, ‘이 작은 맑은바람’으로 너희 몸이 살아나거나 깨어나. 깨끗한 물 한 모금이 살리고, 고약한 무 한 모금으로 죽어. ‘조각’은 작은 하나이면서 ‘온하나’야. 작은 하나를 모아 ‘판’을 이루는데, ‘몸이라는 판’과 ‘마음이라는 판’을 천천히 맞추며 놀아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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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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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쾌적 2023.7.9.해.



해만 드리우는 날이 흐르면, 어느새 메말라서 숨이 막히지. 해날(볕날) 사이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기에, 숨이 트이고 시원해. 비만 오는 날이 이으면, 어느덧 눅눅하고 축축해서 곰팡이가 피어 비날 사이에 해가 드리우고 깊이 덮기에, 알맞게 마르면서 깨끗하고 싱그럽지. 너희 몸을 살필 수 있을까? 너희 몸은 ‘물’을 듬뿍 품되 ‘물을 감싸는’ 살점과 ‘물을 잡아서 세우는’ 뼈와 ‘물빛을 바꾸고 움직이는’ 머리가 있기에, 삶을 누릴 수 있어. ‘볕 + 비’, 이렇게 둘이 나란하기에 시원하고 싱그러우면서 즐겁지. ‘몸만 있는 삶’은 시원하거나 싱그럽거나 즐거울까? ‘마음만 있는 삶’은 시원하거나 싱그럽거나 즐거울까? 너희 넋이 굳이 ‘몸·마음’을 나란히 품으며 함께 나아가는 뜻을 읽기를 바라. 푸나무는 뿌리만 있지 않고, 줄기나 가지만 있지 않아. 꽃만 있지 않고, 잎만 있지 않지. 왜 나란히 있을까? 시원하고 싱그러워 즐거우려면, 왜 ‘볕·비’가 나란히 있어야 하고, 모든 목숨이 ‘삶’을 이으려면 왜 ‘밤·낮’이 나란히 있어야 할까? 잘 보렴. ‘나란히’ 있단다. ‘따로’ 있지 않아. ‘암·수’도 ‘어버이’도 ‘밤·낮’도 ‘볕·비’도 죽 가르거나 자르지 않아. 철을 헤아려 늘 알맞게 흐르지. 물결로 흐르기에 몸이고 마음이야. 흐르는 물결로 노래하고 춤추는 말이야. 해는 곧게 퍼지지 않아. 해도 비도 늘, 벼락처럼 이리저리 노래하고 춤추며 퍼진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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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꽃 . 빗소리 2023.6.20.불.



똑같은 빗소리가 없는 줄 느끼니? 길바닥을 구르는 바퀴도 똑같은 소리가 없어. 겉보기로는 얼핏 같을는지 모르나,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마음으로 다 다르게 타고 다 다른 길을 가거든. 그러나 이 ‘다 다른 마음’이 아니라 ‘다 같은 마음’이라거나 ‘다 다른 빛을 죽이거나 길들여서 어슷비슷 틀에 박히는 마음’일 적에는 겉보기로 다른가 싶어도 ‘똑같구나 싶은 소리’를 내지. 너희가 쇳소리(기계문명소음)에 길들었다면 빗소리가 늘 다 다른 줄 못 느껴. 쏟아지는 비도 소리가 다르지만, 내내 내리는 비도 늘 소리가 달라. 처음 땅바닥을 적시는 빗물하고, 한참 젖은 빗물은 다 다른 소리일 테지? 나뭇잎에 듣는 빗소리랑 꽃송이에 듣는 빗소리는 달라. 아침비 낮비 밤비도 소리가 다르지. 개구리가 노래하는 소리에 섞인 빗소리도 달라. 소쩍새나 휘파람새가 노래하는 소리에 섞인 빗소리도 달라. 바다에 내리는 비랑 숲에 내리는 비랑 서울에 내리는 비도 달라. 빗소리 한 가닥에서 숨소리를 느껴 보렴. 빗물을 품고 흐르는 구름이 사근사근 들려주는 소리를 귀기울여 보렴. 솔솔 흐르는 소리에 무엇이 깃드는가를 하나씩 헤아려 봐. 빗물을 받고 마시면서 반가이 웃는 풀과 나무와 풀벌레와 헤엄이를 바라봐. 그리고 너도 손으로 빗물을 받아서 기운을 맞아들여 봐.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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